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부모들은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아이들이 어린 아기였을 때에는 나를 향해 웃어주는 게 고마웠고, 엄마라고 불러주는 게 기특하기만 했다. 그런데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 나와 아이 사이에는 갈등이 일어났다. 특별히 뭘 시키는 건 없었지만, 그리고 그렇게 남들보다 뒤쳐지는 아이도 아니었지만, 혹여 다른 애들보다 떨어지면 어쩌나 싶어 노심초사했었던 것이다. 아이는 그런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있었나 보다. 점점 아이에게 짜증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엄마와 딸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하고 아이의 야무지지 못함에 모든 탓을 돌리려 할 무렵에 이 책을 만났다. 모든 탓은 아이에게가 아니라 나에게 있었다. 늘 아이의 정서가 안정되고 풍부하다면 아이키우기의 절반은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일거라는 생각을 다지며 살았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일순간에 내 머리에서 그게 지워질 수 있었는지...난 육아와 훈육, 그리고 내가 내 맘대로 세운 원칙을 내 아이보다 우선시했다. 그게 잘못이었던 거다. 욕심많은 엄마의 마음을 아이는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책의 작가 신의진씨는 현명한 부모에겐 육아란 없고, 부모가 세운 원칙을 내세워 아이를 훈육하기 보다는 아이를 믿고 인내하며 기다리라고 한다... 아이를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바꾸고 나니 아이들이 참 편안하고 행복해한다. 늘 공부하라면 짜증내고 반항하던 우리 큰아이가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자기가 해야할 공부를 다 끝내 놓는다. 무엇보다도 이세상에서 우리 엄마가 제일 착하고 좋은 엄마라고 환한 얼굴로 고백(?)해준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아이는 결코 내가 가르쳐주는 길로 가진 않을 것이다. 아이가 가고자 하는 길은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엉뚱한 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가 가라고 하는 길을 가기보다는 엄마는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르는 그 엉뚱한 길을 가면서 더 행복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는 책 마지막 편에서 '평행선의 미덕'을 배우라고 했을 것이다. '아이'라는 우물에 갇혀있지 말고 자신을 계속 흐르게 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래야 다시 웃으며 아이를 바라보는 힘을 얻게 된다고...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엄마 자신도 행복해지기 위해선 그래야 한다고, 그것이 엄마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자세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아이를 억지로 컨트롤하려고 하지 말고 아이가 갖는 본성인 변화 자체를 인정하며, '나는 오늘 아이의 모델로서 제대로 살았는가'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보여주기의 힘'은 생각보다 세다고 강조한다. 이 말 앞에서 난 부끄러움을 많이 느꼈다. 참다운 부모 노릇이란 얼마나 막중한 책임감을 요하는 건인지... 그동안 나는 근시안적인 생각으로 사소한 것에 목숨이라도 건 듯이 매달리면서 아이를 다구쳐 왔던 것이다. 진정한 부모노릇이란 게 어떤 건지 이제 겨우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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