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원에서 돌아온 큰딸이 선생님들이 숙제를 조금밖에 안내줬다며 기뻐했다.
그러더니 만화책을 잡고 읽는다.
그럴 때마다 유빈이는 좀 서운한 티를 낸다.
언니 오빠가 자기랑 놀아줬으면 좋겠는데, 늘 어딘가로 가고, 바쁘고, 항상 뭔가를 먼저 해야한다고 하니 심술이 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그런가 보다.
놀아달라는 간곡한 청을 매정하게 거절하고 만화책 속으로 빠져버린 언니에게 유빈이가 한 마디를 날렸다.
"언니는 만화쟁이~~"
으흠~~~ 유빈이가 OO쟁이의 용법을 터득했구나, 싶어 유빈이를 안고 웃었다. 자기 말에 웃으며 반응해주는 엄마 때문에 유빈이도 조금 마음이 풀렸다.
"유빈아, 언니는 정말 만화쟁이다, 그치? 그럼 오빠는?"
"음.. 오빠는 게임쟁이~!!"
방학을 맞아 하루에 두 시간 정도 게임을 즐기는 명보는 자기가 게임폐인도 아닌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뭐, 이건 어디까지나 유빈이의 시각이니까..
"그럼, 아빠는?"
"음... 아빠는 뽀뽀쟁이!!"
우하하하하... 매일 유빈이만 보면 뽀뽀하자고 덤비고, 협박하고, 안해주면 토라지는 아빠니까 그래, 뽀뽀쟁이가 맞다. 그럼 엄마인 나를 무슨쟁이라고 할까,,,, 긴장,,,,
"그럼, 엄마는?"
"음.. 엄마는 사랑쟁이!"
햐~~~~나더러 사랑쟁이란다. 난 사랑쟁이다. 그 말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오늘 아침까지도 '난 사랑쟁이야.'하며 행복해하고 있다. 정말 다행이다. 유빈이에게 내가 사랑쟁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