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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젤 꼬질꼬질한 과학책 - 바퀴벌레에서 코딱지까지 숨은 과학 찾기
임숙영 지음, 김이랑 그림 / 웅진씽크하우스 / 2005년 8월
평점 :
더러운 내용의 책이라는 거 알고 주문했다. 아이들의 심리를 잘 이용한 책이구나 싶었다. 똥이라든가 방귀라든가.. 그런 소리를 들으면 "우웩~"거리며 다소 과장된 몸짓과 언어로 거부감을 표현하면서도 재밌어서 낄낄거리는 게 아이들이니까.
막상 책을 받아 펼쳐보고는 아이들도 그렇지만 나도 "으악~"하고 말았다. 그림 그리신 김이랑님, 정말 리얼하게 잘 그리셨다. 그림만 보고도 난 읽기가 두려워지건만 아이들은 냉큼 집어들고 자기방 침대 속으로 들어가 눕는다. 중학생 딸래미는 책을 읽고 있자니 몸이 가려워진다며 몸 여기저기를 벅벅 긁어대가며 읽고, 초등학생 아들래미는 책읽는 중간중간 "으악~". "아, 정말 드러워~".를 연발해가면서도 눈을 못떼고 있다.
나? 나는 아이들이 읽고 전달해주는 이야기를 미리 듣고 각오를 단단히 한 뒤에 틈틈이 화장실에서 읽었다. ^^ 식탁위에서나 거실에서나 아니면 잠자리에서 읽고 나면 그 자리를 견디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과학소년>이라는 잡지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든 거라는데 <과학소년>이라는 잡지까지 궁금해지게 만든다. 아들이 구독해서 읽고 있는 <어린이 과학동아>를 끊고 <과학소년>으로 바꿔볼까 하는 유혹에 잠시 흔들렸다.
진지하고 깊은 내용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너무 당연한 얘긴가?)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이 책은 재미삼아 읽을만한 초급 과학상식 수준의 책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책이 사랑스러운(?) 이유는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진지한 내용의 책들 사이 사이에 가끔 한 번씩 이런 책을 끼워주는 것도 바쁘고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는 도시의 우리 아이들의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억눌러 두었던 욕구를 해소해 버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함께 낄낄거리기엔 더없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