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은 지 몇 주가 지났다.
리뷰를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도무지 써지질 않았다.
리뷰 쓸 때 참고하려고 꽂아 둔 주황색 책갈피들이 가증스럽기만 했다.
결국 리뷰는 포기하기로 했다.
이 책의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 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 말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책 속에서 내 눈에 들어온 "인식과 지각"이란 말.
모든 변화가 거기에서 시작되리라는
그의 희망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기아에 대해 침묵하는 학교와 사회, 국가에 대해,
신자유주의니 글로벌화니 금융과두지배체제니 하는 것들 앞에서
금세 힘이 풀리는 우리의 무력함에 대해,
나의 대책없는 낭만적 취향의 동정심에 대해,
누구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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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대가로 다수가 절망하고 배고픈 세계는 존속할 희망과 의미가 없는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세계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와 정의를 누리고 배고픔을 달랠 수 있기 전에는 지상의 진정한 평화와 자유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서로 책임져 주지 않는 한 인간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정의에 대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 속에 존재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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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꽃들이 모두 꺾여진 봄은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
꽃들의 비명을 듣고 부러진 꽃대를 바라보는 것은 너무 괴롭지 않을까.
나의 무력함을 확인시키는 책이었다.
책장에 꽂힌 책들마저 무의미해 보이게 만드는 책.
말들만 무성한 세상이 거기 있었으므로.
갑자기,
책을 사는 데 쓴 돈으로 더 좋은 일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저렇게 책을 읽고도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맥이 풀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