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수업.
도서관으로 미술놀이 하러 가자니까 좋아하며 따라나선 비니.

맨 먼저 도서관 야외 탁자에서 요구르트와 과자를 간식으로 먹고.. (꼭 챙겨야 하는 중요한 절차다) 강의실로 올라갔다.

일단 신나게 공놀이 한 판.
큰 공, 작은 공, 빨간 공, 파란 공, 초록 공, 노란 공, 축구공, 농구공...
갖가지 공을 가지고 던지고, 발로 차고, 굴리고, 야단법석...
비니는 여러 아이들 틈에서 공 좇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많은 공들을 아이들은 선생님께 기꺼이
가져다 바치며 선생님과 눈을 맞춘다.
선생님의 위대한 힘이여...
그 많은 공이 순식간에 치워졌다.
심지어 한 쪽으로 치워진 책상과 의자 틈에 끼어 있는 공까지, 샅샅이 찾아서 선생님이 들고 있는 저 커다란 비닐 봉지 안에다 얌전히도 갖다 넣는 모습이라니..

스펀지 질감의 작은 공에 물감을 묻혀 종이에 콕콕 찍기도 하고 데구르르 굴리기도 하고 양손으로 잡고 꽉 쥐어짜기도 하는 놀이를 했다.
나중엔 종이에 주르르 흐른 물감을 손과 발로 마구 문지르기도 했다.
비니와 나의 손과 발이 슈렉의 피부색과 똑같아 졌다.
비니는 뭐랄까.. 즐겁게 깔깔거리며 웃을만도 한데, 모든 작업에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임한다.


오늘도 수업을 끝내고 나면 대성통곡 우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얌전히 선생님께 '안녕히 계세요' 인사까지 하고 강의실을 나왔다.
집에서부터 울면 안된다고 다짐을 해둔 보람이 있었다.
지난 번 숙제 검사..
ㅎㅎㅎ 선생님이 비니 것을 보더니 검은 수영복 입은 여자를 가리키며 "이 사람은 누구야?"하고 물으셨다.
우리 비니 "....... 엄마요"
ㅋㅋㅋ 비니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