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했다.
대통령이 바뀌면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겠구나, 하고 예상하긴 했지만
착잡하고 심란한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나서 거의 2년 6개월 동안 동*일보를 구독했다.
그 전까지는 한**일보를 구독했던 우리집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이사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어떤 사람이 우리집 초인종을 눌렀다.
모든 신문을 거의 다 취급한다는 신문보급소 사람이었는데, 아쉽게도 한**일보만 취급하지 않고 있기에 조중동 중에 선택한 것이 동*일보였던 것이다.

탐탁치 않았지만 한 번 구독한 거, 끊네 마네 요란떨기도 싫고 보급소 사람이랑 실랑이 벌이기도 귀찮아서 그동안 죽 봐왔는데, 대선이 끝나고는 도무지 신문 들추기가 싫어지는 것이었다. 드디어 보급소에 전화를 해서 구독을 중지해야겠다는 독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여보세요, 거기 신문보급소죠? 여기 OOO아파트 OOO동 OOO혼데요,  신문 그만 보려구요.“
“사모님, 오래 보셨는데, 저희가 서비스로 몇 달 넣어드릴테니까 계속 보시지 그러세요.  왜 그만 보시려고 그러세요..?“
“짜증나서 못 보겠어요.”
“?”

보급소 사람이 잠시 말문을 닫았다.  그러다가 피식 웃더니 그런 다른 신문으로 넣어주겠단다.  정 마땅치 않으면 경제신문으로라도...  다 싫다고 거절하고 끊었다.

그리고는 인터넷으로 한**일보 사이트에 들어가 구독신청을 했다. 오늘로 받아본지 3일째다.  동*일보보다는 신문보는 맛이 나긴 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착잡하고 심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권위가 대통령 직속이 된다는 말도 있고, 대운하 건설에서 제방을 높이는 데만 1조가 든다는 등 대운하 건설의 효용성을 두고 말도 무성하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교육정책을 보고 있으면 우울하다.

자사고 설립, 고교등급제 인정, 본고사 부활.....  결국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하는 아이들에게 유리한 교육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인 것 같은데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느낄 위화감이나 상대적인 박탈감 같은 건 어떻게 해야할지.... 신문에선 학원들은 살판이 났고,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는 슬럼화 될 거라는 우려를 내비친다.

나는 요즘 우리가 아이들에게 행하고 있는 것이 교육인지 폭력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떨린다.  무한경쟁 속에 아이들을 던져놓고는 그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라고, 아니 살아남는 정도가 아니라 기필코 승리하라고 목터져라 외치고 있는 게 바로 우리 부모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어 섬뜩하다.  이건 결코 교육이 아니다.  착하고 사랑스런 아이들에게 가하는 잔혹한 폭력이다.  그런데 그 폭력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보이질 않는다.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큰아이가 중 3이 된다.  작년 초에 학원 외고반에 들어갔다가 질려서 그만 두었다.  학교에서 공부를 꽤나 한다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반이었지만, 그 반 아이들은 지나친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서 그런지 도벽과 폭언은 물론 친구를 따돌리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학원에 안 다니고 집에서 혼자 공부하던 큰아이는 아이들의 그런 모습에 충격을 받았고 결국 한달을 다 못 채우고 두 손을 들었다.  나도 그만 두라고 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외고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까지 네가 해왔던 대로 하면 된다고,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는 게 실패는 아니지 않느냐고, 오늘이 행복하지 않다면 어떻게 내일이 행복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겠냐고, 엄마는 공부보다 네가 더 소중하다고... 

좀 더 자연스럽고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교육을 꿈꿔본다.  요즘 읽고 있는 하이타니 겐지로의 <우리와 안녕하려면>이란 책에 이런 글이 나온다.
“공부할 수 있는 놈한테는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지만, 슬픈 일이 하도 많아서 공부 따위가 손에 잡히지 않는 놈한테는 슬픈 일을 같이 걱정해 주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잖아.  우리 학교에 그런 선생님이 있나?”
선생님들이 아이들 교육의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다.  사회가, 사람들의 의식이 변해야 할 것이다. 모든 아이들의 모든 꿈이 소중히 여겨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교육이 폭력이 되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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