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이 그린 라 퐁텐 우화
장 드 라 퐁텐 지음, 최인경 옮김, 마르크 샤갈 그림 / 지엔씨미디어(GNCmedia)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지난 해 여름, 한 신문에 명지대 국문과의 안대회 교수가 중학교 2학년짜리 아들에게 우화책을 권하는 글이 실린 적이 있었다.  그 글에서 안대회 교수는 아들에게 라퐁텐 우화를 읽으라고 권했었는데 아들이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그 원인으로 라퐁텐 특유의 장식적인 문체를 이야기 했었다. 그리고는 <끄르일로프 우화집>과 <히또빠데샤>, <칼릴라와 딤나>를 권하고 있었다.  덕분에 세상에 이솝우화 말고도 이렇게 다양한 우화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하나하나 사서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해놓고는 <끄르일로프 우화집> 이후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라퐁텐은 17세기 유명한 몽상가이자 시인이며 우화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가 26년에 걸쳐 완성한 우화집은 전 12권에 240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240개의 이야기가 라퐁텐의 창작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화려하고 시적인 문체로 지혜로운 삶에 대한 교훈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다고 한다.

이 책, <샤갈이 그린 라퐁텐 우화>는 책의 비중이 라퐁텐보다는 샤갈 쪽에 더 기울어 있는 것 같다.  1926년~1927년에 걸쳐 라퐁텐 우화를 소재로 샤갈이 그린 100점의 작품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43점에 해당하는 우화만 책에 실은 사실만 보더라도 이 책이 라퐁텐 우화를 위한 책인지, 샤갈의 작품을 위한 책인지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샤갈의 그림을 돋보이기 위한 책이라면 인쇄라든가 종이 질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삽화’이기 때문인지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는 10년이나 걸려서 완성했다는 ‘아내에게’라든가 ‘탄생일’, ‘에펠탑의 부부’, ‘나와 마을’과 같은 샤갈의 대표작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떨어진다는 느낌도 들지만 샤갈 특유의 신비스럽고 환성적인 색감은 이 책의 그림 속에 서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마 위에서 언급한 우화집들 중에 라퐁텐 우화는 우리와 가장 친숙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그만큼 샤갈의 그림이 빠졌다면 어딘지 심심한 책이 되어버렸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라퐁텐의 240개의 우화 전부를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안대회 교수가 아들에게 추천한 책이 하나 더 있다.  강희맹의 <훈자오설>이다.  ‘자식을 훈계하기 위한 다섯 가지 이야기’라는데 라퐁텐 우화나 끄르일로프 우화처럼 이야기 수가 많지는 않은 것이 아쉽다.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라퐁텐이나 끄르일로프같은 작가가 등장해서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의 옛이야기들을 집대성해줄 날이 있을까?  서정오 선생님 같은 분들이 새삼 소중한 모습으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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