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버스데이
아오키 가즈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가까운 관계의 사람에게서 상처받기 쉽고 그 상처는 치유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살아가면서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실감할 때가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스카라는 여자 아이는 가족으로부터 무시당하고 상처받으며 목소리를 잃어버린다.   말 한마디로 사람이 얼마나 상처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짓궂은 오빠 나오토와 체면을 중요시하고 완벽성만을 추구하는 엄마와 아빠는 5학년 짜리 여자아이 아스카에게 잔인한 말을 서슴지 않는다. 아스카에게 자애로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할아버지는 아스카가 자기 상처를 어루만지고 보듬을 수 있도록 지혜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연을 가까이 하도록 도와준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던 아이'였던 아스카가 집으로 돌아가 차츰 자기의 가치를 찾으며 학교의 집단 따돌림문제에 적극 개입을 하는가 하면 중증장애를 가진 메구미와 우정을 나누고 자기에게 상처를 주었던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누군가 나를 따뜻한 눈길로 지켜봐주고 있다는 느낌, 상처받았을 때 언제라도 달려가면 내 편이 되어 위로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커다란 힘이 되고 용기가 되는 것 같다. 아스카 역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해와 격려 속에서 자기를 찾았고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으니까.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 아스카가 친구들과 선생님, 아버지와 엄마로부터 “HAPPY BIRTHDAY"라는 축하의 말을 들을 때 나도 마음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책의 삽화가 다분히 순정만화적이다.  어쩌면 십대의 아이들에게 더 친밀하게 다가설 수 있기 위해서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순정만화 투의 삽화가 이야기의 깊이를 깨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일본 이야기라는 노골적인 피켓시위같은 그림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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