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혜화동 <마음책방 서가는>에 다녀왔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진행하는 심리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심리독서모임이라니,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 약속한 시간보다 10분 쯤 일찍 도착했다. 책방 분위기는 깔끔하고, 세련됐다. 주인장이 우아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이를 테면 저 엔틱(?)한 느낌의 책꽂이와 작은 책상, 촛대와 촛불모양의 전등.


           입구 왼편에 놓여있던 저 테이블 셋팅 같은 거. 
           책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 책방의 분위기가 어떨지 느낌이 왔다.


'마음책방 서가는'은  몸, 마음, 삶을 주제로 한 책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책방이다. '생각속의집'이라는 출판사가 만든 책방이기도 하다. 심리와 관련한 그림책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는 중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우울을 다룬 <굿바이 블랙독>과 불안을 다룬 <그림자아이가 울고 있다>가 바로 여기서 탄생한 것들이라고.






책방 안. 여기저기 레이스 테이블보. 역시 여성스럽고 우아한 취향. 난 그런 취향이 아니라서, 가끔 이런 분위기 속에 있으면 기분이 새롭고 좋다. 맨 아래 사진은 커다랗고 두터운 나무 테이블이 있었던 방의 한쪽 구석이다. 그 커다랗고 두꺼운 나무 테이블에 앉아서 모임을 했다. 남양주에서 오신 분, 안산에서 오신 분, 그리고 나. 3명이었다. 

고백하자면 난 독서모임 같은 걸 별로 해본 적이 없다. 예전에 도서관 책고르미로 활동하고, 도서관 상근자의 입장에서 책낭독 모임을 해본 적은 있다. 아, 신동호 시인과 함께 잠깐 책모임을 한 적이 있긴 하다. 그것도 도서관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그러니까 내 말은 순수자발적으로 참여해 본 적이 없다는 의미다. 책 읽기는 아주 은밀하고 사적인 경험이라고 믿는 편이었고, 굳이 그걸 다른 누군가와 나눌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남들 앞에 꺼내놓을 만큼 그럴듯한 느낌이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더 맞는 표현이다.) 가끔씩 읽은 책에 대해서 블로그 같은 데에 감상을 적긴 하지만 그것도 기억하기 위한 개인적인 기록의 의미가 더 크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낯선 사람들과 한 자리에 앉았다. 어색한 자리였다. 하지만 모임 내용의 충실 여부를 떠나서 나와 삶의 내용이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신선했다. 아, 이래서 독서모임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독서모임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눠야 다양한 관점들이 나올 것 같았다. 엄마들만 모인다거나, 20대 청년들만 모인다거나, 여자만 혹은 남자만 모인다거나 하지 말고, 되도록이면 다양한 나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이야기하고 듣는다면 훨씬 더 재미있고, 나를 확장시키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모인 사람들 모두 다른 관점을 수용하는 관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모임에서 선정한 책은 <에고라는 적>이다. 얼마 전에 이 책을 읽었던 건 다 이 모임 때문이었다. 사실 난 <에고라는 적>이 별로였다. 심리독서모임이라고 했는데, 왜 자기계발서를 읽으라고 하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다. 책방쥔장의 해명에 따르면 3월에 <프로이트의 의자>라는 책을 가지고 모임을 했기 때문에 '에고'라는 주제에 더 깊이 들어가보자라는 생각으로 제목을 보고 이 책을 선정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책선정에 미스가 있었던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에서는 '꽤 괜찮은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다르게 오직 '성공'만을 지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특히 모임에 참석한 사업경영자 분의 입장에선 공감가는 부분이 꽤 많아서 평가가 높아졌던 것 같다.  

4월엔 불안을 다룬 그림책 <그림자아이가 울고 있다>로 모임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4월에도 또 참석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독서모임이 신선하기는 했지만 "누군가가 정해주는 책 말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을 테닷" 하는 제멋대로 책읽기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한 탓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