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유빈이는 또 달을 찾는다.
아직 달이 나올 시간이 아닌데도 유빈이는 그저 달이 자기를 또 따라오기만을 바랐나보다.  
"엄마, 왜 달이 안따라오지?"
"그러게... 달이 없네..  아직 안나왔나보다."
유빈이는 차창 밖으로 하늘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어.... 달이 아픈가?"  
아직 뜨지 않은 달을 아파서 못나오는 걸로 생각하다니, 정말 아이들이란... ^^
"그러게..  많이 아픈가..?"
이럴 땐 그저 웃으며 장단을 맞춰주는 수밖에..
"아니면... 엄마, 달이 너무 심심해서 다른 데 놀러갔나보다.."
"그런가 보다.  유빈이 기다리다가 안나오니까 너무 심심해서 다른 데 놀러갔구나."
아픈 것보다는 다른 데로 놀러간 게 좀 덜 비극적이라 그 핑계가 더 마음에 들었다.  

유빈이가 친구들과 못만나는 이유도 대강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거나, 아니면 할머니 댁이나 다른 곳으로 놀러갔을 때.
그러니까 유빈인 자기의 경험을 충실하게 달님에게 반영한게다.  

매달 셋째 주 금요일마다 도서관에서는 도서관 꼬마들이 작아진 옷, 신발, 장난감 등등을 펼쳐놓고 파는 꼬마장터가 열린다.  유빈이는 꼬마장터에서 쇼핑하기를 꽤 즐기는 편이라 간혹 과소비(?)를 하게 될 때가 있다.  이번에는 요술봉(1000원), 디즈니 공주 손가방(1000원), 디즈니 공주 목걸이 지갑(500원), 진분홍 미니스커트(500원), 노란 가디건(500원), 연보라빛 골덴 홈드레스(1000원), 헬로키티 후드 조끼와 분홍색 무늬가 있는 하얀 티셔츠 세트(500원)를 구입하는 바람에 거금 5000원을 쓰고 왔다.  꼬마장터에서 쓴 돈으로 치자면 좀 과소비한 날이다.  
꼬마장터에서 산 물건들 중에는 유빈이의 애장품이 된 것들이 꽤 있다.  지난 여름엔 꼬마장터에서 산 분홍 발레복을 여름 내내 집에서 입고 놀았다.  잘 때도 입고 자고,,, 가운데 꽃이 달리고 발을 디딜 때마다 불이 번쩍번쩍 들어오는 매우 여성스러운 분위기의 샌들은 집에서만 신고 논다.  몇몇 원피스와 블라우스는 친구와 놀러 나갈 때 부담없이 입을 수 있고 유빈이의 공주 취향도 만족시키는 옷들이다.  

요즘 나는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를 읽고 있다.  산지는 오래되었는데, 이제서야 붙잡고 읽기 시작했다. 글쓰기를 통해 자기를 돌아보고 올바른 선택을 하게 되는 미국 윌슨 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다.  안타까우면서도 그들의 변화가 부럽기도 했는데,,,  이 책을 다음 달에 도서관 선정도서로 추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국 고등학생들, 그것도 문제아들이던 청소년들의 이야기라 강간, 마약, 갱단, 살인, 폭력, 학대 등등의 글이 실려있는데, 도서관에는 매우 보수적인 엄마들이 좀 있어서, 약간만 그런 내용이 나와도 서가에서 책을 빼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아이들이 읽기 적당하지 않다고 한다면, 엄마들이나 선생님들만이라도...   나중에 의논을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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