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 손 아저씨 이야기 - 개성톡톡 다섯 가지 감각 이야기 1
파티마 델라 하라 지음, 전기순 옮김 / 풀빛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설정 자체가 무척 흥미로운 그림책이다.  단순히 눈, 귀, 코, 입, 손에 해당하는 오감을 설명하는 그림책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야기 속에 버무려져, 딱 부러지게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설명이 없더라도 일종의 ‘감’이 느껴지는 그림책이라고 할까?  과학이나 감각인지 쪽에 치중해서 바라본다면 부족함을 느끼겠지만 이 책들은 단순히 감각인지만을 위한 그림책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감각을 설명하면서 오감이 서로 돕는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 사람들마다 오감의 기호가 다르다는 사실 등등에 까지 이야기의 힘을 뻗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설정의 재미를 보면 1권 <척척 손 아저씨 이야기>에서 나오는 눈, 귀, 코, 입, 손이 함께 사는 빌라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초롱 눈 아가씨가 사는 맨 꼭대기 층엔 눈을 연상시키는 둥근 창문이 두 개 있다고 묘사하고, 뭉툭 코 아저씨가 사는 아래층은 얼굴에서 툭 튀어나온 코를 연상할 수 있는 ‘발코니 달린 집’으로 묘사했다.  그 아래층엔 살살 혀 아저씨가 사는데 수줍음이 많아서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고 묘사했는데 혀를 입술 밖으로 내미는 경우가 흔하지 않으니 이 또한 맞는 표현이다.  맨 아래 계단 뒷집에는 척척 손 아저씨가 살고 있는데(얼굴에서 손까지 가려면 목도 지나야 하고 어깨도 지나야 하니 계단을 지나야 한다는 표현도 맞다) 이 손 아저씨는 활동적인 모험가로 묘사된다. 밝은 귀 아저씨가 제일 먼저 이사를 왔기 때문에 따로 떨어진 좋은 집을 얻을 수 있었다는 글이 나오는데, 그것도 맞다.  눈, 코, 입과 따로 떨어져 얼굴 옆에 붙어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오감 중에 가장 먼저 발달하는 게 청각이라니까 제일 먼저 이사를 왔다는 것도 기막히게 딱 떨어지는 표현이다. 
여기 다섯 이웃이 모여 사는 빌라 그림이 있다.  사람의 얼굴을 닮은 집이 재미있다. 

 



또 하나 눈여겨 볼 특징은 다섯 가지 감각을 따로 떨어진 개별적인 감각으로서가 아니라 각 감각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의 감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이야기가 3권 <뭉툭 코 아저씨의 이야기>이다.  감기에 걸린 감각의 기능이 떨어진 뭉툭 코 아저씨를 돕기 위해 나머지 네 감각들이 나선다는 줄거리인데 후각이 잠시 그 기능을 잃는다 해도 눈으로 꽃과 새싹을 보고 귀로 새소리를 들으며 봄을 느낄 수 있으며 입으로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손으로 코를 주물러 후각의 회복을 도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서로 긴밀한 관계 속에 있는 다섯 감각을 생각하게 해 준다.

이런 긴밀한 관계는 혀 아저씨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털북숭이 초록빛 벌레들을 나머지 감각들이 싹 청소해 주는 2권 <살살 혀 아저씨 이야기>나 해변의 생선구이 파티 중에 누구보다 먼저 폭풍우의 기운을 알아채고(역시 눈은 정보수집능력에서 다른 감각보다 한 수 위다.)집안으로 대피시키는 4권 <초롱 눈 아가씨 이야기>에서도 반복되는 걸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다섯 감각은 사람마다 다 똑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 사람마다 기호의 차이가 있어서 똑같은 것을 두고도 내가 느끼는 감각과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5권 <밝은 귀 아저씨 이야기>에서 밝은 귀 아저씨의 쌍둥이 동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밝은 귀 아저씨는 ‘그물 그네에 누워 가만히 주위에서 일어나는 소리들을 듣는 걸’ 좋아한 반면 동생은 ‘잠시도 가만있지를 못’하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다.  어떤 사람은 조용한 발라드를 좋아하는데 또 어떤 사람은 시끄러운 해비메탈을 좋아하는 경우를 청각에 해당하는 귀 이야기 속에 슬며시 담아 설명해놓는 작가의 센스가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더구나 전혀 다른 취향을 가진 밝은 귀 아저씨 형제가 서로 끌어안고 화해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서로가 다르다는 건 싸울 이유가 되지 않는다.’라는 글은 아이들 가슴에 새겨주고 싶은 좋은 명제이기도 했다.

감각에 대한 이야기가 그림책의 이야기 속에 버무려져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오감을 인지시키는 데 오히려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 책, 생각보다 꼼꼼하다.  각 권마다 맨 뒷장에 아이와 감각 인지 활동을 할 수 있는 팁이 있다.  예를 들어 후각의 경우 음식 냄새를 맡고 무슨 음식인지 알아맞혀 보게 한다든가, 좋아하는 냄새를 골라보게 하는 방법 등이 간략하게 소개되고 있고, 촉각의 경우 눈을 가리고 물건을 손으로 만져서 물건의 이름을 알아맞혀 보게 한다든가, 뜨겁고 차갑고 미지근한 온도 차를 느껴보게 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

늘 과학이라는 입장에 서서 따로 따로 구분해서 바라보던 다섯 가지 감각에 대해 보다 친근하고 다양하고 통합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그림책인 것 같아 흥미로웠다.  또한 작가가 다섯 가지 감각들에게 부여한 독특한 개성과 설정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한 번에 날름 삼켜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같은 그림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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