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던가? 큰딸이 불쑥,
"엄마, 2MB가 중국에서 또 사고치고 오면 어떡하지?"
한다.  (이제 중딩이 대통령이 사고칠까봐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시절이다. )

"무슨 사고?" 했더니만
"뭐, 예를 들어...  중국에 황사 모래랑 이번에 지진으로 무너진 집들의 건축폐자재같은 것들을
몽땅 우리가 수입하겠다고 하면 말이야."
"그러게, 그럴 수 있을지도...  그러고나선  국민들이 또 저항하면
다 대운하 건설에 쓰일 유용하고 안전한 자재들이라고 뻥치고..."

농담삼아 웃으면서 말해놓고 나니 혹시 정말로 그럴까봐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다.
나랏님이 나서서 치명적 위험이 도사린 불량식품을 수입해 자국민에게 먹으라고 하는 마당에
뭔 일은 못할까, 싶기도 하고...

요즘은 집안일을 하다말고 멍하게 앉아 있을 때가 많아졌다.  쓸데없는 생각들이 자꾸 넘쳐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2MB랑 조중동을 지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미국이나 일본에 수출해버리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다.   결코 그들이 미국이나 일본의 까다로운 검역을 통과하기 어려울 거라는 데서 상상이 끝나버리고 말았지만.

오늘은 출근준비를 하는 옆지기에게
"세금 안 내면 안 되나?  세금으로 교육과학부 직원들 자녀학교에 기부나 하고, 요즘 같은 마당에 시의회 의정비는 70%이상 올리고나 있고,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운하나 건설하려고 하고... 마음에 안 드는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세금을 꼭 내야 하나?" 했더니만  옆지기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오늘 신문에 나온 기사를 보면 혐상 당시 미국에선 20개월 미만만 수출할 양보할 뜻이 있었단다. 그로세타 미 축산협회장이 쇠고기협상의 뒷얘기를 밝혔는데, "이른바 통념(conventional wisdom)에 따라 양보하고 덜 유리한 무역조건으로 한국과 합의하고 싶은 유혹도 확실히 있었다'면서 "그러나 결국 우리는 공정 무역의 원리와 건전한 과학을 고수하면서 (쇠고기 시장의) 완전 개방을 얻어냈다"고 말했다는데, 말하자면 우리나라에 지들은 못먹을 쇠고기 수출하게 되어서 좋아죽겠다는 뜻이 아니고 뭐람...

게다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가 연기된 것이 매우 실망스럽다'면서도 '나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수입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대통령을 대단히 신뢰하고 있다'는 염장을 지르는 글이 실려 있었다.   결국 지들은 '통념'에 따라 쇠고기 무역 협상을 할 의도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쪽에서 지들에게 유리한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협상해 줘서 무지 고맙다, 이거 아닌가.   아무래도 2MB가 있을 자리는 청와대가 아니라 미국 축산협회 회장의 똘마니 자리가 딱인 것 같다. 그로세타 축산협회장은 2MB 취임식 때에도 참석했다는데, 그 때 2MB 스카웃 안 해가고 뭐했나 몰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빨리 스카웃해갔으면 좋겠다.

하도 울적하고 답답해서 여기다 주절거리지만 나도 참 속절없고 한심하다. 촛불집회가 횃불이 되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  시위 현장이 나날이 뜨거워져가고 있다. 어느 책에선가 현대인은 '불의'는 참을 수 있어도 '불이익'은 참지 못한다는 글을 읽은 것 같다.  2MB는 국민에게 '불의'와 '불이익'을 한꺼번에 던져주는 바람에 지탄받는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걸까. 

주말에 집회에 참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할머님 기일이라 .. 세상 사는 일이 왜 이리 단순하고 말끔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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