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 아빠 맘대로 아들 작은거인 10
오은영 지음, 소윤경 그림 / 국민서관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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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 아빠 맘대로 아들, 제목만 보고 생각한다면 막나가는 콩가루 집안 이야기일 것 같지만 꿈을 향해 나아가려는 아빠와 그것때문에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어린 아들 종기가 서로의 입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합일점을 찾아가는가 하는 이야기다.  아니, 의사라는 그럴듯한 직업을 내팽개치고 옹기장이가 되려는 아빠만이 아니다.  아빠때문에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솔전리라는 시골로 이사하고 전학을 해야 했던 종기가 만난 사람들, 수경이와 대주의 마음과 입장을 헤아릴 수 있도록 마음 속을 깊게 하고 마음자리를 넓혀가는 과정의 이야기다. 

속담에 '남의 염병보다 내 고뿔이 중하다'라고 했던가.. 역지사지를 행함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다.  가족들 간에도 그렇고 친구간에도 그렇고, 친척과 이웃을 돌아봄에도 그렇다.  더군다나 일방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라면 누구나 바늘끝처럼 예민하게 굴 수밖에.. 그러나 역지사지는 고뿔걸린 사람이 염병걸린 사람의 딱하고 급박한 처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만 포함하는 것이 아닐게다.  역지사지는 염병걸린 사람이 고뿔걸린 사람의 가볍긴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사소한 증상들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쌍방향의 길 위에 있는 것일 게다.  책 속의 수경이 말처럼 우리는 모두 "동정을 바라는 게 아니라 이해를 바라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종기 아빠의 "라면 비법"'입에 맞는 물만 찾는 아쉬운 게 없는 애' 종기뿐 아니라  '샘물 한 방울이 얼마나 달콤한지 모르는 목마른 사람'인 수경이와 대주도 전수받아야 할 비법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옹기장이 아빠는 아들 종기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 '이니까' 함정에 우리 모두 빠지는 거야.  '아들이니까', '아빠니까', '부자니까 당연히 이해해 줘야 해' 그렇게.  난 이제 그 함정에 안 빠지고 싶다.  그 비법을 알았거든., 네 덕분에."

"바로 '라면 비법'이지.  '내가 아빠라면', '내가 아들이라면', '내가 가난하다면'하고 눈 감은 채 오랫동안 상대방 입장에서 보는 것야.  너도 한 번 해봐."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참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애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기네 아빠를 통해서는 옹기를 만들 때 나오는 피움불, 돋군불, 갈름피우기, 생질꾼, 건아꾼, 푸레독, 삼층 삼단 단지, 물그릇 등과 같은 생소하지만 정겨운 낱말들과 흥선대원군 시절의 천주교 박해에 대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올바른 직업관이란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만날 수 있고,  수경이에게서는 가정폭력과 호적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문제의 아들 종기는 자녀 입장에서의 대변인 역할을 충실히 행하고 있어서 "아이들이 맘대로 하는 게 고집부리는 거라면, 어른들이 맘대로 하는 건 독재라는 걸 왜 모를까?"라는 식의 가슴 뜨끔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래도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효한 건 이거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맘대로 생각할 때'가 있지만 '돋군불의 뜨거운 불길이 옹기들을 익히는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갈라져 있을 때보다 모일 때 더 큰 힘을 보여 줄 수 있으며, 그래서 '가마불이 내뿜는 열기는 옹기를 익히지만, 사람이 내뿜는 온기는 정을 익혀준다'는 것.

작가가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애쓴 만큼 아이들에게 던지는 생각거리가 많은 책이다. 이야기를 자칫 잘못 풀어냈다면  따분하거나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도 그다지 껄끄럽지 않은 흐름을 만들어낸 걸 보고 작가의 이름을 다시 확인해 보기도 했다. 특히 종기가 독 속에 숨었다가 과거 속으로 들어가 동자승을 만났을 때 갑자기 뜬금없이 이야기가 왜 환타지로 빠지나 했었는데 그 동자승이 오대조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이어지고 결국은 종기네 아빠의 옹기장이 꿈과 엮이는 걸 보고는 이야기를 짜기 위해 작가가 무척 고민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책의 그림이 황선미님의 <일기감추는 날>의 그림을 그린 소윤경님의 그림이다.  밝고 경쾌하고 익살맞은 그림들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아이의 마음 속 풍경을 참 잘 그리는 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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