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남아 있던 걸까.
주책이지, 하면서도 덜컥 겁이 나기도 했어.
어쩌자고 아직도 그런 장면들에서 내 가슴이 조여오는 건지,
내 몸 어딘가에 지독한 얼룩으로 남아있나봐.
도대체 어디에?
그 만큼의 시간을 들여 완벽한 표백의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이럴 때 갑자기 떠오르냐구.
아득하고 희미해진 그 기억이
이젠 보이지도 않아,
그런 거에 휘둘릴만큼 난 이제 순수하지 않아,
얼마나 때묻고 찌들었는지 그런 것쯤은 끄떡없어,
강하고 세지고 뻔뻔해졌다고,
그렇게 자부했는데 말이야.
그런 거 참 철없이 웃긴 거였다고,
비아냥거리며 놀려줄 수 있었다구.
내 생애 단 한 번,
딱 그걸로 족했다고,
다시는 그런 거 없을 거라 했거든.
단 한 번이었기 때문에
더 오래 남아 있는 걸까.
서늘한 바람이 불어서.
마음까지도 서늘해져서.
그래서 조금 약해진거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걸.
다시는 되풀이 되지 못할 그 기억.
어딘가에 새겨져 징징 울어대는,
어쩌지도 못할,
망할,
마흔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