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그가 가망이 없어 보여.
오늘 아침 신문을 읽다가, 가슴이 철렁. 유모차 끌고 나온 주부들도 연행하고, 국회의원도 잡아가고, 열두 살 먹은 아이도 끌고 갔다지. 바보인 것 같기도 하고 사기꾼 같기도 한 게, 너무 가증스러워서 소름이 돋더라.
5공 시절엔 살려면, 살기 위해서는 거리로 나서기엔 걸리는 게 너무 많은 평범한 시민들이나 주부들, 또는 소심한 사람들은 입 닫고 가만 엎드려 있으면 됐어. 그러면 최루탄 매운 연기도 피할 수 있었고, 끌려가 고문당하지 않을 수 있었고, 그러다 죽을 일도 피할 수 있었거든. 민주화가 절실하긴 했지만, 먹고 살기 바쁜 대다수의 서민들에겐 '살아남는 일'이 더 중요했지. 박종철이나 이한열 열사가 민주화항쟁에 불을 당긴 것은, 그래서였을 거야. 그 전까지 답답하도록 냉정했던 시민들은 젊은 청년의 죽음을 통해서 당시의 불의를 몸으로 확인하고 느낄 수 있었고, 그 위기감이 절실하게 다가왔던 거 아닐까?
그런데, 촛불이 5공시절 화염병 시위보다 더 무서운 이유가 뭔지 아니? 촛불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 마음 안에는 처음부터 '가만히 있다가는, 나는 말할 것도 없고 사랑하는 내 가족 중 하나가 죽거나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었어.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더 위험해지리라는 걸 알아챘던 거지. 광우병에 걸려 죽거나, 재수없게 지독한 병에 걸렸을 때 치료 제대로 못 받아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거나, 아니면 무한경쟁의 폭력적인 교육정책에 휘둘리다 착한 내 아이 인성 망가지고 불행해지거나, 수도세 전기세 몽땅 올라서 살림이 더 팍팍해져 어려워지거나...
5공 시절 거리 시위보다 2008년 촛불 시위가 더 무거운 게 바로 그 때문이란다. 사람들은 계속 나올 거야. 그래야 살 수 있다는 걸 아니까.
안됐지만, 그가 우리 역사상 가장 무능하고 꼴통짓한 대통령으로 남게 될 것 같다. 그게 그 하나만의 불행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상처이자 수치로 남는다는 게 너무 가슴 아퍼. 아마 그도 이대로 있다간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발악을 하는 거겠지. 국민들도 등을 돌리고, 믿고 매달렸던 미국에겐 조롱거리가 되었고, 세계 곳곳에서 비난이 쏟아지기도 하니까. 갈수록 좁아지는 자신의 입지를 재보며 아등바등 촐싹이는 그가 눈에 보이는 듯해.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며 찍을 사람 더럽게 없다고 투덜대면서 투표하러 나섰던 날이 생각나. 길게 늘어선 줄에 끼여 서 있었는데, 어떤 아줌마 하나가 깔깔 웃어대며 큰소리로 떠들어대더라. "노무현 때문에 망한 나라, 차라리 정동영 뽑아서 완전히 죽사발 만들어라,고 울냄편이 그러더라구요, 호호호호"
그 아줌마는 여전히 잘 살고 있을까? 그 때는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참 불쌍한 아줌마란 생각이 들어. 그녀는 기호 2번 후보에게 거는 기대가 남달랐을 테니까.
얼만큼의 촛불을 더 보태야 할까? 얼만큼의 목소리를 더 더해야 할까? 얼만큼의 시간이 더 지나야 신문을 읽으면서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침이 우울해. 뭘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