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날마다 책읽기'인데 21일, 22일에 유빈이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
그저 밖에 나가 열정적으로, 정말 긴 시간을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바쳐 놀았다.
21일 토요일엔 점심을 먹은 후 나가서 저녁 7시 반에 집에 들어와 샤워하고 밥먹고 잠들었다.
놀랍게도 중간에 깨지 않고 아침까지 푹 잤다.
22일, 일요일에도 마찬가지. 다음날 수학여행/수련회 떠나는 언니, 오빠의 준비물들을 챙기느라 샌들, 과자, 비옷, 바지 등등을 사러 다니다가 저녁까지 밖에서 먹고 들어왔는데, 유빈이는 샤워하고 나서는 그대로 잠든 것.
23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유빈이 이마가 따끈따끈하다. 이틀동안 좀 무리해서 논 게 탈이 난 모양이다. 해열제를 먹이고 '책엄책아'에 갔다. 금요일에 도서관용 수첩을 두고 와서 찾으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그 때는 미열 정도라 그다지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었다. 책 몇 권 읽고, 그림 그리며 놀다가 왔는데 집에서 한 숨 낮잠을 자고 나더니 열이 조금씩 더 오르기 시작했다.
밤에는 39도 5부를 넘겼다. 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아주고 틈틈이 물을 먹이고, 중간중간 체온을 재고, 시간 맞춰 해열제를 먹이며 밤을 넘겼다. 23일에 읽은 책은 그러니까, 도서관에서 읽은 책을 제외하고는 아픈 아이 곁에 누워 체온을 재거나 칭얼거림을 달래주면서 읽어준 책이다. 몇 권 안 되지만, 열 때문에 흐릿해진 눈빛으로 그림책을 바라보는 유빈이가 어찌나 측은하던지..
1. [도서관에서] 찰싹 (스티브 브린 글,그림/내인생의책)
2. [도서관에서/마술피리2]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진 (강영선 글/심미아 그림/웅진)
3. [도서관에서] 콧구멍을 후비면 (사이토 타카코 글,그림/삼성출판사)
4. [도서관에서] 작은 배가 동동동 (윤미숙 그림/김성은 글/시공주니어)
5. [도서관에서] 저리 비켜 (고미 타로 글,그림 / 시공주니어)
6. [빌린책] 원숭이 수수께끼 (줄리아 도널드슨 글/액셀 셰플러 그림/한국차일드아카데미)
7. [빌린책] 나를 그리고 싶었어 (마르그레트 레이 글/한스 아우구스토 레이 그림/아이세움)
8. [빌린책] 그림 그리는 고릴라 (마이클 렉스 글,그림/사계절)
9. [빌린책] 그림책 버스 뚜뚜 (조준영 글/ 윤정주 그림/ 사계절)
나는 <만행>을 2권까지 다 읽었고, <원숭이는 왜 철학교사가 될 수 없을까?>를 130페이지까지 읽었다. 이제 3분의 1을 읽은 셈.
서평 쓰기는 시들해졌고, 책 읽기는 느릿느릿. 한동안은 서평 부담 없는 가볍고 느린 책 읽기를 할 생각이다. 그러다 쓰고 싶은 책이 생기면, 그 때 쓰지, 뭐. 짧고 간단하게.
옆지기는 <율려낙원국>을 잡았다. 위즈덤 하우스에서 선물도서로 보내준 책이었는데 어쩐지 땡기질 않아서 안 읽고 책장에 꽂아두고만 있었다. 남성 취향의 책인 것 같아서 옆지기에게 읽어보라고 했다. 어떠냐고 물었더니 '무협지 분위기'란다. ^^ 요즘 신경 쓸 일이 많아서 책을 잡아도 집중이 잘 안된다고 하더니,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읽기에 딱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