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 -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지독한 감정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온화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7년 12월
절판


어떤 조직에 맞서는 개인의 저항은 조직에 순응하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런 개인적 용기는 모든 것이 조직화되고 기계화된 우리 시대엔 이미 소멸되고 없는 것입니다. 나는 지난 번 전쟁 때 군중의 용기라는 것이 기껏 일렬종대 내에서의 용기임을 깨달았을 뿐입니다. 이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사람은 아주 희귀한 요소들을 발견할 겁니다. 수많은 허영심과 경솔함, 심지어 지루함과 두려움까지도.... 그래요,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조소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독단적인 행동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동감 넘치는 다른 무리들과 반대 입장에 서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전투에서 가장 용감하다고 인정받은 사람들의 대부분을 심히 의심스러운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13쪽

우리는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의미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는 바로 그 순간, 비로소 자기 존재의 의미와 사명감을 느낀다. -63쪽

일종의 구속이라는 형식이 영혼의 본래적 힘들을 묶어준다는 것을, 그리고 인간의 진정한 도량은 자유로울 때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진심어린 이야기와 장난을 나눴다.-64쪽

새로운 것을 인식할 때마다 흥분하고, 일단 어떤 감정으로 뒤흔들리면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청춘의 특징이다. -68쪽

희생하면 할수록 성장하고, 모든 사람의 운명에 형제애를 느끼고 모든 고통에 연민을 가지면 가질수록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는 내 가슴은, 나도 모르게 마음을 아프게 했던, 그리고 자신의 고통을 통해 창조적인 연민의 마법을 내게 가르쳐준 그 환자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69쪽

열정적인 불륜에 빠진 것처럼 이 미묘한 쾌락에 빠져있는 나를 이해할 수 이단 말인가!-76쪽

진정한 관심을 전류처럼 켰다껐다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남의 운명에 참여한 사람은 자신의 자유를 빼앗긴다는 것을 처음으로 예감했다. -78쪽

가장 기이한 우연이 언제나 운명을 정하고, 가장 사소한 외모가 용기를 주거나 빼앗기도 한다. -118쪽

그러나 아십니까? 불안이 만성이 되고 나면 인내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119 쪽

왜냐하면 비극적이고 위험한 일은 오직 젊은 사람에게만 특별한 매력을 주거든요.-122쪽

반만 행한 일과 반만 내뱉은 암시는 언제나 악의 근원이 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악은 어중간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123쪽

열등감보다 더 천한 것은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하찮은 일을 하던 동료가 어느 날 갑자기 천사처럼 날개짓하자 신분이 상승되었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그런 시기질투랍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같은 멍에를 짊어진 운명의 동지보다는 귀족이 엄청난 부를 차지하는 걸 더 편안해 하거든요. -152쪽

당신은 웃을지 모르지만, 광기는 열정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172쪽

어떤 병이든 병은 그 자체로 무정부주의적인 행위이고 자연에 대한 저항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병에 대항하여 모든 수단을, 정말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됩니다만 환자에게 연민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환자는 스스로를 '치외법권'으로 만듭니다. 그리고는 법과 질서를 거스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환자 주위에 질서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 그 어떤 항거에도 불구하고 무자비하게 손에 잡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이용해야 합니다. 그것은 선과 진리가 한 명의 인간도 구원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183쪽

모든 감정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행복한 상태에도 언제나 마취적인 면이 있게 마련이다. 집중해서 순간을 즐기면 과거를 잊어버릴 수 있다. -196쪽

당신이 연민 때문에, 그러니까 아주 고상하고 아주 좋은 의도에서 마음이 약해져버렸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내가 이미 당신에게 한번 경고를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빌어먹을 연민은 양면이 모두 날카로운 칼입니다. 그걸 잘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은 연민에서 손을, 아니 마음을 놓아야 합니다. 연민은 모르핀과 같습니다. 처음에만 환자를 위한 위로이고 치료제이며 약이 되지요.
그러나 이걸 정확하게 조제할 줄 모르고, 적당한 시기에 멈출 줄 모르면 독약이 되고 맙니다. (중략) 우리는 연민을 제대로 관리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관심보다도 더 나쁜 해를 끼치게 됩니다. 우리 의사들을 그것을 알고 있고, 판사와 경찰과 전당포 주인까지도 그걸 압니다. 위험한 것이지요. 연민은 위험한 것입니다! -222쪽

연민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연민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으로, 남의 불행을 보고 느낀 괴로운 충격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벗어나려는 조급한 마음입니다. 이것은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아니라 남의 고통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자기 자신의 영혼을 방어하려는 본능적 욕망일 뿐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연민이기도 합니다만- 감상적이지 않은, 창조적인 연민입니다. 이 연민은 인내하며 참으면서 자기의 힘이 한계에 부딪칠 때까지, 아니 그 이상까지 견디기로 결심하는 것, 그것이 자기의 임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최악의 비참한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갈 수 있을 때에만 지치지 않는 인내심을 가지고 있을 때에먄 사람을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까지 희생할 수 있을 때에먄 가능한 것입니다!-223쪽

나는 이 세상에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은 악이나 야만적 행위 때문이 아니라 거의 언제나 우유부단함 때문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기 시작했다. -233쪽

이 순간 우리가 서투른 연민으로 서로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해 처음으로, 그리고 뼈저리게 경험했다. 처음으로, 그리고 너무 늦게. -291쪽

우리의 행동에서 허영심은 가장 강력한 추진력 중의 하나이고, 성격이 유약한 사람들은 용기와 결단력처럼 보이는 무엇인가 하자는 유혹에 특히 잘 넘어간다.-310쪽

사랑은 가장 은밀한 본성에 따라 항상 무한한 것을 원하기 때문에 적당한 것이나 절제된 것을 다 역겹게 여길 수밖에 없고, 참을 수도 없다. 사랑은 상대방의 주저함이나 어색함에서 저항을 느끼고, '자기를 완전히 내주기를 꺼려하는 것'을 보면 당연히 저항감을 숨겼다는 것을 안다.-346쪽

예측할 수 없는 것, 이해할 수 없는 것만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반대로 모든 제한적인 것과 확정적인 것은 시험을 요구하고 우리의 힘의 잣대가 된다.-351쪽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거나 숨겨야 하는 사람은 열리고 자유로운 시선을 잃어버린다.-364쪽

양심이 알고 있는 한 그 어떤 죄도 결코 망각되지 않는다.-43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