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대왕 - 사계절 1318 문고 7 사계절 1318 교양문고 7
크리스티네 뇌스트링거 지음, 유혜자 옮김 / 사계절 / 1998년 5월
평점 :
절판


그렇지만 어머니는 이미 너무 흥분한 상태였다.  그리고 큰소리를 내며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느 훌쩍거리면서 모든 것이 오이대왕 때문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다만 우리가 그렇게 생각할 뿐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오이대왕이 징그럽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가정에 나타났다면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로 취급받지는 않았을 거라고 했다.

적어도 나는 이 책이 의도하는 내용이 이 글 안에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할아버지의 말대로라면 중심인물 볼프강네 집이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라는 건데, 내 생각엔 '정상'적인 가정은 아닐지 몰라도 우리네 '평범'한 대부분의 가정의 모습이다.  평범한 셀러리맨 아버지와 주부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엄마, 성적도 우수하고 모범적인 사춘기 소녀 마르티나,  사춘기에 이제 막 들어선 말썽도 부리고 반항끼도 있는 평범한 중학교 1학년짜리 볼프강,  철없고 귀여운 막내동생 닉, 그리고 생각이 깊고 자상한 할아버지까지,, 뭐, 우리네 사는 모습과 다를게 뭐가 있냐 말이다.

볼프강네 집이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라고 할아버지에게 평가절하를 받는 이유는 가족들간에 마음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받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며, 가족 구성원들간에 진심이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이대왕이 나타나 가족들 개개인의 비리 아닌 비리들이 파헤쳐지자 겉으로 평온해 보이던 볼프강네 가정이 위태로워진다.  서로에게 감춰오던 것들, 속여왔던 사실들이 드러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도 가슴이 뜨끔했다.

오이대왕이 비열하고 못됐고 이기적이고 오만한 부정적인 캐릭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그런 오이대왕으로 상징되는 존재들이야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언젠가 우리 집에 오이대왕이 나타난다면? 우리가족은 오이대왕의 간사한 권모술수에 휘둘릴 것인가, 아니면 끄떡없이 우리가정의 튼튼함을 과시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가정 안에 진심은 얼마나 통하고 있는걸까..

볼프강의 아버지처럼 우리 가정안에서 '아버지''남편'은 나약한 일면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그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권위를 내세우고 소리지르고 하찮은 TV채널권에 집착하는건 아닌지..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관계에서 겪는 고민들에 우리는 얼마만큼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내가 읽은 뇌스트링거의 두번째 작품이다.  첫번째 작품 <요켈과 율라와 예리코>보다 좀더 깊이가 있고 구성이 탄탄하다.  서정적인 묘사가 절제된 보고서식의 그의 문장이 그의 개성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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