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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타 - 2단계 ㅣ 문지아이들 60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라합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린드그렌이 쓴 또 다른 동화 <라스무스와 방랑자>를 오랜만에 다시 꺼내 읽고서는 린드그렌이 그려내는 밝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세계가 그리워서 찾아 읽게 된 책이다. 라스무스가 고아원의 가난한 아이라는 다소 불우한 처지의 소년이라면 라디타는 좋은 부모님과 귀여운 동생이 있는 따뜻한 가정에서 자라나는 행복한 소녀의 이야기다. 좀 장난꾸러기라서 문제가 생기긴 하지만..
린드그렌의 글을 읽다보면 골치아픈 장난을 일삼는 아이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어른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장난 속에 아이들의 순수한 세계가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린드그렌의 책을 읽고 나면,,, 아들녀석이 친구들과 놀다가 바지를 튿어먹고 들어와도 "하하 다 아들 키우는 재미지, 뭐."하고 웃고 만다. 아들녀석도 나한테 야단맞을까봐 얼굴을 찌푸리고 잔뜩 주눅들어 집에 들어왔다가는 하하 웃는 엄마를 보고는 웬일인가 싶어 자기도 씩 웃는다. 막내 녀석이 자기가 우유를 컵에 따라보겠다고 하다가 우유를 식탁에 다 엎질렀다. 순간 식탁에 흐르는 긴장감... "하하하, 다 늦둥이 키우는 재미지, 뭐" 하고 웃으며 쏟아진 우유를 치우는 엄마를 의아하게 쳐다본다. 다 린드그렌의 책에서 얻은 힘과 여유 때문이라는 걸 아이들은 모른다.
어른들도 동화를 읽어야한다. 우리 어른들 안에 잠자고 있는 동심을 가끔은 흔들어 깨워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을 더 이해할 수 있고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도 된다.
마디타도 못말리는 장난꾸러기다. 우산을 펴고 지붕에서 뛰어내려 뇌진탕에 걸려 소풍에 가지 못하게 되어 무척 화를 내지만 친구들이 보내준 카드와 할머니의 선물에 금방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순수한 아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수 없는 이웃 오빠 아베를 위해 선물을 준비할 줄 아는 따뜻한 아이다. 요셉놀이를 하다가 동생 리사벳이 노예상인에게 팔려가버리자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자기의 잘못을 뉘우칠 줄 아는 사랑스런 아이다.
유복하고 따뜻한 가정을 가진 마디타의 장난이 하루종일 과자를 구워 시장에 내다 팔아야하는 생활고를 짊어진 이웃 오빠 아베나 크리스마스에 빈민구호소에서 빨간 새바지를 받았다고 자랑하는 가난한 아이 미아랑 마티와 비교해볼 때 부잣집 아이의 철없는 행동으로 보이는 감도 없지 않지만, 마디타는 그런 세상의 불공평함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느끼고 생각을 하는 의젓함을 보이기도 한다. 마디타가 가진 따뜻함은 부유하고 따뜻한 부모가 있는 마디타의 가정에 한정되지 않고 이웃들과의 관계맺음에서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베와 가정부 알바, 이다 아줌마, 그리고 아펠쿨렌 농장 사람들, 그리고 만나면 티격태격하는 마티와 미아가 바로 그들이다.
찾아보니 <마디타>는 그 후속편 <마디타와 리사벳>이 나와있다. 찾아서 또 읽어봐야겠다. 이번엔 마디타가 무슨 장난을 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