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스 보어 - 20세기 양자역학의 역사를 연 천재 푸른지식 그래픽 평전 5
짐 오타비아니 지음, 김소정 옮김, 릴런드 퍼비스 그림, 이강환 감수 / 푸른지식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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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단다. 아빠가 양자역학에 관심이 있다고 여러 번 이야기 했잖아. 양자역학의 대표적인 과학자 중에 한 명인 닐스 보어에 관한 책이라 눈길이 갔어. 만화책이더구나. , 닐스 보어에 대해 좀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단다. 만화로 보는 닐스 보어 평전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것 같구나. 만화로 되어 있지만 쉽게 읽어지는 것은 아니었단다. 워낙 양자역학이라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 말이야.

사실 닐스 보어는 양자역학으로 유명한 과학자였지만, 아빠가 학창 시절 보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보어의 원자 모형 때문이었단다. 입시 위주의 공부를 하다 보니 보어의 원자 모형이 그렇게 신기한 것인지는 몰랐어. 그냥 외워야 하는 하나는 지식이었던 것이지. 얼마 전부터 양자역학에 관심이 생기고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보어의 원자모형이 얼마나 신기하고 혁신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원자핵 주변에 전자가 돌고 있는데, 에너지를 받거나 내뱉으면, 그 전자가 공간이동을 한다는 것이거든. 우리의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있는 공간 이동. 물리값이 심지어 위치도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띄엄띄엄 존재하는 의미란다. 그것이 양자론이고 양자역학의 핵심이거든. 너희들이 거실에 있다가 한 순간에 안방에서 나타나는, 그런 영화와 같은 일이 원자의 세계에서는 존재한다는 거야. 대단한 발상 아니니?

이런, 아무튼 학창시절에는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몰랐던, 닐스 보어의 원자모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란 것을 알게 되고, 아빠는 닐스 보어라는 사람도 궁금했단다. 여러 책에서 그의 단편적인 모습들을 만들 수 있었는데, 온전히 그에 관한 책이 있다고 하니, 급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란다. 하이젠베르크와 함께 양자역학의 위대한 금자탑을 쌓은 닐스 보어.


1.

닐스 보어는 덴마크의 한 유복한 집안에서 1885년에 태어났단다. 아버지 크리스티안은 대학교수이자 의사였대. 그의 부모님은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알려주었고, 부모와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곤 했다는구나. , 아빠를 반성하게 하는구나. 그런데, 어린 시절은 학업 성과가 빠르지는 않았다고 하는구나. 오히려 닐스 보어의 동생이 더 천재성을 보였다고 했어. 발표나 강의도 잘 하지 못했대.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이지..

하지만 그의 천재성은 이내 드러나게 되었어. 그리고 그의 아니 메르크레테의 내조도 대단했다고 하는구나. 닐스 보어는 앞서 아빠가 이야기한 양자론으로 유명해지면서, 코펜하겐 대학에서 강사로 일하게 되었어. 그는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론물리학을 위한 연구소가 필요하다면서 학교측에 계속해서 연구소 개설을 요청했다고 하는구나. 결국 코펜하겐 대학은 연구소를 건립했는데, 그 연구소가 양자역학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코펜하겐 연구소란다. 나중에 이 연구소의 이름은 닐스 보어 연구소가 된단다.

이 연구소 개설로 많은 젊은 물리학자들이 찾아와서 연구하게 되고, 닐스 보어는 우수한 물리학자들을 코펜하겐 연구소로 스카우트해왔단다. 그런 이들 중에 하이젠베르크와 파울리 등도 있었어. 참고로 파울리는 과학계의 악동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그 또한 뛰어난 업적을 냈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고등학교 때 화학 시간에 배웠던 내용 중에 전자껍질수라는 것이 있었고, 최외각 전자수가 같으면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을 바로 파울리가 발견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

아빠가 위에서 보어의 원자모형을 이야기했는데, 그 이전에 원자의 정체에 대해서 파헤친 물리학자들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단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드브로이 왕자가 있었는데, 그거 전자가 이중성을 가진다고 가정을 했대. 그리고 J.J. 톰슨은 전자가 입자라는 것을 증명하여 노벨상을 탔단다. 전자가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을 했다고 했잖아. J.J. 톰슨이 전자가 입자라는 것을 증명했으니, 누군가는 전자가 파동이라는 것을 증명했겠지? 그것은 바로 J.J. 톰슨의 아들 조지 톰슨이라는구나. 조지 톰슨도 데이비슨과 함께 이 업적으로 노벨상을 탔다고 하는구나. , 대단하면서 신기하구나. 아빠는 전자의 입자를 밝혀내고, 아들은 전자의 파동을 밝혀내고

그리고 하이젠베르크. 아빠가 이전에 다른 책들을 읽고 이야기한 내용이 또 한번 등장한단다. 병 치료를 위해 헬골란트 섬에서 요양을 보내다가 양자역학을 행렬로 정리하게 되는 거야. 그렇게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이 완성된단다. 많은 과학자들에게 이 소식을 충격과 놀라움을 주었어그 이후 1927년 그 유명한 제5회 솔베이 회의물리학자의 어벤져스들이 다 모인 회의.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에 대해 약점들을 이야기를 했어. 아인슈타인이 제기한 모든 이슈들에 대해 닐스 보어는 모두 반박을 했다는구나. 하지만 끝내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대. 심지어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2.

닐스 보어가 활약하던 시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고통 받는 시기였단다. 두 번의 세계대전이 있었거든특히 2차 세계대전은 물리학자들도 피해갈 수 없었단다. 아인슈타인이나 페르미 같은 유태인들은 미국으로 망명을 갔어. 그런데 어떤 과학자들은 나치에 협조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단다. 하이젠베르크도 그런 사람이라는 소리가 있었지. 닐스 보어는 하이젠베르크를 찾아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대. 이때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모르겠지만, 이후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하는구나.

닐스 보어는 전쟁 중에 덴마크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 또한 체포될 지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스웨덴과 영국을 거쳐 미국에 갔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그는 미국에서 맨하탄 프로젝트의 존재를 알게 되었대 맨하탄 프로젝트는 핵폭탄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였어. 양자역학의 대가인 닐스 보어에게 도움을 청했겠지. 닐스 보어는 핵물리학을 전쟁에 이용하는 것을 극구 반대했어. 그를 위해서는 미국의 대통령 루스벨트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어. 닐스 보어는 핵의 평화적 이용을 주장했지. 그가 그런 노력을 했지만, 결국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불운하게도 맨하탄 프로젝트는 성공하고 말았단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닐스 보어는 다시 덴마크에서 물리학 연구를 하였어. 우주의 탄생을 연구하는 곳으로도 유명한 유럽원자력공동연구소 CERN을 만드는 데도 많은 노력을 했다는구나.

….

그의 삶을 짧게 살펴보았는데, 뭐랄까, 진정한 순수 물리학자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와 그들의 코펜하겐 멤버들이 밝혀낸 양자역학은 이후 물리학의 핵심이 되었고, 모든 산업이 기반이 되었어

.. 하지만, 여전히 양자역학은 쉽지 않구나. 오늘은 이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 닐스 보어는 상대방과 의견이 다를 때는 그것도 조금 다른 정도가 아니라 상대가 멍청하다고 생각할 때는, 아주 강하게 표현했다.

책의 끝 문장 : 그러나 그날 오후 점심을 먹은 뒤에는 여느 오후와 달리 다시는 아인슈타인의 상자로, 칠판으로, 연구로 돌아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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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96)

이제 원로원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나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로마 원로원은 사라져야 할 때다. 하고 술피키우스는 결심했다. 오래된 세도가문이 더 이상 존속해선 안 된다. 부와 권력이 집중된 소수가 이탈리아인에게 가했던 실로 무시무시한 부당행위가 또다시 자행되어선 안 된다. 우리는 잘못된 사람들이다, 하고 술피키우스는 생각했다. 우리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원로원은 사라져야 한다. 로마를 인민의 손에 넘겨야 한다. 우리는 인민의 손에 주권이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인민은 우리의 저당물에 불과하지 않은가. 최하층민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인민. 로마에서 최대 다수를 차지하면서도 제일 적은 권력을 누리는 2, 3, 4계급. 진정 부유하고 힘있는 1계급 기사들은 모든 면에서 원로원과 차이가 없다. 그러니 1계급 기사들 역시 사라져야 한다.


(109)

트리부스 수는 지금의 서른다섯 개가 적당하고, 더 늘어나서는 안 됩니다!” 술피키우스가 외쳤다. “또 트리부스회와 평민회에서 시민 수가 고작 3,4천 명인 몇몇 크리부스가, 시민 수가 10만 명이 넘는 에스퀼리누스 트리부스나 수부라 트리부스와 투표권이 동등한 것도 옳지 않습니다! 이처럼 로마의 통치 제도는 모든 면에서 저 전지전능한 원로원과 1계급을 보호하려는 목적에 따라 설계되었습니다! 원로원 의원이나 기사가 에스퀼리누스 트리부스나 수부라 트리부스에 속합니까? 당연히 아닙니다! 그들은 라비우스, 코르넬리우스, 로밀리우스 트리부스를 프리페르눔, 부키, 비비니움 출신 사람들이 공유하게 합시다. 그들의 파비우스, 코르넬리우스, 로밀리우스 트리우스를 에스퀼리누스 언덕과 수부라 지구 출신 해방노예들이 공유하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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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4-15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호민관으로 로마 인민의 권리를 위해 애쓴 술피키우스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투표일 아침입니다.^^:)

bookholic 2020-04-15 11:31   좋아요 1 | URL
제 의도가 보였나요?^^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선거일 되세요~~
 
녹색평론 통권 171호 - 2020년 3월~4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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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또 선거철이 되었구나. 온 세계에 코로나19가 창궐하여 선거가 정상적으로 치뤄질지 모르겠지만, 총선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중요한 선거 중에 하나란다. 그렇게 뽑은 국회의원들 중에 많은 수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대의 민주주의제도에서 없앨 수도 없는 노릇. 그런데 대의 민주주의제도라는 말에 걸맞지 않게 모순덩어리였던 선거제도. 우여곡절 끝에 비례대표 연동제 도입으로 손질을 보았지만, 이를 악용한 비례대표만을 위한 위성 정당의 출현. 이 불법 정당을 선관위가 허용해주는 바람이 선거판은 개판이 되고 말았단다. 비례대표 연동제라는 의도가 무엇인지 뻔히 아는 마당에, 선관위가 위성 정당의 제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선관위가 자신의 역할을 내팽개쳤다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최악의 정당이 그런 위성정당을 만들어 반칙을 쓸 때, 다른 정당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그것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이란다. 그들을 따라 하는 것은 선거제도 개혁을 역행하는 것이고, 그들을 따라 하지 않는 것은 최악의 무리에게 국회의원 자리를 헌납하는 것이고결국 다른 정당들은 당원들의 의견을 묻거나 최고회의의 결정으로 각자 방향을 잡았단다. 그러면서 당내 갈등, 당간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어. 아빠가 응원한 정당들 또한 이런 갈등에서 피해가지 못하고 많은 상처들을 입었단다.

그래도 다시 정비를 해야 한다. 선거라는 것은 최선을 뽑는 것이 아니라 최악이 안 뽑히게 하는 것이 중요하거든. 코로나19로 인해 선거투표율이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선거로 인해 이기적인 무리들이 국회에서 사라졌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아빠가 생각하는 국회의원 선거는 말이야. 지역구를 모두 없애고 100% 비례대표로 뽑는 거야. 정당 지지율 그대로 국회의원 수를 할당 받는 거지. 그래야 그나마 대의민주주의제도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법 만드는 사람들이 굳이 지역구를 기반을 할 필요가 있냐 말이야. 지역구의 정책은 지자체에 맡기면 되는 것이고 말이야. 아빠의 말이 길어졌구나.

….

녹색평론 171호는 선거철을 맞이하여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있단다. 선거는 이미 엘리트들의 싸움이라고 했어. 국민들을 위한 선거라는 말은 그저 포장된 말뿐이라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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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렇다면 선거란 무엇인가? 그것은 결국 기득권층 내부의 싸움, 즉 사회적으로 특권적인 위치에 있는 엘리트들끼리의 권력 쟁탈 게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기득권층의 영구적 권력 향유를 보장하는 합법적 메커니즘인 것이다. 사실, 선거(election)라는 말 자체가 원래 엘리트(elite)라는 말과 어원이 같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일찍이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이 했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만약에 선거로 진정한 개혁이 가능하다면, 선거는 벌써 오래전에 (지배층에 의해) 불법화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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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모든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출직의 의회를 통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데, 그 의회의 뿌리를 보면 민주주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하는구나. 국민들의 수가 많다 보니 직접 민주주의를 할 수 없으니, 그것에 대안으로 나온 것이 대의 민주주의이고, 그 대의 민주주의의 상징이 바로 의회라고 생각들 하고 있지만, 이 의회라는 것이 중세에 처음 출현 할 때는 엘리트 독점 기구였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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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의회는 중세 초기의 혼란이 가라앉고 점차 봉건적 질서가 안정되던 시기의 유럽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제도이지만, 그 기능은 왕과 귀족들의 회의의 장으로서 민주주의의 기구 따위는 전혀 아니었다. 영국의 경우 엘프레드대왕의 앵글로-색슨 왕국 시절부터 위탄(witan)’이라는 기구가 있었지만, 이는 지혜로운 자들의 모임이라는 그 말의 의미대로 전쟁이나 징세 등과 같은 국가 대사를 놓고서 왕과 귀족들이 숙의하고 합의하는 장이었다. 이후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바이킹들을 이끌고 윌리엄 1세가 영국을 정복한 이후 그나마 위탄도 폐지되고, 전권을 쥔 정복왕이 법률을 정할 적에 자문을 행하는 귀족과 성직자들의 회의체 정도만 남게 된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이 회의체에 귀족과 성직자들뿐만 아니라 영국 각 지역의 기사들 및 시민들(burgess)도 참여하게 되면서 의회의 모습이 갖추어지게 되고, 14세기가 되면 이른바 모범 의회와 같은 틀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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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정당의 본질은 무엇인가? 의회 민주주의를 실천하는데 있어서 왜 정당이 필요한가? 굳이 정당 없이 일반 국민들 중에 무작위로 뽑아서 의회를 만들 수도 있거든. 똑똑하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의회의 대표가 될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이 소위 똑똑하거나 성공했다고 하는 이들이 끼리끼리 모여 정당이라는 것들을 만들어서 의회를 독차지하고 있어. 이 정상이라는 것은 2차세계대전 이후에 두드러졌다고 하는구나. 그 이후 정치에서는 좋든 싫든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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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2차대전이 끝난 뒤 이렇게 마비되어버린 의회민주주의를 되살린 핵심적인 받침대가 바로 정당이었다. 19세기 중반까지 정당이란 뜻과 이익을 함께 하는 도당에 불과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그 전과는 다른 각종 대중정당들-대표적으로 노동자들의 사회민주당-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이들이 완전히 의회 내의 제도 정당으로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은 2차대전 이후의 일이었다. 이 정당들의 의회 바깥에서 사회 전체를 양분하는 노동과 자본이라는 양대 세력을 각각 대표하는 위치에 있었고, 각각의 입장에서 산업사회 전체를 어떻게 개조하고 운영할 것인지의 구체적인 방안과 또 그것을 실현할 인물들 그리고 홍보하고 정당화시키는 조직 동원의 장치까지 구비하고 있었다. 이러한 정당정치의 안정으로 인해 의회는 산업사회의 통치 주체로서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 정당들은 그 자체로 준비된집권세력이었다. 선거는 그러한 집권세력 몇 가지 중에서 선택을 하는 행위가 되었으며, 의회는 그러한 집권 정당의 준비된 통치가 야당의 견제 속에서 관철되는 장으로 성격이 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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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당 중심의 의회 민주주의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단다. 국민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일쑤이지.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려고 하지만, 정작 의회 민주주의를 차지하고 있는 정당들은 자신들의 밥그릇 생각에 바꿀 생각을 별로 안 갖고 있는 것이 문제란다. 그들을 바꾸기 위한 방법은 국민들이 목소리가 커져야 하지만, 국민들도 자기들 앞가림하느라 정치에 점점 관심들이 적어지고 있는 실정이란다. 과연 이 민주주의는 어떻게 변해갈까. 아니면 어떻게 하면 잘못된 길에 들어선 민주주의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민주주의를 말이야


1.

작년쯤인가 말도 안 되는 책이 베스트셀러 코너에 등장했단다. 우리나라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 사람이 쓴 노골적인 친일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등장하다니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바로 이영훈이라는 사람이 공저인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란다. 그런데 이런 무리들이 한두 명이 아닌 것 같아. 우리나라 보수언론이라고 하는 일부 언론들의 행태를 보면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는 것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일부 언론을 일본 우익의 말을 그대로 복사하고 있거든.

이 책에 대해 비판한 글이 이번 녹색평론에 실렸단다. 녹색평론이 <반일 종족주의>의 일부 내용이 나와 어쩔 수 없이 읽었는데, 정말이지 똥 밟은 기분이 들었단다.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날들이 너무 오랫동안 이어져서, 어느날 화를 막내고 싶을 때나 읽으면 적당한 책이 아닐까 싶구나. <반일 종족주의>란 책을 쓴 지은이들은 결국 일본 극우세력이 한 이야기들을 번역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들이 그렇게 좋으면 일본에 이민 가서 살지우리 국민들을 물들이려고 노력하지 말고 말이야. 일본과 우리나라의 극우 세력들은 병든 자들이라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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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중증의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은 과연 어느 쪽인가. ‘만세일계현인신천황의 이름으로 받들어 모시는 신도를 사실상의 국교로 삼고 그 신자들이 구성하는 일본회의라는 초우익 단체가 사실상 지배하는 신국(神國)’, ‘신주(神洲)’라는 일본의 주술적 모모타로 후예 우익세력, 그리고 그들과 공명하는 이 땅의 우익이 의기투합해 도깨비사냥에 나서는 것, 그리하여 좋았던 그 시절을 탈환하자는 것, 이것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인 야만적 종족주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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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녹색평론에서는 2020 도쿄올림픽은 방사능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단다. 지난 호(170)를 읽고 너희들에게 쓴 독서편지에서 아빠가 코로나19때문에 올림픽이 취소될 수도 있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 올림픽이 결국 연기가 되었구나. 내년에 열린다고 하는데, 도쿄올림픽은 방사능 때문에 내년에도 열리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이번 171호에서는 올림픽과 자본주의가 결탁된 이야기가 나온단다. 올림픽 정신은 이미 자본주의에 물들어 잔뜩 오염되어 있단다. 그래서 올림픽을 없애자고 하는 이들도 있어. 올림픽은 선수들을 위한 곳이 아닌 IOC 위원들을 위한 것으로 변질되어 있었단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행사는 결국 더러운 돈에 오염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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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하지만 IOC 위원들을 보라. 그들에게는 900달러라는 수당이 매일 지급되고, 5성급 호텔에서의 숙박과 같은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3주 동안이면 2만 달러나 된다. 선수들이 인생을 걸고 획득한 메달 이상의 금액이 주어진다. 선수들이 어떻게 취급되는가를 잘 보여준다. 시합을 보면서 코를 고는 자들이 생애를 걸고 단련한 선수들을 제쳐 놓고 900달러라는 일당을 받는다. 이러한 정보가 널리 알려진다면 선수들이 단결하여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역전극이 벌어진다. 올림픽이 변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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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동엽이라는 시인은 이름만 아는 시인이란다. 한 세대 또는 두 세대 앞서 활동했던 시인일 것이라는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었어. 그의 대표시인 <껍데기는 가라>도 제목만 들어봤어. 그저 유명 연예인과 이름이 같다는 생각만 있었지. 이번 녹색평론에 한 꼭지를 들어 신동엽 시인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그는 1930년에 태어나시고 1969년에 돌아가셨단다. 무척 짧은 삶을 사셨구나. 이 책에 보니 김수영 시인과 비교를 많이들 했다고 하더구나. 김수영 시인은 1921년에 태어나시고 1968년에 돌아가셨으니 두 분 또한 시대에 저항한 공통점 이외에 단명한 공통점도 있구나. 그래서 더운 안타깝구나.

이 책을 통해 잠깐 알게 된 신동엽 시인은 저항시인이자 생태시인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독재 시대를 살던 여러 사람들이 시대를 저항하는 것은 행동하는 지식인들의 양심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어. 하지만 그 당시 생태를 이야기하는 지식인은 많지 않았대. 그 중에 신동엽 시인이 있었고 말이야. 이 책을 통해 짧게 신동엽 시인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나중에 그의 작품도 읽어보고 신동엽 시인에 대한 책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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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 여름, 가을이 있고 유년 장년 노년이 있듯이 인종에게도 태허(太虛) 다음 봄의 세계가 있었을 것이고, 여름의 무성이 있었을 것이고, 가을의 귀의가 있을 것이다. – 신동엽, <시인 정신론>

마치 가을 들판의 농부들처럼 저녁 빛 속에서 다시 갈 길을 찾자 하고 외치는 것 같다. 바로 여기에서 질문되어야 할 것이 그가 농경적 상상력을 고집한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러니까 그는 현대문명이 야기한 존재의 망각현상의 원인을 농경문화의 종결이 가져다주는 대치 체험의 상실로 본다. 그로 인해 발생한 가장 뼈아픈 결손은 영성의 소멸일 것이다. 인간이 농업을 붙들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대지와의 연대감이 살아 있었다.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다. 교통이 불편하고 네트워크가 열악한 시골에서 사는 것을 현대인들은 고립된 존재로 생각하기 쉬우나 농부는 안 안에 앉아서도 기러기가 나는 것을 알고, 외양간의 가축들과도 우정을 나누며, 들판의 곡식과 대화도 한다. 그 외딴곳 한 모퉁이에 서서 다음 날 펼쳐질 날씨를 귀신같이 아는 것을 영성적 소통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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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녹색평론이 최근에 연재하는 것 중에 <내 인생의 책> 코너가 있단다. 이번 호에서는 정원정님이라는 수필가의 글을 실었단다. 1929년생이니시까 90세가 넘으신 분이야. 얼마 남지 않은 분께서 자신의 삶에서 책이 어떤 의미였는지 이야기해주셨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 보았단다. 아빠도 나중에 삶을 마감할 때 삶을 뒤돌아보면 어떤 책들이 기억에 남을까. 정원정님께서는 거실에 많이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하는구나. 자신이 저 세상으로 가면 저 책들은 어떻게 할까. 문득 우리집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도 보았단다. 아빠도 벌써 그런 생각들을 하는데아빠의 책 욕심에 잔뜩 사들이고, 또 책에 대한 집착으로 버리지 못하고…. 그래서 쌓여 있는 책들나중에 생각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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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이제는 나의 거실 한쪽 벽면의 책장에도 적지 않은 책이 무질서하게 꽂혀 있다. 어느 날 잠깐 책으로 눈이 갔다. 느닷없이 눈물이 핑 돌았다. 읽다 만 책, 읽었던 책, 미처 못 읽고 놓아둔 책, 저들을 어찌할거나? 저 아까운 책들을 놓고 저세상으로 가게 되면저 속에 알천이 담겨 있는데, 미처 못 읽은 책, 언젠가는 꼭 읽고 싶었는데, 순간 애간장을 저미는 듯 가슴에 뜨거운 김이 훑고 지나갔다.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내게는 귀중본 같은 소유물인데. 여러 차례 폐기하고 알짜배기만 남았는데얼추 호명해보니 리영희, 법정, 권정생, 장준하, 한하운, 최명희, 조정래, 이청준, 이문구, 김종필, 빅터 프랭클, 헨리 데이비드 소로, 프리모 레비, 헬렌 니어링,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이름만 불러도 마음이 정갈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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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

그런 분은 그렇다 쳐도 나야 문학의 우아한 멋도 깊이도 배워본 것 없지만, 책을 버리면서는 얼른 버리지 못하고 현관 밖에 일단 내놓고서 며칠을 지나는 사이 미련스럽게 다시 매만져보게 된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는 아까운 생각에 골라서 몇 권을 다시 들여놓는 버릇이 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책은 그런 것이었다. 책 속에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세계가 있다. 희망과 위안으로 나를 여물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책에서 생각을 키웠고, 가보지 못한 아름다운 저 너머 세계를 느껴보는 것도 책에서였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책 속세는 향기를 품은 어머니의 살 내음 같은 것이 있다. 젊은 날 허둥댈 때 그 내음에 기대어 불안한 마음을 잠재워보았다.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소곤거림도 책에서 수시로 들었다. 이 세상을 떠난 먼 나라로 갈 때 권정생의 책 한 권 품속에 안고 갈 수는 없을까. 죽음 뒤의 삶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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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두에서 이야기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온 세상이 몸살을 앓고 있단다. 아빠의 바램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죽고 말이야. 코로나19로 인해 온 세상은 멈춰 버렸어.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좀 잠잠해졌지만, 지구 전체로 봤을 때는 언제 이것이 끝날지 보이질 않는구나. 이 정체 모를 바이러스의 천적이 빨리 나타나서, 다시 예전의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구나. 너희들도 신나게 학교에도 가고 말이야. 다음 녹색평론 172호를 읽고 독서편지를 쓸 때는 마스크를 벗고 극장 같은 곳도 마음대로 갈 수 있기를


PS:

책의 첫 문장 : 서구적인 민주주의란 것에 대해서 나는 좀 회의적이야.

책의 끝 문장 : 그것은 바로 인간은 물론이고 자연까지도 도덕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지구 도덕을 실천하는 삶의 방식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 문화 풍토에서는 매우 낯선 개념, 즉 ‘민주적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샌더스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이변이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최근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샌더스가 우위를 점하고는 있지만, 전 대통령 오바마와 클린턴 부부를 포함한 민주당 주류파와 <뉴욕타임즈>를 위시한 ‘진보파’ 언론들의 샌더스의 대한 거부감은 갈수록 노골적으로 되고 있다.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이 무엇이건, 그들이 샌더스를 반대하는 이유는 극히 단순하다. 즉, 민주, 공화 양당체제 속에서 오랫동안 엘리트로서 온갖 특권을 누려온 그들은 사상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사회주의자’ 샌더스와는 결코 동지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기존의 선거제도하에서 샌더스와 같은 혁신적인 비전을 가진 급진파가 정치적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지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거의 모든 나라의 엄중한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 P7

‘중세’에 들어와 아랍인들이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만들고 세력을 규합한 뒤 가장 먼저 공략에 나선 상대가 이란이었다. 보통 이란을 아랍국으로 착각하지만 아랍과 이란은 뿌리도 언어도 다르다. 비슷한 점이라면 같은 이슬람을 믿는다는 점,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 정도다. 이란은 이란이고 아랍은 아랍이다. 실제 아랍국들은 이란을 경외 혹은 백안시한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미국은 물론이고 사우디 같은 아랍국들도 모두 아랍 형제 이라크를 지원했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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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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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선물이라는 것은 받는 것도 기분 좋고, 주는 것도 기분이 좋단다. 아빠는 가끔, 아주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책 선물을 하곤 한단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가끔 책 선물을 받곤 해. 흔치 않은 일이지^^ 그런 흔치 않은 경험을 최근에 한번 했단다. 기분 좋았어. SNS에서 화제를 일으켰던 장류진의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단다. 책 색깔이 핑크빛인데, 이 책에 실린 소설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어. 신인 작가의 풋풋한 글들. 하지만 재미가 가득한 글들.

이 책을 선물한 지인은, 이 책을 읽으면 회사의 이삼십 대 젊은 후배직원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단다. , 아빠가 그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나?^^ 지은이 장류진님은 IT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고 했어. 그러다가 틈틈이 소설을 썼고, 마침내 창비신인소설상에 수상하면서 등단했다고 했어. 지금은 회사는 다니지 않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고 했어. 이 책에는 총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는데, 그 중에서 네 편 정도 이야기를 해볼게.


1.

잘 살겠습니다.

소심한 주인공과 둔감하다고 해야 할까 무신경하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런 성격의 소유자인 회사동기 빛나 언니의 이야기. 주인공은 얼마나 소심하냐면, 청첩장을 나눠주면서 누구한테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무척 고민했단다. 회사 동기이지만, 3년이나 연락이 없던 이에게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주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빛나 언니에게 청첩장을 주지 않았지. 그런데 빛나 언니는 다른 경로로 소식을 듣고 연락을 한 거야. 하도 연락을 안 해서 만나기 껄끄러운데, 빛나 언니는 일대일로 만나자고 했어. 빛나 언니는 둔감하거나 무신경한 사람이라고 했잖아. 청첩장을 나눠주면서 밥을 얻어먹으면서도 비싼 거 시켜먹고, 결혼식은 날짜를 깜빡 했다면서 참석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축의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밥을 한 끼 사준다고 하는데그리 비싼 것도 아니고 또 같이 먹고 싶지도 않는데어떻게 되갚음을 해야 하지?

그런 빛나 언니도 결혼을 한다고 한다. 그래, 그대로 되갚아야지싸구려 선물과 대충 쓴 편지를 축의금 대신 빛나 언니한테 주었단다. 그런데 빛나 언니는 그것에 감동받고 고마워했어. 아빠가 생각하기에 빛나 언니는 돈에도 둔감하고 무신경한 사람이었던 거야. 사람들 중에는 받은 만큼 주어야 하고, 준 만큼 받지 않으면 서운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특히 회사에서 알게 된 사람들은 이해관계가 철저해서, 받은 만큼 정확하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주인공도 그랬고, 책을 읽는 이들도 주인공의 태도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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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빛나 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원을 내야 오만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이천원을 내면 만이천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에비동에 새우가 빼곡하게 들어 있는 건 가게 주인이 착해서가 아니라 특 에비동을 주문했기 때문인 거고, 특 에비동은 일반 에비동보다 사천원이 더 비싸다는 거. 월세가 싼 방에는 다 이유가 있고, 칠억짜리 아파트를 받았다면 칠억원어치의 김장, 설거지, 전 부치기, 그밖의 종종거림을 평생 갖다바쳐야 한다는 거. 디즈니 공주님 같은 찰랑찰랑 긴 머리로 대가 없는 호의를 받으면 사람들은 그만큼 맡겨놓은 거라도 있는 빚쟁이들처럼 호시탐탐 노리다가 뭐라도 트집 잡아 깎아내린다는 거. 그걸 빛나 언니한테 알려주려고 이러는 거라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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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앞부분에는 빛나 언니가 밉상이었는데, 소설의 말미에서는 딱딱한 회사에서는 볼 수 있는 인간적인 캐릭터로 보이게 되었단다.


2.

일의 기쁨과 슬픔.

판교 테크노벨리 스타트업 회사, 우동마켓. 우동마켓은 중고 제품들을 거래할 수 있는 스마트앱이야. 우리 동네 중고 마켓의 줄임말. 주인공 김안나는 우동마켓을 다니는 회사원이란다. 그런데 이 앱의 우수 이용객 중에 거북이알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었어. 거북이알이라는 사람이 새 물건을 싼 가격에 올려서 앱이 많이 유명해졌어. 회사 입장에서는 고마운 사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새 물건을 싼 값에 중고마켓에 올리는 것이 꺼림칙했어. 장물을 갖다 파는 것은 아닌지 말이야. 나중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그 사람의 정체를 알아보라는 지시가 안나에게 내려왔어.

안나는 물건을 사는 척 하면서 거북이알을 만났단다. 거북이알의 정체는 인근 카드사 차장 이지혜라는 사람이었어. 이지혜의 사연은 이랬단다. 회사 회장한테 사소한 걸로 찍혀서, 월급을 돈이 아닌 카드 포인트로 받게 되었다는 거야. ㅎㅎ 웃기지만, 실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열 받겠니. 하지만, 이지혜는 나름 방법을 터득한 거지. 이지혜는 카드 포인트로 물건을 구매해서 돈으로 바꾸게 되었다는 거야. 그 물건들을 우동마켓에 올렸던 거고. ㅎㅎ 설정이 재미있구나. 그런데 이 소설의 제목, 일의 기쁨과 슬픔. .. 아빠는 일의 기쁨은 무엇일까? 월급날? 슬픈 날은.. 너무 많아서하하..


3.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지훈은 회사 동료 지유를 짝사랑했어. 그런데 지유는 남자친구가 있었지. 지훈은 시간은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해서, 지유가 다시 혼자 되기를 기다렸어. 그런데 찾아온 것은 지유의 청첩장. 그렇게 빨리 결혼할 줄 몰랐는데그런데 결혼 세 달 만에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고 혼자 된 지유. 회사 그만 두고 일본으로 떠난 지유. 일 년이 넘게 지나고 지유로부터 온 연락. 문자로 안부로 주고받다가 충동적으로 지유를 만나려고 떠난 후쿠오카. 지유의 전형적인 밀고 당기기의 모습.. 읽은 이라면, 혹은 읽은 이들 중에 남자들이라면지유도 당연히 지훈에게 마음을 두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지훈은 확신하고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했지만, 돌아온 것은 지유의 갑작스러운 선 긋기. 지유의 이런 모습이 여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지훈의 입장도 이해가 간단다. 여자의 마음은 참 알기 어려운 것이구나.


4.

다소낮음.

현실감 없는, 순수 예술을 쫓는 음악가의 이야기라고 할까? 아빠도 즐겨 듣는 것은 아니지만, 인디밴드의 음악을 좋아한단다. 이 소설은 아직 뜨지 못한 인디밴드 백열밴드의 리더 장우의 이야기란다. 장우는 여자친구 유미와 우연히 만든 냉장고송을 유튜브에 올렸어. 그런데 그것이 빅히트를 쳤단다. 이것으로 기획사에서 연락이 왔어. 하지만, 장우는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관과 달라서 계약을 하지 않았단다. 돈이 적어서가 아니라 단지 음악관이 달라서그렇다고 자신이 냉장고송에 버금가는 노래를 다시 만드는 것도 아니었단다. 시간이 지나자 냉장고송도 시들해지고

돈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어. 전기세도 몇 달이나 밀렸어. 그럼에도 레슨비를 받아서 비싼 강아지를 사오고, 그 강아지는 얼마 못 가 중병에 걸려 죽고참다 못한 유미는 장우와 헤어졌어. , 타이밍 못 맞추고 현실감각 없는 인간이구나. 그렇게 자신만의 길을 가는 장우소설 밖에서는 결국 성공을 하면 좋을 텐데.. 현실은 더 치열하고, 더 힘든 곳이니

….

그 밖에 이 소설집에는 네 소설이 더 실려 있단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모두 재미있었어. 집안일 도와주는 도우미 아줌마와 기싸움(?)을 벌이는 <도움의 손길>. 백 번 넘는 이력서를 넘게 쓰고 첫 출근을 하게 되는, 제목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은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새로 이사 간 오피스텔에 새벽마다 의문의 초인종을 울리는 방문자들과 그들의 정체를 추리해 보는 <새벽의 방문자들>. 오래 전에 짧은 만남에 도움을 주었다가 이를 잊지 못하는 한 외국인과 스쳐 지나가는 일로 여기며 일상에 찌들어 사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잔잔한 감동으로 적어 내려간 <탐페레 공항>

….

이 책을 선물한 지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요즘 젊은이들을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더구나. 혹시 요즘 사십 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소설은 없을까?^^ 그런 소설이 있다면 이삼십 대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텐데 말이야. 장류진님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니, 장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기대해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 회사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돌리기 전에 예상했던 어려움은 이런 거였다.

책의 끝 문장 : D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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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우리가 이길 테니까요.” 술라는 강하게 말했다. “제 말을 믿으십시오, 루키우스 율리우스. 우리는 이길 겁니다! 아시겠지만 이건 선거가 아니에요. 선거에서는 초반의 투표 상황이 결과를 반영하죠. 하지만 전쟁에서는 포기하지 않는 쪽이 마지막에 승리를 차지합니다. 이탈리아인들은 자유를 위해 싸운다고들 하죠. 언뜻 보면 가면 훌륭한 동기처럼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유는 손에 잡히지 않아요. 그저 개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루키우스 율리우스. 반면 로마는 삶을 위해 싸우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로마가 이길 겁니다. 이탈리아인들은 로마인들과 같이 삶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이미 수세대에 걸쳐 이어져온, 그들에게 익숙한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그 삶의 방식은 이상적이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은 손으로 만져질 수 있죠. 기다리기만 하십시오, 루키우스 율리우스! 이탈리아인들이 꿈을 위해 싸우는 데 지쳐버리면 균형추는 로마로 기울 겁니다. 그들은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우리와 같은 역사와 전통이 없습니다. 모스마이오룸이 없단 말이죠! 로마는 실재하지만 이탈리아는 그렇지 않아요.”


(416)

이제야 이야기가 재밌어지는데!” 키케로의 얼굴은 생기가 돌면서 밝아졌다. “법률과 법률 제정. 내가 좋아하는 분이야!”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니 다행이군. 내가 보기에 법은 그저 골칫거리야. 법이란 항상 특출한 재능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특출한 인물을 겨냥하거든. 특히 어린 나이에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 말이야.”

인간은 법체계 없이 살 수 없어!”

특출한 사람이라면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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