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와 제모습을 찾아주는 일

숨어있는 집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9
마틴 워델 지음, 장미란 옮김, 안젤라 바렛 그림 / 마루벌 / 1996년 5월

숲 속 오솔길 옆 작은 집에 외로운 할아버지가 자신이 만든 나무인형 셋과 가족이 되어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날 할아버지는 집을 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나무 인형들은 이젠 돌보는 사람 없는 집과 함께 잡초와 덩굴과 거미줄에 쌓여 잊혀져 간다. 그래서 제목이 <숨어있는 집>이다. 덩굴과 잡초에 파묻히고 거미줄과 곰팡이로 덮여 낡아가는 집..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날 한 사람이 숨어있는 집을 발견하고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와서 예쁜 집으로 꾸미고 세 나무 인형과 함께 다시 가족을 이루고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마리 홀 에츠의 <작은 집 이야기>가 생각났다. 한 때 소중한 존재였으나 점점 사람들에게 잊혀져 초라해졌으나 다시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어지고 자기의 본모습과 자리를 찾아 행복해진다는 이야기가 비슷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되고 잊혀지고 버림받은 것들을 소홀히 하지 않으며 제자리 제모습을 찾아주고 가족처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결코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그것은 세상은 아주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라고 <숨어있는 집>은 말하고 있다. 이기적이고 쉽게 얻고 쉽게 버리는 일회용 문화에 길들여 자라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파스텔톤과 색연필 질감으로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진 고전적인 그림들은 이 책의 메세지에 적지 않은 힘을 보태주며 읽는 이의 마음을 더욱 고즈넉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