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모퉁이가 없다면
그리운 게 뭐가 있겠어
비행기 활주로, 고속도로, 그리고 모든 막대기들과
모퉁이 없는 남자들만 있다면
뭐가 그립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계집애들의 고무줄 끊고 숨을 일도 없었겠지
빨간 사과처럼 팔딱이는 심장을 쓸어내릴 일도 없었을테고
하굣길에 그 계집애네 집을 힐끔거리며 바라볼 일도 없었겠지

인생이 운동장처럼 막막했을 거야

모퉁이가 없다면
자전거 핸들을 어떻게 멋지게 꺾었겠어
너하고 어떻게 담벼락에서 키스할 수 있었겠어
예비군 훈련 가서 어떻게 맘대로 오줌을 내갈겼겠어
먼 훗날, 내가 너를 배반해볼 꿈을 꾸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말이야

골목이 아냐 그리움이 모퉁이를 만든 거야
남자가 아냐 여자들이 모퉁이를 만든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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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도 모퉁이를 만들 줄 알던데..
모퉁이를 돌고 돌고 또 돌아도 보이지 않는 사람.
모퉁이를 돌고 돌고 또 돌아서 결국은 제자리에 오게 된 내 모습이 서러워
주저앉게 만들 줄도 알던데...
모퉁이 없었다면,
그 사람과 내가 어떻게 부딪쳐 만날 수 있었겠냐마는..
누군가를 숨기기도 하고
누군가를 드러내기도 하는
길 모퉁이에서

마냥 기다리고 서 있을 수도 없는 나는 어쩌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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