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닝스는 꼴찌가 아니야 사계절 아동문고 16
앤터니 버커리지 지음, 최정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제닝스는 꼴찌가 아니야>를 읽으며 내내 즐겁고 유쾌했다.  제닝스와 더비셔가 벌이는 말썽을 따라가다보면 '맞아, 어릴 땐 충분히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어.'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짓게 되는 것이다.

영국의 전교생이 79명밖에 되지 않는 조그마한 초등학교의 기숙사 - 온통 남자아이들 뿐이다 -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제닝스와 수줍음 많고 소심한 더비셔의 일상은 늘 사건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사건들을 제닝스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의 생각과 심리를 작가가 너무 잘 알고 써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건 하나 하나를 어쩌면 그렇게 애들 눈높이에 맞춰 구상해 써갔는지.. 감탄스럽다. 

한 가지 더, 제닝스와 더비셔가 말썽을 일으키는 배후엔  말썽을 일으키도록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상황들이 있다.  제닝스와 더비셔는 말썽을 일으킬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상황안에서 자기나름대의 대처법으로 움직였을 뿐인거다. 

정해진 시간 안에 달리기를 마치지 못하면 벌을 주겠다는 선생님 때문에 버스를 타게 된것이고, 자유시간에 아무 일도 안하고 그냥 노는 꼴을 못보는 선생님 때문에 우표사건이 터진 것이며, 학교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설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극장으로 제닝스와 더비셔를 들여보낸 삼촌 때문에 극장사건이 일어난 것이니까..

오히려 어른들 특히 윌킨스 선생님 같은 분은 제닝스와 더비셔의 말을 무시하고 귀담아 듣지 않는 잘못을 저지르고, 권위와 규율, 체면 등을 너무 중시하는 바람에 아이들의 순수한 생각을 짓밟는 우를 범하는 문제 선생님이다.  그런데 정말 살다보면 윌킨스 선생님 같은 어른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느닷없이 야단부터 치고 보는 어른들 앞에선 누구나 문제아가 되어버리고 마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 윌킨스 선생님이 연극에서 헨리 5세의 대사를 외우지 못해 당황하는 모습은 통쾌하다.  물론 윌킨스 선생님이야 선생님의 권위를 내세워 공연 당일 날 연극무대에 오르지 않겠다며 오히려 제닝스를 야단쳤지만 말이다.

그러니 제닝스는 꼴찌도 아니고, 천부적인 말썽꾸러기라고도 할 수 없다.  차라리 단순하다고 할 만큼 순수하다.  도토리에서 떡갈나무를 보는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라고 했던가?  아이들의 장난이나 실수를 말썽이나 문제행동으로 보지 않고 그 뒤에 숨은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도량을 가져야겠다.  아이들은 우리가 어떤 눈으로 바라보아 주는지에 따라 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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