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 (심스 태백 / 김정희 옮김 / 베틀북)
비니가 만난 세번째 심스태백 그림책. 지니와 뽀가 어렸을 때 읽어주었던 그림책이기도 하다. 지니가 반가운 마음에 펼쳐 읽어보더니 낄낄 거린다. 너무 어려서 세심하게 보지 못하고 지나갔던 부분들, 신문기사라든가, 콜라주기법이 선사하는 재미들이라든가, 액자에 담긴 글귀들; 편지, 벽에 붙은 포스터 속에 작은 글씨로 쓰여진 동요들(어린 송아지가 부뚜막에 앉아.)등등을 눈여겨 보며 어릴 적엔 느끼지 못했던 자잘한 재미들을 만끽했다. 비니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자켓모양, 조끼모양, 목도리나 넥타이, 손수건, 조그만 단추 모양으로 뚫린 구멍들이 비니의 흥미를 끈다. 심스태백 특유의 익살맞고 화려하고 아지자기한 그림들이 비니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그림보는 재미로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비니가 좋아하든 말든 내가 즐거워 읽어주는 책이기도 하다.
쏘피가 화나면-정말,정말 화나면...(몰리 뱅 글,그림 / 이은화 옮김 / 케이유니버스(주))
그림책과 관련되 책들에서 자주 소개받곤 하던 책이다. 상상했던 것보다 그림의 색감이 화려하고 특이하다. 전에 책에서 이 그림의 윤곽선을 눈여겨보라는 충고를 들었었는데, 과연 아이의 심리에 따라 제법 굵은 그림의 윤곽선의 색깔이 바뀐다. 화가 난 아이가 집을 뛰쳐나가 자기의 감정을 다스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글이 그리 길지도 않고, 형제가 있는 집이라면 아니면 친구들끼리라도 늘상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비교적 어린 유아들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다. 거기다 화려하게 펼쳐지는 색들은 아이의 눈을 정신 못차리게 할 것이다. 심스태백의 그림책이 보여주는 색의 화려함이 비교적 아기자기한 맛을 띠고 있다면 이 책의 색은 보다 원색적인데다가 화가 난 쏘피의 감정 탓인지 과격함이 느껴질 정도.
벌레가 좋아 (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조은희 그림/ 최재숙 옮김/ 보림)
책표지의 제목 글씨체가 '궁서체'인데다가 어쩐지 우리나라 그림책 냄새가 진해서 우리작가의 그림책인 줄 알았다. 알고보니, 고전이 된 그림책 <잘자요, 달님>의 작가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글에 우리나라의 동화그림작가인 조은희님이 그림을 그린 것. 왜 그랬을까?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이 그림을 남기지 않았던가 아니면 작가의 그림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나라 아이들의 정서와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인지는 모르겠다. 책 앞뒤를 살펴봐도 그에 대한 언급이 없다. 각종 벌레들이 나와서 비니는 흥미로워했다. 그런데 벌레의 이름이 나오는 게 아니라 검정벌레, 초록벌레, 얌체벌레, 심술벌레, 덩치벌레, 멋쟁이 벌레 등등으로 벌레의 특징과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아이들이 벌레를 친근하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원작의 그림은 어땠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