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동자 모모타로 - 일본 편 세계의 전래동화 (상상박물관) 5
플로렌스 사카데 지음, 요시스케 구로사키 그림, 강지혜 옮김 / 상상박물관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을 받아들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인데... 내가 이 그림을 어디서 본 걸까?  무척 낯익은 화풍이다.  곰곰 생각해보니 어릴 적에, 그러니까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에 부모님이 사주신 동화책 전집이 떠올랐다.  그림동화, 안데르센동화, 아라비안나이트, 이솝우화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등의 각 나라별 전래동화를 엮은 열다섯 권 안팎의 전집이었는데 그 중 일본 동화책에 이런 그림이 그려있지 않았나 싶다.  그림 작가의 소개 글을 보니 1905년 출생의 작가다. 아마도 이미 작고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내가 어릴 때 본 그 동화책의 삽화를 그린 장본인이 이 분이라고 해도 이상한 게 없을 성 싶다.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전래동화라면 늘 그렇듯이 일본도 예외 없이 권선징악과 보은의 주제, 용감하고 착하거나 어리석고 심술궂은 인물들, 교훈적인 줄거리 등이 등장한다.  역사상 우리나라와 참 껄끄럽게 얽힌 나라 일본.  우리의 전래동화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일본의 옛날이야기들을 읽고 나니 이렇게 곱고 예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어째서 잔혹한 전쟁을 벌였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시 꼼꼼히 살펴보니 우리 옛이야기와 다른 점이 있기도 했다.  일본 특유의 사무라이 문화라고 해야 할까?  ‘복숭아동자 모모타로’에서는 집을 떠나 도깨비들을 무찌르러 가는 모모타로가 무사 복장을 하고 ‘일본인’이라고 쓰인 깃발을 들고 칼을 차고 떠난다.  보물을 싣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모모타로의 손에는 일장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부채가 들려있다.  ‘이쑤시개 무사’에서도 작은 무사들이 이쑤시개를 가지고 싸움을 벌이고 영주가 딸의 방에서 기다란 검을 빼들고 앉아있는 그림도 있다. ‘한 치 동자’도 검으로 도깨비를 물리치고 심지어 우리 전래동화 ‘팥죽할머니와 호랑이’의 호랑이 응징장면이 연상되는 이야기인 ‘게와 원숭이’에서 못된 원숭이를 응징하는 절구와 밤송이, 호박벌까지도 그림에서는 옆구리에 검을 차고 있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에도 장군이나 검을 쓰는 무사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던가... 금방 떠오르는 이야기가 없다.  아기장수 우뚜리라든가 김덕령 이야기라든가 홍길동전, 전우치전 등등이 있지만 주로 탐관오리를 벌하거나 왜적에 맞서는 이야기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고, 비록 대결의 이야기라고 해도 결국엔 도교 사상 쪽으로 맞물리는 게 대부분인 것 같다.  더구나 주인공들은 ‘승리와 영광을 거머쥔 영웅’보다는 ‘비운의 영웅’ 쪽에 가깝고 내용도 옛이야기나 전래동화라고 보기엔 이야기 구조도 좀 길고 복잡해서 아주 어린 아이들이 읽을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고 보니 일본의 전래동화 자체에도 무사 분위기를 풍기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지만, 1905년 출생의 요시스케 구로사키라는 이름의 그림 작가가 혹시 일본 군국주의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검이나 무사 그림 속에 ‘일본’에 대한 군국주의적 암시가 많이 들어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오해는 없으시기를..  이 책 속에는 소박하고 친근한 인물들의 이야기도 많다.  무사 분위기를 풍기는 이야기는 서너 편에 불과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 것과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일본의 전래동화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다.

하나 더 사족을 붙이자면 예전에 읽은 동화에 대한 이론서에서 우리가 친숙하게 알고 있는 도깨비가 사실은 일본의 ‘오니’라는 글을 보았다.  원래 우리나라 도깨비는 다리가 하나 뿐인 모습인데, 어느 틈엔가 일본의 ‘오니’가 우리나라 도깨비로 둔갑을 해버렸다고. 이 책의 옮긴이의 말에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잃어버린 우리 도깨비의 모습을 빨리 찾아내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