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거나 알려지지 않은 공주백과사전> 서평단 알림
잊혀졌거나 알려지지 않은 공주백과사전
필립 르쉐르메이에르 지음, 김희정 옮김, 레베카 도트르메르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집에 도착한 책을 택배 포장 봉투에서 꺼낼 때 큰딸과 나는 동시에 “우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판형인데다가 신비로운 빨간색 바탕의 표지에 압도되었던 것이다.  물론 나보다 중학교 2학년인 우리 딸이 먼저 잡고 읽었다.  워낙 예쁜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딸이라서 서평단에 당첨되었을 때 나보다 더 기뻐했었고, 내내 책이 오기만을 기다렸었다.  딸아이는 글보다는 그림에 빠져 “엄마, 엄마!! 이 그림 좀 봐!”하며 연신 나를 불러댔다.

정말 그림만으로도 아이들을 상상의 세계 속으로 빠트리기에 충분한 책이다.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집에는 미술을 공부하는 오빠들 덕택에 미술관련 외국 원서들과 도감류들의 책들이 많았다.  오빠들과 나이 차이가 많은 나는 어릴 때부터 그런 책들 속의 그림들을 보며 상상의 세계 속으로 얼마나 자주 빠져들곤 했었는지..  어느 나라 책이었는지는 몰라도 유럽 쪽 국가에서 출판된 가구와 인테리어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을 보면서 그 예쁜 공간 안에 사는 사람들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또 내가 그런 집에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고, 그러다가 왜 우리나라는 가구 하나도 이렇게 만들지 못하나, 하는 생각에 분해서 울던 기억도 난다.  지금도 인테리어가 훌륭한 공간을 보면 그 때 그 책이 떠오르곤 한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멋진 그림의 책을 만나고 보니 이 책 속의 그림 하나하나를 구석구석 뜯어보며 상상의 날개를 펼칠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아이들은 나같은 어른보다 더 많은 것을 이 책의 그림을 통해 보고 만나고 느끼며 끝없는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큰딸에게서 책을 넘겨받아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며 글을 읽었다.  그림보다는 글의 힘이 많이 약한 느낌이다.  반짝이는 재치와 기발하고 아기자기한 발상이 돋보였지만 환상적인 분위기의 일러스트가 없었다면 이 책의 매력은 싹 빠져버리고 마른 나뭇잎을 씹는 것처럼 푸석푸석하지 않았을까. 

소개되는 공주들은 성품이나 개성, 모습들이 어찌나 다양하고 유머러스한지 우리가 갖고 있던 정형화된 공주의 틀을 박살낸다. 우리 큰딸이 어렸을 때, 내게 한창 공주님을 그려달라며 졸라대던 시기가 있었다.  그 때 공주그리기가 너무나 귀찮아진 나는 보자기 같은 천으로 몸을 두르고, 펑퍼짐한 코에 두터운 입술, 짧고 곱슬곱슬한 머리에는 나뭇잎 왕관을 쓴 검은 피부의 공주를 그려준 적이 있었다.  “에이~~ 이게 무슨 공주야~~”하며 투정을 부리는 딸에게 “이건 아프리카 우탕카 부족의 왕인 우가우가 추장의 딸, 와탕코 공주야.”라고 설명했더니 딸이 긴가민가하며 더 이상 떼쓰지 않았던 기억이 났다. 따지고 보면 나나 우리 아이들의 머릿속엔 디즈니 풍의 외모를 가진 동화 속 공주들이 살고 있었던 것 같다.  디즈니 풍의 공주님들을 몰아내고 공주에 대한 사고의 경계를 넓혀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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