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하늘말나리야 - 아동용,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1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결손가정이라는 공통된 배경을 가진 세 아이가 있다.  부모의 이혼때문에 아빠 없이 엄마와 사는 미르, 어릴 적에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재혼을 해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희,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와 둘이 사는 선택적 함구병을 앓고 있는 바우. 그 셋은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눈빛을 가진 아이들이다.  서로에게서 자기와 닮은 눈빛을 찾아내는 아이들이다. 

미르는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와 헤어져 엄마를 따라 달밭마을로 이사오게 된다.  아직은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싫은 자신의 처지때문에 바우 말마따나 엉겅퀴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아이다.  슬프고 화나고 상처받은 자기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잔뜩 가시를 세우고 아무에게도 곁을 주지 않는 그런 아이다.  

소희는 어릴 때 부모와 헤어져 부모에 대한 그리움조차도 남아 있지 않은 아이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너무 일찍 철들어 버린 모습이 오히려 마음 아프다.  자기 상처를 얼마나 잘 끌어안는 아이인지 당당하고 사려깊어 소희가 가진 그늘이 그대로 자기성장의 깊이로 느껴지는 그런 아이다. 

바우는 엄마를 잃음으로 세상과 통하는 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아이다.  그래서 말을 잃었다.  아무도 자기를 이해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에 가득찬 아이다.  자기 가슴에 담겨있는 엄마의 모습이 젊은 모습뿐이라는 걸 안타까워할 줄 아는 아이다. 그만큼의 감수성을 갖고 화가가 되기를 꿈꾸는 말없는 아이, 미르와 소희의 모습을 꽃으로 표현할 줄 아는 그런 아이다.

저마다의 상처를 가진 세 아이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만 하다.  철부지 어리광쟁이 같기만 하던 미르가 진료소 앞 오백년 느티나무의 한해를 지켜보며 성장한 흔적은, '미르에겐 느티나무가 그 동안 가렸던 잎을 다 떨구어 내고 위엄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봄에 가지마다 물이 올라 싹을 틔우기도 전에 나무 전체가 연둣빛으로 아련해지던 것, 잎이 나고 자라 청년처럼 싱거러워지던 것, 그리고 마지막 잔치를 벌이는 것처럼 단풍이 들던 모습..... 느티나무의 사계절을 다 지켜본 미르는 넓게 퍼져 있는 마음자리가 바로 나무의 본모습이라는 걸 깨달았다.' 는 글에서 드러나고 있다.  

소희는 할머니를 떠나보내고도 아이답지 않은 의연함으로 자기가 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한다.  작은집에서 자신을 탐탁치않게 여기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작은집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희의 말이 가기싫다는 말보다 더 가슴아프게 들렸다. 

바우는 입을 열기로 한다.  같은 눈빛, 비슷한 상처를 갖고 있는 미르와 소희를 지켜보면서 바우도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된 것이다.  '미르의 아픔을 알게 되고서야 비로소 바우는 자기 아픔을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미르에게도 자신의 아픔을 밖에서 바라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그러면 그 아이가 받은 마음의 상처도 좀 가벼워 질 것 같았다.' 그래서 바우는 미르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생각만 해두' 가슴이 뛰는 것이다. 

이금이님의 글은 단편보다 장편에서 더 빛나는 것 같다.  <유진과 유진>에서도 그랬지만 <너도 하늘말나리아>를 읽으면서도 글의 짜임새나 깊이가 더 조밀하고 섬세해져서 마음에 와닿는 파동이 더 오래가는 걸 느낀다.  언젠가 성장소설을 많이 쓰고 싶다는 이금이님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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