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돈 말고도 세상에는 만족감을 느낄 거리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세상의 진보는 권력이나 돈, 이런 것에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 자신의 특별한 재능으로 특별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71)

인간은 죽을지언정 포기하면 안 되는 존재라고 헤밍웨이가 그랬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희망과 성공을 위해 인생의 모든 걸 쏟아붓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대부분은 성과 없이 사라져 갑니다. 그럼에도 우린 포기하면 안 됩니다. 좋은 인생이란 기술이나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영역이라고 믿습니다.

과연 나는 좋은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요? 인생과 싸우면서 좀 더 살아볼 생각입니다.

 

(85)

나이를 하나 더 먹는다는 것은 후회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

그때 그 일을 더 열심히 할 걸,

그때 그걸 선택할 걸,

그때 좀 더 참을 걸,

그때 그만 때려치울 걸,

그때 그에게 더 잘해 줄 걸,

그때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걸

후회할 일이 많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을지도 모를 인생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흘러가는 이 인생에 충실해야겠습니다.

 

(87)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무언가 꿈이 생겼음에도 그걸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돈이 없어서 실패할 거라는 두려움, 주위에서 손가락질할 거라는 두려움 등등. 두려움은 대개 최악으로도 최상으로도 흘러가지 않습니다. 운이 좋으면 좋은 쪽으로, 운이 나쁘면 나쁜 쪽으로 갈 뿐입니다.

 

(97)

제자와 사귀는 40대 노처녀 선생, 50대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20대 여대생, 남자 몸을 찾아 게이클럽을 들락거리는 게이, 사촌끼리 부부처럼 사는 커플, 스와핑을 하는 부부, 내가 보아온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모든 인간사는 나름대로 질서와 사정이 있고, 누군가에게 피해 없이 그 문화권 사람끼리 행복하다면 그건 우리가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우리가 진정 분노해야 할 문화는 사회구조가 아닐까요. 개인 정의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겐 사회정의가 더 필요해 보입니다.

 

(99)

조선 건국 이래 6백 년 동안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 어떠한 부정과 불의가 저질러져도, 강자가 약자를 짓밟아도 모른 척하고 외면해야 했습니다. 눈감고 귀 막고 비굴하게 살아야만 목숨 부지하고 살 수 있었던 6백 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하는 역사가 이뤄져야만 비로소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말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 출마 연설 중

반역의 현대사동학군은 반란군으로 불렸고 독립군은 테러 분자로 불렸고 반독재 투쟁은 빨갱이로 불렸고, 현재는 노빠로 불립니다. 내가 노빠인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름, 그 이름 노무현. 당신과 함께했던 시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이었습니다.

 

(219)

제대로 잘 맞은 공이 노골이 되기도 하고 빗맞은 공인데 골이 되기도 합니다. 어쩌겠습니까, 이것이 인생인데. 살다 보면 억울하고 원통한 일도 있고 의도치 않은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것이 역사이고 인생입니다. 결국은 집념이 강한 쪽이 승리하게 됩니다.

 

(226)

학명 : 흰수마자

분류 : 잉어목 잉어과

크기 : 6

서식장소 : 낙동강 상류 여울의 돌덩어리 사이

분포지역 : 한국 낙동강

4대강 사업으로 멸종

 

(312)

예술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세상의 중심은 세상이지 예술이 아니다. 예술의 역할은 따로 있다. 예술은 세상을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는 메시지만 주면 된다. 풍부함은 그 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킨다. 그리고 건강한 사회일수록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기 위해서 예술가는 누구보다 공부를 해야 하고, 도를 닦아야 한다. 그림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인생과 싸워야 하고 세상과 싸워야 한다. 그냥 싸우는 게 아니라 목숨 걸고 피 터지게 싸워야 한다. 그림과 싸우는 예술가는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지 몰라도 좋은 작품을 할 수는 없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거대한 산이 되어야 하고 하늘이 되어야 한다. 수도승 같은 철학자가 되어 세상 발전에 꼭 필요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이 과정은 지독한 고통을 수반한다.

세상의 냉대도 있고, 대중의 손가락질도 받아야 하고, 가족이나 친지의 잔소리도 견뎌야 하며, 경제적 고통과 외로움과도 싸워야 하고, 끝없는 실패도 맛보아야 한다. 그렇게 거장 예술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321)

거대한 타락이 승리하는 것이 한국의 운명이라면, 그 타락과 싸우는 것 또한 우리의 운명이다. 진정한 정의가 뭔지 아는 이들은 이 운명에 맞서야 한다. 적어도 시도는 해봐야 한다.

 

(363)

표현의 자유는 가장 소중한 민주주의의 가치이고, 우린 권력자를 뒷담화 깔 권리가 있다. 뒷담화 좀 깠다고 권력 있는 자들이 처벌하려고 드는 건 정말이지 치사한 짓이다.

우리가 재수 없어 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정치에 대해 시원하게 엿을 먹여야 한다. 이 사회가 타락한 근본 이유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396)

정치를 가지고 예술을 하는 것은 예술가의 특권이다. 우린 자유로운 사람이므로 예술가는 자유를 꿈꾸어야 한다. 그래서 정치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것은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성공한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와 사상이 서로 공존하며, 서로 존중해 주는 사회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예술 작품이 사랑받으며, 어떤 탄압도 없다. 민주주의가 덜 성숙한 사회라면 예술가가 나서야 한다. 어떤 불편함에도 굴하지 말고 과감하게 세상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것이 예술가의 숙명이고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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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공감필법 공부의 시대
유시민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반가운…]

, 유시민의 신간이 또 나왔네? 알라딘 서점에서 제공하는 문자서비스를 보고 든 생각이다. 페이지도 백여 페이지 밖에 안되는데 가벼운 책이다. 디자인도 좋았다. 바로 구매를 하고 읽었다. 유시민 팬이니까. 이 책은 원래 단행본으로 기획한 책은 아니라고 한다. 출판사 창비 50주년 기념으로 여러 사람들이 강연을 했었고, 그 강연을 한 권의 책으로 엮으려고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기획이 바뀌어 한 사람 당 한 권으로 책을 내기로 했다고 한다. 유시민은 솔직하다. 머리말을 통해 공저로 책이 나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큰 걱정하지 않았는데, 따로따로 책을 낸다는 소식을 듣고 난처했다고 소견을 이야기했다. 강연을 그대로 책으로 내기에는 강연 내용도 그동안 다른 책을 통해 한 이야기고, 분량도 적어서 한 권으로 내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원고를 대폭 수정을 해서 냈다고 한다. 바로 이 책이다. 그리고 일부 내용은 그 동안 자신이 썼던 책들의 내용과 중복되는 점에 양해를 구했다. 난 상관없다. 그의 가르침은 여러 번 들어도 좋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책 디자인만으로도 책값은 충분히 했다.

               

 [책읽기]

이 책은 유시민이 작년부터 해 온 글쓰기에 관한 글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유시민은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책은 어떤 영향을 줄까? 분명 책은 읽는 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커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의 생각과 철학이 바뀌었다. 그 변화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 변화에 유시민도 큰 역할을 했다. 유시민은 이 책에서 그런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치권력자가 제 입에 맞는 역사교과서를 만들려고 하는 것도 바로 책의 그런 특징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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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책 속에 심어놓은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계와 인간과 나 자신을 더 깊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공부의 한 면이고, 그렇게 해서 생각하고 느낀 것을 문자로 옮기는 글쓰기는 공부의 다른 면입니다. 세상을 대하고 나를 대하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나 방식을 정할 때, 우리는 독서를 통해서 얻은 정보와 지식을,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활용해요. 그래서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는지에 따라서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바뀌며, 감정과 생각이 달라지면 행동도 달라집니다. 정치권력자가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려 한다면, 그것은 바로 그런 점을 알고 하는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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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쓴 책들은 거의 대부분 다 읽었다. 많은 사람들이 유시민의 책 중에 최고로 뽑는 책이 <거꾸로 읽은 세계사>이다. 하지만, 나는 <청춘의 독서>를 손뽑는다. 유시민이 대학교에 입학하는 딸에게 추천해주는 책들에 관한 책이다. 그런데 유시민은 그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딸에게 추천해주려는 것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읽은 책들을 다시 읽어보니, 그때와는 다른 감정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것이 신기해서 어렸을 때 읽은 책들 중에 감명깊게 읽은 책들을 다시 읽으면서 쓴 책이 바로 <청춘의 독서>라는 책이라고 한다. 그렇게 책을 해석하는 자세가 달라지면 또 우리 삶도 달라지게 된다. 나도 예전에 읽다가 중도 포기한 책들을 한번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시민이 <청춘의 독서>  2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그의 아들이 대학교 입학할 때 즈음 쓰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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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

저 같은 먹물은 그럴 때 책을 폅니다. 지금까지 내가 텍스트를 읽으면서 얻은 지식과 정보와 감정을 활용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를 결정해왔는데 뭔가 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옛날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어려서 읽었을 때하고는 무척 다르더군요. 신기했어요. 그래서 쓰게 된 책이 <청춘의 독서>(2009)입니다. 그 책을 쓰면서, 내가 달라지면 같은 텍스트도 다르게 해석하게 되고, 텍스트를 다르게 해석하면 그 해석을 토대로 한 삶의 태도도 달라진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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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응답]

이 책은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강연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래서, 강연때 나온 질문과 답변을 정리하면 책 뒷편에 실어 놓았다. 그 중에 우문에 대처하는 현문들 몇몇 발췌해 보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새겨 들어야 할 말들이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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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자식 기르는 부모로서 제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이 왜 있느냐? 세상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주려고 자식이 있는 거랍니다. 공부를 잘 하든 그렇지 않든 다 그렇다는군요. 고마운 분들이지요!

(130)

책에서 위로받고 싶다면 위로받을 준비를 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스스로 책에서 위로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준비가 된 사람만 위로받을 수 있어요.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제가 직업 정치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부사>가 눈에 들어온 거죠. 정치에 계속 미련이 있고, 낙선한 게 분하고, 다음에는 꼭 당선되고야 말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었다면 그 문장이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사람은 <어부사>가 아니라 <손자병법>을 읽어야 합니다. 다음에 이렇게 하면 이길 수 있겠다,그런 희망을 찾아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죠. 결국 책 속에서 위로를 발견하는 건 책을 읽은 사람 자신이에요.

(131)

야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진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너무 자주 위로받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함부로 남을 위로하려고 하지도 마시고요. 삶은 원래 고독한 것이고, 외로움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감정입니다. 견딜 만큼 견뎌보고, 도저히 혼자서 못 견뎌낼 때 위로를 구하는 게 좋은데, 요즘은 다들 위로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그런 게 좀 못마땅합니다. 청년단체 같은 데서 강연 요청하면 꼭 ‘힘들게 사는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러거든요. 그러면 저는 ‘죄송합니다. 강연 못 합니다. 그래요.남에게 위로를 구하기보다는 책과 더불어 스스로 위로하는 능력을 기르는 쪽이 낫다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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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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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이건 부끄러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사생활에 대한 문제다. 사생활은 나에게 속한 나만의 삶이다.

놈들이 내게서 사생활을 조금씩 빼앗아가고 있다. 감방으로 다시 걸어가는 동안, 나는 이렇게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규칙을 어기며 살아왔으면서도 용케 벌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다. 어쩌면 이게 정의일지도 모른다. 내 과거가 나를 벌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학교를 땡땡이쳤기 때문이 아닌가.

 

(176)

슈퍼 에이즈라는 새로운 질병이 있다고 치자. 슈퍼 에이즈에 걸린 사람은 백만 명 중 한 명이다. 누군가가 99퍼센트의 정확도를 보이는 슈퍼 에이즈 탐지기를 만들었다. , 99페센트의 확률로 정확한 결과를 내놓는다는 이야기다. 검사 대상이 감염되어 있으면 참, 건강하면 거짓을 내놓는다. 그걸로 1백만 영을 검사한다.

슈퍼 에이즈에 걸린 사람은 1백만 명 중 1명이다. 하지만 그 검사에서는 100명 중 1명이 허위 양성반응을 보일 것이다.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도 검사에서는 슈퍼 에이즈로 나오는 것이다. ’99 퍼센트의 정확성 1 퍼센트의 오류를 의미한다.

1백만 명의 1퍼센트는 얼마인가?

1,000,000/100 = 10,000

슈퍼 에이즈에 걸린 사람은 1백만 명 중 1명이다. 무작위로 1백만 명 중 1명이다. 무작위로 1백만 명을 검사하다 보면 진짜로 슈퍼 에이즈에 걸린 1명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검사는 1명이 아니라 10,000명을 슈퍼 에이즈 환자로 식별할 것이다.

99퍼센트의 정확성을 가진 검사는 다시 말해 99.99퍼센트의 부정확성을 보여줄 것이다.

이것이 허위 양성 반응의 역성이다.

 

(245)

미국을 창설한 사람들은, 정부가 우리를 위해 일한다고 우리가 믿을 수 있을 때까지만 유지될 것이며, 우리가 정부를 믿지 못할 때에는 뒤집어엎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말이 그 뜻 맞죠?”

 

(390)

미디어 먹이사슬 최상위에는 <뉴옥 타임즈>가 있는데, 불행하게도 이 신문사는 사실 확인에 대해서는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 취향을 갖고 있었다. 그 신문사가 취재하라며 보낸 기자가 결국 모나코 호텔까지 추적했는데, 호텔에서는 실제액션롤플레잉 주최자들을 소개해주었고, 주최자들은 껄껄 웃으며 모든 이야기를 기자에게 털어놨다.

그렇게 상황이 흘러가자 실제액션롤플레잉은 아주 유치한 게임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극악한 사기꾼이자 괴상하고 병적인 거짓말쟁이로 알려졌다. 의도치 않게 우리에게 속아서 구시대 사람들 이야기를 보도했던 언론들이 실제액션롤플레잉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믿기 힘들 정도로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보도함으로써 오보를 벌충하는 사이, 학교에서는 찰스가 아무나 닥치는 대로 붙잡고 대릴과 내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실제액션롤플레잉 게임에 가장 열심히 참여하는 멍청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479)

우리가 그들을 투표로 뽑았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월급을 줍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들은 우리 편이어야 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자유를 수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우리의 신뢰를 배신했습니다.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직 시간이 많습니다. 밖으로 나가 찍을 사람이 없다며 투표를 포기한 이웃 사람 다섯 명을 찾아낸 시간은 충분합니다.

이웃들에게 말하세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다짐을 받으세요. 고문 기술자들과 조폭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만 바닥에 있는 무덤에 누워 있는 내 친구들을 비웃던 사람들에게서 우리 나라를 되찾자는 다짐을 받으세요. 그리고 자기 이웃들에게도 이야기하겠다고 다짐받으세요.

우리 대부분은 찍을 사람이 없어서 기권을 했습니다. 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는 자유를 선택해야 합니다. 부디 자유에 투표하세요.

제 이름은 마커스 얄로우입니다. 저는 이 국가에게 고문당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 나라에 살고 싶습니다. 저는 열일곱살입니다. 저는 자유로운 국가에서 자라고 싶습니다. 저는 자유로운 국가에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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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꽃이다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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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문화식민지]

2권의 시작은 우리나라 교육의 또하나의 문제점, 영어 광풍에 관한 이야기였다. 모든 학생들이 영어 공부에 올인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외국인 강사를 통해 조정래 선생님은 비효율성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모든 학생들이 영어를 쓰는 직업을 갖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영어를 가르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말에 동의한다. 물론 영어를 할 줄 알면 좋겠지. 하지만, 자신의 언어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나라가 나서서 그러니, 좀 창피하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로 인정받고 있는 고유의 언어가 있는 나라에서 말이다. 그런 영어 광풍의 발맞춰 원어민 강사들이 한몫하려고 우리나라에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어떨 때는 검증이 되지 않은 이들로 하여금 문제를 일으키도 하고… 이 소설에서도 두 원어민 강사들이 그 현상에 대해서 주고 받는 부분이 있었다그러면서, 그들은 우리나라를 자발적 문화 식민지라고 이야기했다. 이것은 그들 뿐만 아니라 미국 시민 전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미군 부대의 범죄도 끊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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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언어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말 고등학교 때 배웠지? , 언어는 인간의 영혼을 경작한다는 말도. 지금 한국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우리 미국의 문화식민지가 되려 하고 있어. 우린 얼마나 고마운 일이야? 벌써 그 현상들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그 많은 아파트들의 이름이 거의 다 영어고, 그 많은 상점들의 간판도 날마다 영어가 늘어나고 있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들의 브랜드도 거의 다 영어고, 심지어 텔레비전 프로그램 이름이나 한글 신문들의 지면 타이틀까지도 영어투성이야. 이런 식으로 한 20년쯤 가면 한국은 어떻게 되겠어? 자기네 글 천대하고 우리 영어 떠받드는 문화식민지로 변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 너와 나 같은 사람은 위대한 공헌자가 되는 거고.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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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나도 여전히 시간이 생기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회사 일에 있어 아주 간혹 영어를 사용할 경우가 있는데, 그때를 위해서다. 우리집 아이들도 이왕이면 영어를 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나 또한 자발적 문화식민지의 피지배인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대안은 있는가?]

창피할 정도로 많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낱낱이 이야기를 하시면서, 과연 그에 대안은 어떤 것을 내놓을까 사뭇 궁금했다. 그 대안에 앞서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 를 생각해 보는 에피소드를 포함시켰다. 교육이란 그저 지식의 전달이 목적이 아니다. 그것도 첫 번째 목적은 더더욱 아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실천. 그것이 진정한 교육의 첫 번째 목적이다. 하지만, 이미 학교에서의 교육은 이런 목적은 상실한 것 같다. 그것은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경쟁에서 이기려고 공부만 강조하는 가정에서의 교육도 마찬가지다. 그럼, 과연 대안은 있는가? 지은이 조정래 선생님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있긴 한데 많지 않은 것… 그것은 바로 대안학교와 혁신학교였다.

이 책의 등장하는 학생 중에 1권에서 이야기했던 유지원이라는 학생도 대안학교로 전학을 가서 진정한 교육을 받는다는 내용이 나왔다. 자살을 기도하려던 학생이 180도 달라져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학생이 되었다. 대안학교에 간다고 모든 학생들이 모두 그 학생처럼 되지 않겠지만, 일반 학교와 달리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는 대안학교라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와는 달리 실용적인 교육을 가르치고, 앞서 이야기한 진정한 교육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대안학교는 등록금이 비싸서 일반 서민들이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숫자도 터무니없이 부족해서 가고 싶다고 모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들었다.

그러면 또 다른 대안은 있는가? 조정래 선생님은 혁신학교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혁신학교는 ‘경쟁 아닌 협력’, ‘주입 아닌 토론’, ‘배제 아닌 배려’,를 내세우며, 세운 학교들이다. 이 혁신학교에 대한 정치권의 자세는 극과 극을 나타내고 있다. 진보 쪽에서는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보수 쪽에서는 적극적으로 반대하여 혁신학교를 줄이려고 한다. 보수로 치우친 언론들은 혁신학교를 헐뜯기 바쁘고… 나도 그런 언론을 접하면서,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혁신학교에 대해 취지는 좋지만, 혁신학교를 다니다가 일반학교로 옮기면 적응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혁신학교의 효과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 것을 학부모님들도 알고 있어서 직선제로 뽑는 교육감 선거에서 그 전보다 더 많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을 뽑았다고 한다.

그럼 혁신학교는 왜 좋은가? 일반 학교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보다 쉽게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경쟁 아닌 협력’, ‘주입 아닌 토론’, ‘배제 아닌 배려’,”의 정신으로 말이다. 혁신학교에 좀더 적극적인 선생님이 있으면 더 많이 바꿀 수 있는 것 같았다. 이 소설에서 혁신학교를 이야기하면서, 그 동안의 학교의 여러 문제점들을 고쳐 나간 사례를 들어 주었다. 이런 것들만 없어져도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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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들이 맨 처음 버리기로 한 것이 체벌이었다. (중략) 두 번째로 버리기로 한 것이 학생들이 가장 지긋지긋해하는 ‘교문 지도’라는 강압적 단속이었다. 이거야말로 식민지 백성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단속했던 일제의 잔재였다. (중략) 세 번째 버리기로 한 것이 생활지도부에서 선생들이 직접 나섰던 규율 위반 단속이었고, 이것은 학생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중략) 네 번째 버리기로 한 것이 반장, 부반장, 부장 등 학급 간부제였다. 그건 학급의 평화를 깨는 권력화였고, 동급생끼리의 인간 차별을 조장하는 병폐였다. (중략) 다섯 번째 버린 것이 모든 시상제였다. (중략) 여섯째 선생들이 전면적으로 작위적인 근엄한 얼굴을 버리고 언제나 모든 학생을 웃음으로 대하기로 했다. 일곱째 최소한 자기 반 아이들의 이름을 완전히 외워 성을 빼고 이름만 다정하게 부르기로 했다. 여덟째 학생들에게 무조건 명령하거나 시키는 일을 하지 말고, 학생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나무라거나 책임 추궁 같은 것을 하지 말고, “괜찮아”, “실수는 경험이야”, “담에 안 그러면 돼” 하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위로하고 격려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과거의 인위적 권위와 조작적 위신을 버리고 사랑과 인내로 자기를 낮추며 학생과 더불어 학교생활을 가꾸어 가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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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혁신학교의 수를 적극적으로 늘여야 맞을 것 같은데, 나라의 현실은 사드 배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게 안타깝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보수 쪽에서는 여전히 혁신학교에 대한 비난을 많이 하고 있다.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숫자를 늘리는 것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그러면서 다른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숫자가 늘어나면 모든 혁신학교도 우리가 바라는 교육기관이 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병든 일반 학교들보다 나을 확률은 높지 않을까? 그래서 혁신학교의 숫자는 더욱 늘렸으면 좋겠다. 경쟁을 부축이고 돈 많은 집안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나 갈 수 있는 자사고를 줄이고 말이다. 그리고 사드 같은 것, 4대강 같은 것에 들어갈 돈으로 혁신학교를 짓는 것이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훨씬 좋은 일이지 않을까?

 

[일제의 잔재]

일제 강점기 36. 해방 이후 70.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 일제의 잔재들이 남아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도 일제의 잔재들이 남아 있는 경우도 많다. 교육제도에도 그런 일제의 잔재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청산할 생각들은 하지 않고 있다. 해방 후 바로 일제 청산을 했어야 하는데, 친일파들이 다시 득세하면서, 일제의 잔재도 그대로 남아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책에서 일제 잔재의 교육 제도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는데, 이렇게 많은 것들이 일제 잔재인지 깜짝 놀랐다. 확 바꾸기는 어려워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들은 바꾸는 게 옳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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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선망하는 선진국들 중에서 일본 하나만 빼고 그 어떤 나라가 이름표를 달게 합니까. 이제 우리는 우리 교육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일제 잔재를 제거하고 청산하는 차원에서도 이름표 달기를 폐지해야 합니다. 일제 잔재를 다른 분야도 아닌 교육계에서 해방 70년 세월이 흐르도록 이렇게 무신경하고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답습하고 있다는 것은 민족적 수치이고, 교육적 자해 행위입니다. 우리 교육계에는 일제 잔재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름표를 붙이는 것과 함께 성적표에 석차를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것도 일본과 우리나라만 하고 있는 일제 잔재입니다. 달달 외우에 하는 주입식 암기 교육도 일본과 우리나라만 하는 일제 잔재입니다. 학생 지도로 체벌을 가하는 것도 일제 잔재입니다. 두발 길이를 제한하고 단속하는 것도 일제 잔재입니다. 교육을 꼭 입히는 것도 일제 잔재입니다. 학제가 6-3-3-4인 것도 일제 잔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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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 제도, 교육 시스템, 교육 환경.. 참 바꿀 게 많다. 그런데, 비단 교육 뿐이겠나?

 

 

[스마트폰 중독은?]

회사 선배와 이야기하다가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선배의 아이는 중학생으로써, 이 책에 나온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였다. 그 선배한테 물어봤다.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이 실제냐고? 약간 과장된 측면이 있고,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현실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선배도 늘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중독에 가까운 스마트폰 사용이 걱정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적게 다룬 것 같다. 요즘 가장 문제 중에 하나인데 말이다. 그 회사 선배의 가장 큰 고민이 아이가 스마트폰 및 컴퓨터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것은 그 선배만의 고민이 아닌 것 같다. 그 나이 또래의 학생을 둔 부모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우리집 아이들도 나중에 그렇게 게임에 빠지게 되면, 어떻게 조언을 해야 할까? 그냥 두기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의 유해성은 이것저것 많다는 것에 나도 동감을 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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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2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3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로드™ 2020-12-26 0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세한 리뷰 감사합니다. 조정래작가의 교육에 대한 비전이 무얼까 하는 생각으로 들여다 보는데요, 대안학교와 혁신학교가 있군요. 이 책이 나온시점이 박근혜정부하에 있었으니까 그런부분이 더 필요해 보이는 점도 있겠구요. 교육에 대한 문제는 단시간에 하나의 방향으로 진단되거나 확 바뀔수 있는게 아니기도 해서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죠.

bookholic 2020-12-26 23:39   좋아요 0 | URL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는 교육 정책은 없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재질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이면 좋을 텐데... 어려우니, 여전히 이 모양이겠죠?
즐거운 연말 되시기 바랍니다.^^
 
풀꽃도 꽃이다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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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를 위한 소설]

내가 좋아하는 조정래 선생님의 신작 소설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예약 주문까지 걸어놓고 바로 구입해서 읽었다. 책의 내용도 너무 좋았다. 내가 늘 고민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경쟁만 내세우는 우리나라 교육에 관한 이야기. 우리집 아이들도 곧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그 세계로 빠져들게 될 텐데, 아빠로써 어떻게 해야 할지 늘 고민을 가지고 있다. 우리집 아이들이 그 힘든 경쟁 세계에 들어가서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나중에 좋지 않은 결과로 찾아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같이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이런 교육 시스템이 쉽게 바뀔 것 같지 않고 말이다. 정말 고민이 많다. 조정래 선생님도 손자가 그런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손자가 어렸을 때부터 지켜봐 온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는데도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더욱 악화일로로 가는 교육 현실을 보고, 그냥 있으면 안되었겠다고 생각하시고. 직접 취재를 하고 나서 소설을 쓴 것이 바로 <풀꽃도 꽃이다>라는 소설이다. 조정래 선생님의 글은 늘 그렇지만, 참 읽기 편하게 잘 쓰신다. 이번 소설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소설을 통해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에 대해 알게 되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지도 대략적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다. 다시 한번 시대를 이야기하는 산소 같은 작가의 진면목을 보여주신 것 같다.

 

[강교민]

지은이 머릿말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 강교민은 이 소설의 주제를 줄인 말이라고 하시면서 맞춰보라고 하셨다. 소설을 읽다 보니 이름 '교민' '교육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어떤 사립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강교민. 그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사실 이 소설은 어떤 서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현실을 그대로 소설로 갖다 놓았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주인공의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등장인물들이 나왔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소설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이해하면 되는 거다. 강교민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의 경쟁력을 부추기는 것이 성적향상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성적표를 복도 벽에 붙여 놓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그래서 강교민은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교장선생님에게 가서 따진다.

일제고사. 지난 MB정권 때 전국의 모든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실시한 일제고사. 일제의 잔재라는 것은 둘째 치고도,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후유증만 남기고 사라지긴 했지만, 그 여파로 몇몇 학교에서는 성적표를 벽에 붙이는 짓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은이 조정래는 일제고사를 비판하면서, 지난 MB 정권에 대해 전반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쇠고기 수입 정책, 경쟁 위주의 교육 정책, 4대강 사업 등등... 특히 그의 교육 정책의 자사고 확충과 일제고사 부활인데, 이것은 자살을 급증하게 했다고 한다. 칼만 안 들었지, 살인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자사고의 경우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뽑는다고는 하는데, 등록금이 엄청 비싸서, 돈 많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가 되어버렸고, 그로 인해 교육에도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새로운 신분제의 탄생이라고나 할까.

MB가 즐겨 사용하던 말 중에 나라의 격이라는 뜻으로 쓴 '국격'이라는 말. 이 단어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라고 한다. 국어 사전에 없다는 것은 그나마 낫지. 그 말이 일본어라고 한다. 참나.. 앞으로 절대로 '국격'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테다.

 

[엄마의 극성]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그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가 엄마의 극성으로 판단하신 것 같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중고등학생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고민거리를 누구와 이야기하겠냐고? 그 순위에서 엄마는 저 밑에 순위를 차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의 대학에 대한 욕심이 아이들을 자꾸 벼랑으로 넣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참다 못해 엄마에서 폭행을 저지르는 사건도 발생하고… 지은이는 한 에피소드를 통해 이것을 고발하였다.

어느날 대기업 부장으로 일하는 친구 유현우가 강교민을 찾아왔다자기 아들 상담 좀 해달라고... 아들이 중3인데, 이번에 자살을 하려고 했다가 직전에 알게 되어, 지금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집에 가 있다고그 원인은 엄마와 극성 때문이라고그러면서 아들 지원이가 이 쓴 유서를 건네주었다. 무척 두툼했다. 그만큼 지원의 마음은 무거웠고, 많은 생각이 있었고, 준비를 오랫동안 한 것이다. 강교민은 지원의 글을 봤다. 내용은 둘째치고 중3 답지 않은 명문이었다. 지원은 극성인 엄마를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괴물을 피할 수 없는 방법은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까지 갈등을 한 것은 그 자신이 그래도 살고 싶기 때문이었다. 강교민은 지원을 만났다. 처음에는 지원이가 마음을 열지 않았지만, 강교민은 언제나 학생 편에 서는 선생님답게 지원이가 마음과 입을 열게 만들었다. 지원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데, 엄마는 서울대 법대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지원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자신은 서울대 법대를 갈 실력이 없는 B급 학생이라고 자신의 수준을 알고 있었다. 지원이가 현시점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엄마를 떠나서 대안학교에 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바라는 사항이었다.

강교민은 지원의 엄마 김희경을 만났다. 만나자마자 눈물부터 흘리는 김희경. 강교민은 자신의 집안의 예를 들면서, 지원의 엄마와 지원의 아빠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야기주었다. 앞서 지원의 아빠 유현우가 찾아왔을 때 바쁜 아빠가 아이들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는데, 나도 꼭 명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두어 달 너무 바빠서 밤 늦게 들어오기가 일쑤였던 나의 대처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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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일찍 아들을 데리고 공중목욕탕에 가는 거야. 발가벗은 몸으로 탕 안에서 물장난도 치고, 아이를 끌어안고, 얼굴도 맞부비고 하는 거야. 그보다 더 좋은 스킨십, 깊고 뜨거운 정 나누기가 어디 있겠는가. 거리를 두고 사랑한다는 말 백번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크지. 그리고 아빠의 등을 밀게 하고, 아들의 등을 밀어주고 하면서 얘기를 나누는 거야. 우리 아들이 쑥쑥 잘 크네. 아빠는 매일 너랑 재미있게 살고 싶은데 회사 일이 바빠서 그렇게 못하는 것 알지? 아빠가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우리 아들이 잘 이해할 수 있지? 그런 말 한마디로 아이는 아빠의 속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그동안의 불만이나 서운함도 싹 씻겨나가는 거야. 그리고 떡뽁이 내기 배드민턴도 치고, 아이스크림 내기 축구도 하고, 피자 내기 농구도 하는 거야. 서로 몸 부딪치고, 땀 흘리고 하면서 아빠와 아들의 정이 얼마나 깊어지고 두터워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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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김혜경은 강교민이 건네준 에크하르트 톨레의 글을 보고 느낀 바가 컸을 것이다. 그리고 지원이가 원하는 대로 대안학교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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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식이 있다면 최선의 능력을 다해 돕고 지도하고 보호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공간을 허용하는 일이다. 존재할 공간을. 아이는 당신을 통해 이 세상에 왔지만, ‘당신의 것’이 아니다.  

 – 에크하르트 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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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김희경의 고딩 때 친구 최미혜도 고민이 있었다. 3 짜리 외동딸 신예린. 최미혜의 문제점은 딸을 못 믿는다는 거다. 신예린은 엄마가 짜 놓은 시간표대로 학교, 학원, 집을 오가는 생활을 했다. 그런데도 딸이 화장을 하는지 의심하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걱정하고, 공부를 제대로 하는지 의심하고… 그 또한 일류대를 꿈꾸고… 하지만, 엄마의 바램과 달리 예린은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예린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앙드레 김이었다. 앙드레 김의 삶에 대해 꿰뚫고 있었다. 앙드레 김은 대학을 나오지 않고 고등학교의 학력으로 그렇게 성공했다면서, 엄마를 설득하지만 엄마는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와 학원 가는 길을 엄마가 차를 데려다 준다고 했다. 공부할 시간을 아끼고, 편하게 해주겠다는 이유로하지만 그것은 예린에게는 24시간 자신을 감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심하게 반발했다. 예린에게는 사업을 해서 성공한 아빠가 있었는데, 아빠가 예린의 든든한 빽이 되었다. 예린은 아빠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그러자, 모든 게 너무 쉽게 해결이 되었다. 엄마도 어쩔 수 없어 했다. 예린은 그 날로 학원도 끊고, 디자인 공부를 하기로 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는데, 그 이후 예린은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어쩌면 더 큰 고민거리가 생긴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지은이는 학교의 또하나의 문제점 왕따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유지원의 친구 서주상도 일진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일진들의 숙제도 대신 해주어야 하고, 폭행당하고, 모욕을 당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을 말릴 수 없었다. 유지원도 분했지만, 자신이 나설 용기가 없었다. 학교 밖에서 따로 만나서 서주상에게 그렇게 고생하지 말고 같이 대안학교로 가자고 했다. 그런데, 서주상은 자신의 처지를 오히려 자기수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주상은 부모의 꿈과 자신의 꿈이 일치한 아이였다. 의대. 주상이는 이렇게 힘든 생활도 견디는 것이 나중에 힘들게 공부하는 것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듯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우리나라 시스템은 그들을 보호해줄 것은 별로 없다. 그것 때문에 또 가슴 아프다. 왕따의 원인은 참 다양했는데, 가난하기 때문에 왕따를 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그 이유가 참 구차하다. 강교민의 반 학생 중에 배동기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가 가난하다고 왕따를 당하는 경우였다. 학교가 끝나면 아르바이트로 또 다른 하루가 시작하는 학생이다. 그는 같이 일하는 아저씨에게 싸움의 기술을 배워서 일진들에게 복수를 가했다. 그에게 당한 일진 친구들은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 부모들은 소년원으로 보내라고 극성을 피웠는데, 강교민이 설득하여 겨우 막았다. 하지만 배동기의 퇴학만은 막지 못했다. 하지만, 배동기는 걱정하지 않았다. 소개로 알게 된 중국집에서 면 뽑는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혹시 너무 확대 해석해서 소설을 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너무 암울하였다. 저런 세상에 아이들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인가? 휴… 좀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사람의 부모로써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2권에서는 희망을 볼 수 있을까? 하면서 1 권을 덮는다.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이 소설에 노동자 시인 박노해가 쓴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가 실려 있었다. 그 시에 감동을 받아서, 아빠 회사 사람들한테 그 시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그 시가 포함되어 있는 박노해 시인의 책도 구입했다. 자주 읽어보면서, 가슴에 깊이 새겨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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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            박노해

 

내가 부모로서 해줄 것은 단 세 가지였다

 

첫째는 내 아이가 자연의 대지를 딛고

동무들과 마음껏 뛰놀고 맘껏 잠자고 맘껏 해보며

그 속에서 고유한 자기 개성을 찾을 수 있도록

자유로운 공기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

 

둘째는 '안 되는 건 안 된다'를 새겨주는 일이다

살생을 해서는 안 되고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되고

물자를 낭비해서는 안 되고

거짓에 침묵 동조해서는 안 된다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것을

뼛속 깊이 새겨주는 일이다

 

셋째는 평생 가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자기 앞가림은 자기 스스로 해나가는 습관과

채식 위주로 뭐든 잘 먹고 많이 걷는 몸생활과

늘 정돈된 몸가짐으로 예의를 지키는 습관과

아름다움을 가려보고 감동할 줄 아는 능력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과

우애와 환대로 많이 웃는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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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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