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엄마 김순영의 아이밥상 지키기
김순영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몇 해전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모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되었던 내용을 책으로 발간했던 것인데, 방송이라는 매체가 가진 여러가지 제약들 때문에 미처 방송에 내보내지 못했던 것까지 묶어서 펴낸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며 우리가 무심코 먹고 있는 것들에 대해 얼마나 놀랐는지..

그 이후에 내 식생활패턴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먹거리에 대한 찜찜함은 늘 마음 한구석에 옹크리고 있어서 아이들 군것질거리를 사주거나 외식을 할 때면 개운치 않은 무언가가 찌꺼기처럼 남곤 했다.  알면서도 실천할 수 없었던 나와는 달리 '환경엄마'라는 별칭까지 얻어가며 '아이밥상을 지키'고 있다는 책 제목에 끌려서 책을 펴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 김순영씨가 우리 엄마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서라면 아이와의 싸움에서 엄마들이 당당히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제철 유기농 재료로 음식을 준비하고, 육류 위주의 식단을 바꾸고, 식용유의 사용을 자제하고, 현미밥을 먹고, 패스트푸드를 멀리한다는 갖가지 원칙들이야 이미 웬만한 주부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원칙들이다. 실천이 안되서 그렇지..

그런 원칙들 보다 이 책에서 더 유심히 봐야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엄마'로서의 저자가 그런 나쁜 먹거리들의 위험과 유혹으로부터 밥상을 지켜온 과정들이다.  아이들에게 식품첨가물과 유전자조작식품들에 대한 위험성을 알려주고, 아이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의 점심 식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하는 실천의 움직임들이 나에겐 더 크게 다가왔다.

책의 뒷부분에는 환경엄마 김순영씨가 제안하는 건강밥상 요리법들이 나와있다.  이유식부터 아이들 간식거리에 이르기까지 나와있는 요리법이 꽤 다양하다. 

책을 읽었으니 실천이라도 해봐야지 싶어 요리법 중에 현미식혜를 만들어 보았다.  현미라 그런지 일반식혜의 밥알 보다 거칠고 뻣뻣했다.  그래도 건강에 좋다는데... 저녁에 아이들과 남편에게 예쁜 그릇에 담아 냈다.  아이들과 남편의 반응. "이게 뭐야?" 

"뭐긴~~ 식혜지. 어서 먹어봐. 내가 특별히 공들여서 만든거야."

"근데 왜 시커매?"

"몸에 좋은 현미로 만들어서 그래."( 먹진 않고 자꾸 따져 묻는 애들과 남편에게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다)

"에이~~ 좀 그렇다."

마지못해 한모금 입에 떠넣더니, 우리 남편이 하는 말.

"난 됐다.  OO 엄마 다 먹어. "

그날 밤,  마누라가 건강에 좋다고 해서 만든 건데 애들 앞에서 그냥 '맛 괜찮네'하며 먹어주지 한 모금 먹는 시늉만 하고는 '너 다 먹어라'하면 어떻게 하냐며 난 남편에게 싸움을 걸었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밥상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은 고난의 길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건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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