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는 큰아이 학교 축제가 열리는 기간이었다.  개교 70주년 기념으로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동안 큰 행사를 치뤘는데, 우리 지니는 반 대표로 남장여자를 하게 되었다. 차라리 여장남자가 쉽지, 남장여자는 좀 애매한 면이 없지 않아서, 어떤 설정의 의상을 고를 것인가로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그러다 의견이 모아진 게 '해적'이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마침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 의상을 빌릴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지니는 잭 스패로우라는 캐릭터를 너무너무 좋아하는지라 참 잘됐다 싶기도 해서 지지난주 일요일에 직접 매장까지 찾아가볼 계획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 매장 점원 말이 할로윈 데이 때문에 벌써 한 달 전에 의상이 동이 났다는 거다.  어? 할로윈 데이?  그게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의상이 동이 날 정도로 유명해졌나.. 싶었다.  하긴 지난 번 에버랜드에 갔을 때에도 할로윈 축제라며 한껏 분위기를 잡아놓긴 했었다.  그래도 그건 놀이동산이니까, 핑계가 없어서 건수를 만들지 못해 안달인 놀이동산이니까 그렇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영어학원 같은 데서 할로윈 파티를 하긴 하지만 그거야 아이들한테만 해당되는 이야기 아니었나?  어른 의상까지 동이 날 게 뭐람...

당장 어렵게 결정하고 기대했던 의상이 좌절되자 지니는 잔뜩 실망하고 의욕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남장여자대회가 열리는 전날이 되어서야 아빠 양복이며 한복을 꺼내 놓고 입어 보았다.
옆지기의 검정 두루마기를 입기로 결정을 했는데, 문제는 헤어 스타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였다.

다시 인터넷을 뒤져 종로의 한 국악사에서 갓과 수염을 판매한다는 걸 알아내고는 대회 당일날 아침에 사다가 학교로 직접 날라다 줬다.  2등이라는 예상 밖의 좋은 결과를 얻긴 했지만 여전히 할로윈 데이의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이제 내일이면 할로윈 데이다.  갈수록 추석이며 한식, 단오 같은 명절과 절기는 간소화 되거나 사라지는 추세인데 빼빼로 데이니, 할로윈 데이니 하며 새롭게 생기는 행사들이 많아져서 어리벙벙하다.  내일 밤에 혹시라도 튀는 옷차림을 하고 우리집 초인종을 누르며 사탕을 달라는 아이들이 몰려오는 건 아닐까?  사탕 몇 봉지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호박 귀신이 생각나니까 호박죽이 먹고 싶어졌다.  내일 할로윈 데이 기념으로 호박죽이나 먹을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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