똑똑한 동물원 (빅북) 알맹이 그림책 11
조엘 졸리베 지음,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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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그림책이다. 가로 35Cm에 세로 45Cm, 우리집에 있는 책들 중에서 가장 큰 판형이다. 아이는 책을 받자마자 크기에 놀랐는지 ‘와!’하고 감탄하더니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도감류의 책들을 좋아하는 유빈이는 커다란 사이즈의 책 속에 빽빽하게 들어있는 동물들을 보고 또 좋아라했다. 이건 뭐야, 저건 뭐야, 물어오는 통에 대답해주기 바빴다.

요즘 나오는 도감 책들은 책을 펼친 양쪽 면에 한 가지 동물과 그 동물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는 게 대부분이다. 하나의 동물, 하나의 식물을 집중해서 관찰해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겠지만 한편으로는 펼쳐진 양면에 동물이나 식물이 여러 개가 한꺼번에 들어 있다면 한 눈에 다양한 모습을 비교하고 분류해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똑똑한 동물원』은 내가 갖고 있던 그런 아쉬움을 싹 해결해 준 셈이다. 무려 400여 개의 동물이 페이지를 가득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동물분류에 있어서도 포유류, 조류, 파충류 등등의 분류법이 아니라 ‘더운 곳에 산다’, ‘추운 곳에 산다’, ‘땅 속에 산다’, ‘밤에 활동한다’, ‘까맣고 하얗다’ 등등으로 동물들을 분류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참신함이 돋보인다. 단순하고 유아적인 분류에 동물들만 잔뜩 그려놓았다고 불만스러워 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책의 뒷부분 <우리가 몰랐던 동물들의 사생활>이라는 꼭지를 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대부분의 도감류 책들에는 동물들에 대한 설명이 복잡하고 길고 딱딱할 뿐 아니라 각 동물들에 대한 설명 방식도 비슷해서 읽다보면 그게 그거같은 지루함에 빠져들고 만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에게 읽어주려면 참 곤혹스러운데, 이 책은 한 두 줄의 설명이 전부다.

예를 들어 ‘돼지’에 대한 설명을 비교해본다면, 집에 있는 도감에는 ‘돼지는 고기를 먹으려고 집에서 기르는 젖먹이 동물입니다.’로 시작해서 9,000년 쯤 전부터 사람들이 기르기 시작했고, 먹성이 좋고, 아침 6~10시, 오후 3~6시에 활동성이 제일 크고, 코로 땅을 파기도 하고, 땀샘이 있지만 땀을 흘리지는 않고,, 등등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림 밑에는 ‘포유류 소목 멧돼지과’ 등등의 도식적인 분류가 쓰여 있다. 그에 비해 이 책에는 다른 동물에 비해 비교적 길게 세 줄이나 설명이 쓰여 있는데, “돼지는 아무거나 잘 먹는 잡식성이다. 이슬람교도들은 돼지를 더럽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돼지는 깨끗한 것을 좋아하며 새끼를 낳아 잘 기른다.”라고만 되어 있다. 유아들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이해하고 동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적당한 군더더기 없는 설명이다.

‘도망갈 때는 날지 않고 뛴다.’라는 설명이 전부인 꿩이나 집게벌레의 ‘집게를 뭐하는 데 쓰는지 모른다. 적을 위협하는 데 쓸 수도 있겠다.’라는 추측성 설명을 읽어주다 보면 사실 아이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이 동물이 포유류인지 조류인지, 어디에 살고 새끼나 알을 얼마나 낳는지 따위보다는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판화느낌이 나는 굵은 선의 비교적 단순한 동물그림들도 인상적이다. 세밀화가 대세이긴 하지만 동물들의 특징을 잘 살려낸 그림들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좀 큰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 따라 그리기를 해봐도 좋을 듯하다.

판형이 너무 커서 아이랑 누워서 읽어주기엔 무리라는 것, 책장에 세로로 세워서 꽂아둘 수가 없다는 점이 좀 아쉽지만, 바닥에 펼쳤을 때의 시원시원한 크기를 생각하면 그런 사소한 아쉬움 따위, 쉽게 용서될 뿐 아니라 ‘좀 더 커도 괜찮겠다’하는 욕심도 살짝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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