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열전 1 - 잊힌 사건을 찾아서 독립운동 열전 1
임경석 지음 / 푸른역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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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도 일제시대 독립 운동 관련된 책 <제국의 암살자들>을 읽었는데, 이번에도 일제시대 독립 운동에 관한 책을 읽었단다. 우연히 이 책도 최근에 알게 되어 읽었단다. 책의 내용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 사건과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에 관한 책이라는 데 더 관심을 갖게 했단다. 예전에도 아빠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학창 시절 배웠던 독립 운동 역사는 반쪽 짜리 역사였단다.

반공 이데올로기로 인해 사회주의 활동을 했던 이들, 또는 해방 이후 북한에서 생활했던 이들의 독립 운동은 배우지 않았단다. 하지만 당시 사회주의는 시대의 한 흐름으로 독립운동가들 중에도 사회주의자가 많았단다. 그들과 그들의 독립 운동 사건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이 책을 알게 되고 나서 곧바로 읽어보고 싶었단다. 이런, 이번에 읽은 책 제목 조차 아직 알려주지 않았구나. 임경석 성균관대 교수님이 쓰신 <독립운동 열전>이라는 책이 그것이며 이 책은 총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오늘은 그 중에 1, 부제로 <잊힌 사건을 찾아서>라는 책을 소개해 줄게. , 그럼 부지런히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1.

한반도를 떠나 외국으로 독립운동가들의 망명은 1910년 경술국치 전후와 1919 3.1운동 이후 두 차례 많이 있었단다. 경성의학전문학교 학생 이미륵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단다. 경성의학전문학교면 오늘로 치면 서울대학교 의대인데, 그냥 자신의 위치에 순응하면 편히 살 수 있었을 텐데, 이미륵은 3.1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경찰에 쫓기고 있었단다. 어머니의 권유로 망명길에 오르게 되었어. 후에 독일로 유학을 갔다가 끝내 국내로 돌아오지 못하고, 망명 이후 어머니와 다시는 만나지 못하고 독일에서 삶을 마감했다고 하는구나. 이미륵 님은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책을 통해 망명객의 삶을 이야기했는데, 아빠도 그 책을 읽어보겠다고 오래 전에 사두고 아직 읽지 못했단다. 그 책뿐만 아니라 이미륵이라는 분의 삶 자체를 더 자세히 알고 싶더구나.

...

망명객의 삶을 소설로 쓴 이는 이미륵 이외에 <상록수>로 유명한 심훈이라는 이가 있단다. 예전에 <상록수>를 재미있게 읽어서 아빠도 심훈이라는 작가에 호감을 갖고 있었단다. 심훈이 1920년대 상해의 망명객들을 소설로 그린 <동방의 애인>을 발표했다고 하는구나. 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제목은 알고 있단 책이란다. <상록수>를 재미있게 읽고 심훈의 다른 소설을 알아보다가 알게 된 책이지. 그런데 책 값이 너무 비싼 판본 밖에 없어서 좀 저렴한 판본이 나오길 기다라고 있던 책이었단다. 그런데 이 <동방의 애인>이 바로 1920년대 상해의 망명객들을 그린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박헌영을 모델로 하고 있고, 아빠가 좋아하는 여성 독립운동가 주세죽을 모델로 한 인물도 나온다고 하는구나. 지은이 임경석 님이 <동방의 애인>에 대한 소개글을 읽어보니 이 책도 꼭 읽어보고 싶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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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작가 심훈은 1920~1921년 상하이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다. 심훈 자신이 상하이 망명객이었다. 그는 자신의 체험을 녹여 이 소설을 썼다. 상하이의 거리 풍경에 관한 묘사라든가, 상하이에서 막 발아하기 시작한 사회주의 사상의 수용 및 단체 활동 양상에 관한 서술 등을 보라. 어떤 사료보다도 생생하게 역사적 진실을 전해준다. 국경도시 신의주를 통해 열차 편으로 잠입하는 비밀 활동 참가자의 행동과 심리 묘사도 압권이다. 그를 색출, 체포하려고 노력하는 경찰, 헌병, 세관 관리 등의 언행도 흥미롭다. 이렇게 <동방의 애인> 1920년 상하이 한인 망명자 사회의 내면, 특히 사회주의가 처음으로 수용되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형상화한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서술들이 역사학자의 눈길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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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 2 8일 상하이에서 김립 암살 사건이 일어났단다. 처음에는 범인이나 배후가 일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범인은 조선인 양춘산이라는 사람이었고, 배후는 임시정부 국무국 경호원 오면직, 노종균이었어. 그들은 김구 휘하에 있던 사람이었단다. 그들은 왜 김립을 죽였는가? 김립이 러시아로부터 받은 40만루블을 횡령했기 때문이라고 했어. 40만 루블은 오늘날 돈으로 환산하면 약 500억이라는 엄청난 돈이었단다. 임시정부 국무국 의견은 김립이 횡령을 했다고 했지만 김립 측 의견을 달랐단다. 그 돈은 소비에트 러시아 정부와 코민테른이 임시정부가 아닌 한인사회당에 지원한 돈이었다는 거야. 그래서 한인사회당 소속이었던 김립이 그 돈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이지.

여기서 김립이라는 사람을 잠깐 알아보자꾸나. 김립의 본명은 김익용이야. 김립은 1910년 북간도로 망명을 갔고, 그곳에서 광성중학과 나자구무관학교를 창립했단다. 최초 사회주의정당인 한인사회당의 창립멤버이고 소련의 소비에트와 교류하면서 독립운동 자금을 받아오는데 성공했단다. 한인사회당 또 다른 멤버인 박진순은 레닌을 직접 만나 200만 루블 지원을 약속 받았고, 그 중 40만 루블을 1차로 받았던 것이었단다. 하지만 김립이 죽고 나서 소비에트의 지원을 끊기고 말았단다. 임시정부의 김립 암살 사건은 섣부른 판단이었던 것 같구나. 그의 횡령이 의심되었다면 재판을 통해 죄를 판단했어야 했어. 지은이 또한 이 사건을 국가 폭력이라고 판단했는데, 지금이라도 김립이라는 사람을 재평가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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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김립 암살 사건은 일종의 국가폭력이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내각의 결정에 의거하여 경무국이 집행한 이 사건은 한국 독립운동에 큰 위해를 가져온 불행이었다. 임시정부는 두 가지 점에서 명백한 과오를 범했다. 첫째, 잘못된 정보와 판단에 입각해 있었다. 모스크바 자금 40만 금화 루블의 집행권은 임시정부가 아니라 한인사회당에 속해 있었다. 둘째, 설혹 유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형벌의 집행 과정이 적법하거나 적절하지 않았다. 독립운동계의 폭넓은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졌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과오를 바로잡아야 한다. 진상이 규명되어야 하고, 망자에게 국가적 차원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 또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기념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계승을 자임하는 한국 정보의 마땅한 태도라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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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920년 일제의 돈 15만원을 탈취하는 사건이 있었단다. 이런 사건은 정말 처음 들어보는 사건이구나. 당시 일제의 돈 15만원은 오늘날 150억 원 상당의 거금이었어. 이 일을 주도한 사람들은 철혈광복단원 여섯 명이었다고 하는구나. 임국정, 윤준희, 최이붕, 최봉설, 한상호, 김준. 이들 중 4명 윤준희, 임국정, 최봉설, 한상호는 이 돈을 가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단다. 그곳에서 독립운동에 필요한 무기를 밀매하고 군관학교를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 블라디보스토크에 정착해 있던 독립운동가들과도 만나 일을 착착 진행해 나갔어. 그런데 어느 새벽 일본 헌병대의 습격을 받았단다. 최봉설만 간신히 도망가고 나머지 세 사람을 체포되고 말았어.

, 그들은 왜 잡혔는가. 누군가 그들의 계획을 밀고했던 것이란다. 배신자 엄인섭. 그는 한때 안중군과 의병대를 이끌고 반일활동을 했던 거목이란다. 무려 14년간 의병 활동을 했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어. 그런데 그가 왜... 그는 이미 오래 전, 그러니까 1908 11월부터 밀정활동을 했다는구나. 당시에는 몰랐는데 최근 자료에 의해 그 행적이 밝혀졌다고 하는구나. 참 나쁜 사람이구나. 그때 잡힌 윤준희, 임국정, 한상호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대문형무소까지 끌려와서 결국 모두 사형을 당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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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사건은 아빠가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경성을 쏘다>라는 책에서 이야기했던 김상옥의 종로경찰서 폭탄 투척 사건이란다. 1923 1 12일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하하고 경찰과 쫓고 쫓기면서 총격전 끝에 사살되고 말았단다. 아빠가 이전에 읽은 책에서는 마지막 총알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근거로 일본 경찰에 의해 죽었다고 하는구나. 그의 마지막이 무엇이든 그의 위대한 죽음은 꼭 기억해야겠구나. 김상옥님은 이전에 자세히 이야기해서 오늘은 간단히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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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사건 중에 그나마 알려진 것이 김원봉의 의열단 투쟁이란다. 아빠가 김원봉에 관한 책을 두어 권 읽고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 줄 때도 이야기했지만, 의열단 투쟁은 일본의 간담을 서늘케 했단다. 그 중에 한 사건만 소개해 줄게. 황포탄에서 다나카 육군 대장 저격 시도를 했던 오성륜, 김익상, 이종암. 오성륜과 김익상이 체포되었다가 오성륜은 탈옥에 성공하고 김익상은 사형 선거를 받았단다. 김익상은 나중에 감형되어 13년형을 받았단다.

김익상이 감옥에 있는 동안 집안은 몰락했어. 김익상이 없는 동안 동생은 집을 이끌다가 힘에 부쳐 자살을 했고 부인과 딸의 행적도 알려지지 않았대. 김익상 본인도 출소 후 혼자 지내다가 한강에 투신 자살을 했다고 하는구나.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의 마지막이 안타까운 경우가 많아 가슴이 아프구나.

이번에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독립 운동 일화를 이야기해줄게. 블라디보스토크에 개척리라는 곳이 있었단다. 망명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어. 나중에 콜레라 때문에 신한촌으로 이전하기 전에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살던 곳이야. 그곳에서 1910년 정순만이라는 사람이 양성춘이라는 사람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단다. 양성춘은 안창호 측 사람이고, 정순만은 헤이그 특사로 유명한 이상설의 동지였대. 당시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독립운동의 여러 계파가 있었고 알력 다툼이 있었나 봐. 그래서 알력 다툼을 중재하는 회의가 있었는데, 안 좋게 끝나고 그 회의가 있던 밤에 정순만이 양성춘을 찾아가 죽인 사건이었어. 양쪽 모두 독립 운동을 한다고 애썼는데 이렇게 살인까지 일어나다니 안타깝구나.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한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과실치사로 정순만은 1년형을 받았단다. 1년 뒤 정순만이 출소하고 죽은 양성춘의 형 양덕춘과 양성춘의 아내가 정순만을 찾아가 도끼로 죽이는 사건이 일어났어. 이건 그야말로 개인적 원한에 의한 복수 사건이었단다. 하지만 이상설 측에서는 이 사건의 배후로 안창호를 지목하고 안창호 등 4명을 기소했단다. 안창호는 이 일이 있고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미국으로 떠났고, 블라디보스토크의 독립운동은 쇠퇴했단다.

...

이후 연해주의 각 세력들은 다시 하나로 뭉치기 위한 노력을 했고, 대한광복군 정부를 수립했어. 러일전쟁 패배 이후 일본에 복수하고픈 러시아도 대한광복군 정부를 적극 지지했단다. 그러던 중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단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러시아와 일본이 모두 연합군 진영이었어. 그러니까 갑자기 한 편이 된 거지. 일본은 러시아에 항일 운동에 제재를 요청했고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였어. 그래서 해도(연해주와 간도)에서의 독립운동은 다시 위축되고 말았단다.


3.

독립운동을 하다가 친일파로 변절한 사람들이 엄청 많이 있단다. 그 중에 잘 안 알려진 변절 친일파들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에서 해주고 있단다. 오현주라는 사람이 있었단다. 인텔리 여성으로 3.1운동 후 대한민국 애국부인회를 결성하고 초대회장도 했었어. 남편 강낙원의 선배가 친일 경찰이었는데, 이 사람이 회유를 했고 이에 넘어가 애국부인회에 대한 모든 정보를 넘겼어. 그래서 1919 11월 대한민국 애국부인회 간부 및 비밀요원들이 대거 검거되었단다. 잡혀간 애국부인회 회원들은 온갖 잔인한 고문을 받았단다. 그에 비해 오현주 부부는 광복 후에도 큰 처벌 없이 천수를 누리다가 오현주는 1989 98살에 눈을 감았다고 하는구나. 하늘은 정의를 모르는가. 이런 사람들이 처벌도 없이 호의호식하면서 천수를 누리는 것을 보고만 있다니...

유학자 김달하라는 사람이 있단다. 유학자이면서 독립운동가로 유명한 김창숙의 측근이었어. 그런데 그는 친일로 유명한 김활란의 형부 되는 사람이었단다. 김활란의 형부라니 좀 냄새가 나는구나. 김달하는 상하이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했지만 후에 변절하고 김창숙에게 귀국을 회유하였다고 하는구나. 김창숙에 이에 크게 분노하고 다른 이들에게 김달하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했어. 얼마 후 다물단이라는 조직이 김달하를 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어. 김창숙이 김달하를 안 좋게 이야기했지만 당시 김달하가 진짜 밀정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나중에 다른 밀정이 잡히면서 그가 나눈 편지를 통해 김달하가 진짜 밀정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하는구나. 독립운동을 하다가 밀정이 된 이들이 도처에 있었나 보구나. 그들 때문에 더 독립운동이 힘들었겠구나.

경성공업전문학교 학생 대표로 3.1운동을 주도했다가 체포된 김대우라는 사람이 있어. 그의 아버지는 친일파이자 대지주였는데, 아버지가 아들을 회유하고 경찰에 탄원서를 넣고 해서 일찍 풀려났단다. 감옥 생활이 힘들어 그랬는데 그는 쉽게 변절하여 친일파가 되었단다. 유학까지 다녀온 후 도지사까지 했다고 하는구나. 욕이 절로 나오는구나.

고려공산당 초창기 멤버 중에 독고전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도 배신을 하고 동지들을 밀고하고 김명시라는 여성 동지가 투옥되었대. 처음에는 독고전이 밀정이라는 것도 몰랐대. 나중에 김단야가 폭로해서 그가 밀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구나. 그의 나중 행적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구나.

독립운동가인 줄 알았던 김성근이라는 사람도 밀정임이 밝혀져서 상해에 있다가 국내로 도망 오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그는 광복 이후 독립운동가로 서훈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그것은 오늘날까지 유효하다고 하니, 아직 우리나라 과거사는 정리가 안 된 것이 참 많구나.


4.

101인 사건이란 것이 있단다. 105인 사건은 좀 유명해서 알고 있는데 101인 사건은 처음 들어봤단다. 당시에는 3대 독립운동 탄압 재판으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101인 사건이 조선공산당과 연루되어 그 이후 잊혀진 사건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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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305)

101인 사건이란 식민지 시대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3개 독립운동 탄압 재판 가운데 하나를 가리킨다. 3대 독립운동 탄압 재판 중 첫 번째는 ‘105인 사건재판으로, 식민지 시대 초기를 대표하는 비밀결사 신민회 탄압 재판이었다. 두 번째는 ‘48일 사건재판으로, 3.1 운동 때 민족대표를 비롯하여 독립선언 사전 모의에 가담한 인사들에 대한 탄압 재판이었다. 이어서 바통을 넘겨 잡은 것이 바로 ‘101인 사건재판으로, 3.1 운동 이후 들불처럼 타오르던 사회주의운동 대표 단체 조선공산당 재판이었다. 세 재판은 피고인 숫자가 각각 105, 48, 101인이었다고 해서 그런 명칭을 갖게 됐다. 당대 언론매체들은 이 세 재판을 식민지 조선 통치 20년래의 대표적 중대 사건으로 지목했다. 항일운동의 역사를 대표하는 사건으로 신민회, 3.1 운동, 조선공산당이 나란히 손꼽히고 있음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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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공산당 사건이라고도 부르는 101인 사건은 1927 9 13일 재판이 시작되었고, 이때 고문치사로 죽은 사람이 있었는데 박헌영은 재판소에서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명연설을 했다는구나. 하지만 이후에도 고문으로 죽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났다고 하는구나. 박순병, 박길양, 백광흠, 권오상이 그렇게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이한빈이라는 분은 105일 동안 감옥에서 단식투쟁을 하다가 돌아가셨대. 박헌영도 고문 후유증으로 출소한 이후에 한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하는구나. 출소 당시 사진을 보면 초점 잃은 눈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게 했단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해두고 그를 바탕으로 정신 없이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메모의 부정확성 때문에 일부 틀린 내용도 있을 거야. 감안하렴. 오늘 편지의 뒷부분에서 변절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런 변절자 말고 진짜 나라를 사랑하신 분들이 더 많았단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채그리고리의 마지막까지 숭고함을 지켰던 가슴 아픈 이야기로 오늘 편지는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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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숨을 거두기 하루 전이었다. 채그리고리는 임종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던 것 같다.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속에 담아둔 얘기를 꺼냈다. 두 가지였다. 그중 하나는 자신이 죽으면 유해를 의학 연구 재료로 사용해도 좋다는 뜻이었다. 사후라 할지라도 신체를 훼손하는 일은 불효가 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시신 기증 캠페인이 사회적으로 널리 수용된 게 수십 년 뒤의 일임을 감안하면, 공공선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선각자다운 풍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또 하나는 동지들을 만나고 싶으니 다음 날 오실 있는 분들은 모두 모여 달라는 부탁이었다. 국경에서 체포되지만 않았다면 의기투합하여 혁명사업을 함께 도모했을 동지들의 면면이 그리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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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태백아 우리 님아 나 간다고 슬퍼마라.

책의 끝 문장: 후보자들이 작성한 자필 문서의 필적을 대조한다거나, 12월테제 채택 전후 각 개인의 행적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립이라는 이름은 혁명에의 헌신을 결단하는, 마음속 깃발과 같은 것이었다. 그는 청년기에 마음 맞는 동향 출신 동료 허헌과 함께 망국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원하는 데 한평생을 바치기로 맹세했다. 대한제국 시절, 두 사람은 ‘입헌’이라는 글자를 하나씩 나눠 갖기로 합의했다. 위기에 처한 공동체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전체군주제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김익용은 ‘설 립’자를 취하고, 허헌은 자신의 본명에 포함된 ‘법 헌’자에 그 의미를 부여했다. 두 사람은 전제군주가 가지고 있는 국가 주권을 국민의 품으로 옮겨오는 시민혁명을 꿈꾸고 있었다. 김립의 막역한 친구 허헌은 훗날 인권변호사가 되는 바로 그 사람이다. 허헌은 일제 식민지시대에 3.1운동 피고인들과 조선공산당 사건 피고인들을 변호했으며, 민족통일전선 단체 신간회의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옥고를 치른다. - P70

사형선고를 받은 김익상이 일본 황태자 결혼, 천황 즉위 등을 계기로 하여 세 차례 감형을 받았고, 결국 13년 감옥살이를 마치고 1936년에 출옥했다는 이야기, 출옥 이후에도 예비검속과 요시찰 감시 등으로 고통을 겼었다는 이야기, 1941년 8월에 노량진에서 용산경찰서 경찰과 조우하여 격투를 벌이다가 다시 수감되느니 차라리 자결하겠다고 한강에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 등을 전해주었다. 김익상의 최후는 아마도 사상전향 및 예방구금제도의 시행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1941년 2월에 공포된 <조선사상범예방구금령>에 따르면, 만기 출옥한 시국 범죄자로서 사상전향에 응하지 않는 자는 언제라도 다시 감옥에 수감되어야만 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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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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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김영하 님의 책을 읽었단다. 소설로 국한하자면 더 오래된 것 같구나. 그도 그럴 것이 김영하 님이 9년 만에 장편소설을 내 놓았다고 하는구나. 이번에 읽은 <작별인사>라는 책이 그 책이란다. 아빠가 김영하 님의 광팬은 아니라서 그의 많은 작품을 읽은 건 아니지만, 가끔 에세이와 소설을 읽었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김영하 님은 글을 잘 쓰시는 것은 인정하지만, 텔레비전에 나와서 하시는 입담이 더 좋으신 것 같구나.

아무튼 이번에 읽은 <작별인사>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읽었단다. 읽다 보니 SF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아빠가 알기로는 김영하 님께서 SF 소설을 출간하신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SF 소설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어서 김영하 님도 그런 SF를 쓰셨나 싶었는데, 책을 덮고 책소개를 읽어보니, 원래 이 소설은 2019년 신생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의 청탁으로 짧은 장편 소설로 썼다가 이후 코로나 19 바이러스 펜데믹을 거치면서 인간의 존재에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이 소설의 주제도 그런 인간의 존재로 바꾸면서 분량도 배 이상 늘려서 다시 써서 출간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렇게 탄생한 소설이 바로 <작별인사>라는 소설이란다.


1.

아빠가 이 책이 SF라는 것으로 모르고 책 읽기를 시작해서 초반부에는 철이와 철이 아빠 그리고 고양이 세 마리가 함께 사는 가정집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를 하면서 읽기 시작했단다. 아빠를 마중 나갔던 철이는 검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잡혀가게 되는데, 미등록된 휴머노이드라면서 철이를 수용소로 보냈단다. 철이는 평생을 자신이 인간이라서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이게 무슨 소리? 철이는 당연히 자신을 검사한 기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아빠에게 연락해 달라고 했지만, 그들은 거절했어.

철이의 아버지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회사 휴먼 매터스의 연구원인 최진수 박사였단다. 철이는 고성능 최신식 휴머노이드였는데, 최진수 박사는 그 사실을 철이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것 같구나. 이런 사실을 모르는 철이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란 것을 믿을 수 없었어. 그는 먹을 것도 먹고, 어렸을 때의 추억도 기억하고 있었거든

수용소에 있으면서 같이 잡혀 들어온 선이와 민이와 친해졌단다. 민이는 애완용 휴머노이드로 제작되었다가 버림 받은 후에 이곳에 왔다고 했어. 선이는 휴머노이드가 아닌 사람인데 수용소에 와 있었단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선이는 불법으로 복제된 복제 인간 클론이었단다. 아참, 철이의 집이 있는 곳은 평양인데, 지금처럼 분단된 상황이 아니고 통일된 한국의 평양이었단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았어. 무엇 때문인지 내전 중이었고, 수용소도 그 영향을 받게 되었단다. 어느날 수용소의 전기가 끊기고 외부 민병대의 공격으로 난리가 났단다. 그 혼란 속에서 철이, 선이, 민이는 수용소를 탈출했단다.

철이는 아빠가 있는 것으로 가려고 했는데, 곳곳에 추격대가 있어서 어려웠단다. 도망 중에 추격대의 공격으로 민이 죽었고, 선이는 민의 머리통만 챙겨 도망을 갔단다. 나중에 다시 재생시킬 수 있다는 희망으로선이는 달마라는 재생 휴머노이드를 만나게 되는데, 달마는 휴머노이드로 이루어진 조직의 리더였어. 달마는 휴머노이드 여부를 확인하는 장치가 있었는데, 철이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는데, 이번에는 철이는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로 확인됐어.


2.

철이 아빠 최진수는 철이를 다시 데려오려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어. 그런 와중에 철이가 수용소를 탈출하게 되어 재판은 할 수 없었지. 최진수는 철이의 위치를 파악하는 마지막 방법을 사용했어. 철이 몸 내부에 있는 통신 장치를 활성화하는 거야. 어느날 철이는 머릿속에서 아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 이로써 철이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하고 절망했지. 얼마 후 철이 아빠가 철이를 찾아와서 함께 가자고 했지만, 철이는 안 가겠다고 했어. 철이는 자신은 인간이 아니니 선이와 함께 가겠다고 했지추격대들은 계속 공격을 했고, 그 공격 와중에 철이는 정신을 잃게 되었고, 적의 공격에 치명상을 입게 되었단다. 철이가 정신을 잃게 된 것은 철이 아빠가 철이의 전원을 꺼버렸기 때문이란다.

철이 아빠는 철이의 머릿속의 자료를 서버에 일단 백업을 했어. 하지만 철이의 몸을 대체할 것을 구하지 못했지. 한동안 인공지능으로 만든 고양이에게 백업을 해서 철이는 고양이의 몸으로 살기도 했어. 철이 아빠는 무등록 휴머노이드를 개발한 일로 회사에서 짤리게 되고, 싱가폴 연구소에 재취업했지만 그곳에서도 성과가 없어서 금방 해고당했단다. 그 이후 술로 나날을 보내면서 타락의 생활을 하다가 정신병원까지 가게 되었어.

철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달마가 철이의 소식을 접하고 철이는 예전 모습, 그러니까 휴머노이드로 다시 만들어 주었어. 철이는 선이를 찾아 나섰고, 선이는 시베리아에서 지내는 것을 알게 되었어. 철이는 선이와 함께 그곳에서 세상을 등지고 지내게 되는데, 선이는 클론, 복제 인간의 한계로 병이 많이 생겼단다. 결국 선이가 죽고 철은 홀로 동물들과 함께 지냈어. 어느날 산책을 하던 중 곰의 습격으로 중상을 입게 되었단다. 달마에게 연락을 하면 다시 재생할 수 있었지만, 철이는 달마에게 연락하지 않고 그냥 죽음을 맞이하게 된단다. 인간처럼 말이야.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전형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인 듯 했어. 휴머노이드, 우울한 미래 등을 다룬 다른 SF 소설들과 큰 차이점이 없어 다소 아쉬웠단다. 이 소설이 SF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난 다음부터는 뭔가 지금까지는 없는 디스토피아가 그려질 것이라 기대를 했는데 말이야. Jiny SF 소설을 좋아하니까 이 소설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그 무렵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바로 운동화를 꿰어 신고 나가 달렸다.

책의 끝 문장: 끈질기게 붙어 있던 나의 의식이 드디어 나를 떠나간다.


"중국인들은 낮의 하늘이 밤의 하늘이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낮의 하늘은 자꾸만 변하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었던 거야. 아침엔 붉었다가 낮에는 파랬다가 저녁엔 다시 붉어지잖아? 흐린 날에는 회색이고. 하지만 밤은 늘 검지. 그리고 중국인들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점을 쳤기 때문에 밤하늘이 더 의미가 있었을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중국인들이 옳았어. 검고 어두운 하늘이 진실에 가깝지. 낮에는 태양의 강렬한 빛 때문에 오히려 우주의 본모습이 가려진 거고. 지금도 우주 관측은 깊은 산속의 천문대에서 밤에 하잖니." - P18

"그냥 얼음과 물일 뿐인데, 왜 이게 이렇게 가슴 시리게 예쁜 걸까? 물이란 게 수소와 산소 분자가 결합한 물질에 불과하잖아.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것을 아름답게 느끼도록 만들어진 걸까?" - P135

"의식이 있는 존재는 돌멩이나 버섯과 달리 자기와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요. 다른 존재의 고통에도 공감할 수 있고, 우주의 역사나 기원에 대해 알아갈 수도 있어요. 자기에게 고통을 준 존재들을 용서할 수 있고, 그 고통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곰곰이 되새긴 다음, 그런 일이 자신에게든, 아니면 다른 누구에게든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어요." - P152

"어떻게 존재하게 됐는지가 아니라 지금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집중하세요.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념을 만들고 거기 집착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늘 불행한 것입니다. 그들은 자아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 자아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할 뿐 유일한 실재인 현재는 그냥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다가올 기계의 세상에서는 자아가 사라지고 과거와 미래도 의미를 잃습니다." - P160

인간은 지독한 종이야. 자신에게 허락된 모든 것을 동원해 닥쳐온 시련과 맞서 싸웠을 때만, 그렇게 했는데도 끝내 실패했을 때만 비로소 끝이라는 걸 받아들여.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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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암살자들 - 김구 암살 공작의 전말
윤대원 지음 / 태학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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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아빠가 역사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란다. 읽은 것을 오랫동안 잘 기억하고 있으면 좋겠는데, 금방금방 까먹어버리고그럴 때는 반복이 정답이지.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좋지만, 같은 시기의 역사를 다른 각도에서 본 책들을 읽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란다. 아빠가 일제 시대 독립운동을 다른 책들을 여럿 봤는데, 이번에 읽은 책은 제목에 독특해서 읽게 되었단다. 제국의 암살자들. 부제는 김구 암살 공작의 전말.

우리나라 독립 운동의 양대 산맥 중에 한 분인 김구. 일제는 그를 죽이려고 애를 썼다는 것을 알고 있어. 하지만 모두 실패했지. 독립운동을 하던 시절에 우리나라 사람한테 총격을 받은 사건은 알고 있었단다. 그래도 목숨은 잃지 않고 우리나라가 해방을 하는 것을 보실 수 있었지. 해방은 되었으나, 남한과 북한으로 둘로 나뉘어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했어. 김구는 하나된 조국, 그러니까 진정한 독립을 위해 노력하시다가 결국 암살당하시고 말았단다. 일본 놈들이 그렇게 암살 시도를 해도 실패했는데, 우리나라 사람한테 암살당하시다니그 배후는 열등감에 똘똘 뭉친 이승만임이 틀림없지만,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고  김구 암살 공작의 전말이라는 이 책의 부제를 이야기하다 보니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구나.

이 책은 윤대원 님이라는 분이 쓰셨는데, 아빠는 처음 알게 된 분이란다. 이 책은 지은이의 논문을 좀더 보충해서 출간한 것이라고 했어. 논문에서 출발한 책이라서 그런지 재미있게 읽힌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단다. 일제 시대 밀정들이 어떻게 활동을 했고, 그로 인해 진정한 독립운동가들이 어떤 고생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단다.


1.

1919년 임시정부가 만들어지고 나서 초반에는 임시정부를 통한 독립운동이 활발했으나 1920년대 중후반으로 가면서 파벌간 갈등도 있고 침체기를 맞이하기도 했단다. 그러다가 1929 12월 광주 학생 운동 소식이 날아왔어. 광주 학생 운동은 1929 11 3일 광주에서 우리나라 학생과 일본인 학생의 충돌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퍼진 학생들 중심의 독립운동이었단다. 이 광주 학생 운동을 접한 상하이의 독립운동가들은 자극을 받았어. 김구의 임시정부 계열과 안창호의 흥사단이 주축이 되어 한국독립당을 조직하였어. 그리고 중국과 연합하여 일본에 대응하려고 했어. 그런데 일본의 책략으로 한국과 중국의 백성들 사이에 불미스러운 사고들이 잇달아 일어났단다. 임시 정부는 중국 정부를 만나 이 불미스러운 사고들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이 모든 것들이 일본의 기만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을 했단다.

1931 9 18일에는 일본이 만주를 불법 침략하는 일이 일어났단다. 중국에게 모멸감을 준 사건이지만 한국에게는 한중연합을 견고히 하고 함께 항일하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미온적으로 대응을 했어. 무력 항쟁이 아닌 국제연맹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단다. 이것이 중국의 만만디인가? 한국 임시 정부는 중국에 거세게 항의를 했단다. 결사 항전만이 답이라고 말이야. 하지만 중국은 무저항주의와 외교 노선으로 일관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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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그런데 9*18 사변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일 정책은, 즉각적인 대일 항전을 바랐던 임시정부는 물론 상하이 민중과 대학생들을 점차 실망시켰다.

9*18 사변 직후 중국 정보는 일본 침략의 부당성을 국제연명에 호소하는 것과 함께 국내적 분열의 중심이 되고 있는 공산당 세력의 토벌에 집중하는 정책을 취했다. 이에 따라 동북지방의 방위를 맡은 장쉐량에게 일본군과 교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중국 정부는 일본군의 침략에 대해 무저항주의를 선택하고 국제연맹을 통한 외교적 해결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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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국은 항일 운동에 독자노선을 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 임시정부 침체기에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김구도 생각했단다. 그래서 의열 투쟁을 위한 한인애국단을 비밀리에 조직했단다. 하지만 의거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어. 이봉창의 도쿄 일왕 암살 시도가 실패하고, 이덕주의 조선총독암살 시도는 사전에 체포되어 실패하고, 중국에서 최흥식, 유상근의 일제 요인 암살 시도도 사전에 체포되어 실패했단다. 그러다가 1932 4 29일 홍커우 공원에서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성공하여 일본 상하이 사령관 등 일제 핵심 인사들이 죽었단다.

이 사건의 배후가 밝혀지기 전에 안창호 등 젊은 독립인사들이 줄줄이 체포 당했어. 김구는 로이터 통신을 통해 자신이 배후라고 밝혔단다. 이후 김구는 한동안 은거를 했고, 일본은 김구를 체포하기 위한 대대적인 작전에 들어간단다. 상하이 경찰 조직을 확대하고 밀정 활동도 확대했어. 특히 독립운동가들을 매수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단다. 김구의 연락책인 김긍호가 체포되고 그를 이용하여 김구의 거처를 알아내려고 했으나 실패했단다.


2.

윤봉길 의거 이후 김구는 프랑스 조계의 피치 목사의 아들에 집에 숨어 지내다가 항저우 근처 자싱에 은둔하며 지내고 있었단다. 아빠가 여러 번 이야기한 것 같은데 김구의 자싱 은둔 생활은 중국작가 하련생이 쓴 <선월>이라는 소설에 잘 그려져 있단다. 아빠도 오래 전에 읽었는데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구나. 김구는 자싱의 은둔 생활을 하면서 오랜만에 평온을 되찾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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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143)

김구는 천퉁셩 부부의 극진한 환대 속에서 한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는 천퉁셩 부부의 안내를 받으며 자싱의 산천을 감상하고 유적지를 둘러보았다. 상하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산과 호수, 넓게 펼쳐진 비옥한 토지를 감상했고, 임진왜란 당시 마을 부녀자들을 살리려다가 왜놈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승려의 슬픈 사연이 담긴 서문 밖 혈인사의 돌기둥, 그리고 소낙비에 보리가 떠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오직 글 읽기에만 골몰한 서생 주바이신의 무덤에 얽힌 사연을 들으며 오랜만에 눈과 귀가 호사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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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김구 암살 작전이 시작되었어. 1934년 조선총독부 상하이 주재원으로 나카노 가츠지란 사람이 왔어. 그는 밀정을 이용해 김구의 위치를 파악하고 노력했단다. 그리고 1935 1월 김구가 난징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밀정 오대근에게 김구 암살 지시를 내렸지. 오대근은 오랫동안 공산주의 활동을 했던 사람으로 상하이에서 독립군 민족해방을 목표로 활동을 했는데 변절을 했단다. 오대근을 중심으로 다른 공작원들 데리고 난징을 갔지만, 김구는 그곳에 없었지.

두 번째 김구 암살 작전은 나카노 가츠지 후임으로 온 히토스키 도헤이에 의해 진행되었단다. 밀정 임영창을 이용하여 고도의 작전을 펼쳤어. 무정부주의자 정화암이 있었는데, 그의 동료 중에 김오연이 체포되었어. 그런데 그것이 김구와 안공근이 밀고해서 체포된 것이라고 거짓 정보를 주었단다. 그래서 정화암이 김구를 암살하도록 하는 작전이었어. 하지만 정화암은 히토스키의 작전에 휘말려 들지 않았단다. 그리고 정화암은 김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어. 그런데 이 일을 주도했던 밀정 임영창의 정체가 애매했단다. 지은이는 임영창은 이중첩자였던 위혜림과 동일인물로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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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위혜림의 행적과 관련하여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해방 이후 그의 행적이다. 정병준은 김구를 암살한 안두희의 이후 행적을 연구한 논문에서,

‘1959년 안두희가 서울 수도방위사단 사령부 고급부관(대령 계급)으로 오사카에 나타나 경무대 기관원이던 위혜림, 나카지마 등과 북송손 폭파 공작을 벌였으나, 정보 누설로 공작에 실패한 후 귀국하였다.’

고 했다. 그리고 위혜림은 해방 직전에 상하이에서 아마기스 기관의 하부 조직인 무라이 기관의 기관장을 지냈고”, 해방 후에는 맥아더 사령부 정보참모부 휘하 특수 공작 기관이던 캐논 기관에서 일해고 이 기관이 해산된 뒤에는 이승만의 도쿄 주재 사설 기관인 경무대 기관에서 일했다고 한다.

위혜림과 김구의 질긴 악연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해방 전 김구 암살 공작에 밀정 노릇을 했던 위혜림이 해방 후에는 이승만 사설 기관의 부하가 되어, 김구를 암살한 안두희와 함께 재일교포의 북송선 폭파 공작을 함께한 이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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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번의 암살 시도가 실패했는데, 김구는 뜻밖의 총격을 받는단다. 1938 5월 한국국민당, 조선혁명당, 재건 한독당이 한자리에 모여 3당 통일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 이운환이라는 사람이 들이닥쳐 권총을 난사했단다. 이 사건으로 김구와 유동열은 중상을 입고, 함께 있던 현익철은 죽고 말았단다. 다행히 목숨은 건진 김구. 이운환의 총격 사건은 여러가지 설이 있었단다. 먼저 조선혁명단 소속의 박창세, 강창제, 이운환이 그들이 속한 조선혁명당을 차별했다는 것에 화가 나서 그랬다는 거야. 그리고 두 번째는 이운환의 일탈로 단독 범행이라는 설도 있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일제 배후설이 있었단다. 지은이는 일제 배후설에 힘을 실었단다. 박창세와 강창제는 이미 히토스키의 의해 포섭되었다고 지은이는 이야기했단다. 박창세의 아들은 이미 밀정이라고 알려졌거든. 박창세는 1924년 교민단을 가입한 후 의용대 활동을 했단다. 이후 임시정부 활동도 활발히 했어. 1934년 비록 불발탄으로 실패를 했지만 강병학 의거를 주도했고, 한독당 멤버로도 활동을 했단다. 1937년 이청천과 함께 조선혁명당을 창당했지만 결국 일제의 회유에 넘어가고 말았단 것이야. 일제가 그의 아들들을 이용하여 회유를 했던 것이야. 그리고 밀정이 된 박창세는 김구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이운환을 사주하게 된 것이고

세 번째 암살 시도는 거의 성공할 뻔했는데, 김구는 한 달 치료 후에 소생했단다. 정말 다행이구나.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일제의 암살 시도를 모두 이겨냈는데, 해방된 조국에서 우리나라 군인에게 총격을 당해 돌아가시다니

참 안타깝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상하이의 짧은 가을이 지나고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1929 12 29, 바다 건너 고국에서 광주학생운동 소식이 들려왔다.

책의 끝 문장: 전자는 윤봉길 의거 이후 강화된 상하이 일본 총영사관의 경찰 조직과 활동을, 후자는 밀정 오대근의 최후 행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였다.


그런데 최근 학계와 사회 일각에서는 자신들의 정치적 계급적 이해관계를 위해 역사의 기억들을 왜곡하고 전용하는 현상들이 나타나 우려스럽다. 2019년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 문제를 구실로 경제보복 조치를 취했다. 이때 국내의 보수적인 정치인과 지식인, 나아가 경제 단체들이 원인 제공자인 일본이 아닌 자국 정부를 향해 마구 손가락질하며 법석을 떨었다. 일본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당장 망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들은 한일 과거사 문제의 해결 방안에서도 같은 태도이다. - P5

임시정부가 재건됨으로써 이제 중국 관내의 독립운동 정국은 김구가 주도하는 임시정부와 김원봉이 주도하는 민족혁명당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독립운동의 주도권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양상이 되었다. 민족혁명당은 창당 당시 ‘임시정부의 해체’를 주장했다. 반면 임시정부는 이를 반대하고 재건한 입장이기 때문에 양측 사이의 갈등은 당분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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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날들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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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소설책이 하나 있단다. 정지아 님이 지은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님이 많이 유명하지 않은 분이었는데,(아빠만 모르고 있을 수도…) 이 한 작품으로 많이 유명해지셨단다. 그래서 정지아 님의 다른 작품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단다. 아빠도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나서, 정지아 님에 대해 알아보고 그 분이 쓰신 작품들을 찾아보았단다. 그리고 두어 권 사두기도 했어. 정지아 님이 예전에 쓰신 단편집도 하나 있는데, 이번에 재 출간이 된 책도 구입했단다. 이번에 아빠가 읽은 <나의 아름다운 날들>이란다.

이 책에는 총 열한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단다. 이번 소설에서도 빨치산 사람들 이야기도 실려 있었단다. 아무래도 지은이의 부모님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싶구나. 아빠가 단편 읽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에 실린 정지아 님의 단편은 다 좋았단다. 아빠 취향의 글을 쓰시는 정지아 님이 어디에 숨어 계셨던 건가? 아빠가 독서 스펙트럼이 그리 넓지 않아 몰랐던 것 뿐이겠지? 정지아 님의 책들을 더 읽어봐야겠구나.

 


1.

자, 그럼 이 책에 실린 11개의 작품 이야기를 간단히 해줄게.

숲의 대화.

60년을 함께 해로한 아내 순심이를 먼저 보낸 운학은 순심이가 묻혀 있는 숲에 자주 오곤 했단다. 순심이와 60년을 함께 살았지만, 순심의 마음속에는 늘 도련님이 자리잡고 있었단다. 먼 옛날, 도련님은 하인이었던 운학과 순심에게 글도 가르치고 공부도 시켜주었어. 그리고 숲에 들어가 빨치산 운동도 있어. 운학은 마을에 머물렀지만, 순심과 도련님과 함께 숲에 들어가서 빨치산 활동도 하고 사랑도 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순심이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빨치산 무리는 토벌군에게 쫓기고 있었어. 도련님은 순심과 아이를 살리기 위해 동네로 보내면서 운학을 찾아가라고 했어. 그렇게 순심은 운학을 찾아왔고 평생을 함께하게 된 거야. 도련님은 그만 순심과 헤어져 빨치산 부대로 돌아가는 길에 토벌대의 총에 맞고 죽었지. 순심이를 보낸 늙은 운학이 가끔 숲을 찾는데, 어느 날 젊은 도련님을 만나게 되었단다. 환상이겠지만, 운학과 젊은 도련님은 그 동안 나누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나눈단다. 땅이 분단되고, 사상이 분단된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아픈 사랑 이야기였단다.

봄날 오후, 과부 셋

이 이야기는 80대 할머니들 세 분의 이야기란다. 그들은 보통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였어. 그들이 보통학교 다닐 때 우리나라는 일제 시대였고, 그들은 우리나라 이름이 아닌 일본 이름으로 부르던 시절이었어. 그 당시 친구들이다 보니, 그들은 여전히 그때 불렀던 일본 이름으로 서로를 불렀단다. 에이꼬, 하나꼬, 사나꼬. 그렇다고 그들이 친일을 한 것은 아니야. 그저 학생이었던 것이지. 그들은 다 같이 사회주의를 받아들였고, 젊은 시절은 활동을 하기도 했어. 그들 마음 속으로는 사회주의를 평생 버리지 않고 살았단다. 하지만 그들이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세상은 사회주의를 겉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세상이었지. 남편들은 모두 죽고 과부가 되신 세 노부인들이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여전히 빨갱이 이야기가 오고 간단다. 

천국의 열쇠.

이 이야기는 어느 시골에서 중풍 든 아버지를 홀로 시중 드는 마흔 살 다 된 장애인 노총각 아들의 이야기란다. 아들은 자신의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인데 중풍에 꼼짝 못하는 늙은 아버지를 홀로 보살피고 있어. 아버지를 보살펴주던 어머니가 3년 전에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시중은 온전히 장애인 노총각 아들의 몫이었단다. 이런 상황이니 노총각 아들이 결혼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더구나. 스스로도 결혼 생각은 아예 안 하는 것 같았어. 다행히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하시던 헛개나무 농장이 있어서 먹고 사는 것은 지장이 없었어. 물론 다리가 불편한 아들이 농장 일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해와서 익숙했단다. 그 헛개나무 농장은 일터뿐만 아니라 그의 쉼터이기도 해서,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농장을 가곤 한단다. 그런데 어느날 농장에 가다가 숲에서 이웃집 새댁 호아를 보았단다. 그날도 남편 길호 형한테 매를 맞고 도망 온 모양이었어. 호아는 베트남 사람인데 우리나라 시골로 결혼을 왔던 것이란다. 호아는 툭하면 남편한테 맞는데, 그날은 농장 근처까지 도망을 온 것이야. 그는 호아에게 헛개나무 열쇠를 주고 도망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농장에 왔다가 가라고 했단다. 호아에게도 농장이 잠시 쉴 수 있고, 평안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마음으로… 주인공의 선을 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이 좋았단다.

목욕 가는 날.

이 이야기도 참 따뜻한 이야기란다. 시골집에 홀로 사시는 늙은 어머니. 2주일에 한번씩 대중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시는데, 그 길을 어머니 집 근처에 사는 언니가 모시고 간단다. 언니는 성격이 좀 세지만 정이 많았어. 어느날 언니는 시댁에 일이 있다고 이번 주는 서울 사는 주인공에게 어머니를 모시라고 했어. 언니의 말을 거절할 수 없는 소심한 주인공은 날짜에 맞춰 엄마 집에 왔단다. 그랬더니 이건 언니의 작전이었어. 언니도 엄마 집에 와 있었어. 정말 오랜만에 엄마와 언니와 주인공 이렇게 셋이 대중목욕탕에 갔단다. 주인공은 정말 오랜만에 엄마와 대중목욕탕을 가게 된 거라 자신의 맨몸을 엄마에게 보이는 것도 낯설고, 엄마의 맨몸을 보는 것도 낯설고 그랬단다. 하지만 그들은 식구잖니. 세 모녀는 서로 등도 밀어주고, 수다도 떨면서 작지만 행복한 추억거리를 하나 만들었단다.

….

브라보, 럭키 라이프.

이번 이야기는 가슴 아픈 이야기. 경우는 착실한 아들이었단다. 그런데 군대 휴가 나왔다가 복귀하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식물인간이 되었어. 부모님들은 그에게 희망을 놓지 않고 정성 들여 간호했단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가고 어느덧 8년째 어느날 갑자기 경우의 의식이 돌아왔단다. 부모님들은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했어. 하지만 경우는 의식만 돌아온 것인지, 전신 장애를 가지고 있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 물론 계속 누워서 생활했고 손가락 하나 스스로 움직일 수 없었어. 병원비도 많이 나가서 병원에서도 더 이상 해줄 것이 없어 그들이 살고 있는 시골집으로 옮겼단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15년이 지났어. 나라에서 비용을 지원해주긴 하지만 경우를 보살피고 치료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서 재산도 거의 날렸단다. 부모님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어느날 경우는 손가락으로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단다. 사고 나고 23년만에 일이었어. 부모님은 경사가 난 듯 기뻐했지만, 또 그것이 끝이었어. 시간은 빠르게 지나고 경우의 회복은 무척, 아주 무척 더뎠단다. 그런데 문제는 아들이 경우 하나가 아니라는 것. 경우만 챙긴다고 큰 아들 경환은 알아서 제 앞길을 찾아갔어. 경환도 부모님을 이해하고 도움도 청하지 않았는데, 최근에 사업이 무척 어려워졌단다. 시골에 넓은 땅을 가지고 있는 걸 아는 경환은 마지 못해 부모님께 금전적 도움을 받으러 왔는데, 이미 부동산은 다 팔려서 남아 있는 것이 없었어. 경환은 참고 있던 울분을 터뜨렸지. 회복되기 어려운 거 뻔히 아는 병신 아들 살린다고 산 자식 죽게 생겼다고 말이야.. 경환의 심정도 이해가 가고 아픈 아들을 보살피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이런 이들은 나라에서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할 텐데…

핏줄.

27대손 장손인 아들이 노총각으로 결혼 못하고 있어 속이 타는 아버지. 장손이라 집을 지켜야 한다고 시골에 묶어두어서 결혼을 못했나. 아버지는 외국 사람은 절대 안 된다고 하고 아들은 나이만 먹어가고… 결국 한 발 물러나 연변의 아가씨와 결혼하게 되는데, 결혼하고 돈만 가지고 도망가 버린 며느리. 더 급해진 아버지는 이제 국적 가리지 않겠다고 했어. 그런데 태국 아가씨, 필리핀 아가씨도 줄줄이 돈만 갖고 튀었단다. 아버지는 자신이 며느리를 직접 고르겠다고 베트남까지 가서 맞이한 이가 쑤언이었어. 아버지는 직접 며느리를 골랐지만, 마지못해 선택이었고, 자신의 대를 이을 장손이 외국인 며느리라는 것이 여전히 꺼림칙했어. 쑤언은 그 전 며느리들과 달리 착실했단다. 한국말도 잘하고 일도 잘하고 시부모님께도 잘 했단다. 어머니는 쑤언에게 잘 해주었단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던 임신. 아버지는 제발 아들놈 닮은 손자가 태어나길 바랬는데…. 

혜화동 로터리.

빨갱이 집안에서 태어나거나 연루되어 평생 차별을 받아 제대로 직업을 갖지 못한 세 남자들이 오랜만에 만나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 끝^^ 

인생 한 줌.

산에서 밭을 일구며 큰 욕심 없이 살던 주인공. 밭에 큰 돌이 있어 캐내려고 했는데, 그 큰 돌은 땅 속에 엄청난 크기의 진짜 모습을 가지고 있던 바위. 오기가 생긴 주인공은 바위의 끝을 보냈다고 파내기 시작하는데 5년째 파도 여전히 끝을 보이지 않는 바위. 이 바위는 화제가 되어 텔레비전 방송에도 나오고 거북 바위니, 봉화 바위니 별명까지 붙어 유명해지게 되었단다. 큰 돈 주겠다고 그 바위가 있는 산을 사겠다는 사람도 나섰는데, 주인공은 이 바위가 이제는 자신의 한 일부분이라고 생각이 드는지 아무리 큰 돈을 주어도 팔지 않겠다고 했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바위의 진모습은 어느날 갑자기 마지막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때 느끼는 주인공의 허탈감, 어쩌면 배신감마저 느끼지 않았을까 싶구나. 집착하게 되면 욕심이 생기고,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크고… 바위 같은 무생물을 향한 인간의 마음 또한 똑 같은 것 같구나.

즐거운 나의 집.

음, 이 이야기는 전원주택의 로망을 무참히 밟아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단다. 아빠도 나중에 은퇴하면 전원주택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하는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소설이란다. 전직 기자인 주인공이 전원주택의 로망을 가지고 시골에 왔다가 맞닥뜨린 현실을 유머와 곁들여 그린 이야기란다. 벌레와 전쟁에 기겁을 하고, 오지랖 넒은 이웃에 스트레스 받고 이웃과 땅 분쟁까지 이어지면서 전원 주택의 낭만은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지 오래구나. 

나의 아름다운 날들.

이 이야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완벽해 보이는 주인공 김여사를 비꼬는 듯한 소설로 아빠는 읽었단다. 자신의 식구들이 완벽한 가정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누가 봐도 그럴 만했어. 친정아버지와 남편 모두 박통 시절에 장관을 지냈고, 자녀 셋은 모두 일류 대학을 나와 법관을 하거나 의사로 일하고, 은퇴한 남편과 70평 아파트에 살고, 

일하는 아줌마를 둘 정도로 경제적 여유도 있고, 금혼식이라고 며느리, 손자, 손녀의 진심 어린 축하도 받고, 남편과 오랜 결혼 생활도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김여사는 스스로 찬란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단다. 이 소설의 제목이 그냥 <아름다운 날들>이 아니라, <나의 아름다운 날들>인 점을 알겠더구나. 가난하고 힘든 시절 권력 측근에 있으면서 축적한 부로 대를 이어 잘 살고 있는… 소설 제목을 <나의 아름다운 날들>이 아닌 <나만 아름다운 날들>로 해도 좋을 듯싶더구나. 

절정.

주인공 ‘그’는 알코올 중독자 출신 노숙자란다. 정간사의 도움으로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노숙 생활을 벗어나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 ‘그’와 같이 노숙생활을 하는 김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김을 따라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 김은 한 달에 20일 이상 막노동을 3년간 쉬지도 않고 했어. 김은 노숙자이지만 아직 식구들과 연락을 하고 자신이 번 돈 거의 대부분을 한 달에 한번씩 집에 보낸단다. 아이들 학원비에라도 보태라고 말이야. 조금이라도 더 보태기 위해 고시원에서도 나왔어. 그런데 어느날 김이 사라졌단다. 김이 고시원에서 나간 이후로는 ‘그’가 김의 편지를 대신 받아서 전해주었는데,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어. 사라진 시간이 길어지면서 김이 걱정되기도 했단다. 어느 날 고시원에 돌아오니 김의 편지가 와 있었어. 무덤덤한 문체로 간암에 걸렸다는 소식과 함께. 살고자 발버둥치고 노력하는 이에게 이런 안 좋은 소식은 소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 소설을 읽고 울컥했단다.

….

이상으로 이 책에 실린 11권의 이야기를 짧게 해주었는데, 아빠가 메모를 하면서 읽긴 했는데도 메모에 없는 부분은 기억을 의존해서 써서 잘못된 부분도 있을 수 있어. 그 점은 양해 바란다. 이 책의 소설들을 통해 정지아 님의 소설 스타일을 좀더 확실히 알게 된 것 같아. 사회의 소외 받지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모든 이들의 인생이 그렇지만, 그들의 삶 속에 행복이 있고, 희망이 있고, 하지만 슬픔도 있다는 것. 정지아 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호르르, 바람이 세월을 밀어낸다.

책의 끝 문장: 그 ‘평범한 비범한’이야말로 이 참혹한 세상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건너가게 만드는, 우리가 매일매일 마주치면서도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기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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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6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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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가끔씩 요 네스뵈의 소설들을 읽는단다. 그의 모든 작품이 다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작 이상은 하니까. 그의 작품들 중에는 해리 홀레 시리즈가 유명하단다. 아빠가 요 네스뵈의 소설 중에 가장 먼저 읽은 것도 해리 홀레 시리즈 중 하나인 <스노우 맨>이었단다. 요 네스뵈가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지기 전에 인기 있는 작품 먼저 소개하다 보니 해리 홀레 시리즈가 우리나라에서는 순서가 섞여서 출간되었단다. 아빠도 가끔 해리 홀레 시리즈를 읽었는데, 출간 순서대로 읽지는 않았단다. 해리 홀레 시리즈는 한 권 한 권이 단일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순서 없이 읽어도 상관은 없었어. 가끔 고정 출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순서 없이 나오긴 했지만

오랜만에 요 네스뵈의 소설을 읽겠다고 작년에 사둔 해리 홀레 시리즈 <>이라는 책을 집어 들었단다. 앞쪽에 해리 홀레 시리즈 쭉 알려주는 페이지가 있었어. 그런데 아빠가 읽으려고 했던 <>은 해리 홀레 시리즈의 가장 최신으로 12권이더구나. 그리고 아빠가 읽은 책들을 보니, 해리 홀레 시리즈의 1, 2, 3, 4, 5, 7, 8 이렇게 일곱 권이었어. 순서 없이 읽긴 했는데 6권을 빼고는 8권까지 다 읽었네. 6권이 무엇인가 봤더니 <리디머>라는 책이란다. 리디머? 이 책은 우리 집에 있는 것 같은데그래서 찾아보니 책장 한쪽 구석에 먼지를 먹고 있더구나. 이왕 읽은 거 남은 해리 홀레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보자는 생각에 읽으려고 했던 <>을 다시 책장에 두고 <리디머>라는 책을 읽게 되었단다. 아빠가 가장 먼저 읽은 <스노우 맨> 7권이니까, <리디머> <스노우 맨>의 바로 직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란다.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는 재미는 있는데 좀 하드 코어 작품들이 많단다. 살짝 수위를 낮춰주면 좋을 텐데

<리디머>를 영어로 쓰면 redeemer로 구원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단다.


1.

해리 홀레가 있는 오슬로 경찰청에 변화가 생겼단다. 해리 홀레가 형사로서는 유능하지만, 알코올 중독 증세라는 문제를 갖고 있었단다. 그의 상사와 동료들 중에는 해리 홀레의 그런 알코올 중독을 이해해 주는 사람도 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 그리고 해리 홀레는 선조치 후보고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 또한 상관이 봤을 때는 안 좋게 볼 수 있단다. 그런 해리 홀레를 이해해주던 상관 묄레르가 안타깝게 물러나고 군나르 하겐이라는 사람이 상관으로 오는데, 해리 홀레의 수사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서 갈등을 빚게 된단다.  그들은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을까?

먼저 등장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노르웨이에는 구세군 사관학교라는 것이 있는가 보구나. 욘 칼렌과 로베르트 칼센이라는 형제가 있는데 둘 모두 구세군 사관학교 출신으로 구세군 활동을 하고 있어. 욘과 로베르트가 형제이긴 하지만, 형 욘은 동생 로베트르를 무서워했어. 로베르트가 좀 괴팍하고 형보다 힘이 세고, 형 욘에게 가끔 협박도 했거든. 로베트르가 좋아하는 테아라는 여자가 있는데, 욘은 몰래 테아라 사귀고 있었어. 그러니 욘이 더욱 로베르트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지. 테아의 오빠는 르카르드라는 사람인데, 욘과 행정국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사람이었어. 르카르드는 구세군 사령관 다비드 에크로크의 딸 마르티네와 사랑하는 사이였어. 욘이 테아와 비공식으로 사귀고 있다고 했는데, 그 전에 랑닐 길스트룹이라는 사람과 사귀었고, 랑닐은 여전히 욘을 좋아했단다. 문제는 랑닐이 유부녀라는 것. 랑닐의 남편은 마스라는 사람이고 사업가 알베르토의 아들이었단다. 등장인물의 관계가 좀 복잡하고 굳이 알아야 하나 싶긴 한데, 아빠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정리해 둔 것이 있어 적어보았단다.

..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구세군 활동을 하던 로베르트가 번화한 오슬로의 거리에서 총에 맞고 죽고 말았단다. 번잡한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총에 맞아 죽었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범인은 곧바로 도망을 가서 범인을 잡을 수는 없었어. 그 범인은 청부살인업자이고, 우크라이나 군인 출신이었고 말리 스파시텔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어. 말리 스파시텔리는 작은 구세주라는 뜻이라고 하는구나. 그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로베르트를 죽이고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노르웨이를 떠는 것이었는데, 폭설로 인해 비행기가 못 뜨고 오슬로에 발이 묶이고 말았단다.


2.

해리는 로베르트 사건을 맡게 되었단다. 파트너는 할보르센이라는 사람이야. 로베트르의 형인 욘 칼센을 조사하러 갔다가 욘을 살해하러 온 청부살인업자와 마주쳤단다. 청부살인업자는 로베르트만 타겟이 아니고 욘도 타겟이었던 것인가?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청부살인업자가 의뢰 받은 사람은 욘이었는데, 형제라서 닮았고, 갑자기 근무 시간을 맞바꾸었기 때문에 잘못 죽인 것이었단다. 잔금을 받기 위해서는 욘을 다시 죽어야 했던 거지. 청부살인업자도 뒤늦게 잘못 죽인 걸 알고 욘을 죽이러 왔다가 해리와 마주친 것이었어. 해리 덕분에 욘은 부상만 입고, 청부살인업자도 놀라서 도망가 버렸단다. 욘은 당분간 병원에 머무르고 경찰로부터 보호를 받았어. 실패한 청부살인업자가 언제 다시 나타날 지 모르니까 말이야.

해리와 동료들은 CCTV를 보고 유로폴의 도움을 받아서 청부살인업자가 크리스토 스탄키츠라는 가명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그가 크로아티아 군 출신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단다. 크리스토 스탄키츠라는 이름으로 출국 금지, 카드 사용 금지, 호텔 투숙 금지 조치를 했어. 범인은 완전 망했네. 청부살인업자가 가명은 크리스토 스탄키츠이고 자신의 조직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말리 스파시텔리로 볼린다고 했잖아. 아빠는 이제부터 범인의 이름을 스탄키츠하고 할게. 스탄키츠는 이제 합법적으로 노르웨이를 떠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고, 전화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

앞서 유부녀였던 랑닐이 욘과 잠시 사귄 적이 있다고 했잖아. 욘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보니 욘의 자신의 흔적이 밝혀져 욘과 부적절한 관계가 들통날까 봐 욘의 집에 있는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고 갔단다. 이건 참 잘못된 선택이 되고 만단다. 그런데 욘은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 구세군에서 관리하고 있는 시골 농장에 숨어 지내기로 했거든. 그러니까 욘의 집에는 아무도 없었던 거지. 랑닐도 그것을 알고 자신의 흔적을 없애려고 간 것인데 욘의 비어 있는 집에서 랑닐은 스탄키츠를 만났단다. 랑닐은 그만 스탄키츠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단다.


3.

스탄키츠는 자신의 가명이 경찰에 알려져서 숙박업소에도 묵지 못하고 카드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었어. 잘 곳도 없고 점점 경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어. 해리의 동료 할보르센과 마주치기도 했는데, 할보르센이 교전 중에 총을 맞고 중상을 입었단다. 병원에 입원을 했지만 끝내 죽고 말았지. 스탄키츠는 자신을 쫓는 경찰이 해리라는 것을 알았어. 이왕 이렇게 된 것 해리를 없애려고 해리의 집에 갔는데 아무도 없었어. 잘 곳 없는 스탄키츠는 해리의 집에 머물면서 잠도 자고 음식도 먹고 그랬단다.

그 때 해리는 크로아티아에 가 있었어. 스탄키츠가 속한 조직을 알아냈거든. 그 조직의 리더는 스탄키츠의 엄마였어. 해리는 그 스탄키츠의 엄마를 만났단다. 그들은 원래 정의를 위한 청부살인만 했다고 했어. 그런데 이번 건은 너무 큰 돈을 제시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 이유를 묻지 않았다고 했어. 대리인이라면서 로베르트가 몇 달 전에 찾아와 살인을 의뢰했고, 그 대상자는 욘 칼센이라고 했어. 해리는 로베트트의 여권을 봤던지 욘 칼센의 엄마가 말한 날짜에 크로아티아에 왔던 이력이 있었어. 로베르트는 누구의 지시를 받고 욘을 죽이라고 했던 것일까. 로베트르는 자신이 지시한 욘을 대신해서 죽고 말았으니 진실을 말할 수도 없었어.

스탄키츠가 해리의 집에 숨어 있는 동안, 마르티네가 찾아왔단다. 해리에게 호감을 갖게 되어 해리를 만나러 왔던 거야. 마르티네는 앞 부분에서 등장인물들 소개할 때 한번 이야기했는데, 구세군 사령관의 딸이었어. 마르티네가 해리의 집에서 만난 건 스탄키츠였단다. 스탄키츠는 마르티네를 인질로 잡고 욘이 있는 곳을 물어보았어. 마르티네는 해리가 다치지 않게 하려고 스탄키츠가 시키는 대로 하고 물어보는 것은 다 이야기했어. 욘이 시골의 별장에 숨어 있는 것도 사실대로 이야기했어. 너무 사실대로 다 이야기해서 욘도 당황했을 거야. 그러면서 마르티네의 말 속에 함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마르티네는 자신도 욘이 죽었으면 좋겠다면서 스탄키츠를 도와주겠다고 했단다.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

스탄키츠와 마르티네는 시골 농장에 갔으나 이미 욘은 그곳을 떠났단다. 경찰에서 스탄키츠의 옷과 소지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대치하다가 그를 사살했다고 발표를 했거든. 그러면서 범인을 잡았다고 했어. 그러니까 욘은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생각하고 농장을 떠나 집으로 돌아간 거야. 그 사이에 스탄키츠와 마르티네가 농장에 온 것이고그런데 도대체 마르티네는 왜 욘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을까?

한편, 크로아티아에서 돌아온 해리는 사건이 종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뭔가 찜찜함. 해리는 계속 추적을 하고, 이 사건의 숨겨진 사실을 밝혀내게 된단다. 이제부터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단다.


4.

지금부터는 강력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단다.^^

욘 칼센을 죽이라고 청부살인을 의뢰한 사람은 바로 욘 칼센이었단다. 욘은 동생인 로베르트의 여권을 가지고 크로아티아에 갔던 거야. 로베르트인 척 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스탄키츠가 언제 어디서 작업을 할지 알고 있었던 욘은 일부러 로베르트와 근무 시간을 바꾼 것이었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야.

그러면 왜 욘은 로베르트를 죽이려고 했을까? 그건 로베르트가 욘이 어린 소녀들을 강간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 대해 계속 경고를 했기 때문이야. 욘은 그런 나쁜 사람이었던 것이란다. 앞서 마르티네가 욘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그렇게 이야기한 이유는 마르티네가 어렸을 때 욘에게 당했었기 때문이란다. 그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가고 있었던 거야. 알고 보니 해리의 동료였던 할보르센도 스탄키츠가 아니고 욘이 죽인 것이었어. 이런 사실을 다 알고 있던 해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래도 청부살인업자 스탄키츠로부터 욘을 보호해야 할까. 그게 선이 맞을까. 이런 내막으로 모르는 스탄키츠는 여전히 욘을 추격하고 있었단다. 그래야 잔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야.

해리는 방관을 선택했단다. 스탄키츠를 막지 않았다는 거야. 스탄키츠가 욘을 죽였단다. 스탄키츠의 행동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해리는 그러지 않았단다. 그렇게 소설이 끝이 났단다. 마지막 부분은 해리다운 선택인 것 같았어. 법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선()이 있고 악()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선택을 하는 것이 해리 홀레의 진모습이지.

책이 두껍고 등장인물도 많이 나오고 해서 아빠가 한 이야기가 이해 가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 같구나. 밀린 독서편지를 급히 써서 뒤죽박죽 된 것이니 이해해 주고남아 있는 해리 홀레 시리즈가 몇 권 안 되니올해 안으로 끝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소녀는 열네 살이었고, 눈을 꼭 감고 정신을 집중하면 지붕 너머의 별을 볼 수 있다고 믿었다.

책의 끝 문장: 소용없는 짓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그의 이름을 불러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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