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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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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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참 다양으로 이름으로 부르는 것 같구나. 러시아 발음 상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야. 아빠가 이번에 읽은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일곱 번째 책 <벨낀 이야기>를 쓴 뿌쉬낀도 마찬가지푸슈킨이라고 하기도 하고, 푸시킨이라고 하기도 하고 말이야열린책들에서는 된소리를 강조해서 뿌쉬낀이라고 했단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

뿌쉬낀의 소설 중에 아빠가 읽은 것은 <대위의 딸>이라는 소설 한 편이란다. 아빠가 존경하는 유시민 님께서 추천해서 읽게 된 책인데,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구나. 뿌쉬낀은 능력이 비해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어. 왜냐하면 서른여덟 살에 요절했거든. 바람난 아내의 정부와 결투를 했다가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아빠가 예전에 뿌쉬낀의 단편 소설들을 모아 놓은 책을 산 기억이 있는데, 읽어보지 못하고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을 것 같은데, 어디에 꽂혀 있는지 못하겠구나.


1.

벨낀 이야기는 마치 벨낀이라는 실존 작가의 작품을 우연히 손에 넣은 후 소개하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이는 설정이며, 지은이 뿌쉬낀이 쓴 작품들이란다. 이 책에서 벨낀이 남겼다고 하는 소설은 총 다섯 편의 단편이란다. 정말 재미있었다, 이런 평은 못 하겠더구나. 그냥 그 시절 러시아의 일상들과 인간 심리는 예나 지금이나 다 비슷비슷하구나, 하는 이런 생각을 들게 한 작품들이었어. 각 작품 별로 아주 짧게 이야기를 해볼게.

1 마지막 한 발

퇴역 장군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형식의 소설이란다. 실비오라는 사람이 결투를 하게 되었는데, 그는 그 결투를 취소했어. 다른 사람들이 그를 겁쟁이라고 여겼지만, 실비오는 상대방이 결투 전 공포심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어. 그 공포심을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고, 그런 생명을 소중이 여기는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생각이었지.

2 눈보라

귀족 출신의 마리야는 가난한 장교 블라지미르와 사랑에 빠졌지만, 부모의 반대로 인해 몰래 도망치기로 했단다. 외딴 교회에서 만나 결혼식을 치르기로 한단다. 그날 눈보라가 엄청나게 불었는데, 다행히 마리야는 다행히 그 교회에 도착을 했고, 캄캄한 교회에서 블라지미르와 결혼식을 치르고 집에 돌아왔단다. 하지만 블라지미르는 제 시간에 교회에 도착을 하지 못했지. 뭐야? 그런 교회에서 그 남자는? 이 일이 있고 마리야는 블라지미르와 헤어지게 되었어. 나중에 부르민이라는 남자에게 호의를 갖게 사귀게 되는데, 자신들의 비밀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라게 된단다. 그 옛날 캄캄한 교회에서 블라지미르인줄 알았던 그 남자가 바로 부르민이었던 거야. 그들은 다시 한번 정식으로 결혼을 한단다.

3 장의사

장의사 쁘로호로프라는 사람의 이야기란다. 이웃집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다가 자신을 놀리는 듯한 대화에 화가 나서 집에 돌아왔단다. 그런데 자신이 장사 지냈던, 죽은 이들이 찾아왔단다. 자신의 관 값을 속였다면서 쁘로호로프를 비난하는 이도 있었단다. 자실 쁘로호로프는 관 값이나 장례비를 속여서 돈을 벌었는데, 그걸 안 죽은 이들이 알고 그를 찾아온 것이란다. 느낌상 꿈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뽀로호로프의 꿈이었단다. 그 꿈이 크리스마스 캐롤의 스크루지 영감처럼 그를 반성하게 했으려나.

4 역참지기

시골 역참에 들렀던 기병 장교가 역참지기 노인의 딸 두냐에 사랑에 빠지고 그 장교는 두냐를 데리고 도망을 갔어. 역참지기 노인은 장교의 집을 찾아왔지만 딸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단다. 얼마 뒤 노인은 죽고, 두냐는 노인의 무덤에 찾아오게 된다는 이야기. 굳이 아버지를 그렇게 외면할 필요가 있었나 싶구나.

5 귀족아가씨 - 시골처녀

사이가 좋지 않은 두 집안 무롬스키 집안의 딸 리자와 베리스또프 집안의 아들 알렉세이의 사랑이야기란다. 사이가 좋지 않은 두 집안의 이루어질 없는 사랑이야기는 사랑 이야기의 단골 소재거리구나. 리자는 집안의 반대가 심할 거라는 생각하고 아꿀리나라는 농부의 딸로 변장을 하고 알렉세이를 만나게 된단다. 알렉세이는 아꿀리나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지. 그런데 그 사이에 무롬스키와 베리스또프 집안의 사이가 좋아져서 리자와 알렉세이를 결혼시키려고 했단다. 그런데 알렉세이는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아꿀리나를 저버릴 수 없었어. 무롬스키의 집에 찾아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리자가 바로 아꿀리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로미오와 줄리엣과 달리 해피 엔딩이구나 ㅎㅎ 결혼 이후에도 행복하게 잘 살았으려나?

....

, 이상으로 벨낀 이야기에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해 보았단다. 그리고 앞으로 한 동안 독서 편지는 좀더 짧게 쓰려고 해. 너희들이 각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길어진 코로나 펜데믹에 주말에 아빠는 책 읽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아져서 그런지 예전보다 읽은 책이 쌓이는 속도가 빨라진 것 같아. 그래서 독서 편지가 엄청나게 밀려버렸어. 그거 따라잡을 동안은 좀 짧게 쓰려고 하니 양해 바람.^^ ,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바야흐로 독자 대중에서 소개될 I. P. 벨낀의 의야기들을 간행하려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간략하나마 고인이 된 저자의 전기를 수록함으로써 우리 나라 문학 애호가들의 지극히 당연한 호기심을 부분적으로나마  만족시켜 주길 희망하였다.

책의 끝 문장: 독자 여러분은 대단원을 묘사해야 하는 불필요한 의미에서 나를 해방시켜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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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 20세기 최초의 코즈모폴리턴 작가 클래식 클라우드 6
백민석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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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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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에서 서핑하다가 <클래식 클라우드>라는 시리즈를 알게 되었단다. 유명한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며 그들의 삶을 이야기해주는 그런 시리즈야. 괜찮을 것 같았고, 그 시리즈에 소개된 사람들 중에서 몇몇은 아빠가 그 전부터 전기문을 읽어보고 싶어 했던 분들이었어. 그래서 알아보다가 얼마 전에 읽은 <노인과 바다>의 지은이 헤밍웨이에 관한 클라식 클라우드 시리즈 6<헤밍웨이 : 20세기 최초의 코즈모폴리턴 작가>를 읽었단다.

지은이는 백민석이라는 처음 본 분인데, 소설과 산문을 많이 쓰신 작가시더구나. 헤밍웨이의 작품들이 워낙 유명해서, 헤밍웨이의 삶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아빠는 잘 모른단다. 그가 스페인 전쟁에 참여를 하고 나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라는 소설을 썼고, 삶의 마지막은 비참하게도 권총 자살을 했다는 정도 밖에 아는 것이 없었어. 살아서도 소설가로서 명성을 얻은 그가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궁금하구나. 자 그럼 아빠와 함께 헤밍웨이 여행을 떠나보자꾸나.


1.

헤밍웨이는 한 곳에 정착한 삶을 살지 않았고, 한 여성에 장착한 삶도 살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무려 20여개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살았고, 결혼과 이혼도 네 번이나 했다고 하는구나. 그런 경험들이 다양한 소재로 소설을 쓰는데 바탕이 된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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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헤밍웨이는 한 장소에 붙박인 삶을 살지 않았다. 그는 4대륙 20여개 나라에 삶의 흔적을 남겼고, 창작도 온갖 도시의 온갖 호텔을 옮겨 다니며 했다. <태양은 다시 뜬다>는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팜플로나가 배경이고 스위스에서 마감했다. <무기여 잘 있거라>는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베네치아가 배경이고 마조레 호숫가의 호텔에서 쓰였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스페인 내전의 전장이 배경이고 쿠바의 아바나에서 주로 쓰였다. <킬리만자로의 눈>은 아프리카가 배경이고 <노인과 바다>는 쿠바의 아바나가 배경이다. 한 여성에게 머물지도 않았다. 그는 네 명의 여성과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고 애인들도 적지 않았다. 그는 결혼과 이혼을 반복할 때마다 굵직한 작품들을 써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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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였대. 그 무서운 전쟁에 직접 참여도 했대. 1차 세계 대전, 2차 세계 대전, 스페인 내전 등 현대사에 굵직한 전쟁에 직접 참가를 했다는구나. 1차 세계 대전에서는 중상을 입어 죽을 뻔 했대. 그런데도 또 전쟁을 나가다니 대단한 사람이네. 자신을 스스로 죽지 않는 불사조라고 불렀다고 하던데… 1차 세계 대전에서 중상을 입고(그가 1차 세계 대전에서 부상을 입은 첫 번째 미국 사람이라고 하는구나) 병원에 입원에 있으면서 아그네스라는 간호사와 사랑에 빠지기도 했대.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이탈리아 밀라노와 스트레사를 배경으로 <무기여 잘 있거라>라는 대작을 썼다고 하는구나.

지은이 백민석 님의 헤밍웨이 발자취 따라가기 첫 번째 여행지는 파리였단다. 1920년대 헤밍웨이가 파리에 머물렀는데, 당시 파리에는 파리지엥이라고 해서 세계 곳곳에서 많은 예술가, 소설가들이 모여서 활동을 했단다. 아빠도 재미있게 본 <미드나잇 인 파리> 1920년대 파리지엥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영화에 헤밍웨이도 조연으로 출현했었단다. 이 책에서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하더구나.

헤밍웨이의 소설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원래 뜻은 수면 아래 두고 짧고 함축적인 글만 수면 밖에 내놓은 빙산처럼 쓰기 때문이라고 했어. 그런 걸 빙산이론에 의한 글쓰기라고 한대. 수면 아래에 읽는 속 뜻을 읽기 쉽지 않지. 아빠는 반대다. 빙산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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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107)

난 늘 빙산 원칙에 따라 글을 쓰려고 노력해요. 우리 눈에 보이는 부분마다 물 밑에는 8분의 7이 있죠. 아는 건 뭐든 없앨 수 있어요. 그럴수록 빙산은 더 단단해지죠. 그게 보이는 않는 부분입니다. 작가가 모르기 때문에 뭔가를 생략하면, 그때는 이야기에 구멍이 생겨요. (…) 하지만 알고 있는 그런 것들이 수면 아래의 빙산을 만드는 겁니다. - <헤밍웨이의 말> 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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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헤밍웨이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오랫동안 갈등을 빚었대. 그래서 남성성이 강한 소설들을 많이 썼고, 여러 여자들과 만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했어. 어머니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젊었을 때는 나이차이가 많은 연상의 여인을 만났을 것이라 추측하더구나. 앞서 병원에서 만난 아그네스, 첫 번째 부인, 두 번째 부인 모두 나이 차 많은 연상이었대. 세 번째 부인부터 연하의 여인이었다고 하더구나.

헤밍웨이가 세계 여러 곳을 다녔지만, 그 중에 더 애착을 가지고 있던 곳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한 곳이 스페인의 팜플로나라고 하는구나. 팜를로나에는 거의 매년 갔다고 했어. 그곳에는 투우 축제인 산 페르민 축제라는 것이 있었어. 지은이 백민석 님도 직접 산 페르민 축제를 가셨는데, 생생한 사진과 함께 그 축제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셨단다. 헤밍웨이는 이 축제를 경험하고 나서 소설 <태양은 다시 뜬다> <오후의 죽음>을 썼는데 아빠는 다 모르는 작품들이구나.

그리고 그가 또 좋아하는 장소는 아프리카. 그가 아프리카에 자주 간 것은 그가 좋아하는 사냥을 하기 위해서였대. 사냥뿐만 아니라 헤밍웨이는 스포츠 광이었다고 하는구나. 아프리카 여행을 경험을 <킬라만자로의 눈>이라는 소설을 썼다고 하는구나.

그는 스페인 내전에 참가했다고 했잖아. 그는 그곳에서 겔혼이라는 여기자와 사랑에 따지고 결혼을 했다는구나. 겔혼과 사랑을 다룬 영화 <헤밍웨이와 겔혼>라는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어서, 겔혼이라는 이름이 낯설지는 않구나. 영화를 보지 않았고 헤밍웨이의 삶을 몰라서 <헤밍웨이와 겔혼>이라는 영화가 헤밍웨이의 유일하고 운명적인 사람, 뭐 그런 것인 줄 알았는데, 세 번째 부인과의 이야기였구나. 유일한 사랑은 아니어도 운명적인 사랑이었나? 이것도 기회 되면 한번 보고 싶은데, 봐야 할 영화들이 워낙 많아서

아무튼 스페인 내전에 참가했다가 독재가 시작되어 스페인을 떠났다가 독재와 반파시즘이 계속 되면서 스페인에 가지 못하게 되었단다. 하지만 그의 라틴 사랑이 대단해서 스페인을 가지 못하는 대신 그와 유사한 라틴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쿠바에 가서 정착을 하게 되었대. 이미 이 때는 겔혼과 헤어졌고, 넷째 부인 메리 웰시와 결혼을 했다는구나. 스페인에서의 스페인 내전의 경험과 산 페르민 축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라는 소설을 썼단다. 지금도 쿠바에 가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썼던 헤밍웨이의 집을 관람할 수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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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하지만 헤밍웨이가 무슨 이데올로기적인 확신이 있어서 참전했던 것은 아니었다. 파시즘, 자유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가 뒤섞여 이데올로기의 각축장 같았던 스페인 내전에서 그는 어느 이데올로기도 공식적으로 두둔하지 않았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그는 로버트 조던의 입을 빌려 자신에게 정치적인 입장이 없을 강조한다. 그의 참전은 다큐멘터리 해설에서 보듯 감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그는 이미 스페인이 배경인 책을 두 권 펴냈고 거의 해마다 스페인에 놀러가고 있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도 팜플로나의 산 페르민 축제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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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는 쿠바에 정착한 이후 주로 쿠바에서 생활을 했단다. 네 번째 부인 메리 웰시와도 17년이나 같이 살았다고 하는구나. 쿠바에서 쓴 작품들에 가장 성공적이고 유명한 작품은 바로 <노인과 바다>란다. 쿠바에서의 삶은 1960년 쿠바 혁명이 일어난 이후 마무리되었단다. 그는 그 이후 미국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했어. 그런데 얼마 안 가서 심한 우울증을 겪게 되었대. 전쟁터에 여러 번 나아가서도 살아 돌아왔고, 크고 작은 사건과 수 많은 질병에 걸려 죽을 위기를 여러 번 넘겼던 헤밍웨이, 심지어 죽지도 않았는데 사망 기사가 세 번이나 났었다고 하더구나. 그런 헤밍웨이가 우울증에 빠져 권총자살로 삶을 마감했다니 안타깝구나. 그것도 그가 그렇게 따라 하지 않으려고 했던 아버지와 같은 방식으로 죽었단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힘들게 했을까.

….

헤밍웨이에 모든 것을 적은 전기문은 아니었지만, 헤밍웨이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책이었던 것 같구나. 칼라풀한 사진들이 많아서 좋았고 말이야. 그로 인해 가격이 좀 셌지만 말이야.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에 아빠가 관심을 두었던 예술가들 몇몇은 또 읽어보고 싶구나. 오늘은 이상.


PS:

책의 첫 문장: 헤밍웨이는 초인의 삶을 살았다.

책의 끝 문장: 오히려 갈수록 풍부해지고 있었다.


1920년대 문학을 말할 때 가장 널리 이야기되는 것이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다. 어쩌면 이 이름이 그 뒤를 잇는 여러 세대론의 씨앗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1920년대 ‘잃어버린 세대’ 이후로 1950년대의 ‘비트족’, 1960~1970년대의 ‘히피족’이 뒤를 잇는다. 이 ‘잃어버린 세대’라는 이름을 탄생시킨 것이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다시 뜬다>였다. ‘잃어버린 세대’는 그의 창작이 아니었지만, 그가 소설에 써서 유명하게 되었고 그를 비롯한 몇몇 작가를 일컫는 공식적인 세대 이름이 되었다. - P67

헤밍웨이가 대화문을 쓸 때 현실성을 얼마나 신경 썼는지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다. <무기여 잘 있거라>는 전쟁소설이고 따라서 극한 상황에 처한 군인들이 내뱉는 욕설과 비속어 ‘cocksucker’가 등장한다. 결국 저급한 단어들이 문제가 되어 보스턴에서 <무기여 잘 있거라>가 금서 목록에 오른다. 편집자 맥스 퍼킨스는 출판사 사장에게 이런 편지를 섰다. "삶에서든 문학에서든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게 헤밍웨이의 원칙입니다."(<헤밍웨이 vs. 피츠제럴드>) 피츠제럴드는 검열 소식을 듣고 레마르크의 전쟁소설인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구해 헤밍웨이에게 보내준다. 당연히 그 소설에서도 군인들은 욕설을 내뱉는다. 남성들뿐인 전장의 막사에서 군인들이 조곤조곤 우아하게 존댓말로 대화한다면 그것만큼 어색한 장면도 또 없을 것이다. 결국 헤밍웨이와 맥스 퍼킨스는 한동안 설전을 거듭하다가 비속어를 빼기로 한다. - P104

헤밍웨이는 삶의 경험도 많고 어디 한군데 머무르지 않는 폭넓은 작품 세계를 보여주었지만,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만큼은 단 몇 줄로 정리할 수 있을 만큼 단편적이고 단조로웠다. 그런 여성들과 그 자신의 반영인 남성 주인공들은 대개의 경우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사랑이 무르익은 밀고 당기는 연애 과정은 짧다. "그녀를 본 순간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내 내면의 모든 곳이 뒤집혀버렸다."(<무기여 잘 있거라> 126쪽)라고 말하면서 프레더릭은 캐서린과 병실에서 다짜고짜 사랑을 나눈다. 이런 관계에서 언제나 더 많이 사랑하고 그래서 더 순종적이게 되는 편은 항상 여성이다. 캐서린은 프레더릭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체온까지 멋지군요. (…) 당신 체온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무기여 잘 있거라>, 139쪽) 프레더릭이 "당신은 나의 착한 여자야."라고 하지 캐서린은 "난 정말 당신의 여자예요."(<무기여 잘 있거라>, 205쪽)라고 답한다. - P142

내가 보기에 이 점이 헤밍웨이의 삶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비행기 사고도, 자살도, 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들의 연속선상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그는 말하자면 죽을 뻔한 사고를 당하고도 똑 같은 행위를 다시금 반복했고, 비슷한 위험한 상황을 반복해 만들었다. 보통의 양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낚싯대를 타고 나갔다가 한 번 큰 부상을 입었으면 또다시 낚싯대에 오르기를 꺼려할 것이다. 전장에 나가 다리에 200개가 넘는 파편이 박혔다면, 전쟁은 소문만 들어도 치라 떨릴 것이다. 술에 취해 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냈으면 다시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평생 낚싯배를 타고 청새치를 쫓아다녔고, 늙어서도 주먹질 싸움을 그치지 않았으며, 알려진 것만 전쟁에 다섯 번 참전했고 음주 운전을 멈추지 않았다. - P274

헤밍웨이는 죽기를 욕망했다. 죽음은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욕망의 원인이었고, 그가 쫓아다닌 위험한 장소들은 죽음에 그를 가까이 데려다주기는 하지만 결국 실패하게 되는 욕망의 틀린 대상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갖가지 사고와 질병, 비행기 사고, 자살까지 이어지는 그의 기나긴 ‘육체적 고난의 연보’는 이렇게 해서 연속성을 얻게 되고 조금이나마 이해 가능한 해석이 가능해진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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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4-29 1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의 첫 문장과 책의 끝 문장을 넣으니 좋습니다.

bookholic 2022-04-29 23:12   좋아요 0 | URL
^^ 고맙습니다...
간혹 첫문장과 끝문장만이라도 손글씨로 쓰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요~~^^
편히 키보드라도 두들겨봅니다....
 
[eBook]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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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우리나라에 많은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이 있단다. 특히 여성 작가들이 많은 것 같아. (젊은 남성 작가들 분발 좀 하길…) 아빠가 오래 전에는 한국 여성 작가의 책을 많이 읽지 않았어. 묘사가 좀 지나치고 전개도 느린 것 같아서 아빠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최근의 한국 여성 작가들은 소재도 다양하고 전개도 빠르고 아빠의 취향에 맞는 소설을 쓰시는 작가들이 많아졌더구나. 이번에 읽은 <밝은 밤>의 지은이 최은영 님의 소설들도 그랬어. 아빠가 읽은 것은 <쇼코의 미소>라는 단편집이랑 젊은 작가상 수상집에 실린 작품들이 전부였지만,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작품들이었단다.

<밝은 밤>은 최은영 님의 첫 번째 장편 소설인데 읽은 이로 하여금 긴장감 늦추지 않게 이야기를 잘 풀어 나가셨단다. 단편에서 보여준 저력을 장편에서도 보여주지 못하는 분들도 간혹 계신데, 최은영 님의 이번 장편은 아주 좋았단다. 그리고 소재도 굴곡진 우리나라 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은 어떤 여인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모습이 이러지 않았을까 하면서 읽게 되더구나. 그리고 이 책을 쓰면서, 최은영 님은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를 겼었다고 하던데, 앞으로는 좋은 시기만 쭉 이어져 쭉 좋은 작품을 쓰셨으면 좋겠구나.


1.

이 소설에는 4대에 걸친 여인들이 등장한단다. 외증조할머니인 정선, 외할머니인 영옥, 엄마 미선,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지연..

지연은 서른두 살로 얼마 전 남편과 이혼한 뒤, 때마침 희령의 천문대에 취업을 하게 되어 희령에 내려가서 살게 되었단다. 희령은 가상의 도시인데 강원도 속초 근처를 배경으로 했단다. 희령은 지연의 외할머니 영옥이 살고 있는 곳인데, 어렸을 때는 몇 번 놀러 왔었지만, 그 이후에는 온 적이 없고 할머니와도 연을 끊고 살았단다. 할머니와 연을 끊은 이유는 엄마 미선이 할머니와 무슨 이유인지 연을 끊고 살았기 때문에 지연도 덩달아 할머니와 연을 끊고 산 것이야.

희령이 조그마한 도시이다 보니 지연은 우연히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어. 그 이후 집을 오가면서 자주 만났고, 할머니로부터 할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되었단다. 증조모는 일제 시대에 일본군인에게 잡혀 위안부로 끌려갈 뻔했는데, 증조부께서 증조모가 살고 있던 시골에서 증조모를 데리고 개성으로 도망을 갔고 그곳에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단다. 이런 걸 보면 증조부가 증조모에게 무척 잘 해줄 거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결혼하고 나서 증조부는 증조모에게 그리 잘 해주지는 않았어.

증조모는 또 하나 콤플렉스가 있었어. 아버지가 백정이어서 늘 백정의 딸이라고 모욕을 많이 당했단다. 시댁 식구들도 백정의 딸이라서 증조모를 탐탁지 않게 보았단다. 다행히 새비 아주머니라고 불렀던 분와 무척 친했다고 하더구나. 새비 아주머니는 새비라는 마을에 살고 있어서 그렇게 불렀어. 지연의 할머니가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보니 새비 아주머니라고 이야기하셨는데. 새비 아주머니와 증조모는 같은 세대이셨어. 친구라고 생각해도 돼. 새비 아주버니의 남편은 새비 삼촌이라고 불렀는데, 일제 시대 일본에 돈 벌러 갔다가 해방 후에 돌아오시긴 했는데, 그가 있었던 것이 히로시마였어. 몇 년 후 원폭 피해 후유증으로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단다.

새비 삼촌이 돌아가신 다음에 새비 아주머니는 시대에서 핍박을 받다가 쫓겨나게 되었어. 그래서 새비 아주머니는 딸 희자와 함께 증조모 집에 들렀단다. 외할머니 영옥과 희자는 세 살 차이로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단다. 새비 아주머니와 딸 희자를 증조모 님에 받아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증조모 집도 그리 넉넉하지 못했어. 대구에 있는 고모댁에 간다는 새비 아주머니를  빈 말이라도 여기 있으라고 말하지 못한 것이 가슴에 계속 걸렸다고 했단다. 그렇게 증보모와 새비 아주머니는 멀리 떨어지게 되었단다.


2.

그런데 한국전쟁이 일어났단다. 증조모님 가족도 남쪽으로 피난을 가게 되었어. 서울 친척집이 종착지였지만, 그 친척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곳도 안전하지 못했단다. 결국 갈 곳이 없는 증조모네는 대구로 가서 새비 아주머니가 머무르고 있는 새비 아주머니의 고모댁의 문을 두들겼어. 고모는 수녀여서 가족들은 없었고 새비 아주머니 모녀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어. 넉넉하지 못했지만, 증조모 가족들을 떨칠 수는 없었단다. 새비 아주머니의 고모님 성함이 명숙이라서 할머니 영옥은 명숙 할머니라고 불렀어. 할머니는 명숙 할머니로부터 재봉틀을 배웠고, 재봉틀에 재능이 있어 보이는 할머니에서 명숙 할머니는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단다. 전쟁통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할머니는 희자와도 친하게 지내며 가난하지만 행복한 생활을 했단다.

전쟁이 끝나고 강원도 희령에 증조부의 식구들이 내려와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증조모 식구들은 대구를 떠나 희령을 갔단다. 대구를 떠날 때 정든 새비 아주머니, 희자, 그리고 명숙 할머니와 헤어지는 것이 무척 슬펐어. 특히 할머니 영옥은 명숙 할머니와 이별을 무척 힘들어했어. 겉으로는 의연한 척 했지만 말이야. 희령에 도착한 증조모 식구들그곳에는 소식과 달리 증조부 식구들은 없었어. 다시 대구로 내려갈 수도 있었지만, 증조부와 증조모는 희령에 정착하기로 했단다.

그곳에서 자란 할머니는 길남선이라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딸 미선을 낳았어. 그 미선이 바로 지연의 어머니시고 말이야. 그런데 길남선이라는 이 사람이 사실은 유부남이었던 거야. 북에서 이미 결혼을 했는데, 본처가 북한에 남을 줄 알고 총각 행세를 하고 결혼까지 하고 아이까지 낳은 거지. 뒤늦게 길남선의 어머니와 아내가 찾아오게 되고 할아버지 길남선은 할머니를 떠나 본처의 집으로 가 버렸단다. 대구를 떠나온 뒤 희자와는 가끔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희자는 공부를 잘해서 이화여대에 수학과에 수석 입학을 했다는 소식도 들었어.

새비 아주머니도 오랫동안 만나 뵙지 못했는데 어느 날 희령에 찾아왔단다. 종조모, 새비 아주머니, 할머니는 셋이 아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잊지 못할 추억거리도 하나 만들었단다. 그런데 그 추억이 새비 아주머니와 함께 했던 마지막이었단다. 대구로 돌아가신 다음 얼마 후에 돌아가셨지그 이후로 희자와 연락이 더 뜸해지게 되었어.


3.

지연이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어. 할머니가 와서 보살펴 주곤 하셨지. 그런데 엄마도 지연의 병문안을 왔다가 할머니와 만나게 된단다. 오랜 세월 무엇 때문에 연을 끊고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할머니와 엄마는 잠시 마주하고 짧은 대화를 나주고 헤어졌는데, 그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단다. 나중에 할머니와 엄마도 다시 화해를 하게 되었어.

사실 엄마와 지연도 사이가 좋지 않아서 늘 티격태격했어. 그리고 지연에게는 언니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언니가 어렸을 때 죽어서 그 이후 가족 분위기는 늘 엉망이었지. 최근에는 지연이 이혼을 해서 엄마는 더욱 지연을 멀리하려고 했어. 그래도 식구인데어려움이 있을 때면 늘 엄마를 먼저 찾고, 딸을 먼저는 찾는 법이지.

….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지연은 희자 할머니를 찾기로 했어. 그래서 할머니와 다시 만나게 해드리려고 했단다. 수소문 끝에 희자 할머니께서 계신 곳을 알게 되었단다. 대학을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간 희자 할머니는 그곳에서 정착을 하셨고, 유명한 암호학자가 되셨어. 그래서 오래 전에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도 나오셨다고 하는구나. 지연은 희자 할머니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답장이 왔단다. 희자 할머니도 한국에 왔을 때 할머니를 찾으려고 했지만 연락처도 없고 해서 찾지 못했다는 답 메일이 왔어. 다시 연락이 닿았으니 한국에 오신다고 했어. 그리고 지연과 할머니가 희자 할머니를 마중 나가는 장면으로 소설은 끝이 났단다.

한 권이기 하지만 몇 권짜리 대하 소설을 본 기분도 들었단다. 4대에 걸친 여인들의 굴곡진 삶에서 따뜻한 사람 향기도 느꼈고, 가족의 사랑도 볼 수 있었고, 아픔을 치유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단다. 최은영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되는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나는 희령을 여름 냄새로 기억한다.

책의 끝 문장: 할머니는 내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잘 안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 P14

열일곱은 그런 나이가 아니다. 군인들에게 잡혀갈까봐 두려워하며 잠들지 못하는 나이, 아침마다 옥수수를 삶아 한 광주리를 이고 팔러 다녀야 하는 나이, 죽음을 목전에 둔 엄마의 공포와 노여움과 외로움을 지켜봐야 하는 나이, 영영 자기 혼자 남겨질 것이라는 예감을 하는 나이, 백정이라는 표지 때문에 길을 지나갈 때면 언제나, 어김없이 조롱당하고 위협당하는 나이, 엄마를 버려야 하는 나이, 엄마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하고 멀리서 소식을 들어야 하는 나이. 그렇지만 증조모의 열일곱은 그런 나이였다. 할머니는 증조모가 그 나이의 자신을 버리지 못한 채 계속 붙들고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 P47

우리는 둥글고 푸른 배를 타고 컴컴한 바다를 떠돌다 대부분 백 년도 되지 않아 떠나야 한다. 그래서 어디로 가나.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우주의 나이에 비한다면, 아니 그보다 훨씬 짧은 지구의 나이에 비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너무도 찰나가 아닐까. 찰나에 불과한 삶이 왜 때로는 이렇게 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참나무로, 기러기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인간이었던 걸까. - P130

그때의 내 마음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인간이 측량할 수 없는 무한한 세계가 지구 밖에 있다는 사실은 나의 유한함을 위로했다. 우주에 비하자면 나는 풀잎에 맺히는 물방울이나 입도 없이 살다 죽는 작은 벌레와 같았다. 언제나 무겁게만 느껴지던 내 존재가 그런 생각 안에서 가벼워지던 느낌을 나는 기억했다. 무리를 이루는 듯 보이는 밤하늘의 별들도 철저히 혼자이며, 하나의 점으로 응축되어 있던 물질들이 팽창하는 우주 속에서 빠른 속도로 서로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 어린 시절부터 줄곧 느껴왔던 슬픔을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의 그 순진무구한 사랑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차츰 빛을 잃어갔고, 그 자리는 현실적인 크기의 희망으로 대체됐다. 나의 숨쉴 구멍이었던 존재가 일이 되고, 나의 가능성이 한계가 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P158

하지만 할머니는 그날 그 자리에서 불안을 느꼈다. 경계하지 않을 때, 긴장하지 않을 때, 아무 일도 없으리라고 생각할 때, 비관적인 생각에서 자유로울 때, 어떤 순간을 즐길 때 다시 어려운 일이 닥치리라는 불안이었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전전긍긍할 때는 별다른 일이 없다가도 조금이라도 안심하면 뒤통수를 치는 것이 삶이라고 할머니 생각했다. 불행은 그런 환경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겨우 한숨 돌렸을 때, 이제는 좀 살아볼 만한가보다 생각할 때.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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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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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여섯 번째 책 <토니오 크뢰거>를 읽었단다. 일주일에 한 권씩 읽고 있어서 언제 다 읽나 싶었는데, 어느덧 여섯 번째구나. <토니오 크뢰거>는 토마스 만이라는 작가의 중편 소설인데, 아빠가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마의 산>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사람이란다.

지은이 소개를 보니, 1875년 독일에서 태어나서 1955년에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이 시절 독일이면 히틀러를 빼놓을 수 없는데,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했을 때, 외국으로 망명 후 나치 정권을 비판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1929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는구나. 읽을 책들이 많아서 장담은 못하겠지만, 그가 노벨 문학상을 타는데 큰 역할을 한 <마의 산>도 한번 읽어보고 싶구나.


1.

제목 토니오 크뢰거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기도 하단다. 이 소설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읽었어. 토니오 크뢰거는 영사의 아들로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났단다. 학창시절 토니오는 동경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어. 한스 한젠라는 친구인데, 아버지가 사업가라서 이 집안도 부유한 집안이었고, 한스는 우등생에 승마도 잘하는 엄친아라고 할 수 있었지. 그에 비해 토니오는 학교 성적도 안 좋았어. 하지만 둘은 절친이었고, 특히 토니오가 한스를 엄청 좋아했어. 그것이 살짝 우정을 넘어서는 느낌도 들어서 잠깐 퀴어 문학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하지만 좀더 자라나 열여섯 살이 된 토니오는 잉에보르크 홀름이라는 여학생을 짝사랑하게 되었단다. 하지만 그저 짝사랑으로 끝이 났어. 토니오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곧바로 재혼해서 집을 떠나면서 집안은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고, 토니오도 고향을 떠나야만 했단다.

다시 몇 년이 흐르고 토니오는 등단을 해서 정식 작가가 되었단다. 어렸을 때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책 읽는 것을 엄청 좋아했었는데 결국 작가가 되었구나. 리자베타 이바노브나라는 여자 친구가 있는데, 리자베타는 화가였어. 문학가와 예술가 사이의 깊은 대화는 책이 갑자기 어려운 책으로 만들기도 했단다. 둘 간의 대화를 통해서 문학가로서 지은이 토마스 만이 하고 싶었던, 평소 생각하고 있던 바를 다 들려주는 듯 했단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책이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던데, 여자 친구와 이런 심오한 대화를 나누었다니그런데 왜 그는 가슴에서 나오는 따듯한 감정이 진부하고 쓸모 없다고 했을까. 너무 평범하게 살지 말라는 소릴까.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한테 버림받아서 그랬을까.

====================

(51)

아시다시피 사람들은 중요한 것에 대해 말하는 법이 없고, 근본적으로 아무래도 상관없는 소재만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미학적 형상물을 만들어 내려면 유희적이면서도 차분한 태도로, 우월한 입장에서 이러한 소재를 짜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당신이 말하려는 내용에 너무 집착해서, 그로 인해 당신의 가슴이 너무 따뜻해진다면 당신은 완전히 실패하고 말 것이 분명합니다. 당신은 격하게 되고 감상적으로 되며, 다듬어지지 않은 것, 아이러니가 결여된 것, 양념이 덜 된 것, 지루하고 진부한 것이 나오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냉담한 반응만을 보일 거고, 결국 당신은 좌절하여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 겁니다…… 세상 이치가 다 그런 거니까요, 리자베타. 감정 말입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감정은 언제나 진부하고 쓸모없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의 망가진, 우리의 정교한 신경 조직의 발끈하기 쉬운 예리함과 차가운 황홀함만이 예술적인 것입니다. 우리 예술가들은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거나 비인간적으로 될 필요가 있습니다.

====================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심리적으로 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의 말을 다 듣고 난 여자친구가 한마디 명확하게 해주더구나. 당신도 한 명의 시민이다, 그저 길을 잘못 든 시민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

(68)

있을 것 같기도 해요. …… 토니오, 난 당신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들었어요. 그러니 당신이 오늘 오후에 한 모든 말에 알맞은 대답을 해 드리지요. 그리고 그것이 당신을 그토록 불안하게 만드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기도 합니다. , 그럼 말하지요! 그 해답은 지금 이곳에 앉아 있는 당신은 누가 뭐래도 한 사람의 시민이라는 사실입니다.”

내가요?” 그는 이렇게 물으며 약간 주저앉는 듯했다.

그렇지 않아요? 충격이 크겠죠. 또 당연히 그래야 하고요. 그러니 형량을 조금 줄여 주려고 합니다.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당신은 <길을 잘못 든 시민>입니다, 토니오 크뢰거-<길을 잃고 헤매는 시민>이지요.”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가 그는 단호한 태도로 일어서더니 모자와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고맙습니다. 리자베타 이바노브나. 이젠 안심하고 집에 갈 수 있겠습니다. 난 처리되었으니까요.”

====================


2.

토니오는 글을 쓰기 위해 덴마크 여행을 나섰단다. 가는 길에 고향이 있어서, 오래 전에 자신이 살았던 집도 들러보았단다. 그곳은 공공도서관으로 변해 있었어. 그런데 고향에서 그는 경찰에서 도주자로 의심받고 심문까지 받았단다. 기분 좋게 고향을 들르려고 했으나 자신도 평범한 시민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단다. 자신은 특별하고, 때론 고뇌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은데 말이야. 그리고 덴마크의 한 호텔에서 묵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누가 참석했는지 알아? 자신이 어렸을 때 동경했던 친구 한스 한젠.. 그리고 그 옆에는 자신이 한때 짝사랑했던 잉에보르크 홀름. 둘은 연인 사이가 되어 행복한 커플로 여행 온 듯했어. 반가운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는 척은 하지 않았어. 잉에보르크가 그를 본 것 같았지만 말이야. 그 자리를 뜬 토니오. 그는 자신만의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했단다.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처럼 그리움과 질투와 경멸이 있지만, 충만한 행복도 있다면 말이야.

아빠가 소설가가 아니고 예술가가 아니라서 모르지만, 토니오의 고뇌에 공감할 수는 없지만, 예술가와 소설가도 어차피 이 세상에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니 경계를 너무 그으려 하지 말았으면 하는구나.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모르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갑갑한 도시의 상공에 겹겹이 낀 구름 뒤에서 겨울 해가 우윳빛으로 희미하게, 애처로운 빛을 내며 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그 속에는 그리움이 들어 있고, 그리고 우울한 질투와 아주 조금의 경멸과 순결하기 짝이 없는 더없이 충만한 행복감이 들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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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초판 출간 80주년 기념판)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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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유튜브의 AI는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아빠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것 같단다. 예전에 유튜브의 AI가 찾아준 영화 예고편 중에 <레베카>라는 예고편을 보았단다. 예고편들이 다 그렇지만, <레베카> 영화의 예고편도 영화를 보고 싶게 했단다. 그런데 이 영화 제목이 너무 익숙해서 좀 찾아보니, 이 영화는 오래 전에 그 유명한 감독 히치콕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고, 뮤지컬로 각색되어서도 꽤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더구나. 아빠가 뮤지컬에 관심이 적다 보니 잘 몰랐을 뿐이지

그리고 이 영화는 대프니 듀 모리에라는 작가가 1938년에 쓴 소설 <레베카>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어. 아무튼 꽤 유명하다는 작품.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는 왠지 원작 소설을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 소설 <레베카>을 읽은 것이란다. 지은이 대프니 듀 모리에는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서스펜스의 여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당대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유명한 작가였더구나. 그의 소설은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히치콕의 <>라는 영화도 대프니 듀 모리에의 원작소설이라고 하더구나. 나중에 대프니 듀 모리에의 다른 소설들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1.

그럼 이번에 읽은 <레베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데 끝끝내 주인공의 이름이 나오질 않더구나. 아빠가 놓쳤나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역시 주인공의 이름이 소설에서 나오지 않더구나. 나중에 맥시밀리언 드윈터와 결혼을 하게 되어 드윈터 부인이라고 나와 있더구나. 아빠는 그냥 라고 칭해서 이야기를 해볼게.

는 이제 20대 초반의 여상으로 귀부인의 시중을 드는 일을 하고 있단다. 지금은 밴 호퍼 부인의 시중을 들고 있는데, 밴 호퍼 부인을 따라 모나코의 휴양도시 몬테카를로에 와 있었어. 그곳에는 맥시밀리언 드윈터라는 사람도 와 있었는데, 이 사람은 이름이 기니까 맥심이라고 짧게 이야기할게. 맥심은 영국의 유명한 맨덜리 저택의 주인으로 일 년 전에 아내를 잃었단다. 밴 호퍼 부인이 맥심을 알고 있어서 도 맥심과 인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내 곧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둘은 곧바로 결혼을 하고 몇 주 간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맨덜리 저택으로 돌아왔단다.

맨덜리 저택은 어마어마하게 커서 하인들도 엄청나게 많았어. 그런 하인들 중에 대빵은 댄버스 부인이라는 사람인데, 댄버스 부인은 가 결혼 전에 귀부인의 시중이나 들던 사람이라면서 업신여기고 그랬단다. ‘역시 이렇게 커다란 저택의 안주인이라는 역할이 낯설고 익숙지 않아서 주눅든 생활을 하였단다. 그리고 댄버스 부인은 이전 드윈터 부인이었던 레베카 이야기만 계속 해댔고, 레베카가 정해 놓은 규칙들을 지켜야 한다고 했어. 한마디로 댄버스 부인은 여전히 레베카를 숭배하고 있었지. 레베카가 죽은 지 1년이 되었지만, 저택 곳곳에서는 레베카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었단다. 집기나 방명록 식탁보 등에 레베카의 이니셜인 R이 새겨져 있었지. 맥심의 전 부인 레베카는 1년 전 보트 전복 사고로 죽었다고는 것만 알지, 자세한 내용은 몰랐단다. 맥심은 레베카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려했거든

맥심은 사업 때문에 자주 집을 비웠는데 그렇다 보니 는 더욱 댄버스 부인과 불편한 관계가 되었어. 이 저택에서 가장 마음이 맞는 사람은 몸종 클래리스였어. 자라온 성장 배경이 비슷해서 그런 것 같다고 는 생각했단다. 맥심에게는 누나 비어트리스가 있는데, 그 누나와 매형이 찾아와서 인사를 나누었는데, 비어트리스는 다행히 를 살갑게 대해주었단다. ‘가 레베카와 많이 다르다면서 말이야. 모든 사람에게 레베카는 늘씬하고 사랑스럽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단다.


2.

저택 주변을 산책하다가 해변가에서 레베카가 쓰던 오두막 집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곳은 레베카가 쓰던 가구와 집기들이 그대로 있었단다. 그 해변가에서 벤이라는 실성한 사람을 만났는데, 벤이 레베카가 죽은 날 레베카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 것을 목격한 듯한 이야기를 하곤 했단다. 하지만 지능이 떨어지는 벤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려웠단다.

잭 파벨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맥심이 저택을 비울 때 몰래 댄버스 부인을 찾아와 예전에 레베카가 사용하던 방에서 만났어. 그 장면을 가 보게 되었고, 호기심이 생긴 는 그들의 만남을 몰래 보다가 들통이 나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었단다. 잭 파벡은 레베카의 사촌이라고 했고, 맥심이 자신을 무척 싫어하니까 자신이 왔다 간 사실을 맥심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했단다. 하지만 이 사실을 맥심이 알게 되고, 댄버스 부인에게 무척 화를 냈단다. 맥심은 다른 경로로 알게 된 것인데, 댄버스 부인은 가 이야기해 준 것이라고 생각했어. 더 살벌해진 댄버스 부인의 눈길

예전에 레베카 생전에는 맨덜리 저택에서 무도회도 많이 열렸다고 했어. 하지만 레베카가 죽은 다음부터는 무도회가 없었지. 맨덜리 저택 주변에 살고 있는 귀부인들은 다시 무도회를 열 것을 종용했고, 맥심과 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단다. ‘는 무도회에 입을 의상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댄버스 부인이 갑자기 친절을 베풀면서 초상화 속 의상을 추천해 주었단다. ‘는 댄버스 부인이 마음을 바꾼 줄 알고 댄버스 부인의 조언에 따라 초상화 속 의상을 입기로 했어. 그 초상화는 드윈터의 조상 중에 한 분이셨는데, 옷도 화려해서 이번 무도회에서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어.

무도회 날, 맥심에게 잘 보이겠다고 입은 드레스는 맥심을 기겁하게 만들었단다. ‘에게 심하게 화를 내면서 그 드레스를 당장 갈아 입으라고 했어. 나중에 비어트리스가 방으로 찾아와 알려주었는데, 그 드레스는 레베카가 죽기 전 마지막 무도회에서 입었던 옷과 똑같다고 했어. , 그제서야 댄버스 부인이 그 옷을 추천해준 이유를 알게 되었단다.


3.

무도회가 열린 다음날, 큰 선박이 해변의 바위에 좌초되는 사건이 발생했단다. 맥심은 그 사건을 도와주려고 해변가로 나갔어. 그런데 경찰이 맨덜리 저택에 찾아왔어. 그 큰 선박 아래에 작은 보트가 걸렸는데 그 보트는 바로 레베카가 일년 전에 타고 나갔던 보트라고 했고, 그 보트에는 시신이 하나 있었다고 했어. 이미 오래 전에 레베카의 시신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이 되었는데 이 배에 있는 시신은 뭐지? 그날 밤에 레베카는 혼자가 아니었나? 얼마 후 맥심이 왔어. 경찰이 다녀왔고 보트와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알려주니 맥심은 크게 좌절하면서 결국 레베카가 이겼다고 했어. 큰 좌절감과 함께 이젠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에게 모든 진실을 이야기해주었단다.

레베카는 남들이 보는 것과 달리 사실 무척 음흉하고 계략이 넘치고 사악한 사람으로 결혼 직후부터 맥심을 무시고 조롱했다고 했어. 그들의 부부 생활은 연기였을 뿐이라고가문의 명예 때문에 이혼도 못했다고 했어. 레베카는 사촌인 잭 파벨뿐만 아니라 여러 남자와 어울리는 등 문란한 생활을 했어. 이 사실을 아는 것은 맥심과 비아트리스 등 극소수였단다. 맥심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해변가 오두막집에서 레베카를 죽였던 거야. 그리고 보트에 시신을 싣고 배 밑에 구멍을 내서 가라앉게 하여 사고로 위장했던 거지. ‘는 이 진실을 알게 되고 나서 맥심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단다. 그 동안 맥심이 여전히 레베카를 잊지 못하고 자신보다 레베카를 더 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를 했거든그런데 그게 아니고 맥심은 만을 사랑하는 사실을 알게 되고 더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이 일을 잘 헤쳐나가자고 했어. 그리고 맥심의 사랑이라는 백그라운드를 확인하게 되자 자신감이 생겼고, 댄버스 부인에게도 저항하고 할 말은 했단다.

보트에서 발견된 시신이 레베카로 밝혀지면서 사건에 대한 심리가 열렸단다. 맥심에게 위기가 있었지만, 레베카가 자살한 것으로 종결되었어. 그런데 잭 파벨이 맥심을 찾아왔어. 레베카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담긴 편지가 있다고 했어. 그러면서 그 증거를 없애는 대신 돈을 달라고 협박했단다. 맥심은 강하게 밀어붙였어. 오히려 잭 파벨을 협박죄로 고소하려고 했어. 그러면서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줄리언 대령을 전화해서 오라고 했단다. 레베카를 숭배하는 댄버스 부인도 찾아와서 맥심에서 불리한 증언을 했단다. 절대로 레베카가 자살할 일이 없다고 말이야. 그런데 죽은 날 레베카가 병원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게 단서가 될 것이라 생각해서 그들은 함께 당시 진료를 했던 베이커라는 의사를 찾아갔어. 그리고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단다. 레베카는 말기 암에 걸린 상태였으며 얼마 살지 못한다고 했어. 이로써 레베카는 충분한 자살 동기가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므로, 레베카의 죽음은 자살로 최종 종결되었단다.

이제 맥심과 는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되었단다. 다시 집으로 오는 길.. 멀리서부터 불길이 보였는데, 맨덜리 저택에 큰 화재가 발생한 것이었단다. 댄버스 부인의 짓이었어. 맥심과 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수습할 수 없을 정도였단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걱정하지 않았어. 레베카라는 커다란 굴레가 벗겨졌으니, 뭐든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야.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단다. 그리고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영화를 찾아 봤단다. 영화가 그 두꺼운 소설을 모두 다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나름 괜찮았단다. 누군가에게 막 추천할 만큼은 되지 않았지만, 소설을 되새기면서 보니 나쁘지 않았단다. 최근에 만들어진 영화 말고, 1940년 히치콕이 만든 <레베카>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지난밤 다시 맨덜리로 가는 꿈을 꾸었다.

책의 끝 문장: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과 함께 불탄 재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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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8 22: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끝까지 여자주인공 이름이 나오질 않아서 무지 궁금해하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bookholic 2022-04-20 22:48   좋아요 1 | URL
그 두꺼운 소설에 단 한번도 주인공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니...
지은이가 잘못했네요..^^

새파랑 2022-04-19 1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반전을 전혀 예상도 못했습니다 ㅋ 책 읽으면서 재미를 위해 반전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잘 안합니다 😅

bookholic 2022-04-20 22:49   좋아요 2 | URL
ㅎㅎ 그렇군요.. 저는 읽으면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거든요...
그래서 반전은 늘 재미를 줍니다...^^

그레이스 2022-04-19 13: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bookholic 2022-04-20 22:50   좋아요 2 | URL
시간을 순삭합니다...^^

새파랑 2022-05-07 08: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이첼 보다는 레베카 아니겠습니까 ㅋ 북홀릭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

mini74 2022-05-07 08:11   좋아요 3 | URL
북홀릭님 ~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2-05-08 04:00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 mini74 님, 고맙습니다~~^^
즐거운 일요일 되십시오~~

이하라 2022-05-07 08: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되세요~~

bookholic 2022-05-08 04:01   좋아요 1 | URL
이하라 님, 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휴일 되십시오~~^^

thkang1001 2022-05-07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되시길 기원합니다!

bookholic 2022-05-08 04:02   좋아요 1 | URL
thkang1001 님, 고맙습니다~~
화창한 오월입니다.
늘 즐거운 시간 되시길...^^

서니데이 2022-05-07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bookholic 2022-05-08 04:0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고맙습니다~~
즐거운 일요일 되십시오...^^

러블리땡 2022-05-08 0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오 영화도 못 봤고 책도 읽어보지 못했는데 원작 책이 있군요 ㅎㅎ 우왕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

bookholic 2022-05-08 22:18   좋아요 0 | URL
러블리땡 님, 고맙습니다~~
주말이 휘리릭 가버렸어요...ㅠㅠ
즐거운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강나루 2022-05-08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bookholic 2022-05-08 22:19   좋아요 1 | URL
강나루 님, 고맙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한 주, 즐거운 시간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