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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장의 명화로 읽는 그림의 역사
로이 볼턴 지음, 강주헌 옮김 / 도서출판성우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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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란 강물의 흐름과 같아서 어느 순간이든 발을 들여놓을 수가 있다.”(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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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머리말에 나오는 글이다. 미술사라는 이름의 강물이 너무 깊고 넓어 보여서 성큼 발을 담그지 못하고 있던 내게 용기를 내도록 격려하는 응원의 메시지 같았다. 그러나 곧이어 “그림이란 심각한 것이며, 관객의 진지함과 미술의 권위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진지함을 두루 요구하는 것”(p.13)이라는 충고의 말을 덧붙인다.
150장의 명화와 그것을 그린 화가에 대한 짤막한 설명을 읽어보며 미술사의 맥락을 짚어보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재미를 느껴가며 술술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림은 낯익은데 화가를 몰랐던 경우도 있었고, 그 반대로 화가의 이름은 낯익은데 작품은 생소한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창안해 냈다는 ‘공기원근법’이라든가 매너리즘, 스푸마토 기법, 단축법, 우키요에, 임파스토 기법, 카프라치오 기법 등등의 미술용어들을 함께 살펴보고 점검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뜻깊었다.
물론 150장의 명화와 그 화가들을 훑어보는 것만으로 미술사의 그 깊고 넓은 흐름을 알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략적인 흐름을 느껴보기엔 무척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전적 역할도 훌륭히 해낼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편집 상의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첫번째 아쉬움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화가들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미 읽고 지나간 화가나 아니면 앞으로 나올 화가들의 이름이 등장하곤 하는데 그럴 때 찾아보기 쉽도록 가나다순 배열의 화가와 작품 찾아보기가 덧붙여졌다면 더 좋았을테데, 하는 아쉬움이다. (물론 뒤에 실린 ‘주요 미술 용어 해설’과 ‘연대표’는 더할 나위없이 고맙다.)
예를 들어 76쪽 만테냐에 대한 설명에서 도나텔로와 판 데르 베이던이 언급되는데 판 데르 베이던은 124쪽에서 소개되는 화가다. 그럴 경우 화가 이름 옆에 (124쪽 참조)라는 괄호 글이 명기되었다면 읽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또 도나텔로는 아예 이 책에서 언급되지 않는 화가인데 78쪽 베로키오에 대한 설명글에서 다시 언급되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럴 경우엔 각주를 써서 그 화가에 대한 간단한 설명글이라도 달아준다면 나 같은 문외한은 무척 고마웠을 것이다. 이런 아쉬움은 80쪽에서 기를란다요를 설명하면서 휘호 판 데르 흐스를 놓치고 멀리는 381쪽 이브 클랭에서 말레비치를 놓치면서 더 절실해졌다.
두 번째 아쉬움은 작품과 화가에 대한 설명글이 우선시되어 편집되다 보니 대부분 작품이 뒷 페이지에 가서 실린 경우가 많았다. 그럴 경우 페이지를 넘겨가며 작품을 확인해야 하니 번거롭다는 느낌이 든다. 설명글에 들어가기 전에 독자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먼저 가질 수 있도록 작품을 설명글 앞에 실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고대미술, 이탈리아 르네상스, 북유럽 르네상스, 17세기 미술, 로코코와 신고전주의, 근대세계의 탄생, 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 모더니즘과 현대세계로 구분된 목차는 시대별 구분과 양식별 구분이 뒤섞인 듯한 느낌이 들지만 읽는 데 큰 무리를 느끼지는 못했다. 미술사 전반에 걸친 대략적인 흐름과 화가들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접하기엔 적당한 책이란 느낌이 든다. 단지 이 책을 읽고 난 후유증이라면 이 책에 소개된 화가들 중 몇몇의 생애와 작품 여정에 좀 더 깊이 빠지고싶다는 목마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누군가가 미술이라는 크고 깊은 강 가장자리에서 서성이고 있는 나에게 좀 더 깊이 들어와보라고 속삭이며 유혹하는 것만 같다.
개인적으로는 모딜리아니와 쾨테 콜비츠, 조지아 오키프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없어 서운했다. 그러나 150장의 명화와 150명의 화가만으로도 소화해내기가 벅차므로 서운함을 접어 놓는다. 앞으로 미술과 관련된 책을 읽을 때 곁에 두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