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옛이야기 신화편 - 전5권 한겨레 옛이야기 6
문명식 외 지음, 한창수 외 그림 / 한겨레아이들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몇 해 전에 아이들 사이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만화책에서 시작된 그리스 로마 신화 열풍은 한동안 출판시장을 뒤흔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 나는 아무리 헬레니즘 문화가 서양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은 마음이 들어 무척 고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그 열풍을 비껴가지 못하고 그 때 유행하던 를 사달라고 졸랐다.  마지못해 몇권 사주긴 했지만 그 출판사가 어찌나 원망스럽던지,,, 만화의 내용도 그림도 그 질적 수준이 심히 의심스러운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런 책에 무슨무슨 선정도서라는 딱지를 붙여서 아이들과 그 부모들을 현혹하는 작태가 한심스러워 보이기도 했고.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어려운 이름들을 척척 대는 아이들을 보면서 "너 우리나라 신화에 대해서는 좀 아니?"하고 물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시기에 발견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옛서적의 맛과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듯한 고운 표지와 튼튼한 제본에서부터 동양화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살린 그림까지 내맘에 쏙 드는 책이었다. 

아이들은 우리나라 신화라고 하면 단군신화나 주몽이나 박혁거세등의 시조 건국신화만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봤자 제주도 선문대 할망 쯤에서 멈추고 만다.  그리고 우리나라엔 창조신화가 없다는 한탄의 목소리도 들은 바가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우리는 천지왕이 세상을 창조한 이야기와 소별왕 대별왕이 두개씩이었던 해와 달을 하나로 만들고 인간세상과 저승세계를 다스리게 된 이야기, 삼신할머니가 된 당금애기 이야기를 비롯해서 저승을 지키는 오구신이 된 바리공주, 북두칠성이 된 강남국 일곱 쌍둥이, 성주신과 터주신이 된 황우양씨와 막막부인 이야기, 농사를 돌보는 신이 된 자청비와 문도령과 정수남이 이야기, 저승사자의 우두머리가 된 강림도령 이야기, 제주도 마을의 수호신이 된 궤네깃또 이야기, 서천꽃밭을 지키며 인간세상에 갖가지 꽃향기를 보내준다는 한락궁이 이야기, 원천강에서 사계절을 인간세상에 보내주는 선녀가 된 오늘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어릴 적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하며 장수하는 것들의 이름이라며 재미삼아 부르던 노래를 기억하시는지.. 이 책을 읽다보면 강림도령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그 문제의 동방삭을 만나게 된다.  동방삭이 뭔지도 모르고 외워 불렀었는데 왜 동방삭이 장수하는 것들의 이름 속에 버젓이 끼게 되었는지도 알수 있게 된다.  그 외에 부엌신이라고 알고 있는 조왕신도 황우양씨와 막막부인 이야기 속에서 한 몫을 하고 있고, 마을 어귀에 서있는 장승의 정체도 알 수 있다.

흥미진진한 우리네 신화가 "미신"이라는 오해와 편견 속에서 홀대를 받도록 버려두는 것은  우리 문화와 전통의 근원을 더럽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째서 그리스 로마의 신들은 미신이 아니라 서양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코드로 받아들이면서 우리나라 신화의 등장하는 이 매력적인 인물들은 무속인들의 전유물로 남겨두어야 하는 것인지 너무 아쉬움이 크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의 아이들이 그리스 로마신화만큼 우리나라 신들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우리나라의 신들도 모르면서 다른 나라의 신들에 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것은 새로운 사대주의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 신화가 아이들에게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우리나라 신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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