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유빈이는 '미야니시 타츠야'라는 작가의 책을 유난히 좋아한다.  처음엔 <고 녀석 맛있겠다>라는 책으로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게 그러니까,,,,  올해 봄이었던가, 여름이었던가..

도서관에서 발견하고는 읽어주면서 나도 벙긋거렸는데,  냉정한 먹이사슬의 고리로 연결된 아기 안킬로사우르스와 티라노사우르스 사이에서 돋아나는 끈끈한 정에 대한 이야기가 공룡계의 신파조 드라마스럽다고나 할까?  뭐,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하고 따뜻하다. 
그 이후로 도서관에 가면 유빈이가 자주 이 책을 다시 찾길래 아예 한 권을 사줬는데, 아직까지도 종종 들고와서 읽어달라고 하는 책 중 하나다.  그 땐 작가의 이름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전집물 가운데 <잠깐만, 잠깐만>이라는 책을 빌려왔을 때, 또다시 유빈이가 계속해서 읽어달라고 조르는 거였다.  스스로 자기는 예쁜 것만 좋아하는 공주병에 걸렸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유빈이가 파란 배경에 가시복어, 곰치, 가오리, 상어.. 그런 험상궂은 어류들이 등장하는 책이 좋아서 자꾸 읽어달라니 희한하다 싶었는데, 어쩐지 그림풍이 낯익어 찾아보니 허걱, <고 녀석 맛있겠다>를 쓴 작가와 같은 사람이 쓴 거였다.  

그런데 그런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개구리의 낮잠>이라는 책이다.
 개구리가 나무 위에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데 사마귀, 들쥐, 도마뱀, 독수리 등등의 천적들이 잠든 개구리에게 차례로 접근한다.  적들이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태평스럽게 잠들어 있는 개구리를 보고 있자면 어쩐지 긴장되고 조마조마한데, 결국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 덕분에 개운하게 무사히 잠에서 깨어난다는 이야기다.  이 작가, <잠깐만, 잠깐만>에서도 그랬지만 먹이사슬을 이용한 이야기 전개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중에서야 확인한 사실이지만 유빈이가 이 작가를 처음 만난 건 <고 녀석 맛있겠다>에서가 아니었다.  찾아보니까 훨씬 전에 <누구 똥?>이라는 책으로 먼저 만났었다.  리뷰를 찾아보니 유빈이가 22개월 무렵이었나 본데, 배변에 관련된 그림책 중에서 특히나 재미있어 한 그림책이라고 쓴 걸로 보아 그 때부터 미야니시 타츠야라는 작가에 대한 집착(?)의 징조가 있었던가 보다.

 

 

 

<내일의 나는...>은 가장 최근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이었다.  운좋게 도서관에서 찾아서 빌려왔는데, 말마따나 대박이다.  2주일 내내 매일 하루에 한 두번씩 읽어달라고 들고오더니 며칠 전부터는 아예 자기가 들고 외워서 읽는다.  물론 토시 하나 안틀리게 외우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그림책을 들여다 보면서 즐거워한다는 이야기다. 
내용은 이렇다.  햄버거는 좋아하지만 피망이랑 당근은 싫어하는 아이, 겁쟁이라서 작은 강아지도 무섭고 캄캄한 데서 혼자 자는 것도 싫고, 주사 맞는 것도 무섭고, 바닷가에 가면 무서워서 물에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아이지만 "내일의 나는.." 그 모든 걸 극복해서 멋져질 거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내일의 나는' 뭔가 멋지게 달라질거라는 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참 심심했을 텐데, 마지막 엄마가 안아주는 게 좋은 응석꾸러기인 '나'의 이야기가 하하 웃음짓게 한다. 
이 작가, 어떻게 하면 엄마랑 아이가 그림책 읽으며 함께 행복할지 다 알고 있는 걸까?  결국, 이 책도 새로 장만하고 말았다.  지금 유빈이 책꽂이에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내일의 나는...>이랑 구입한 <내일의 나는...>이 나란히 꽂혀있다.  유빈이는 그걸 보고 "엄마, 이 책들 똑같이 생겨서 꼭 쌍둥이 같아."하며 흐뭇해 한다.

크리스마스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미야니시 타츠야의 크리스마스 책도 있다. 바로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란 책이다.

책의 분위기는 <고 녀석 맛있겠다>랑 비슷하다.  원수지간인 두 종 간의 따뜻한 사랑의 무드를 담았다.  <고 녀석 맛있겠다>에서 안킬로사우르스의 순진함에 티라노사우르스의 선한 인간성(?)이 살아났듯이, 여기선 꼬마 돼지들의 순진함이 못된 늑대의 성품을 착하게 돌려놓는다. 

작가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  그림의 분위기로는 주로 판화 기법을 쓰는 게 아닐까 짐작하고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아무튼 이제 그림의 면 안에 죽죽 그은 선들, 테두리선을 무시한 색칠, 튀는 주황색, 파랑색, 초록색, 노랑색의 조합들의 어떤 그림을 보면 "이거 미야니시 타츠야 작품 아니야?" 하면서 관심을 보일만큼 친숙해지긴 했다.

유빈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책들이 모두 "미야니시 타츠야"라는 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 턱이 없다.  그저 나만 "거 참, 신기하네~~"하고 있을 뿐이다. 

내게 한 작가를 눈여겨 보게 해준 유빈아, 심하게 땡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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