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 유령이 내게로 왔어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글,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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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가만 보니 이 사람, 참 대단한 사람이다.  <세친구 요켈과 율라와 예리코>를  읽을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오이대왕>을 거쳐 <깡통소년>을 지나 <수호유령이 내게로 왔어>까지 읽고 보니 다음에 읽을 뇌스틀링거의 작품이 기대된다. 

수호천사가 아니라 수호유령이다.  로자 리들이라는 이름의 이 유령은 날아다니지도 못하고 평발이라 걸어다니는 일조차도 쉽지 않은 뚱뚱하고 별로 매력적이지 못한 아줌마 유령이다.  하지만 불타오르는 정의감 하나는 누구 못지 않게 뜨거워서 종종 사람들 일에 끼여들어 못된 사람을 혼내주기도 하고 곤란한 지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기도 한다.  로자 리들이 유럽 전체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노동자 유령이 된 사연도 감동적이다.  이 유럽 전체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노동자 유령 로자 리들은 겁이 너무 많은 소녀 나스티의 수호유령이 되기로 한다. 

<오이대왕>이나 <깡통소년>처럼 이 책도 '재미있다'는 말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다.  일단 2차 세계대전이라는 배경이 등장한다.  나치와 유대인, 그리고 아무말도 없이 지켜보는 방관자들이 있다.   책 중간에 에피소드처럼 신경질적인 엄마와 그런 엄마의 폭력 앞에 울고있는 아이도 등장하고 성질 고약한 아빠에게 뺨을 얻어맞곤 하는 나스티의 학교친구 하네스도 등장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검소함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전쟁이 나야한다고 떠들어대는 에곤 삼촌도 있다.  학교, 성적, 친구 문제라든가 나스티가 꿈꾸는 작은 '혁명'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한 권의 동화 속에다 이렇게 많은 것을 풀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것도 이야기의 재미를 해치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누구나 생각해 보게 되는 거겠지만,  나도 '내게 수호유령이 생긴다면...'하는 생각을 해봤다.  하루하루가 재밌어질 것 같다.  다정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로자 리들같은 수호유령이라면 언제 찾아오더라도 대환영이다.  우리 아들 딸들과 대화에 어려움을 느낄 때라든가 가끔 남편이 서운하게 굴 때라든가, 아니면 좀 더 크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개혁에 손을 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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