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촛불집회에 두 번째로(겨우 달랑 두 번!) 참석했다.  큰딸, 아들, 작은 딸이랑 같이.
5월 24일,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갔던 날이랑 분위기가 참 많이 변해 있었다.
모인 사람들도 훠어얼씬 많았고, 커다란 깃발들이 여기저기서 나부꼈다.
게다가 시청 앞 광장을 북파공작원추모제던가 뭔가 때문에 막아놓아서 촛불집회에 모인 사람들은
한 군데 모이질 못하고 이리저리 흩어지고 배회하는 분위기였다. 

어느 자리에 끼여있어야 하나, 잠시 고민하고 있는데, 저 쪽에서 한무리의 사람들이 행진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그 위로 펄럭이는 '아고라' 깃발과 '유모차부대' 깃발.  네 살 배기 딸을 데리고 나왔으니 유모차부대 깃발 아래 서면 되겠다, 싶었다.  엉거주춤 유모차 부대 옆에 서있는데 유빈이가 안아달라고 칭얼거렸다.  그래서 아예 업었는데, 이녀석, 출발하고 얼마 안있다가 잠들어 버리는 것이다.  축축 늘어지는 아이를 업고 구호를 따라 외쳐가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걷는데 허리가 뻐근해오고 어깨와 팔에 쥐가 날 것 같았다.  옆에 유모차 끌고 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6월 6일 촛불집회에서 내가 깨달은 건 아이를 데리고 촛불집회 행진을 하려고 한다면, 유모차는 필수 준비물이라는 거다.  게다가 왜이리 컨디션 회복도 더딘 건지, 집회 다녀오고 이삼일간 40대 아줌마 체력이 말이 아니었다.  아프락사스님이랑 네꼬님, 마노아님도 그 날 집회에 오셨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는데, 혹시 알았더라도 같이 움직이지 않는 게 좋았을 것이다.  애 셋을 줄줄이 끌고 온 아줌마의 행진은 20,30대 행진에 발맞추지 못했을 것이므로. 

큰딸 유진이는 지난 번에 집회참석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더 적극적으로 집회에 임했다.  구호도 더 큰소리로 외치고, 전경버스 가까이 다가가 볼펜으로 뭐라 끄적여 놓고, 그 앞에 촛불을 밝히고 오기도 했다.  명보는 첫 집회 참가였는데, 잔뜩 긴장해 있더니 점점 무난하게 적응하기 시작, 나중엔 카메라를 의식하는 여유까지... 유빈이는 헌법 제1조 노래를 마스터했고, 태극기를 완벽하게 인지했으며, 차량통행을 막은 광화문 대로에서 자기가 알고 있는 온갖 노래를 고래고래 불러대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청계광장 안에서의 촛불집회가 우리만의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잔잔한 연못같은 집회였다면 거리로 나온 집회는 거센 파도 같은 역동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2MB가 말하는 배후와 주동세력이 없어서 그 많은 인파를 한데 모으는 '집결'의 힘이 약하고 오합지졸처럼 중구난방 여기저기 분산되어 떠돌아다니는 행진이었지만, 그날 내가 느낀 건, 거기 모인 그들이 이제 바다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흩어져서 여기서 출렁, 저기서 출렁거리는 파도들이 뭉쳐 일어나 쓰나미가 되기 전에 2MB가 빨리 정신을 차려야 할텐데, 하는 걱정이 앞섰다.  바다가 쓰나미를 만들고 나면 양쪽 모두 너무 많이 다칠 것만 같다.

빨리 재협상해라.  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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