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병, 평화의 길을 열다
사토 다다오 지음, 설배환 옮김, 한홍구 해제 / 검둥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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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 사토 다다오는 열네 살의 나이로 “충성심과 애국심을 증명하고 싶어서, 울면서 중학교 진학을 권유하던 어머니를 뿌리치면서까지 소년병으로 참전”(p.252)했던 사람이다. 스스로를 ‘영락한 군국주의 소년’(p.252)이라고 생각하며 부끄러워하는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겪은 전쟁의 경험을 통해 그 원인을 찾아 반성하고 비판하며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청일전쟁,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베트남전쟁, 알제리전쟁,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 아프가니스탄 내전, 걸프전, 이스라엘과 아랍 연맹의 전쟁, 이란과 이라크 전쟁,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테러 등등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 전쟁의 내면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글들이 세밀하고 친절하다.  전쟁에 대해 말하면서도 그 글이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당시의 세계정세와 전쟁 당사국의 상황을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청소년들이 전쟁을 통해 현대의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전쟁의 원인을 불평등과 차별, 편견 등으로 꼽는다.  국가간의 경제적 불평등, 인종 과 종교적 차별, 자국에게 유리한 논리에 사로잡힌 편견, 냉전체제하에서 인류가 보여줬던 이분법적 사고..   그가 추려낸 전쟁의 원인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 좀 씁쓸했다.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에 다니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른들이 말하는 것처럼 ‘장래 좋은 직업을 얻어 편안한 생활을 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라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 가난한 나라를 돕기 위해 이 세계에서 전쟁과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더욱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그것이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마음이라는 것이다.”(p.166) 라는 글은 나를 뜨끔하게 만든다. 

얼마 전 한 신문의 칼럼에서 박노자 씨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공부나 사회적 관계 맺기를 ‘투자’로 이해하는 철저한 자본주의적 인식 구조 아래에 있다.”고 분석하며 어릴 때부터 ‘경쟁’에 익숙한 우리 젊은이들이 “자본주의의 전쟁터에서 ‘출세의 전사’가 되고 있다”며 일갈했다.  ‘전쟁과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토 다다오의 글이 우리에겐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불가능의 주장이 될 수밖에 없는 걸까, 하는 생각에 우울한 기분에 젖기도 했다. 

FTA협상반대나 이라크파병반대 등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것도 나에게 떨어질 이윤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논리에 철저히 세뇌된 까닭일 것이고, 재벌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두려움에 재벌의 비리를 눈감아주고 쉬쉬해주는 것도 정의와 이상을 팔아 물질적 이익을 사려는 자본주의적 천박한 이기심의 소산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평화를 위해 가야할 길은 참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내 아이에게 이 책 한 권을 읽게 하는 것으로 평화에 대한 이 세계의 일원으로서의 나의 소임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현대사의 이면을 생각할 수 있게 하리라는 믿음이 간다.  무엇보다 내가 내 아이들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꿈꾸는 ‘어미’라는 이름의 족속이기에 폭력이 판치는 환경에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평화를 생각하는 부드럽고 고운 마음 한 자락을 흘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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