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속으로 - 한국 문학사에서 지워진 이름. 평생을 방랑자로 산 작가 김사량의 작품집
김사량 지음, 김석희 옮김 / 녹색광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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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을 처음 알라딘 서재에서 보고, 지은이 김사량 님이 아빠의 기억 속에서 떠 올랐단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김사량에 대한 분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 분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그 분에 대한 평전을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기억. 하지만 그 다짐은 실천에 옮기지 못했지. 시간이 아빠의 그 다짐을 잊게 했거든…^^ 지금은 어떤 책에서 김사량이라는 분을 알게 되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구나. 기록의 힘을 빌려보았단다. 2010년에 읽은 이원규 님의 <독립전쟁이 사라진다>였구나. 김사량 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이당시 이원규 님의 <독립전쟁이 사라진다>를 읽고 쓴 독후감에 김사량 님에 대한 아빠의 느낀 점을 다시 한번 읽어보았단다. 졸필이긴 하지만, 잊혀졌던 당시 아빠의 감정이 다시 기억났고, 김사량 님이 어떤 분이었는지도 어렴풋이 떠올랐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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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두 권으로 이루어진 책이지만, 참 많은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전부 나의 심금을 울렸지만, 특히 더 내 가슴을 찡하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중에 김사량이라는 소설가가 있었다. 31세에 조선 출신 일본군 병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강연을 하라는 일제의 명에 따라 중국으로 떠나 화북전선까지 갔다가 탈출해 조선의용군을 찾아 태항산 근거지로 들어갔다. 그는 일제 말 암흑기에 나약한 변절한 지식인의 길을 가지 않고, 저항의지를 행동으로 실천한 용기있는 지식인이었다.

그의 작품 중 <노마만리>라는 기행문이 유명하다고 한다. <노마만리>는 태항산으로 탈출해 들어가 진중에서 썼다고 한다. 그는 탈출 직전 투숙했던 북경 반점이라는 유명한 호텔을 묘사한 것이 있는데, 당시 북경 반점은 친일해서 갑부가 된 많은 조선인들이 북적였다고 한다. 지은이는 북경 반점에 들러 친일파를 보면서 울분을 삭히는 그의 모습에 반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에 그의 오래된 사진이 실렸다. 그의 얼굴조차 제대로 알아 볼 수 없는 오래된 사진이었다. 하지만, 그의 여유로우면서, 세상을 통달한 듯한 모습이었다. 인터넷에서 그에 관해 검색해 보니, 다행히 평전도 있었다. 기회가 되면 한번 꼭 읽어봐야겠다.

  - <독립전쟁이 사라진다> 독후감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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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김사량 님을 다시 만나 반가웠고, 그의 소설들이 예쁜 포장과 함께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반가웠단다. 전에 다짐한 그의 평전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의 작품들을 읽어볼 수 있겠다는 기분으로 책을 펼쳐 들었단다. 아참, 아빠가 이 책을 읽을 때 너희들이 이 책을 보고 제목 잘 지었다고 했었고, 책도 예쁘다고 했는데, 아빠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1.

이 작품에는 모두 네 개의 작품이 실려 있단다. <빛 속으로>, <천마>, <풀이 깊다>, <노마만리> 이렇게 네 편이란다.

빛 속으로.

이 소설의 배경은 일제 침략기 동경이고, 주인공은 동경제대에 재학중인 조선 유학생 이라는 사람이란다. 빈민촌 S협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그 곳에서는 자신을 미나미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조선의 이름이 아닌 일본식 이름. 그 자신 또한 일본에서 조선인으로 사는 것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았단다. 그의 학생 야마다 하루오. 엄마가 조선인인데, 일본인인 아버지가 그 엄마가 무시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그런 가정에서 자라서인지, 하루오도 자신의 엄마가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숨기며 생활한다. 일본에서 잘고 있는 조선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며 살려고 하는 마음이 이해가 간다. 한편으로 자신이 조선인이라고 당당하게 내세우면서 살고 있는 이군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나 하루오를 탓할 수 없다고 생각한단다. ‘과 하루오는 우연한 일의 계기로 서로 조선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단다. ‘선생의 집에서 하루오가 하루 묵으면서 둘은 친분을 쌓게 된단다. 읽다 보면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음이 느껴졌고, 지은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소설로 그려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

천마.

소설 천마의 배경은 경성이란다. 친일을 하는 현룡이라는 소설가가 주인공이란다. 소설가라고 하지만 그의 작품들이 거의 없고, 그나마 쓴 소설들도 졸작으로 그야말로 형편 없는 작가였단다. 친일 행세로 일본인 관리 오무라에게 눈에 들었지만, 얼마 못 가 다 쓴 종이처럼 버려지게 될 위기에 처했단다.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일본인 인맥을 이용하여 비굴하게 부활하려고 했지만, 그는 버림을 받고 만다는 이야기란다. 지금이나 예나 실력은 없이 권력에 빌붙어 한 자리를 하려는 이들이 있단다. 사실 아빠의 눈에는 그럼 사람들의 행태가 보이고, 그런 사람들이 세금을 받아 먹고 위세 떠는 것이 정말 보기 싫단다. 그런 무리들이 다시 권력을 잡게 되었으니 아빠가 얼마나 화가 나겠니진정해야겠구나.

풀이 깊다.

이 소설의 배경은 일제 시대 강원도 산골 지방이란다. 군수란 사람은 조선 사람인데, 그는 연설을 하면서 일본말로 하고 다른 조선인 선생님을 시켜 통역을 하게 하였단다. 그 연설 내용 또한 가관이란다. 당시 일본의 식민지 정책 중에 백색 옷을 입지 못하게 했다는구나. 백의 민족이라고 부를 만큼 흰 옷을 중시했던 우리 민족을 탄압하려는 정책이었던 모양이다. 흰옷을 입은 조선들에게 먹물을 뿌리거나 낙서를 했단다. 이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하는데, 별 걸 다 가지고 괴롭혔구나. 가슴 아프구나. 이런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저항하며 백백교라는 종교도 등장했다고 하는구나. 백색 옷을 입어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그 종교는 비록 사이비종교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에 저항하는 민중의식이 만든 해프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노마만리.

이 이야기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김사량 님이 일제 협력하러 중국에 왔다가 그곳을 탈출해서 조선의용군을 찾아 태항산을 찾아가는 일종의 기행문이란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노마만리의 도입부만 짧게 실었다고 하는구나. …. 아빠가 가장 싫어하는 책 편집. 어떤 작품의 일부만 실어놓는 편집을 여기서 만나다니…. 그냥 세편만 간단히 싣고, <노마만리>는 따로 책 한 권으로 출간을 하시지, 이 무슨 이상한 편집인가. 지은이 정성 들여 쓴 이야기의 앞 부분만 떼어 놓다니지은이의 허락도 없이 말이야.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단다. 결국 나중에 제대로 된 <노마만리>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휘리릭 대충 읽었단다.

….

이상으로 김사량 님의 작품 소개를 간단히 해 보았단다. 이 소설들은 일본어로 쓰여져 있어. 김석희라는 분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단다. 일제 시대 일제의 탄압에서 살아가는 지식인들. 친일을 하면 편하겠지만, 저항의 피가 흐르는 지식인들은 어떤 스탠스를 잡아야 할지 괴로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김사량 님의 글에도 그런 지은이의 감정들이 실려 있는 듯했어.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내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야마다 하루오는 정말 이상한 아이였다.

책의 끝 문장: 베이징이여, 잘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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