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에게 전쟁은 왜 일어나는 거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엔 온 국민을 대상으로 투철한 반공교육이 시행되던 시기였고, 어린 마음에도 전쟁에 대한 공포가 일어나곤 했다. 참 대답하기 난해한 질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단순한 예를 들어서 내게 설명을 해주셨지만 근원적인 해답이 되지는 못했었다. 세계 여러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에 대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전쟁은 나쁜 것이고, 가슴 아픈 것이라서 절대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감정적인 호소만으로 충분한 설명이 될까....<여섯사람>을 읽다 보면 전쟁이라는 것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기득권과 부를 잃지 않으려는 불안한 마음에서 출발한다고 이야기 한다. 여섯사람은 '평화로이 일하면서 살 수 있는 땅'을 찾아 떠돌아 다니다가 마침내 '기름진 땅'을 찾게 된다. 여섯사람은 열심히 일해서 잘 살게 되자 도둑이 와서 자기네 땅을 빼앗을까 봐 걱정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군인을 고용하고, 아무도 쳐들어오는 사람이 없어 놀고 있는 군인들에게 주어야 하는 돈이 아까와서 가까이에 있는 농장을 빼앗으라고 명령하기 시작한다.결국엔 다른 농장에서 일하던 농부들도 군인을 고용하고, 어처구니 없는 사소한 일로 전쟁이 일어나 결국 양쪽 땅의 여섯사람만이 살아남아 각각 다시 '평화로이 일하면서 살 수 있는 땅'을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다.부를 얻고나면 더불어 부를 바탕으로 하는 권력을 얻게 되고, 그 권력은 자신들의 부를 지키려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부와 권력을 얻는 순간에 '평화로이 일하면서 살 수 있는 땅'에 대한 소망은 이즈러지기 시작한다. 결국 권력은 부를 지키려는 수단 뿐 아니라 부를 더욱 팽창시키고 확대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부와 권력이 평화를 지키고 누리기 보다는 불평등과 적대감만을 키우게 된다는 이야기다.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인데도 작가인 데이비드 매키는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와 그에 걸맞는 펜을 이용한 단순한 그림으로 거부감 없이 마음에 와 닿게 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아이들의 그림책 주제로 본다면 확실히 다른 그림책들과는 차별되는 심오한 주제다. 그림책답지 않은 그림책이라고 할까..그러나 아이들에게 늘 환상과 꿈만 보고 살라 할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이 사는 이 세상에서 엄연히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전쟁들에 대해서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