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는 당나귀답게 마음이 자라는 나무 4
아지즈 네신 지음, 이종균 그림, 이난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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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작가의 책은 처음 읽는 것 같다.  아지즈 네신이라는 작가가 궁금해서 뒷부분의 옮긴이의 말부터 펼쳐 읽었다.  풍자문학의 거목이라고 소개된 아지즈 네신은 터키 사람들에겐 '작은 거인'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짤막하게 소개된 그의 생애가 너무 크게 다가왔기에 그 별칭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말'과 '글'이라는 언어적 유희에만 충실한 사람이 쓴 글이 아니라는 마음이 들어서 오히려 글을 읽는 데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처음엔 페터 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책이 떠올랐다.  너무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자세한 부분까지는 생각이 나질 않지만, 현대사회의 개인주의와 단절감, 그리고 부조리를 우화형식으로 꼬집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라는 책도 떠오르고.. 읽으면서 통쾌함과 씁쓸함을 함께 느꼈던 책이라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걸 기대했었나 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책이었다. 앞에 소개했던 책들보다 더 큰 장점이라면 읽어내기가 더 쉽다.  그래서 앞에 소개되었던 비슷한 부류의 책들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데 비해서 이 책은 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두루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세되 황소가 우두머리로 뽑힌 사연'과 '기우제와 관절염'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치졸한 질투심과 어리석은 권력욕을 드러내고 있는가 하면, '위대한 똥파리', '어느 무화과 씨의 꿈', '세 가지 물건' 을 통해서 희망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한다.  '미친사람들, 탈출하다'를 통해서는 어느 편이 미쳤는지 판단이 안설만큼 꼬일대로 꼬인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서, '바위 밑 바위 앞'에서는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현명한 판단과 올바른 실천을 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비뚤어진 모습을,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내가 제일 운이 나빠'에서는 자기의 본분을 지키는 일의 중요함을,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연을 날릴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연날리는 기쁨을 맛보는 '연싸움'에서는 환경파괴의 심각함을 은근히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늑대들의 속임수에 휘말려 결국 늑대의 밥이 되고 마는 '양들의 제국'이라는 이야기에선 강대국의 침탈 과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위정자들이 어떻게 대중을 움직이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어쩌면 아지즈 네신은 이솝의 맥을 잇고 있는 작가가 아닐까.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내용도 그렇고, 짧은 이야기 속에 담긴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풍자도 그렇고..  꼭 현대판 이솝우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 속에 잠자고 있는 이솝을 깨우는 그런 책이라는 생각도 비집고 들어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이솝의 힘을 느낄 수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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