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윤대녕 지음 / 생각의나무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모두 여덟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단편들이 당연히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그 여덟 편의 이야기가 모두 한 이야기로 들리는 건 왜일까.. 작가 윤대녕의 소설을 따라가기엔 내 정서가 그만큼 얄팍하기 때문일까..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듣듯 줄거리를 더듬어 짚어가며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읽다 보면 오히려 줄거리라는 건 중요한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줄거리를 통해서 전달되는 메세지(?)를 찾으려다 보면 오히려 허망할 지도 모르겠다.

윤대녕의 소설이 회화적이고 시적이며 은유로 감싸여 있어서 다소 몽환적인 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 읽는 중간중간 책을 덮고 그의 글 속의 배경와 상황들을 가슴에 그려보면서 약간은 신비적인 정서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의 글은 마치 사람들이 많고 시끄러운 2층 카페에서 유리창으로 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과 같다. 카페안의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그렇다고 밖의 풍경속으로 스며들지도 못하는... 오로지 나 자신 안으로만 침잠하며 다른 사람들과 사물, 풍경들로 부터 자기만의 의미를 뽑아낼 수 있는....

그래서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며 '이야기'보다는 '침묵'을 만난 것 같은 인상이 더 깊다. 그리고 그 몽유적인(?) 침묵은 작가의 이야기가 독자를 통해서 다양하게 확대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그만큼 작가의 의도를 쉽게 알아차리기도 어렵고, 그의 글을 통해서 '나'를 들여다 보는 일도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그의 글들은 평범한 사람의 냄새를 풍기지도 않는다. 그의 작중 인물들은 그의 자리에서 부대끼며 살기 보다는 어딘가로 떠나고 있고 아니면 우리네 세상의 삶에서도 얼마쯤 비껴나 있다.

작가는 책 후미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떠돌아 다닐 수 있는 저 위대한 독립의 탁발정신'이란 말을 방랑 서른 여덟해 동안 붙잡고 살아왔노라고..
그리고 사물과 이미지와 언어가 하나로 일치되는 꿈을 꾸었노라고..

이 말이 그의 소설을 해독(?)하는 열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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