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소년 - SF 미스터리, 4단계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3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프란츠 비트캄프 그림, 유혜자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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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소년, 인스턴트 아이, 결점을 제거한 고도의 생산과정을 거친 완제품이 바로 콘라트이다.  정말 티끌만한 결점 하나 없이 네모 반듯 완전무결한 아이다. 학교에선 늘 '보기드문 천재'요 '모든 어린이의 모범'이라는 극찬을 받아서 어른들을 기쁘게 하는 아이다.  그래서 정이 안가기도 하지만..  반면에 바톨로티 부인은 "차분하게, 단정하게, 얌전하게, 목표, 진지함, 규칙적, 교육적, 공손한 예의, 전통, 주부, 적절하게, 순종적으로'따위의 말을 가장 싫어하는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사람이지만 청소, 빨래, 식사준비에 있어선 낙제감이다.  

콘라트는 정말 구제불능이다.  싸울줄 도 모르는 겁쟁이에다가 선생님께 일러바치는 고자질쟁이 배신자다.  시험볼 때 좀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안면몰수하고 가르쳐주지도 않는 치사한 녀석이다.  혼자만 잘나가지고는 다른 애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나쁜 녀석이다.   바톨로티부인은 좋은 엄마다.  아이를 위해서 집세를 내기 위해 모아둔 돈과 비상금을 아낌없이 털어내는 희생적인 엄마다.  아이가 어디에다 장난감을 어질러놓고 놀던 전혀 방해될 게 없다는 너그러운 엄마다. 아이가 사탕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다정한 엄마다. 

이 책을 읽으며 맞닥뜨리는 문제는 우리가 어느 쪽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난 괜찮은 엄마일지도 모른다.  집을 늘 깔끔하게 유지할 만큼 청소를 잘하지는 못해도, 요리솜씨가 부족해서 아이들에게 풍성한 식탁을 차려주지 뭇해도,  아이들이 원하는 걸 다 해주지 못해도, 내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아이를 지각시킬 뻔한 적도 두어번 있지만 말이다..

배달사고로 만나게 된 콘라트와 바톨로티였지만 그 둘이 마음을 열고 정을 쌓아가고 마침내 바톨로티는 콘라트에게 고백을 받는다 " 엄마가 제 엄마예요. 그것도 좋은 엄마예요."라고.. 자신감을 찾은 바톨로티는 콘라트에게 뽀뽀로 화답하고, 배달사고를 수습하고 콘라트를 되찾아 가려는 하늘색 제복의 회사사람들로부터 콘라트를 지켜낸다.  (우리 엄마들 또한 아이들이 해주는 칭찬에 얼마나 약한가!)

그러니 콘라트가 어쩌구 바톨로티가 저쩌구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사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엇인지는 콘라트와 바톨로티가 말해주고 있다.  서로의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음을 열고 정을 나누는 것이라고.. 그렇게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기도 하는 거라고..

깡통소년을 읽었으니 오늘 하루만이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완제품"으로의 모습을 강요하지 말아야겠다.  나또한 "완제품"엄마가 아니니까.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이들이 아이들 세상에 마음 편히 있을 수 있게 해줘야겠다. 아이들의 실수를 너그러운 눈으로 보아주고 어질러놓은 아이들 방도 잔소리하지말고 치워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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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임이네 2006-12-06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완제품이라는 말에 저 쓰러집니다 .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는게 젤루 어려우니말이죠 ^^*

섬사이 2006-12-06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임이네님은 정말 잘하고 계신 것 같던데요.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챙겨주는 모습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니까요. 두아이 데리고 다니기 쉽지 않은데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