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1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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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중학교 때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친구네 집에 있던 애거사 크리스티의 책들을 처음 알게 되고 나서, 와우,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다니감탄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는구나. 이후 학교 도서관에서도 빌려봤던 기억이 있구나. 애거사 크리스티는 정말 많은 추리 소설을 썼단다. 탐정은 늘 에르큘 포와르. 애거사의 소설들은 오늘날에도 꾸준히 출간되고 있단다. 아빠도 애거사의 추리소설은 이번에 정말로 오랜만에 읽은 것 같구나. 애거사 크리스티가 다른 필명으로 몰래 쓴 책들을 모아 출간한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몇 권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읽었던 것 같아.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은 십대 때 읽고 처음인 것 같구나.

이번에 특별히 읽게 된 계기가 있어.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나일강의 죽음>이라는 영화의 예고편을 봤거든몇 년 전에 애거사 크리스티의 원작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영화로 다시 만들어졌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인 것 같았어.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시리즈로 계속 영화로 만들 생각인가? 아무튼 그 영화를 감독하고 직접 포와로 역을 맡은 사람이 우리에 아주 낯익은 케네스 브래너라는 사람이란다. 우리들이 재미있게 본 <토르> 1편을 감독하고,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질데로이 록허트라는 약간 엉뚱한 교수 역할을 맡았던 사람. 아참, 너희들이 또 재미있게 본 실사 <신데렐라>의 감독이기도 하고예고편의 영상이 약간은 자극적이면서도 본편을 보고 싶게 만들어졌더구나. 그 예고편을 보고 나니, 그 영화의 원작을 읽고 싶어졌어. 그래서 읽게 되었단다.

나일강의 죽음. 나일강은 얼마 전에 읽은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1>에서도 나온 것처럼 이집트에 흐르는 세계에게 긴 강으로, 예로부터 많은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란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것이 1937년인데 그때도 유람선을 타고 나일강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았나 보구나. 서두가 길었는데, 그런 <나일강의 죽음>의 책 이야기를 해줄게.


--- 아래부터 스포일러 주의 ---


1.

한 완벽한 여자가 있었단다. 리넷 리지웨이. 스무 살. 상속으로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으며 미모까지 갖추었으며 총명하기까지 했단다. 사업적인 감각도 있었어리넷에게는 재클린이라는 옛친구가 있었고, 재클린에게는 목숨보다 사랑하는 약혼남 시몬 도일이 있었어. 재클린은 리넷에게 시몬 도일의 취업을 부탁했고, 리넷은 시몬에게 토지 관리를 맡기게 되었단다. 그리고 얼마 후리넷과 시몬이 결혼을 했단다. 오 마이 갓. 아무리 모든 것을 다 갖추었다고 하지만, 친구의 남자친구를

리넷과 시몬은 나일강으로 신혼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그들이 따라 가는 곳마다 재클린이 쫓아다니면서 복수하겠다고 이야기했어. 때마침 나일강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던 에르큘 포와로. 리넷은 포와로를 찾아와 사연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어. 포와르는 리넷의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자신은 휴가중이라고 정중히 거절을 했어. 그러면서 재클린에게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했단다.

포와로는 재클린을 만나 모든 것을 잊으라고 조언을 했지만, 재클린은 잊기에는 시간이 오래 흐르지 않았고, 복수심이 너무나 커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오지 않았어.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심정이었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복수밖에 없다고 했어. 그러면서 총도 샀다고 했어. 누굴 죽일까 생각하다가 그들을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것이 더 큰 복수라고 생각을 하고, 그들을 쫓아다니고 있는 것이라고 했어.

다음날은 시몬이 포와로를 찾아와서 이야기를 했어. 재클린이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 이성적이고 교양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어. 그러면서 재클린을 따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어. 포와로는 주요 등장 인물 세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는데누군가는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리넷의 나일강 여행에 리넷과 관련 있는 이가 또 등장했어. 리넷의 미국 재산 관리인인 앤드류 패닝튼이었어. 그는 사실 리넷이 나일강으로 신혼여행을 오는 것을 알고 우연을 가장하여 리넷을 만나기 위해 나일강에 왔단다. 신혼 여행이라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면서도 정신 없는 틈을 타서 자신에게 유리한 문서에 서명을 받으려는 작전이었지. 하지만 사업 수완이 좋고 꼼꼼하고 총명한 리넷은 글자 하나하나 읽어보았어. 그러자, 앤드류는 미안하다며 다음에 하자고 했단다. 얼마나 속이 끓을까.


2.

시몬과 리넷은 재클린을 따돌리려고 몰래 자신들의 여행 경로를 바꿨는데, 그곳에도 재클린이 나타났단다. 리넷과 시몬은 재클린을 무시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겠니. 계속 눈에 걸릴 텐데 말이야. 그들은 나일강 유람선에 같이 타게 되었단다. 재클린은 술을 먹고 배에서 알게된 코넬리어에게 하소연 비슷한 것을 했단다. 리넷은 먼저 자러 들어갔고, 재클린의 옆 테이블에서 시몬이 재클린의 불편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어. 시몬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재클린에게 그만 하라고 하자, 작은 난동이 일어났고, 우발적으로 재클린이 권총을 쏴서 시몬이 허벅지에 맞았어. 곧바로 정신 차린 재클린을 자책을 하고 정신적 충격을 받은 재클린은 간호사 바워즈의 도움을 받아 선실로 갔어. 그곳에서 바워즈가 밤새 간호해 주었단다.

한편 총에 맞은 시몬은 의사 베스너가 치료를 해주었고, 자신의 선실에서 재웠단다. 이 난동이 있던 다음날 아침, 리넷이 머리에 권총을 맞은 채 발견되었단다. , 마이 갓추리 소설을 많이 읽은 이들이라면 이때쯤 어렴풋이 누가 범인인줄 감을 잡을 수 있을 거야. 다만, 도대체 어떻게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지? 라는 의문이 들게 된단다. 완벽한 알리바이처럼 보였는데 말이야. 아빠가 누굴 범인으로 의심했는지 대충 알겠지?

물론 리넷이 타고 있던 배 안에는 리넷을 죽이려고 하는 동기를 가진 이들이 몇몇 있었단다. 그리고 리넷과 알고 지내지 않았던 사람들도, 리넷이 워낙 유명한 부자라서 돈을 노린 범죄일 수도 있었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고 범행을 저질렀지만, 범인들에게는 운 나쁘게도 그 배에는 에르큘 포와르가 타고 있었단다. 포와르를 존재를 알았기 때문에 작전을 망설이지 않았을까. 포와르는 배 손님들을 상대로 조사를 하기 시작한단다.

그리고 아무리 밤에 몰래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타는 유람선에서 아무도 보지 못하게 범행을 저지른 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리넷을 시작으로 잇달아 살인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는데, 죽은 이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된 사람들이었어. 심지어 벌건 대낮에 포와르에게 범인을 알려주려고 온 사람을 죽었어. 포와르도 현장에 있었지만, 범인은 잽싸게 자취를 숨겼단다.

….

결국 포와로는 범인, 아니 범인들을 밝혀낸단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범죄였어. 이미 아빠가 앞에서 넌지시 이야기했듯이 범인은 시몬과 재클린이었단다. 그들은 리넷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시몬과 리넷의 가짜 결혼을 꾸몄던 것이고, 재클린이 총을 쏜 척 한 것이고, 시몬은 총을 맞은 척 한 것이고, 재클린이 당황한 척 하고 있을 때, 시몬은 몰래 자리를 떠서 리넷을 죽이고 다시 권총으로 자신의 허벅지에 총을 쐈단다. 그리고는 그날 밤에 시몬은 의사와 함께, 리넷은 간호사와 함께 밤을 지낸 것으로 알리바이를 만든 것이야.

그 짧은 틈을 내서 리넷을 죽인 것인데, 포와로의 추리에 걸려든 것이었어. 재클린은 포와로에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자백했어. 경찰에 넘어가기 전에 리넷은 숨겨놓았던 또 다른 총으로 시몬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단다. 결국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돈이었단다. 그 옛날뿐만 아니라 오늘날도 돈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들이 얼마나 많니어쩌다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버린 세상이 된 것인지 안타깝구나. 돈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지구가 망가지고, 몹쓸 병들이 생겨나고.. 기후 위기가 오고….

….

애거사 크리스티의 정통 추리 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읽었는데 좋았단다. 앞으로도 가끔씩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어봐야겠구나. 너희들에게 추천하려고 했는데, 어린이용이 아니더구나. 좀 더 크면 읽으렴~~~


PS:

책의 첫 문장 : “리넷 리지웨이야!”

책의 끝 문장 : 왜냐하면, 룩소르에서 퍼거슨이 말했던 것처럼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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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1 -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 : 미술하는 인간이 살아남는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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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영역 중에 하나가 바로 미술이란다. 학창 시절일 때도 미술의 소질이 없어서 그림도 잘 못 그리고, 조각 등의 미술 활동에도 소질이 없었어. 재미도 없었고, 인내심이 부족한 아빠가 하기에는 쉽지 않은 과목이었지. 미술 작품에 대한 감상도 문외한이었어. 대단한 작품이라고 해도 큰 감흥이 없었단다. 그래도 미술을 알고 싶은 마음은 있어서 미술에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는 편이야. 그렇다고 미술에 대한 감각이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고흐 같은 삶을 알았을 때, 그의 그림이 달리 보이게 된다는 것이 그나마 그림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고 할까. 그렇듯 책을 통해 미술가와 미술작품에 대한 소개를 읽고 난 다음, 미술 작품을 보게 되면 알면 보인다고 했나 조금 달라지는 것은 같더구나.

SNS을 통해서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시리즈를 알게 되었단다. 평점도 아주 좋았지미술에 관한 책에 관심은 많지만, 혹시 또 어려우면 어쩔까 고민을 많이 했어. 시리즈가 6권이나 되어 적지 않은 분량이고 말이야. 몇 번을 고민을 하다가 1권을 먼저 읽어보기로 했단다. 책 제목에 있는 것처럼 난생 처음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친절히 설명해는 주는 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단다. 구어체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식으로 되어 있고, 마치 강의를 듣는 사람이 질문을 하는 것처럼, 중간중간 질문도 들어가 있었단다. 문답식의 강의체로 책이 구성되어 있어서 읽으면 미술사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단다. 책이 괜찮아서, 아무래도 6권까지 다 읽을 것 같구나. 한 번에 읽지는 못해도 천천히라도 다 읽을 것 같아.


1.

1권에서는 1권답게 미술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그리고 국사 시간에 무심히 공부했던 주먹도끼와 빗살무늬토기가 사실은 미술이 포함된 하나의 작품이라고 하더구나. 그냥 도끼와 그릇을 만든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내려고 임의의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거야. 주먹도끼는 일부로 대칭으로 만들었고, 빗살무늬토기는 복잡하게시리 빗살무늬를 넣었다는 것은 그 옛날 사람들도 미술을 시도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어. 그렇듯 인류의 역사와 미술은 함께 시작했다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그리고 좀더 미술의 시작이라고 하면 보통 동굴벽화를 생각할 것 같구나.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는 프랑스 퐁다르크 지역에 있는 쇼베 동굴벽화인데 무려 32000년 전이라고 하는구나. 가장 오래되었지만, 비교적 최근인 1994년에 발견되었대. 그래서 쇼베 동굴벽화보다 프랑스 도르도뉴의 라스코 동굴벽화와 스페인 칸다브리아의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더 유명한 것 같구나. 이 두 동굴벽화의 이름은 아빠에게도 익숙하거든

특히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피카소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구나. 알타미라 동굴벽화의 황소 그림과 피카소의 황소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은 그 옛날에 비해 변한 것이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더구나.

그렇다면 왜 동굴벽화를 그렸을까? 지은이는 가설을 들어 설명을 해주었는데, 첫째는 사냥을 많이 해달라고 하는 하나의 의식일 수도 있다고 했고, 둘째는 당시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관을 표현한 것일 있다고 했어. 그리고 동굴벽화를 그린 그 시대의 화가는 주술사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단다. 고대의 조각상들을 보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등 다양한 누드 조각상이 발견되는데, 어떤 학자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라고 추측을 하던데, 그건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싶더구나.

아무튼, 그 옛날 지구 상에서 사람들이 살았다는 사실벽화를 그리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림을 그렸을까. 고대 화가에 감정이입을 해보니, 동굴의 냉기가 느껴지기까지 하는구나. ㅎㅎ 수십 번의 전생에 혹시 그곳에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구나.

고대 미술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오늘날에서 원시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연구하는 것이란다. 소수이긴 하지만 아직 호주 원주민들은 그들만의 원시적인 생활방식으로 살아간단다. 그들도 벽화를 그리며 살아가는데 그들의 벽화가 의미하는 것은 자신의 태어난 땅의 기원을 설명하는 그림이라고 하는구나. 하지만 아주 정확한 것은 알지 못한다고 하네.. 호주 원주민들이 벽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 꺼려한다고 하는구나.

유명한 벽화들은 외국에 많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고대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은 없을까. 국내에도 있단다. 학창시절 미술 교과서뿐만 아니라 국사 교과서에도 나왔던 울산 반구대 암각화높이 4미터에 폭 10미터에 물고기 77마리, 육지동물 91마리, 사람 11명이 그려져 있다고 하니, 대작이로구나. 우리나라 고대 미술 작품으로는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빗살무늬토기도 미술작품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은이는 주장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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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168)

이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빗살무늬토기에 새겨진 빗금도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이처럼 빗살무늬토기의 빗금을 단순한 무늬가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그 순간, 원시미술이 가진 힘이 크게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 힘을 인간이 태초부터 품어왔던 영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만 년 전 원시인들이 처음 벽화를 그린 이래 문명은 복잡하게 변화했고, 온갖 기술과 제도도 현란하게 우리 눈을 어지럽힙니다. 하지만 그런 지금도 원시미술은 우리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왜일까요?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원시미술의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그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하는 호모 그라피쿠스가 살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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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간이 흐르고 문명이 생겨나게 된단다.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에 배운 4대 문명이 생각나는구나. 그 중에 기원전 3천년 경 시작되어 3천년 동안 강대국의 지위를 지켰던 이집트. 나일 강을 중심으로 이집트 문명이 남긴 유물들은 오늘날까지 세계적인 명승지로 자랑하고 있단다.

그런데 독특한 것은 이집트라는 나라가 95퍼센트가 사막이고 5퍼센트만 농지와 거주지로 쓸 수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왕국을 유지할 수 있었다니 대단한 것 같구나. 그런 원천이 되는 것이 바로 나일 강이란다. 나일강의 땅을 중심으로 동안과 서안으로 나뉘는데, 동안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생명의 땅으로, 서안은 죽음의 땅으로 피라미드 등의 무덤들이 있다고 하는구나.

이집트 문명은 시대별로 고왕국 시대, 중왕국 시대, 신왕국 시대, 후기 왕조 시대로 나뉜다고 하는구나. 피라미드는 고왕국 시대의 유물이라고 하는구나. 그러니 피라미드는 정말 오래된 것이구나. 그런데 그 피라미드라는 것이 누군가는 노동력 착취의 대표적인 예라고 하는데, 그런 것이 아니고 오히려 복지 제도에 가까웠다고 하는구나. .. 새로 알게 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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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굳이 따지자면 피라미드 건설은 복지 제도에 가까웠어요. 농사일이 없어 놀고 있는 백성들이 일정한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도록 했던, 고대 이집트식 뉴딜 정책이었던 거죠. 백성들은 일정한 임금을 받으며 피라미드를 쌓았습니다. 돈뿐만 아니라 몸보신하라고 마늘도 나눠줬고요. 몸이 아플 때는 물론이고 친구들과 잔치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도 작업에 빠질 수 있었다고 하니 노예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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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집트 미술의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 볼게. 고대 이집트의 그림 속 사람을 보면 좀 어색한 것을 알 수 있단다. 그 이유는 고대 이집트의 그림을 보면, 얼굴은 옆모습을 하고 있고, 상체는 정면을 그리고 있고, 하체는 다시 측면을 그려 넣었단다. 특히 왕 등 신분이 높은 사람들을 그릴 때 그렇게 그렸다고 하는데 그렇게 그리는 것이 영원함을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했어. 이집트 사람들은 영원함에 대해 중요시 생각한 것 같구나. 죽은 사람의 육체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 미라 같은 것을 생각해 냈고, 미라보다 더 오래 보존하는 방법으로 조각상을 만들었다고 하는구나. 그것이 미술이 되었고, 오늘날까지 고대이집트를 상상해 볼 수 있게 되었어.

이집트 사람들의 영원함을 나타내는 끝판왕은 피라미드란다. 이집트의 왕 파라오의 영생을 기원하면서 만든 무덤인 피라미드그런데 이집트 사람들은 메르라고 부른대사실 피라미드는 각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거든.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 메르가 피라미드로 알려진 것은, 그리스 사람들이 피라미드로 불렀기 때문이래. 그리스 사람들이 고대 이집트 문화를 얕보고 폄하하려는 의도였다고 하는구나. 피라미스뿐만 아니라 스핑크스도 그런 의도로 이름 붙여진 것이라고 하는구나. 스핑크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간 여자의 머리에 여러 짐승이 합쳐진 악마인데 말이야. 이집트에서는 지평선의 호루스라는 멋진 이름으로 불렀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피라미드와 같은 대형 무덤이 이집트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다른 나라에도 있었다고 하는구나. 모양도 비슷한 무덤도 있었대. 우리나라 집안현 고구려 고분군이나 석촌동의 백제 고분군도 미라피드의 모양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대형 무덤이라고 하면 경주 신라 고분군의 많은 능들을 들 수 있겠구나.

이 책에서는 미술 작품들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같이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아무래도 고대 미술 작품을 이야기하다 보면 고대 미술 작품 속 주인공인 권력자들의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겠지. 이집트는 신왕국 시대에 와서 전성기를 누리게 되는데, 이때 왕들의 무덤은 왕들의 계곡이라는 곳에 새로 조성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왕들의 무덤은 이미 오래 전에 다 도굴되어 텅텅 비어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왕들 중에 일찍 죽어 왕 취급을 제대로 맞지 못한 투탕카멘의 무덤만이 도굴되지 않고 있다가 1922년에 발굴되었는데, 그 안에는 고대 이집트의 보물들이 잔뜩 있었고, 투탕카멘의 가면이 유명해지게 되었단다.

큰 영향력이 없었던 왕이었던 투탕카멘의 무덤에도 부장품이 이렇게 많았는데, 다른 왕들의 무덤이 도굴당하지 않았다면, 엄청난 고대 미술 작품들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구나. 신왕국 시대가 전성기라고 했는데, 그 중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왕은 너무 유명한 람세스 2세라고 하는구나. 람세스 2세는 그냥 람세스라고 부르며 영화나 소설에서 많이 다룰 만큼 유명하지. 그는 자신의 권력을 위시하기 위해 거대한 건축물을 지었는데, 대표적인 것은 카르나크 대신전과 아부심벨 신전이란다. 그곳에서 고대 이집트의 미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는구나.

고대 이집트 왕국의 생활을 풀 수 있는 비석이 하나 발견되는데, 그것이 그 유명한 로제타 스톤이란다. 로제타 스톤에는 같은 내용을 이집트 신성문자, 이집트 문자, 그리스 문자이렇게 3개 언어도 적혀 있었대. 그래서 그리스 문자를 이용하여 이집트 신성문자의 뜻을 찾아냈다고 하는구나.


3.

4대 문명 중에 또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 학창 시절 때 외운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이 생각나는구나. 메소포타미아는 현재의 이라크와 이란 지역이야. 이곳도 두 강을 중심으로 문명이 생겨났어. 초기 수메르 사람들의 도시인 우루크가 유명한데, 우루크 이외에도 여러 도시국가들이 있었대. 그리고 도시들 중앙에 계단형 탑인 지구라트가 있었는데, 이것은 수호신을 위한 신전이었다고 하는구나. 메소포타미아 미술은 사실 이집트 미술만큼 화려하고 웅장하지는 않아서 소개할 만한 유명한 작품이 뭐가 있을까. 아빠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것들이 대부분이야.

역사적으로 유명한 것이라고 하면, 이것도 미술 작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함무라비 법비라는 것이 있단다. 함무라비 법전으로 더 유명한 함무라비 법비에는 약 300개의 법조항이 있고, 태양신 샤마쉬가 함부라미 왕에게 통치권을 주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고 하는구나. 기원전 15세기 즈음에는 아시리아 왕조가 메소포타미아를 지배하게 되는데, 아시리아 왕궁에는 전쟁의 장면을 새겨 넣은 부조들이 많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전쟁에 대한 기록이자, 국가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구나.

메소포타미아 미술이 이집트 미술보다는 못하다고들 하지만, 바빌론과 페르시아 미술은 만만치 않은 작품들이 많더구나. 취향 차이에 따라 페르시아 미술이 더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싶었어. 도시국가였던 바빌로니아가 메소포타미아의 강자로 등장하고, 그들의 수도 바빌론에 거대한 성문과 오늘날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고 내리는 바벨탑을 건설했단다. 바벨탑은 앞서 이야기했던 신전인 지구라트란다. 높이가 90미터라고 하는데, 소문대로 정말 하늘까지 닿으려고 쌓았던 것일까.

바빌로니아의 뒤를 이어 페르시아가 한동안 메소포타미아를 지배하였단다. 페르시아의 수도 페르페폴리스는 많은 유적들이 남아 있는데, 지리적 위치의 영향 때문인지 이집트, 그리스, 메소포타미아의 전통이 합쳐진 유적들이 있다고 하는구나.

이렇게 <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1>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았단다. 양이 방대한데 그것을 요약해서 이야기할 능력이 없는 아빠가 이야기하다 보니 문맥의 흐름도 끊기고 앞뒤도 잘 안 맞는 것 같구나. 이 책에는 그림도 많이 실려 있고, 글씨도 큼직하니, 너희들도 중학생 되면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중학생들한테 책 읽으라는 것은 위험한 일인가 ^^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는 총 여섯 권이더구나. 천천히 하나씩 읽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원시미술은 말 그대로 원시시대,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진 미술입니다.

책의 끝 문장 : 저의 고민과 노력이 여러분에게 전달이 되었다고 하니 뿌듯한 마음으로 강의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화생물학자 머렉 콘의 이론입니다. 머렉 콘은 주먹도끼를 만든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주먹도끼를 필요 이상으로 정교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쉽게 말해, 멋지게 만든 주먹도끼를 가져가면 이성에게 잘 보일 수 있었다는 거예요. 훌륭한 주먹도끼를 만들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솜씨가 좋다는, 바꾸어 말하면 머리가 좋다는 증거가 될 수 있었으니까요. 이걸 섹시한 주먹도끼 이론(Sexy Handaxe Theory)이라고 합니다. - P28

많은 사람에게 미술은 삶의 부속이나 장식이라는 편견이 있지요. 하지만 미술이야말로 두 발로 걷고 도구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우리가 타고난 생존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 P72

피카소는 원시미술에서 이 조형 원리를 읽어냈습니다. 그래서 오른쪽과 같은 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지요. 이 그림도 부분마다 뜯어보면 사람 얼굴과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형태를 보는 순간 이 그림에서 사람 얼굴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처럼 닮음이 아닌 배치가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조형 원리의 발견은 현대미술의 문을 여는 대단한 한 걸음입니다. 그래서 피카소를 현대미술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겁니다. - P153

사람마다 미술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저는 여러분이 미술사 공부를 미술이라는 언어를 익히는 과정이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어요. 이 언어를 익히고 나면 그 동안 몰랐거나 오해하고 있던 세계를 조금 더 자세하게,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 P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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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
박형서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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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SNS에서 우연히 이 책의 소개를 읽고 알게 된 소설, 박형서의 <당신의 노후>를 읽었단다. 소설 제목이 독특하구나. 당신의 노후.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노후를 곧바로 떠오르게 하는 제목. 아빠도 이제 서서히 노후를 생각할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으니, 노후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하는데걱정만 하고

지은이 박형서라는 분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소설을 읽고 나서는 지은이의 이름을 꼭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독특한 제목 만큼 독특한 소재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에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섬뜩한 이야기초고령 사회를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 아빠도 노후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NO인 것 같더구나. 그렇다면 실제로 초고령 시대, 아니 초초고령 시대라 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실제로 <당신의 노후> 소설 속에 일들이 일어날 수도부디, 미래를 예언한 소설이 아니길


1.

주인공 장길도. 나이 칠십. 그의 아내는 나이 칠십구 세 한수련이라는 분이야. 수련은 폐가 안 좋아서 요양원에 지내고 있었어. 장길도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일했고, 지금은 적지만 퇴직연금을 받으며 지내고 있었어.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는 우울했어. 80대 이상의 노인이 전국의 40%를 차지했어. 노인들이 여전히 적은 임금으로 사회활동을 하다 보니,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일자리가 있는 젊은이들은 수입의 50%가 국가 세금으로 사라졌어. 정치권에서는 40%를 차지하는 80세 이상의 노인들의 투표권을 무시할 수 없었어. 그렇다 보니 희생하는 것은 젊은이들이었고, 젊은이들은 80세 이상 노인들의 선거권을 없애자는 시위를 했어. 지금도 세대 간의 차이가 사회 문제이지만, 소설 속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였단다.


2.

이런 초고령 사회의 특징 중에 하나는 노인들의 자살이 늘어나는 것이었어. 그리고 노인들의 사소한 사고로 죽은 일들이 끊이질 않았어. 젊었을 때 그런 사소한 사고를 당했을 때는 별일 아니었지만,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질 못한 이들에게는 죽음에 이르게 되었지. 그런데 있잖니, 그것이 그냥 자살이 아니고, 그냥 사고사가 아닐 수도 있었어.

주인공 장길도가 퇴직하기 전, 국민연금공단의 TF팀에서 일을 했는데, 그들의 임무는 엄청난 국가 기밀 업무였단다. 고령 연금수령자, 일명 적색리스트를 제거하는 일고령 연금수령자들 리스트에 오르면, TF팀에서 작전을 짜서 적색리스트에 오른 사람이 자살한 것처럼 꾸미거나, 사고로 죽은 것처럼 꾸미는 거야. 그렇게 함으로써 연금으로 빠져나가는 국가 세금을 줄이려는 것이 바로 국민연금공단 TF팀의 업무였단다. 대단하면서도 무서운 조직이구나.

장길도의 아내 수련은 자신이 요양원에 있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것을 알고 있어서, 남편 몰래 국민연금 가입을 했고, 이제 연금을 수령하게 되었다고 기쁜 마음에 길도에게 이야기했어. 길도에게는 그것이 기쁜 일이 아니었어. 길도가 금액을 보니, 적색리스트에 오르기에 충분한 금액이었단다. 큰 일 났지. 그의 유일한 행복이자 사랑인 수련이 적색리스트에 오르다니..  국민연금공단의 TF팀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어. 작전을 펴려는 것이겠지.

그들의 의도로 뻔히 알고 있는 길도는 먼저 손을 쓸 수 밖에 없었어. 동료보다 사랑하는 아내가 먼저잖아. 길도는 반대로 국민연금공단의 TF팀원들을 제거해 나갔단다. , 소설은 갑자기 스릴러 소설로 변하게 되는구나. 하지만 길도 혼자서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어. 새파랗게 젊은, 그래서 길도도 모르는 이사가 찾아와 길도를 제압했단다. 그리고 요양원에 있다는 수련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했단다.

, 결국 이렇게 싸움에서 지는 것인가. 그런데 그 새파랗게 젊은 이사는 그들이 수련을 죽인 것이 아니라고 했어. 건강공단의 짓이라고 했어. , 이것도 반전이라면 반전인가. 수련은 폐가 안 좋아서 30년 가까지 병 치료를 받았거든.. 그 이야기는 건강공단의 건강보험 혜택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지. 건강공단에도 국민연금공단처럼 비밀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있었던 거야. 길도도 모르고 있던 비밀 조직. 그들에게 수련이 당한 거야. 이제 길도는 모든 것을 포기했단다. 국민연금공단의 젊은 이사의 말에 따르는 수밖에그렇게 아내 수련을 다시 만나러 갔단다.

백 페이지 남짓의 짧은 소설이었지만, 이것 저것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었단다. 초고령 사회를 준비하지 못한 국가는 결국 이런 무서운 임무를 수행해서라도 국가를 유지하려고 할까.

코로나 바이러스. 나이가 많을수록 치사율이 높단다. 고령 사회로 들어선 몇몇 국가의 철없는 젊은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노인들의 수를 줄일 수 있는 기회라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단다. 사람으로써 너무 잔인한 생각이 아닌가 싶더구나. 초고령 시대는 먼 미래가 아니고 현재이고 앞으로 더 심해질 거야.

너희들이 나중에 커서 사회에 진출하게 될 때, 초고령 사회는 더 심해져 있을 테고기후 위기로 환경이 더 안 좋아져 있을 테고기성 세대를 얼마나 원망할까. 코로나 바이러스를 맞이하여 각 국가 지도부들이 깊이 반성을 하고, 경제의 방향키를 생태와 환경 쪽으로 틀어주었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충남 공주의 강 씨(77, )는 중학생 시절에 담배를 훔친 적이 있다.

책의 끝 문장 : 아들 데리러 갈 시간이 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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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한 가지 명기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재능이란 예술의 세계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인간의 세계에는 헤아릴 수 없도록 수많은 직종들이 있습니다. 그 직종들은 전부 다 우리 인간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다양한 직종들에 어울리는 온갖 재능들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 다채로운 재능의 향연이 우리 인간사회의 약동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그 여러 재능들도 성공적 열매를 맺으려면 소설 쓰기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가 더 보태져야 합니다.


(39)

군부독재는 강화되고, 그에 따라 분단은 고착되고, 그런 상황 속에서 야기되는 현실의 모순과 시대적 갈등을 형상화하고자 하는 작가들이 많아지면서 작품 활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상황 변화에 대해 순수문학 쪽에서 참여문학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 고발문학은 문학성이 빈약하고 예술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공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이른바 수십 년에 걸친 순수, 참여 논쟁입니다. 그 와중에 저는 작가가 되었고, 첫 작품집 <황토>의 작가의 말에 한정된 시간을 사는 동안 내가 해득할 수 있는 역사, 내가 처한 사회와 상황, 그리고 그 속의 삶의 아픔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34년이 지나 태백산맥문학관 벽면에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고 새겼습니다. 이것이 저의 변함없는 문학관입니다.

순수와 참여라는 이분법은 시대착오적인 유치함입니다. 이제 그런 소모적인 논쟁 아닌 논쟁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오직 좋은 소설, 감동적인 작품이 있을 뿐입니다.


(80)

작가란 언제나 정의의 편에 서야 하고, 불의에 저항하면서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고 세계적으로 정의되고, 동의되어 왔습니다. 그건 바로 작가란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를 양쪽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함을 기본 조건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지 않느냐고요? 그건 그들의 사정이죠.


(130)

그 인물의 중요성에 대해서 일찍이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그 고전적 정의는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불변입니다.

한 작가의 능력은 그가 얼마나 많은 작품을 썼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개성적이고 전형적인 인물들을 창조했느냐로 판가름난다.’


(133)

작가란 무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영혼을 흔들어 깨워 그 가슴을 감동으로 채워야 하는 예술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업보를 지고 사는 존재들입니다. 학대하듯 스스로를 닦달하며 평생 긴장하고 최선을 다한 노력을 바치지 않고서는 그 업보는 풀리지 않습니다. 그걸 좋은 습관이라 할 수 있을까요?


(139)

제가 어느 땐가 이런 메모를 남겨둔 게 있습니다.

인생이란 때때로 더듬거리고 멈칫거리고 두리번거리고 비틀거리고 허둥거리며 홀로 걸어가는 길이다


(175)

인생이란 자기 스스로를 말로 삼아 끝없이 채찍질을 가해가며 달려가는 노정이다.’

인생이란 두 개의 돌덩이를 바꿔 놓아가며 건너는 징검다리다.’

인생이란 극본도, 연출도, 출연도 자기 혼자 도맡아 하는, 연습도 재공연도 할 수 없는 단 1회의 연극이다.’


(214-5)

이러한 객관적인 결론이 나오기 훨씬 전에, <태백산맥> 1분가 출간되고 나서 저는 얼굴 모르는 사람들의 전화를 줄줄이 받아야 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희 아버지를 사람 대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책을 읽고 난 제 얘기를 들으시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얼마나 우셨는지 모릅니다. 아버지가 총살당하고 처음으로 사람 대접받은 것이니까요.”


(234)

그 또렷또렷한 글씨 한 자, 한 자에서 필사자들이 바친 정성과 노고가 얼마나 진하고 컸는지를 절절히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정성과 노고 앞에서 저는 그저 감사하고, 감동하고, 감탄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글 쓰기 잘했다는 큰 보람과 함께 삶의 가장 큰 행복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독자들이 베풀어주는 사랑과 신뢰 중에 이보다 더 크고 무거운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100번 읽는 것보다 더 크고 더 깊은 애정이 한 번의 필사이기 때문입니다.


(298)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은 백악관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작가들을 초청해 축하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대지>의 작가 펄 벅 여사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시냐고 인사를 했습니다. 펄 벅 여사는 한국이 무대인 소설을 쓰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케네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습니다. “한국은 영 골치 아픈 나라인데, 내 생각에는 미군을 한국에서 철수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있으니까요. 그냥 옛날처럼 일본이 한국을 통제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펄 벅 여사는 충격으로 말을 잠시 잊었다가 이내 정색을 하고 공박했습니다. “대통령이란 자리에 있으면서 한국 사람들이 일본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도 모르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건 마치 미국이 영국의 지배를 받던 그때로 돌아가라는 것과 같은 소리입니다.”


(354)

제가 보기에 우리 사회는 결코 절망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미래는 희망적입니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제아무리 발전한 나라에서도 유토피아란 없습니다. 유토피아란 미래 희망을 위해 만들어진 환상적 언어이지 현실적 실현성을 갖는 언어는 아닙니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은 만족이 없이 끝없이 팽창되는 것이기에 유토피아를 현실에서 실현할 수 없는 게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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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 평전 역사 인물 찾기 22
안재성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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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안재성이라는 작가가 있단다. 좌파 작가라고 해야 할까? 우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좌파 인물에 대한 책들을 많이 쓰셨어. 아빠는 안재성님이 쓰신 책 중에는 <경성 트로이카><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라는 책을 읽어봤어. <경성 트로이카>는 읽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 책을 통해서 학창시절 역사책에서 나오지 않았던 많은 좌파 독립운동가들을 알게 되었단다. 일제 시대 여러 가지 사상들이 출현하면서 많은 지식인들이 공산주의 사상에 빠져 들어 공산주의 운동을 하면서 그와 함께 독립 운동을 하는 이들이 많았어. 후에 해방이 되고 우리나라 남북으로 나뉘고 전쟁이 일어나고,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가 되면서, 공산주의는 우리나라에 금기시되었단다. 그래서 독립운동을 하던 많은 공산주의자들도 교과서에서 사라진 것이지. 하지만, 일제 시대 그들은 뜨거운 피가 끓던 우리나라 젊은이였고, 나라를 되찾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하셨고, 목숨도 잃으셨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경성 트로이카>에 나왔고, 그 책에 나온 이들에 대해 몇 사람에 대해서는 지은이 안재성님께서 평전으로 좀더 자세히 쓰셨단다. 그 중에 한 사람이 이현상이었어.


1.

이현상의 젊은 시절 얼굴을 보면, 강렬한 눈빛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더구나. 그는 늘 웃음이 적고, 원칙에 충실한 그런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의 얼굴과 딱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단다.

==========================

(193)

좌익 내부의 정적들조차 김삼룡이나 이주하는 말이 통하지만 이현상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고 평했다. 먼저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상대방을 설득하다가 안 되면 감정이라도 분출시키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이현상은 끝까지 묵묵히 듣기만 할 뿐, 끝내 자기 고집을 꺾지 않고 원칙을 관철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정적들이 조선공산당 중앙을 비판할 때 공식적으로 이현상의 이름을 거론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현상의 원칙이란 것이 상식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제하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지도할 때 보여준 그의 융통성과 현실주의적인 감각이 이 추측을 뒷받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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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그러나 이현상은 도무지 말이 없었기 때문에 아주 친한 사람이 아니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맡고 있는지를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하급 간부들은 이현상의 심중이 무엇인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하려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짧게 표현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은유나 비유는 사용하지 않았고, 입에서 내뱉은 말과 다른 생각을 품고 있지도 않았다. 앞에서 한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르지 않았고, 정치적 암투를 위해 사람을 모함하거나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거짓 호의를 베푸는 일이라곤 없었다. 근본적으로 복잡한 생각이나 정치적 욕심이 없는 담백한 사람이라고 보면 좋았다. 따라서 동료들이나 하급자들은 그가 회의 시간 내내 듣고만 있어도 무슨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어쩌다가 한마디 하면 그것이 바로 그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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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악랄하고 인간미 같은 것이 없는 사람은 아니란다. 그는 생명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중요시하고 존중했단다. 전투 중에 적의 생명을 어쩔 수 없이 앗아간 경우는 있지만, 생포된 포로에 대해서는 죽이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며칠 동안 교양을 한 다음에 다시 돌려보냈다고 하는데, 그로 인해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그 이후에도 그의 포로 원칙은 바꾸지 않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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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미군이라고 해서 마구 죽이지는 않았다. 미군도 일단 포로로 잡으면 죽이지 않고 며칠 동안 데리고 다니며 교양을 한 다음 살려 보냈다. 이 고지식한 공산주의자는 미워해야 할 것은 제국주의이며 제국주의 국가의 인민들은 다 같은 피해자라는 교리를 잊어버리지 않았다. 쫓기는 처지라 포로를 감시하는 일도 쉽지 않아 쏘아버리자고 주장하는 대원도 있었으나 이현상은 원칙을 버리지 않았다. 이렇게 살려준 미군들이 유격대의 위치를 파악해 보고하는 바람에 포격을 당하는 일도 생겼지만 이후로도 포로 수칙을 바꾸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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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럼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짧게 이야기해줄게.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짧게 이야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만, 아빠가 밀린 독서편지를 따라잡을 때까지는 짧게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는 1925 9 27일 충청도 금산군 군북면이라는 동네에서 셋째 아들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당시 면장이었고, 나중에는 형들도 면장을 했대. 일제시대 면장을 하면 보통 친일을 하는 나쁜 이들로 생각할 텐데, 그들은 면 사람들을 위해 재산을 내놓고 세금도 대신 내주는 착한 사람들이었대. 고는 고창보고를 다니다가 서울 중앙고보로 전학을 갔고 그곳에서 6.10 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구속되기도 했다는 구나. 나중에 오늘날 고려대학교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조전공산당 청년단체인 고려공산청년연맹에 가입을 해서, 본격적인 공산주의 운동과 독립운동을 하게 되었어. 이런 활동으로 징역을 갔다 왔고, 김삼룡 이재유 등과 함께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경성 트로이카를 조직해서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이끌었단다. 하지만 이 일로 또 징역을 가는 등 해방할 때까지 모두 합해 10년 넘게 징역살이를 했다는구나.

광복 후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깃발을 들었지만, 광복 직후에는 여러 사상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공산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었고, 이현상도 남조선로동당이라는 정상을 만들어 박헌영과 함께 이끌었단다. 하지만 미군정이 공산주의 정당을 불법으로 정했고, 그래서 박헌영과 함께 북한으로 갔단다. 하지만 그쪽도 이현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 김일성이 권력을 잡아갔지. 이현상이 생각하기에 남조선노동당이 정통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는 다시 남한으로 와서 비밀리에 남조선노동당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이 터졌어. 지금은 역사적으로 여순사건이 정의로운 민중항쟁이라고 평가되지만, 당시에는 나라에서 반란으로 정의 내렸단다. (여순 사건은 아빠가 얼마 전에 이야기해준 김용옥님의 <우린 아무도 몰랐다> 독서 편지를 참고해 주시고…) 이현상은 이것이 너무 성급하게 우발적으로 일어났다고 생각했어. 성공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지. 하지만 그들을 버릴 수는 없어서 그는 여순사건의 주동자들로부터 지휘권을 인수받아 그들을 이끌게 되었단다. 무장유격전의 시작이었지.

지리산 산중에 자리를 잡으면서 남조선노동당의 비밀 조직을 이끌었어. 이승만 정부는 이현상이 이끄는 빨치산들을 없애기 위해 군경토벌대를 보내 대대적인 공세를 끊임없이 벌였고, 이현상의 병력도 공세 때마다 큰 타격을 입어 시간이 갈수록 그 수가 줄어들었단다. 더 이상 지리산에서 임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현상은 남아 있는 부대원을 이끌고 북으로 가기 했단다. 그때가 1950 6월이었는데, 이현상은 북에서 남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지.

북상 도중 전쟁 소식을 들었단다. 북한이 일으킨 이 전쟁은 삽시간에 남한 전역을 점령하면서 낙동강 유역까지 전선을 끌어내렸단다. 이현상은 북에서 내려온 인민군과 함께 전쟁에 참여를 했고, 이현상이 이끄는 부대는 낙동강은 넘어 미군의 군수물자를 파괴하는 등 성과를 냈어. 하지만 인천상륙작전과 서울 수복 등으로 전세는 역전되고 후퇴하게 되었어. 그 해 이승엽과 재회를 하게 되었고 남한 유격대 총지휘권을 받게 되었고, 이현상은 다시 산중에서 게릴라를 하게 되었고, 그는 그의 부대를 남부군이라고 이름 지었단다. 그렇게 남부군이 탄생했지.

전쟁이 일진일퇴를 보이다가 장기전으로 들어섰어. 전쟁에 지친 미국과 북한은 휴전 협정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때 이미 이현상과 남부군은 북으로부터 고립되기 시작되었단다. 가끔 북에서 지령이 내려오긴 했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했던가, 이현상과 남부군에 대한 지원은 점점 줄어들었어. 그에 반해 남한의 이승만 정부는 이현상을 없애려고 온힘을 기울였단다. 이승만은 이현상의 토벌 없이 지리산의 안정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정도였어.

뿐만 아니라 먹는 것을 구하는 것도 어려웠고, 겨울에는 지리산의 모진 추위와도 싸워야 했어. 이래저래 시간이 지나면서 남부군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단다. 길고 지루했던 휴전 협정이 1953 7 27일 체결되었고, 이젠 남과 북은 서로 오갈 수 없는 철조망이 세워지게 되었어. 거기에 북한에서는 전쟁의 책임을 남조선로동당의 지도부에 돌렸고, 그로 인해 이승엽은 미제의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처형을 당했고, 박헌영도 구속되었어. 이현상에게는 희망이 없었지. 이현상은 결국 경찰에 의해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뜨거운 피를 가진 이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 그는 나라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뚜렷한 주장을 가지고 계속 선택을 했고 그 선택으로 그의 삶을 만들어갔단다. 하지만, 그의 선택과 그가 속한 나라의 선택이 달라지면서,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된 것 같구나.

이현상 그는 진정한 혁명가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자신에게 이익이 없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면 그는 행동을 했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 분노하고, 목숨까지 걸었으니까 말이야. 결코 선택하기 쉽지 않은 삶을 그는 선택을 했고, 뜨겁게 불살랐던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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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1)

역사는 자신의 존재에 의거하지 않은 지식인 출신 혁명가들의 나약함과 우유부단에 관한 많은 사례를 보여준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과 함께, 출신성분이 혁명가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기초 자료가 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역사는 그 반대의 경우도 무수히 보여준다. 자기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없더라도 타인에 대한 애정과 정의감만으로 기득권을 버리고 변혁운동에 뛰어들어 아낌없이 죽어간 사례들이다. 자신이 처한 부당한 현실에 분개하고 분노를 폭발시키는 일은 생존의 본능이지만, 타인의 고통에 분노하고 목숨까지 걸어 싸우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본인이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지식인이거나 노동자이거나 아무 상관없이, 타인데 대해 얼마나 깊은 사랑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성품의 문제였다. 드물지만, 이런 이타적인 인간형들은 진정한 혁명가로서의 자질과 존경 받을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이현상도 그런 유형의 하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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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한국전쟁이 끝난 지 두 달 후인 1953 9 18일 오전 11시경 지리산 주 능선 반야봉 남쪽 빗점계곡에서 한 사내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책의 끝 문장 : 김대중 대통령 방문 당시 평양의 만수대의사당을 안내한 여성은 이현상의 막내딸 이상진이었다.


세속적인 욕심에 무심한 것은 역사를 바꿔온 대부분의 혁명가들이 가진 근본적인 성품이기도 했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과 경쟁을 역사의 동력으로 파악하는 역사가들은 혁명가들의 삶에도 이를 적용하고 싶어하여 세계의 혁명사를 당파 싸움으로 대치시키는 데 몰두한다. 그들은 혁명가들의 마음속에 희생과 용기, 이타주의의 고귀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정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혁명이 시대적으로 주류가 되었을 때 출세의 기회를 잡기 위해 앞 다투어 뛰어든 투기꾼들의 행태가 그들의 분석에 근거가 되고 합리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그들은 역사의 원동력이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없게 되고, 결국은 시간 순서대로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하고 그 사이사이에 인간의 욕망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끼워넣는데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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