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야 누리야
양귀자 지음 / 문공사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아빠가 죽고 엄마가 집을 나가 혼자가 된  아이 누리의 인생역경기.. 다 읽고 나니까  마치 단편 드라마나 인간극장류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줄거리의 흐름은 누리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보호자이자 후원자가 되어준 누고 할아버지의 말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옛날에 우박이 내려도 가난한 농부 밭만 골라 가며 떨어진다고 안 카더나. 그렇지만 불행도 끝내는 지 힘에 지가 지칠 날이 있는 법인기라.  봐라.  지 아무리 거센 비바람도 때가 되면 다 잠잠해지지 않느냐. "라는.

지지리 복도 없고 하는 일은 제대로 되는 일도 없고, 좀 나아지나 싶으면 죽어라고 고생해서 모아놓은 돈 가지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고, 마음 나눌 좋은 사람끼리 모여서 행복하게 살려고 하면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이 생기고..  슬프다기 보다는 삶이 답답하게 여겨져 견딜 수가 없었다. 

양귀자씨가 어떤 이의 편지를 받고 쓰게 된 동화라는데, 그렇다면 나누리라는 아이가 이세상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다는 뜻인데, 어떻게 이런 삶을 견디고 살았을까 싶다.

불쌍한 아이 나누리의 인생역경기.. 나누리 혼자서 극복할 수 없는 역경이었다.  양귀자씨는 누리의 역경만을 바라보고 동정하거나 슬퍼하길 바라지 않는다.  누리가 역경을 헤쳐나가는 데 필요했던 사람들을 보라고 한다. 

찔레마을에서부터 누리의 좋은 친구로 남아준 필우, 누리가 서울에 올라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자기가 일하는 냉면집으로 데려가 의지가 되어주던 강자언니, 무서운 곡예단에서 구해주었을 뿐 아니라  누리와 함께 트럭으로 전국을 누비며 누리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주었던 영발이 오빠, 누리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원비를 해결해주고 일자리까지 마련해준 젊은 의사선생님, 그리고 누리에게 끝까지 힘이 되어준 누고 할아버지..

우리더러 그들처럼 되라고 한다. 누군가 사는 것이 힘들어 주저앉아 있을 때 망설이지 말고 손을 내밀어주라고.  마치 성서 속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말이다.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들의 숫자만큼 불행한 사람이 있고, 누군가가 행복하면 그 행복을 위해서 또 다른 누구는 대신 불행한지도 모르니까.

불행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세상에 대한 원망이 너무 깊어지지 않도록 마음을 써줘야 한다고, 어깨동무하고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역경을 혼자만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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