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14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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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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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책 속에서 또 다른 책, 특히 고전을 언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그러면 그 고전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 이번에 읽은 허먼 멜빌의 <모비 딕>도 그렇게 해서 읽게 되었단다. <모비 딕>은 여러 책에서 언급이 되었어. 그리고 우리가 작년에 재미있게 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여러 번 언급되었지. 이 작품이 그렇게 재미있나? 또 하나,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커피샾인 스타벅스도 <모비 딕>에 등장하는 일등항해사에서 따왔다는 것을 알게 되고, 도대체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고 위대한 작품이길래, 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할까, 싶었단다.

<모비 딕>은 우리나라에서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 출판을 했는데, 아빠는 몇 년 전에 열린책들출판사로 사 둔 책이 있어 그 책으로 읽었단다. 그런데 아빠가 몇 년 전에 <모비 딕>을 사면서 그 책이 오래 전에는 <백경>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는 것을 몰랐단다. 아주 오래 전에 헌책방에 갔다가 사두고 읽지 않은 <백경>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말이야. , 아빠의 고정 상식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아무튼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온 두 권짜리를 꺼내 들었단다.

이 책도 읽기 어려운 책 순위를 메기면 꼭 10위 안에 드는 책으로 읽기는 쉽지 않은 책이야. 그도 그럴 것이 읽다 보면 이 책이 소설인지 자연과학 책인지 실용도서인지 헛갈리게 되더구나. 고래에게 복수하는 선장의 이야기가 있지만, 온갖 고래에 대한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기도 하고, 고래를 잡는 법, 요래하는 하는 법 등 고래 관련 잡학 상식들도 이야기해준단다. 그러니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이 책을 접한 사람들도 쉽지 읽지 못했을 거야. 그래서 지은이 허먼 멜빌 생전에는 이 책이 그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하더구나. 오히려 혹평을 받았다고 했어.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 이 책을 어렵게 읽게 했던 부분이 이 책의 위대한 점으로 평가하면서, 대표적인 미국의 대표적인 고전이 되었단다. 그리고 이 책은 읽는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기억을 하게 한다는구나. 뭐 워낙 다양하고 책이 두껍다 보니 보는 것만 보는 사람의 특징상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었단다.

지은이 허먼 멜빌은 1819년에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12살 때인가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돌아가시는 바람에 집안이 몰락했다는구나. 온갖 직업을 다 가지면서 돈을 벌었는데 그때 포경선 선원으로도 일했다고 하는데 그때의 경험을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모비 딕>이란다. 그가 이 책을 쓴 것이 31살 때이고 그가 죽은 것이 1891년이니 당시로는 제법 오래 살았는데 그런데도 생전이 <모비 딕>이라는 작품이 빛을 보지 못했다고 하니 정말 당시 사람들은 이 책을 안 좋아했나 보구나.

소설 <모비 딕>이 무슨 뜻인지 소설 속에서는 나오지 않는 것 같았어. 아빠가 그 뜻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그 뜻이 소설 속에서 나오면 꼭 기억하려고 집중을 한다고 하면서 읽었거든. 그런데 그 뜻이 안 나오는 이유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안 나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나중에 찾아보니 모비는 크다는 뜻이 있고, ‘은 남자의 성기의 속어로 쓰인다고 하는구나. 소설에 등장하는 향유고래가 엄청 커서 그런 상징적인 이름을 붙여준 것이라 생각하면 되겠구나.


1.

, 그럼 오늘은 <모비 딕> () 권을 이야기해줄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에는 온갖 고래에 대한 상식들이 나오는데 아빠는 줄거리 위주로 이야기를 해 줄게. 주인공은 이슈마엘이라는 사람이란다. 상선만 네 번을 타 본 적이 있는데 한 동안 뭍 생활을 하다 보니 싫증이 나서, 이번에는 포경선을 타겠다고 마음 먹었어. 포경선은 처음이라서 갑판원으로 타게 되었지. 포경선을 타기 위해서 포경선들이 모여 있는 낸티컷이라는 항구도시로 가야했어. 중간 마을에 있는 물기둥 여인숙에 묵게 되었는데, 빈 방이 없어서 어떤 작살잡이와 한 침대에서 자게 되었어.

그런데 그 작살잡이가 식인종이라는 거야. 그런데 그 식인종은 보통 사람들을 잡아먹지 않으니 걱정하지 몰라고 했어.  그래도 식인종과 한방을 쓰다니, 쉽지 않지. 그렇게 이스마엘은 퀴퀘그라고 하는 식인종과 한 방을 쓰게 되었어. 그런데 이 퀴퀘그라는 사람이 엄청난 거구이고 식인종이긴 한데, 좀 귀여운 면이 있었단다. 그리고 사려 깊고 성실한 사람이었어. 이상한 매력을 가진 소유자여서 이스마엘도 금방 친해지고 그를 믿을 수 있게 되었단다. 그래서 이스마엘은 그 다음날에도 퀴퀘그와 한방에서 지냈고, 그들은 한방에 머무르면서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고, 마음 속 깊은 이야기도 하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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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친구끼리 흉금을 털어놓기에 침대만 한 곳은 없다. 부부는 침대에서 서로에게 영혼의 밑바닥까지 보여 주고, 나이 든 부부는 동이 트도록 침대에 누워 옛날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와 퀴퀘그도 그렇게 편하고 사랑스러운 한 쌍이 되어 마음의 밀월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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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퀘그가 살아온 이야기도 했는데퀴퀘그는 서남쪽 멀리 떨어진 코코보고 섬 출신이었고, 그의 아버지는 대추장이고, 삼촌은 대사제라고 했어. 그러니까 퀴퀘그는 그의 부족에서는 금손이라고 할 수 있었지. 그냥 그곳에 머무르면 아버지를 이어 받아 추장이 될 수도 있었지. 어느 날, 그는 코코보고 섬에 온 포경선에 무작정 탔는데, 선장이 받아주질 않았어. 퀴퀘그는 기독교의 세계에 가보고 싶다고 간곡히 부탁을 해서 선장은 받아주었대. 그렇다고 퀴퀘그가 기독교로 개종한 것은 아니고 여전히 자기 부족의 종교를 믿었단다. 포경선에 탄 퀴퀘그는 작살잡이를 배웠고 작살잡이에 소질이 있어서 지금은 유능한 작살잡이가 되었어..

이슈마엘이 포경선을 탄다고 하니 퀴퀘그는 꼭 함께 타자고 했고, 이슈마엘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지. 둘은 모스 호라는 배를 타고, 낸티컷에 도착을 했어. 가는 길에 퀴퀘그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기도 했단다. 물론 먹지는 않았어^^. 낸티컷에 도착한 이슈마엘은 포경선을 골랐단다. 이슈마엘과 퀴퀘그는 피쿼드라 부르는 포경선에 타기로 했단다. 피쿼드 호의 선장은 에이해브라는 사람인데 오래 전에 고래의 공격을 받아 한쪽 다리를 잃고 고려뼈를 이용하여 부목을 만들었고 지팡이를 이용해서 절룩거리는 사람이었어. 하지만 그의 기술은 여전히 뛰어나서 선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

그 외에 피쿼드의 멤버들을 보면, 일등항해사, 드디어 나오는구나, 스타벅. 이등항해서 스터비. 삼등항해사 플래스크가 선장을 보조했단다. 그리고 퀴퀘그를 비롯한 작살잡이가 세 명, 갑판원, 요리사 등 여러 사람들이 함께 배를 타게 되었단다. 그런데 왜 일등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을 따서 스타벅스를 지었을까? 좀 찾아보니 스타벅스의 공동 창업주 중에 한 명이 <모비 딕>의 일등항해서 스타벅을 좋아해서 그랬다는데, 그 사람은 스타벅의 어떤 점에 끌리게 되었을까. 그래서 아빠도 다른 등장인물보다 스타벅이 나오는 부분을 좀더 신경 써서 읽었단다. 스타벅은 상당히 이성적이고 효율적인 사람으로 보였단다. 책에서는 스타벅에 대한 사람을 설명하는데 두어 페이지에 걸쳐 이야기하는데 그중 일부를 발췌해 보았단다. 이정도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하지 않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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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그의 눈을 들여다보면 그가 지금껏 침착하게 맞섰던 수많은 위기의 잔상이 아직도 어른거리는 것 같다. 인생 대부분을, 말로 채운 무기력한 책이 아니라 몸으로 이야기하는 팬터마임으로 살아온, 착실하고 충실한 남자였다. 하지만 그렇게 옹골진 냉철함과 불굴의 정신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다른 특징들에 영향을 미치고, 몇몇 경우에는 그 특징들을 전부 뒤엎어 버리는 것 같은 어떤 자질을 지녔다. 그는 뱃사람치고는 드물게 양심적이고 자연에 대한 깊은 경외심을 가진 탓에, 거친 바다 위에서 고독한 생활을 하다가 미신에 심하게 경도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미신은, 어떤 사회의 경우 어찌된 까닭인지 무지가 아니라 오히려 지성에서 샘솟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외부의 징후와 내면의 예감을 느꼈다. 하지만 어쩌다 그런 것들로 인해 강철 같은 그의 영혼이 무릎을 꿇는 일이 있더라도,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 멀리 곶에 두고 온 젊은 아내와 아이의 단란한 추억이었는데, 무뚝뚝한 천성을 떨치고 정직한 사람에게 잠재된 영향력을 발휘하며, 포경업을 하다 보면 처하게 되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달리 무모하게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걸 자제할 수 있는 것도 그 추억 때문이었다.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내 보트에 태우지 않는다.> 스타벅의 이 말은 가장 분명하고 유용한 용기란 직면한 위험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서 나오며, 두려움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겁쟁이보다 훨씬 더 위험한 동료라는 뜻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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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처음 타본 포경선이지만 이슈마엘은 포경선에 대한 기대가 컸단다. 포경선 안이 바로 하버드이자 예일대학교라고 생각했어. 그만큼 고래에 대해서 배울 것이 많을 테니까 말이야.

….

그렇게 배운 지식들이 책 곳곳에 고래에 대한 상식들로 가득 채운 것이 아닌가 싶구나. 아빠가 우영우처럼 머리가 좋아서 이 책에서 읽은 고래 상식들을 모두 외울 수 있다면 고래 박사가 되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래서 고래 분류도 척척 이야기하고 말이야. 고래 박사가 좋은 점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멋지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하지만 아빠는 우영우가 아니지.

모비 딕이라는 고래는 향유고래란다. 그래서 이 책에서 분류한 여러 고래 중에 향유 고래 부분만 발췌해 보았단다. 향유 고래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그 고래가 어떤 고래였는지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서 어떤 고래인지 알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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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1(2절판), 1(향유고래) – 옛날 영국에서 트럼파고래, 피제터고래, 모루머리고래 등의 이름으로 막연히 알려졌던 이 고래를 오늘날 프랑스에서는 카샬로, 독일에서는 포트피슈라고 부르며, 거창한 학명으로는 마크로케팔루스다. 향유고래가 지구상에 거주하는 가장 큰 생명체이며, 우리가 마추치는 고래들 중에 가장 위압적이고 위풍당당한 풍채를 자랑하고, 상품 가치도 가장 뛰어나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 귀한 경뇌유를 얻을 수 있는 동물은 오직 향유고래뿐이다. 향유고래의 여러 특징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른 곳에서 다룰 테니 여기서는 주로 이름만 언급하기로 하자. 언어학적으로 따지면 어처구니없는 이름이다. 몇 세기 전만 하더라도 향유고래는 실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경뇌유도 어쩌다 해변으로 밀려온 고래에게서 우연히 얻곤 했는데, 당시에는 경뇌유가 영국에서 그린란드고래, 또는 참고래로 알려진 고래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그뿐 아니라 경뇌유를 뜻하는 영어 단어 spermaceti의 첫 음절 – sperm – 탓에 그린란드고래가 흥분했을 때 분비하는 체액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또한 그 시절에는 경뇌유가 대단히 귀했기 때문에, 불을 밝히는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고 연고나 의약품으로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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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항구를 떠난 지 며칠이 지났는데 선장은 선장실에 머무르면서 갑판에는 나오질 않았단다. 남쪽 따뜻한 곳에 도착을 하니 갑판에 등장을 했는데, 욕설도 하는 등 친절한 선장은 아닌 것 같았어. 그가 선원들을 모두 모아 놓고 한 마디 했단다. 그는 이번 항해의 목적을 이야기했어. 포경선의 목적이 뭐, 있나? 고래를 잘 잡으면 되지그런데 에이해브 선장은 이번 항해의 목적을 분명히 했어. 자신의 한쪽 다리를 가져간 흰 향유고래 모디 빅을 잡는 것이었단다. 이성적인 스타벅은 선장의 복수가 항해의 목적이 될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에이해브는 일장 연설을 하였고 다른 선원들은 모두 선장의 말에 호응을 했단다. 모비 딕에게 패배한 이후 에이해브 선장의 삶의 목표는 오직 모비 딕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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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다시 말할 테니 잘 듣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고. 눈에 보이는 건 전부 종이로 만든 가면에 불과해. 하지만 어떤 행동이든, 살아가는 행위라는 의심할 나위 없는 그런 행동일 경우에도, 알 순 없지만 그래도 이성적인 뭔가가 허무맹랑한 가면 뒤에서 이목구비를 내미는 법이거든. 일격을 가하려면 가면 뒤에서 뚫어야 해! 죄수가 벽을 뚫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 있나? 나한테는 이 흰 고래가 나를 바싹 에워싸는 벽이라네. 가끔은 그 너머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해. 놈은 나를 제 손아귀에 넣고 못살게 굴어. 나는 놈에게서 포악한 힘을, 그 속에 불끈거리는 불가사의한 악의를 느낀다네. 내가 증오하는 건 무엇보다 불가사의한 그것이야. 흰 고래가 앞잡이든 주범이든, 나는 놈을 상대로 내 원한을 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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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 딕은 선원들 사이에서도 전설적인 고래였단다. 작살을 여럿 맞아도 끄떡 없었대. 그래서 작살을 몇 개 꽂고 다닌다고도 했어. 그리고 큰 혹이 있고 덩치가 엄청 크면서도 이동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고 했어. 포경선을 보면 도망가는 것이 아니고 공격적으로 대응을 해서 모비 딕에게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고 하는구나.

에이해브 선장이 어느 정도로 모비 딕에 대한 복수를 철저히 준비해 왔냐 하면 정식 선원들 이외에 모비 딕을 잡기 위한 이교도 사람들도 데리고 와서 선장실에 머무르게 했단다. 그들도 한동안 선장실에서 나오지 않아서 그들이 배에 탄 것을 한동안 몰랐단다.

, 이제 파쿼드 호는 모비 딕을 잡기 위한 항해가 시작된 것이란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다 보면 다른 포경선들도 계속 만나게 되는데, 그 때마다 에이해브 선장이 하는 일은 그들에게 모비 딕을 봤냐고 묻는 일이었단다. 대부분 본 적이 있다고 했고, 어떤 포경선에서는 모비 딕에게 선원이 잡혀 먹힌 적도 있다고 했단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에이해브 선장은 복수에 대한 열의가 더욱 커져갔단다.

<모비 딕> ()권의 이야기는 대충 여기까지란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고래에 대한 온갖 잡학상식들이 많이 있어서 책이 두꺼워도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좀 심플한 편이란다. 그리고 고래에 대한 상식뿐만 아니라 지은이의 생각도 많이 실려 있는데, 바다에서 교활함을 이끌어내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단다. 그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은 여기까지. 조만간 <모비 딕> ()권도 이야기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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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

바다의 교활함을 생각해 보라. 바다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들은 물밑으로 잠행하며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은 채 더없이 아름다운 푸른빛 아래 음흉하게 숨어 있지 않는가. 그런가 하면 수많은 종류의 상어들이 날렵하고 멋스러운 자태를 지닌 것처럼, 가장 무자비한 종족이 악마 같은 광채와 아름다움을 지닌 걸 생각해 보라. 서로 먹고 먹히는 바다의 보편적인 습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 라. 모든 생명체가 서로를 먹이로 삼으며 태초에 시작된 이 영원한 전쟁을 지금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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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내 이름은 이슈마엘.

책의 끝 문장: 당신이 철학자라면, 포경 보트에 앉아 있더라도 작살이 아닌 부지깽이를 옆에 놓고 저녁의 난롯가에서 앉아 있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큰 공포를 느끼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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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읽는 세계사 - 사소한 몸에 숨겨진 독특하고 거대한 문명의 역사
캐스린 페트라스.로스 페트라스 지음, 박지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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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소개할 책은 <몸으로 읽는 세계사>라는 책이란다. 최근에 이 책을 읽은 이들이 재미있다고 추천들을 하셔서 아빠도 읽어보았단다. 이 책은 과학분야의 책일까? 역사분야의 책일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단다. 책 제목에 세계사라고 적혀 있지만, 통사는 아니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의 유명한 역사적 업적이나 사건 사고들 중에 몸과 관련된 것들을 뽑아서 소개해주는 책이란다.

발상이 좀 독특하구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어떤 사람의 신체를 한번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클레오파트라의 코를 생각하게 될 거야. 클레오파트라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세계의 역사가 변했을 거라는 말은 알고들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이 말을 누가 했을까? 수학자 파스칼이 남긴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번역을 좀더 정확하게 하면,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더 낮았어도 세계의 형세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가 된다고 하는구나.

이 책 <몸으로 읽는 세계사>는 이렇게 클레오파트라의 코처럼 세계의 역사에 영향을 준 신체 일부분들과 역사적 인물들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소개해 주는 책이란다. 책의 차례를 보면 사람의 해부도가 나와 있고, 각 신체 기관에 번호를 메겼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차례였단다. 이 책의 지은이는 캐스틴 페트라스, 로스 페트라스라는 남매라고 하는구나. 성이 같길래 부부인가 했는데 부부는 아니고 남매구나. 그들의 글솜씨도 위트 있고 쉽게 잘 쓰여 있어서 읽기도 참 편했단다. 갑자기 너희들도 커서 같이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는 상상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해 보았단다.^^ 이 책에는 총 27개의 신체기관과 그에 얽힌 역사적 인물들이 나온단다. 각 에피소드들은 구석기 시대 동굴 벽화에 그려진 여성의 손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앨런 셰퍼드의 방광까지 시대 순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1.

27가지를 모두 간단히 요약해서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지만, 재미있고 인상 깊게 읽은 부분만 몇몇 소개해 줄게. 우리가 몇 달 전에 이집트 미라전을 다녀오고 얼마 전에 너희가 공부하는 영어책에 이집트 고대 역사가 나왔는데, 이 책에 그때 본 핫셉수트 여왕이 나와서 반가웠단다. 그럼 핫셉수트 여왕의 신체부위는 어디였냐? 놀랍게도 여자로서는 보기 드문 턱수염이라고 하는구나. 고대 이집트 그림이나 조각상에는 턱수염 없이 깨끗하게 면도한 상태라고 하는구나. 하지만 파라오의 그림과 조각상에는 권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턱수염이 꼭 있었다고 하는구나. ‘추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정확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핫셉수트 여왕도 파라오에 올랐으니 자신의 힘과 권력을 표시하기 위해 그림이나 조각상에 가짜 턱수염을 그렸다고 하는구나. 핫셉수트 여왕에 대해 아주 짧게 이야기를 하자면, 파라오였던 투트모세 1세의 딸이었는데, 투트모세 1세가 죽고 나서 핫셉수트는 투트모세 1세의 아들 투트모세 2세와 결혼했단다. 그들은 이복남매였단다. 고대 그리스 이런 결혼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단다. 그런데 투트모세 2세가 무능해서 핫셉수트가 뒤에서 조정을 했다고 했어. 그런데 투트모세 2세가 일찍 죽고 투트모세의 2세의 둘째 왕비의 아들이자 핫셉수트의 조카인 투트모세 3세가 왕에 올랐는데 고작 2살이었단다. 핫셉수트는 섭정을 하다가 나중에 스스로 파라오에 오르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핫셉수트가 파라오가 있는 동안 이집트가 번성했다고 하는구나. 단지 권력욕에 파라오가 되었다면 악명 높았겠지만, 전성기를 이끌었으니 죽은 후에도 그를 칭송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짧고 굵은 역사를 가진 티무르 제국을 이끌었던 티무르. 그가 절름발이였다는 것은 처음 알았단다. 그렇게 넓은 땅을 정복한 사람이 절름발이였다는 반전에 놀랬단다. 자신의 그 약점 때문에 더욱 강해지겠다는 결심을 한 티무르는 결국 거대 왕국을 만드는데 성공을 했단다. 과연 그가 절름발이가 아니었어도 그런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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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400년대 초 언젠가, 사카키라는 이름의 유명한 우즈베키스탄 시인은 한눈에 보기에도 불편한 몸으로 계속 움직이려고 애쓰는 절름발이 개미를 골똘히 들여다보는 젊은이를 소재로 독특한 시를 썼다. 마침 시 속의 젊은이도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다쳤는데, 용맹한 전사를 중시하는 문화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이는 심각한 문제였다. 젊은이는 용기 있는 작은 개미에게 크게 감동한 나머지 자신도 장애를 딛고 끝까지 해내겠다고 다짐하고, 또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시 속 젊은이는 세계적으로 위대하고 악명 높은 정복자 티무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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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으로 유명한 칼뱅. 그가 변비를 앓지 않았다면 칼뱅의 종교 개혁은 없었을 수도 있다고 하더구나. 변비로 인해 화장실에서 많은 시간 동안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다른 건 몰라도 이건 좀 비약이지 않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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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물론 종교개혁 운동을 펼친 이들 중에는 장 칼뱅과 울리히 츠빙글리를 비롯한 다른 핵심 창시자들도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때가 새로운 형태의 기독교가 탄생하기에 전반적으로 적절한 시기였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루터는 종교개혁가들 중 가장 주목받았고 분명 가장 거침없었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특히 자신의 장 활동에 관련하여 격렬한 불만을 자주 쏟아냈다. 그렇다. 1517년에 그가 얻은 종교적 깨달음은 변기에 앉아 입을 삐죽이며 찡그린 채 생각에 잠긴 수많은 경험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는 하지만 나는 악마를 물리칠 때 종종 방귀를 뀌어 쫓아 버린다라고 하는 등 설교, 연설, 편지에서 배설물을 언급할 때 전혀 꺼림칙하게 여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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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한 바람둥이 황제였던 헨리 8세의 아내였던 앤 불린. 반역의 누명을 쓰고 처형을 당했는데, 심장은 따로 매장을 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이것은 당시 귀족들이 공공연하게 했던 풍습이라고 하는구나. 교회에서는 이것을 금지했지만, 한동안 이 풍습은 암암리에 계속되었다고 하는구나.

영국의 왕 찰스 1세는 올리버 크롬웰의 내전을 일으켜 승리를 하고, 영국을 왕정이 아닌 의회정의 국가로 만들게 된단다. 전쟁에서 진 찰스 1세는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참수당하게 되는데, 올리버 크롬웰은 찰스 1세에게 죽기 전 연설을 하게 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단다. , 사형을 앞둔 이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라고 것이 일반적인 것인데, 실수라고 한 이유는 찰스 1세가 이 마지막 연설을 아주 멋지게 했다는구나.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하면서 말이야. 이 연설은 나중에 그의 아들이 왕정을 복권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스페인 왕조를 이끌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근친혼으로 유명하다고 하는구나. 계속된 근친혼으로 턱이 앞으로 쭉 나오고 심하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는구나. 그뿐 아니라 온갖 유전병으로 가문이 결국은 사라지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프랑스 혁명 때 루이 16세의 왕비로 단두대에서 삶을 마감한 마리 앙투아네트도 합스부르크 집안이라고 하는구나.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젊었을 때부터 이가 안 좋았다고 하는구나. 단 것을 많이 드셨나? 이를 제대로 안 닦았나? 아님 유전 때문인가? 아무튼 젊었을 때부터 이가 다 망가져서 의치를 썼다고 하는구나. 그러면서 당시 의치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하는구나. 싸게 만들 경우는 나무로 만들기도 했지만, 동물의 이로 만들거나, 잔인하게도 노예의 이로 만들기도 했다는구나.

유명한 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바이런 경은 선천적으로 발에 만곡족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대. 만곡족은 힘줄이 짧아지는 것인데 바이런 경은 평생 그것을 숨기려고 다른 외모를 부각하려고 노력했다는구나. 초상화도 잘 그린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렸대.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다이어트도 자주 했다고 했다는구나. 누군가 이야기하기를 바이런 경은 신체이형증을 앓고 있다고 했어. 신체이형증이란 신체 불완전성을 곱씹는 정신 질환이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누구나 신체 콤플렉스가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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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2)

배역에 충실한 여느 충실한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바이런은 다이어트를 했는데, 체중을 줄이기 위해 설사약까지 사용했다. (그는 통통한 편이라 필사적이었다.) 한편, 그는 매우 넓고 다양한 팬층을 계속 끌어들였다. 어딘가 어두우면서도 잘 생긴, 전형적인 낭만주의 시인이었던 바이런은 예상대로 여성팬이 아주 많았는데, 이들 중 다수가 그에게 사인을 받거나 그의 머리카락 뭉치를 가지려고 안달했고 무엇보다 은밀하고 낭만적인 밀회를 원했는데…… 바이런은 이런 식의 탐닉을 꺼리지 않았다. 그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였고, 어느 정부의 말에 따르면 미치도록 알고 싶지만 알고 나면 나쁘고 끔찍한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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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발명한 벨. 그의 어머니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었대. 벨을 엄마를 위해 잘 들을 수 있는 기계도 만들었다고 하는구나. 그런 경험이 나중에 전화를 발명하게 된 계기인 것 같구나. 그런데 벨이 전화를 만들어 놓기만 하고 그걸 사업화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는데 벨의 아내 메이블이라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사업하라고 벨을 부추겨서 벨이 크게 성공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반대 성격의 부부가 성공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인 듯 같구나.

….

요리사 매리 맬런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그녀가 가는 곳마다 장티푸스가 창궐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었단다. 그런데 그는 별증상이 없었어. 그래서 장티푸스의 창궐과 그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라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매리 맬런은 무증상 장티푸스 보균자였다고 하는구나.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을 이끌었던 레닌. 죽기 전에 어머니 곁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으나, 그의 후계자 스탈린은 일인 독재를 위해 레닌의 시신을 이용했단다. 방부재 처리를 해서 그의 시신을 영웅시한 것이지.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레닌이 죽기 전에 스탈린을 해임하라는 유서를 남겼다는 것. 하지만 그 유서는 스탈린에 의해 사라지고레닌이 죽고 스탈린이 아닌 트로츠키가 정권을 잡았다면 러시아는 그 이후 어떤 역사를 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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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레닌은 사망 직전에 집단 지도력을 촉구하는 스탈린을 당서기장에서 해임할 것을 권고하는 유서를 썼다. 하지만 그의 후계자들, 그중에서도 스탈린은 이를 감추었다. 스탈린은 주로 여론 조작용 재판과 처형을 통해 레닌 사후에 집단 지도부를 구성한 사람들을 제거했다. 그리고 사진을 조작하고 초창기 볼셰비키 공산주의 체제에서 자신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잘못된 사실을) 강조하는 영웅적인 그림을 새로 그리게 하여, 대중이 머릿속에서 그와 고인이 된 존경받는 지도자를 서로 연관 짓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죽어가던 레닌이 어머니 곁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는데도 그 뒤를 이어 곧 독재자가 된 스탈린은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 레닌을 숭배하게 만드는 것은 스탈린 통치를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스탈린에게 필요한 것은 그 숭배가 지속되도록 레닌을 부활시키는 것뿐이었다. 그러자 좀처럼 제기된 적이 없는 정치적 의문이 제기되었다. 죽은 지도자의 피부를 어떻게 살아 있는 사람처럼 유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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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아인슈타인의 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아인슈타인이 천재였던 이유를 알고 싶었던 사람들이 많았겠지.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죽고 나서 아인슈타인의 뇌를 빼돌린 사람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병리학자였던 하비라는 사람인데, 아인슈타인의 뇌가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다고 했어. 하비는 아인슈타인의 뇌를 조각 내어 다른 과학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는구나. 하지만 당시에는 아인슈타인의 뇌에 대한 특이한 점을 밝혀내지 못했대. 그랬다가 비교적 최근에 와서 아인슈타인이 뇌가 일반인과 다른 점을 찾아냈다고 하는구나. 아인슈타인의 뇌를 추적한 책 <아인슈타인의 뇌를 찾아서>라는 책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되어 있구나. 나중에 기회 되면 한번 읽어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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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의 뇌 연구를 통해 천재성의 기원이 밝혀졌을까?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연구자들은 주목할 만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생각한다. 1999년 맥매스터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실제 아인슈타인의 뇌는 평균보다 작았지만 두정엽 같은 특정 부분은 평균보다 컸고 더 많이 발달해 있었다. 그 후 10년 넘게 지난 뒤에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의 연구진은 그의 뇌가 신경세포 대비 신경교세포 비율이 높았고 모든 신경교세포끼리 매우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쉽게 설명하자면, 아인슈타인은 인지 능력이 높아서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쉽게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과거에나 현재에나 추측일 뿐이다. 여전히 우리는 뇌구조가 지능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해하는 여정에서 시작점에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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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이야기해준 에피소드들도 너무 짤막하게 이야기를 해주어서 무슨 소리인지 모를지도 모르겠구나. 아무래도 너희들이 좀더 커서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나을 것 같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 책은 유명한 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책의 끝 문장: 비록 그것이 보잘것없는 방광일지라도.


자, 손은 인간을 상징하는 것이다. 손 덕분에 우리는 정교한 도구를 만들고 환경을 적절히 활용하고 동굴 곰이나 사자 같은 경쟁자들을 물리친다. 생각해 보면 인간의 뇌는 손과 함께 진화했다. 손짓은 뇌의 발달을 촉진했다. 어쩌면 손의 움직임이 인간의 인지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활성화하는 주요 요인이었고, 정교한 언어 능력은 그 후에 발달했는지도 모른다. 뇌와 상당 부분 역시 손과 관련되어 있다. 손을 잘 조작하는 법을 파악하려면 뇌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야 한다. - P15

에릭 에릭슨 같은 일부 프로이트 학자들은 루터의 가득 찬 장이 종교개혁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까지 했다. 즉, 화가 나 있고 고통스러워하며 변비로 고생하던 남자가 가톨릭의 권위에 맞서는 데서 위안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보니 당시에 현대의 변비약이 있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또 누가 알겠는가? 오늘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널리 신뢰받지는 못하지만, 심리적인 요인이 교감 신경계를 제약한다는 것은, 어느 학술 논문에 따르면 그래서 ‘결장이 더 길고 넓어지고 건조하고 움직임이 둔해진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어느 정도 사실이다. - P139

벨은 소리를 계속 연구했다. 그는 청력 측정기를 발명했고 세상에는 청력을 측정할 수 있는 최초의 수단이 생겼다. 또한 소리의 수준을 측정하는 단위로 데시벨(decibel)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벨’은 자신의 이름에서 따왔다.) 햇빛을 소리로 바꾸는 방법을 개발하여 광선 전화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실험에 성공하자 아버지에게 "햇살의 소리를 들었습니다."라고 편지를 썼는데, 이는 무선 통신과 광섬유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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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6-23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을 듯 해요
이런 책 좋아하는데... 담아둡니다

bookholic 2023-06-23 21:28   좋아요 1 | URL
책 소재의 발상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상식 쌓기 좋았던 책 같아요...
금방 까먹어서 그렇지만...^^
 
만세열전 - 3.1운동의 기획자들.전달자들.실행자들
조한성 지음 / 생각정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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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조한성 님의 <만세열전>도 인터넷 서점 알라딘 블로그인 알라딘 서재에서 알게 된 책이란다. 최근에 나온 책인 줄 알았는데, 2019 3.1운동 100주년에 맞춰 출간한 책이더구나. 그러니까 책제목 <만세열전>에서 만세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줄 알겠지? 바로 3.1운동, 3.1만세운동이란다.  3.1만세운동이 어떻게 준비되어 일어났고,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 당시 기록들을 찾아서 지은이가 엮은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일제가 침략하여 대부분의 백성들이 탄압 속에 살았던 것이 불과 100년 전이라니..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그런데 오늘날 이런 발전된 우리나라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일제의 탄압 속에서 나라를 찾겠다는 온 백성들의 의지도 큰 몫을 차지했다고 생각한단다. 이 책을 책장에 두었다가 내년 삼일절 즈음에 읽을까 생각했다가 그 때 되면 또 까먹을 수도 있겠다 싶고, 책의 내용도 궁금해서 이번에 읽었단다.

삼일절의 정신은 삼일절에만 그리는 것이 아니고, 1 365일 내내 지녀도 나쁘지 않잖니…^^ 이 책을 쓰신 조한성 님은 역사를 전공한 후 이후 우리나라 역사에 관련된 일을 계속 하신 분이라고 하는구나. 특히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을 추적하고 독립운동가들을 연구하셨고,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일하고 계시대. 이런 분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몰랐던 역사와 역사적 인물을 알게 되는구나.


1.

이 책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3.1운동에 관한 것이란다. 3.1운동을 기획한 사람들, 독립선언서를 전달한 사람들, 3.1운동을 실행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란다. 참 많은 사람들이 나온단다. 각 사람들에 대해 각주로 설명을 해주었는데, ,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변절했음에 놀랍더구나. 3.1운동을 할 때도 이미 마음 속에는 자신감이 없었던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았어. 3.1운동의 33인 민족대표 중에 친일파로 변절한 대표적인 사람인 최남선은 중요한 순간마다 한 걸음 뒤로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는구나. 그런 그의 심성이 나중에 친일파로 변절하게 만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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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그럼 최남선의 경우는 어떨까? 최남선은 최린과 근거리에서 독립운동에 긴밀히 관여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뒷걸음치는 모습을 보였다. 구한국 관료들을 민족대표로 내세우려는 시도가 실팼을 때, 최린은 자신을 포함하여 최남선과 송진우가 나서면 되지 않겠냐고 호기롭게 얘기했다. 하지만 최남선은 거절했다. 학자의 삶을 유지하는 게 꿈이니 정치운동의 표면에는 나설 수 없다는 것이었다. 최린이 독립선언서의 기초를 부착했을 때에도 최남선은 선언서를 쓰긴 하겠지만 작성의 책임은 자신이 아니라 최린이 져야 한다고 했다. 얼마 후 이 사실을 안 한용운이 책임질 수 없다는 최남선에게 어떻게 선언서를 맡길 수 있느냐며 차라리 자신이 짓겠다고 했다. 최린은 최남선에게 계속 맡길 것을 고집하여 한용운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일본 유학 시절부터 친밀했던 사이이기에 여러모로 속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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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만 보면 최린이라는 사람은 그래도 심지가 굳은 사람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또한 친일파로 변절했다는구나.

3.1운동을 이끌었던 33인 민족대표에는 손병희를 비롯한 천도교계 15, 이승훈을 비롯한 기독교계 16, 한용운을 비롯한 불교계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단다.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겉보기는 민족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려는 구성인 것 같구나. 하지만 그들만이 3.1운동을 준비한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단다. 3.1운동 전에 우리도 독립을 할 수 있다는 의지로 신한청년당을 조직했던 여운형과 동지들, 3.1운동에 앞서 독자적으로 독립선언을 하려고 했던 학생지도부들이 있었단다.

특히 학생지도부는 매우 적극적이었단다. 강기덕, 김원벽, 한위건 등 학생지도부는 종교계에 찾아와 함께 행동하자고 했고, 그래서 33인 민족대표까지 구성하게 된 것이란다. 하지만 33인 민족대표는 3.1운동 당일 너무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단다. 3.1운동의 독립선언을 광장에서 해서 많은 백성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그들을 이끌었어야 했는데 그들은 명월관(태화관)에서 자기들끼리 모여서 조용히 독립선언서를 읽었단다. 이 사실을 알고, 학생지도부였던 강기덕이 와서 화를 내면서 파고다 공원에서 독립선언문을 낭독하자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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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전 민족이 참여하는 대규모 독립운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날의 결정은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남았다. 그들의 결정은 끝까지 이해받지 못했고, 격렬한 불협화음을 낳았다. 민족대표 33인은 민족대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학생과 시민 앞에 서는 것을 거부했다. 그들은 대규모 독립운동의 전 과정을 기획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독립선언을 발표하는 것만으로 한정했다. 독립을 선언한 이후 구체적으로 진행될 독립운동에서 직접 지도하는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그것은 자신들이 기획한 독립운동에서 스스로 이탈하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이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이탈인지도 미처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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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월관에서 독립선언을 읽은 민족대표 33인은 모두 사전 약속이 되어 있는 것처럼 모두 경찰서로 호송되었다고 하는구나. 왜들 그랬을까? 그렇게 엉성한 독립 선언을 하고 모두 경찰서로 가는 바람에, 파고다 공원에 남아 있던 학생들과 시민들의 만세 운동은 33인 민족대표가 남긴 커다란 구멍을 메꿔야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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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9)

민족대표들이 세운 독립운동 계획은 완전하지 않았다. 선언서를 기초하고, 선언서를 배포하고, 조직의 힘으로 함께할 사람들을 모아 가능한 몇몇 지역의 시위를 조직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할 수 없었다. 많은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는 데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독립을 선언한 후 다음 계획도 치밀하지 않았고, 생각대로 되지 않았을 때 수정할 계획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곳곳이 비어 있었고, 곳곳이 허점투성이였다. 그러나 결핍은 참여를 낳았다. 학생들과 시민들은 부족함을 느낀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스스로 빈틈을 메워나갔다. 독립운동은 그렇게 민족대표의 손을 떠났다. 그리고 그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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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1운동은 3 1일 하루로 끝이 난 것이 아니란다. 1919 3 1일 시작하여 전국적으로 퍼졌단다. 서울 파고다 공원에서는 3 5일에도 학생들이 주도하여 대대적인 만세 시위가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독립선언서는 빠르게 빠르게 전국으로 전달되었다고 했어. 그렇게 목숨을 무릅쓰고 선언서를 전국 곳곳으로 전달한 사람들을 이야기해주었단다. 보성사 사무원이었던 인종익, 배재고보 2학년이었던 김동혁, 지하신문과 격문을 만들 사람들사실 이 분들은 역사책에도 잘 나오지 않는 분들이란다. 아빠도 이번에 모두 처음 알게 된 분들이야.

이 책의 지은이 조한성 님은 이렇게 숨어서 자기 일을, 그것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을 해낸 숨어 있는 영웅들을 소개해주려고 하셨단다. 그 일을 마치면 또 역사 속에서 사라지시기도 하고인종익이라는 분도 독립선언서 전달하다가 경찰서에 체포되었으나, 다른 동지들이 독립선언서를 다 배포할 때까지 모진 고문을 참아내며 발설하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감옥에서 만기 출소한 이후에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대. 그렇게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하신 거지. 이런 분들이 많아서 우리나라의 역사가 끊어지지 않고 오래 이어진 것 같구나. 이런 분들의 이름을 까먹지 말아야 할 텐데, 아빠의 기억력이

앞서 이야기했듯이 33인 민족대표가 낸 큰 구멍을 학생들과 시민들이 메꿔나갔다고 했잖아. 특히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사람들이 큰 역할을 했단다. 그러면서 많은 탄압을 받기도 했지. 그런 사람들 중에 경성고등보통학교에서 주도했던 김백평이라는 학생이 있는데, 그가 나중에 체포되어 재판장에서 한 이야기가 감명 깊더구나. 순간 울컥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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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예심판사가 김백평에게 물었다.

선언서를 배포하고 독립만세를 부르면 독립이 된다고 생각했나?”

독립을 선언하고 만세를 부르며 조선인이 독립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을 발표하면, 일본 정부나 세계 각국이 조선의 독립을 승인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행동을 한 것입니다.”

독립을 희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학생이니 다른 것은 모릅니다. 다만 조선은 4천여 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가 일본과 병합되었다는 것이 유감입니다. 원래대로 독립국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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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경성고등보통학교 학생 심대섭이란 사람이 있었단다. 심대섭은 당시 19살로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형들은 모두 친일파였어. 그도 형들처럼 친일파로 살았다면 편했겠지. 하지만 심대섭은 몸은 편한데 마음이 불편한 것을 참지 못하셨지. 3.1 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심대섭은 결국 체포되었는데 그는 경찰 앞에서도 당당하게 이야기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어머님한테 쓴 편지에도 그이 절연한 의지가 엿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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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244)

어머님! 우리가 천 번 만 번 기도를 올리기로서니 굳게 닫힌 옥문이 저절로 열려질 리는 없겠지요. 우리가 아무리 목을 놓고 울며 부르짖어도 크나큰 소원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리도 없겠지요. 그러나 마음을 합하는 것처럼 큰 힘은 없습니다. 한데 뭉쳐 행동을 같이하는 것처럼 무서운 것은 없습니다. 우리들은 언제나 그 큰 힘을 믿고 있습니다.”

그랬다. 그 큰 힘이 있어 역사가 앞으로 나갔다. 아무리 큰 폭력과 억압이 있어도 그 힘을 누를 수 있는 건 고작 10, 20년뿐이었다.

심대섭은 그 큰 힘을 믿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것은 만세 전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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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편지를 한번 읽어보렴. 그의 글솜씨도 예사롭지 않지? 이 심대섭이라는 학생은 바로 <상록수>로 유명한 소설가 심훈이란다. 심훈, 좋아하기에 충분한 분인 것 같구나. 아빠도 심훈이라는 작가를 좋아하거든. 너희들도 나중에 꼭 <상록수>를 한번 읽어보렴.

3.1운동은 비폭력으로 이루어진 시위운동이었으나, 그에 대한 일본의 대응은 폭력적이고 무식하고 잔인했단다. 많은 사람들이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받았고 죽었단다. 이런 역사를 우리가 어찌 잊을 수 있으며, 사과하지 않는 일본을 어찌 포용할 수 있는가.

3.1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져 전국 여기저기서 만세 운동이 일어나던 1919 4월 어느날 수원에서 일본인 순사가 피살되었단다. 그 사건에 연루된 순사보 오인용이 조선인들과 공모했다는 확인 불가능한 진술로 인해 일본 경찰은 살인 배후를 찾는데 혈안이 되었어. 당시 만세 운동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일본 경찰들은 만세를 주도한 사람들도 찾고 있었는데, 일본 순사가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일어난 거야. 일본 경찰들은 이성을 잃고 방화화 살인을 저지르는데 40여명이나 죽였단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단다. 제암리라는 마을에서는 마을 사람들을 교회에 모이게 하고, 밖에서 문을 잠그고 불을 질렀단다. 그리고 교회를 빠져 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총으로 쏴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단다. 너무 아픈 우리의 역사란다.

….

책에서는 더 많은 내용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으니 나중에 좀더 커서 너희들도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구나. 이런 책들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숨어있는 독립운동가들을 많이 알리는 계기도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친일파들도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친일파들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단다. 씁쓸하더구나. ,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몇 줄로 늘어선, 창백하고 중얼거리며 공포로 뒤덮인 얼굴들, 그들은 자신의 참호를 떠나 꼭대기를 넘는다, 그러는 동안에 그들의 손목시계는 단조롭고 바쁘게 똑딱거리고, 희망은, 훔쳐보는 눈빛과 불끈 주먹으로, 흙탕에서 허우적거린다.

책의 끝 문장: 그 시작에 3.1운동이 있었다.


우리를 외롭다고 말하지 말라. 16억의 양심이 우리를 후원한다. 우리를 약하다고 말하지 말라. 2천만의 심인(心刃, 마음 속 칼날)은 우리의 무기다. 아아, 세계는 바야흐로 정의와 인도 위에 일대 부활을 수행하려 한다. 조선과 조선인은 이제야 생존과 존영에 대한 철저한 자각을 지니고 있다. 거듭 말하겠다. 시대는 개화하고 있고 조선인은 자각했다고. - <독립통고문> - P92

"손병희 등이 파고다공원에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심판사의 질문에 강기덕이 답했다.
"마음에 불평이 있었소."
- P120

동혁이 예심판사 앞에 섰다. 예심판사가 묻는다.
"피고는 학생이면서 어째서 이번 계획에 가담했는가?"
동혁이 답했다.
"난 조선 사람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한 것입니다. .그것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당연한 일일 뿐이었습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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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킴의 거침없는 중국사 - 신화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영화처럼 읽는 중국 역사 이야기 썬킴의 거침없는 역사
썬킴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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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아빠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 <썬킴의 세계사 완전정복>이 가끔씩 책으로도 나온단다.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에서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고, <썬킴의 세계사 완전정복>에서 미국과 러시아를 다루었단다. 그 다음에는 어느 나라가 책으로 나올까 생각해 보았단다. 작년에 방송했던 프랑스나 십자군이 나오려나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중국사가 책으로 나왔구나. 아빠가 뜻밖이라고 이야기한 이유는 팟캐스트에서 중국사 통사를 다루지 않았거든. 중간중간에 특집 형식으로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다른 나라 역사처럼 쭉 이어서 이야기해 준 적이 없어서 뜻밖이라고 한 것이란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이웃하고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나라 중에 하나가 중국이고, 중국 역사가 드라마틱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갖고 있다 보니, 중국사를 책으로 내면 매출이 좋을 거라고 출판사에서 판단한 것은 아닐까 싶구나. 나중에 중국사 통사를 한번 하고 출간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비유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황금알을 밴 오리의 배를 가른 느낌?

책 제목은 <썬킴의 거침없는 중국사>. 그 전에 출간한 책들은 팟캐스트에서 방송했던 부분을 책으로 옮긴 것인데 이번에 나온 <썬킴의 거침없는 중국사>는 방송에서 했던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단다. 최소한 아빠가 들은 부분까지는 그랬어. ‘중국사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온 책이니  중국 전체 역사를 다루어야 하고, 방송에는 띄엄띄엄 이야기를 해주었으니, 방송에서 이야기하지 않은 부분도 책에 실어야 했던 것 같구나.

그래도 썬킴의 입심이 어디 가겠니? 이번에도 책이 술술 읽혔단다. 그런데 아빠가 그동안 중국사 관련된 책들을 여러 권 읽어서 그런지 익히 알고 있던 내용들이 꽤 있었단다. 그래서 앞선 책들에 비해 감흥이 별로였단다. 읽기 전에 차례를 봤는데, 청나라 이후 역사가 아주 짧게 나와서 의아했는데, 읽다 보니 그 이유가 있었단다. 청나라 후기부터 근현대 중국사는 이전 책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에 나온 내용이랑 겹쳐서 뺐다고 하더구나. 그 책을 읽지 않고 중국사에 대해서만 읽으려고 이 책을 산 사람들은 다소 당황했을 것 같구나. 책 제목은 중국사인데, 이 책에 다 담기지 않고 다른 책을 참고하라고 써 있으니 말이야. 그게 아빠는 아쉬웠단다. 이번에는 좀 성급하게 책을 출간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어.

책을 출간하게 되면 팟캐스트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궁금하구나. 아빠는 아직 작년 방송들을 듣고 있어서 최근 방송은 아직 듣지 못했거든. 말이 길어졌네. 아무튼 좀 아쉬웠다고근현대 중국사가 다른 책과 겹친다면, 이 책을 통해 중국 통사를 접하고자 했던 사람들을 위해 양해를 구하고 다른 책의 똑 같은 내용이라도 이 책에 실었어야 한다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1.

지은이 썬킴 님께서 청나라 이후의 역사를 안 쓰시면서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를 참고하라고 이야기한 것을 보고, 아빠도 독서편지를 그렇게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가 중국사에 관한 책들을 읽고 쓴 리뷰나 독서편지들이 있으니, 중국사에 대한 내용은 아래 책들의 리뷰를 참고하거라, 라고 말이야.

조관희 님의 <한권으로 정리한 이야기 중국사>, 공원군 님의 <춘추전국 이야기> 시리즈, 고우영 님의 <만화 십팔사략>, 정비석의 <소설 손자병법>(정비석은 친일파라서 님 안 붙임), 중국 작가 리선샹 님의 <와신상담> 등등. 또 뭐가 있을려나. 생각해보니 중국 역사에 관련된 책들을 꽤 읽었구나. 그 중에 <만화 십팔사략>이 가장 좋았던 것 같구나. 역시 만화야. 이미 이렇게 많이 중국사에 대한 책을 읽고 리뷰를 썼으니 이번에는 중국사의 흐름에 대해 다 이야기하는 것은 관두고, (다시 말하지만 중국 통사는 위의 책들 리뷰를 참고하길 바란다) 새로 알게 된 내용이나 너희들이 알면 좋겠다는 내용을 몇 군데 소개해주는 것으로 짧게 쓰려고 한단다. 계속 이야기하지만 독서 편지가 잔뜩 밀려서 말이지

중국 역사뿐만 아니라 유럽 역사에서 봉건제도라는 말을 많이 볼 수 있단다. 봉건제도의 뜻이 이 책에 잘 설명이 되어 있어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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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봉건(封建)이라 할 때 봉()토지를 하사하다란 뜻이랍니다. 그리고 ()’나라를 세우다란 뜻인데 즉, (또는 황제)이 일가친척에게 지방의 땅을 나눠주고 그 친인척들이 그곳에서 자기들의 나라를 만들어 살라는 뜻이랍니다. ? 이미 나라가 있는데 나라를 또 만들라고요? 독립하란 말인가요? 아닙니다. ‘큰 나라가 있고 그 안에 조그만 나라를 만들어 살라는 뜻이랍니다. 실제 이렇게 왕에게 지방 부동산을 받고 나간 친인척들을 제후(諸侯)라고 불렀고 그 꼬마 나라를 제후국(諸侯國)이라고 불렀는데 꼬박꼬박 수도의 왕에게 세금을 바치고 왕이 위험에 처했을 때 지원군만 보내준다면 사실상 내정 간섭을 전혀 받지 않고 독립국 행세를 할 수 있었답니다. 당시 교통도 발달 안 된 데다 왕권도 강력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그 넓은 땅의 왕국을 유지할 수 있던 유일한 방법이 봉건제도였어요. ‘믿을 건 친척밖에 없다란 생각에서 시작된 이 봉건제도 덕분에 주나라는 무려 790년 동안 유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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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라는 종교가 인도에서 생겨났으나 인도에서는 그 자취가 사라지고 중국, 우리나라 등 다른 나라도 꽃을 피우게 된 이유. 다른 나라에 전파되어 그 나라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쳐도 왜 인도에서 불교가 싹 사라졌을까에 대해 무척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그 이유를 깔끔하게 설명해 주었단다. 그 이유는 바로 카스트 제도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불교의 평등 정신과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상충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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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아시다시피 인도에는 카스트라고 4개의 신분 제도가 있지요? 수천 년 동안 뿌리를 내려 오늘날까지도 카스트 제도 때문에 벌어지는 신분 제도를 철저히 거부했어요.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란 철칙이 있었지요. 그 말은? 맞습이다. 불교틑 카스트의 나라인도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또 다른 정착지를 찾아 나섰는데 그중 하나가 중국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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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태종 이세민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우리나라 고구려 역사에서 등장하는 사람이라서 이름은 익히 들었단다. 그런데 이세민이 태자를 죽이고 아버지를 협박해서 왕 자리를 빼앗았다고 하는구나. 조선 시대 이방원을 떠오른 듯한둘 모두 묘호가 태종이로구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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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163)

그때 아버지 이연은? 한가로이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답니다. 이세민은 측근 부하를 이연에게 보내서 이 사실을 알랍니다. 아버지 이연은 깜짝 놀랐지만 할 수 있는 하나도 없었어요. 한순간에 당나라 권력이 이연에서 이세민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습니다. 태자까지 궁 안에서 화살로 죽여버리는 인간이니 아버지라고 봐줄까요? 겁에 질린 이연은 이세민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려주고 자기는 스스로 쫓겨납니다.” 사실상 당나라는 애초부터 이연이 세운 나라라기보다 이세민이 세운 나라라고 해야 해요. 형제를 죽이고 또 아버지 이성계를 몰아내고 왕이 된 조선 태종 이방원과 거의 싱크로율 100%랍니다. 이세민은 당나라 태종, 즉 당태종이 됩니다. , 그러고 보니 이방원도 태종이고, 이세민도 태종이네요! 하여간 서기 626년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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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기즈칸의 후예로 중국 위쪽 초원에서 자리한 나라 몽골. 아빠는 학창시절 몽골이라는 국호보다 몽고를 더 많이 사용했단다. 요즘도 몽고라고 말할 때가 있어. 그런데 알고 보니 몽고는 중국이 몽골을 비하해서 부르는 말이라고 하더구나. 실제 몽골족들은 그 몽고라는 말을 무척 싫어한다고아빠가 몽골 사람들을 만날 일이 거의 없지만, 앞으로 몽골이라는 나라이름을 이야기할 때 꼭 몽골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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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금나라가 열심히 남송을 괴롭히고 있을 때 금나라 북쪽 초원 지대에 또 다른 유목 민족이 힘을 키우고 있었어요. 바로 몽골족이었답니다. ‘몽고(蒙古)’란 한자 표기는 중국 한족이 몽골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표현이랍니다. ‘()’어리석다란 뜻이고 ()’오래되다란 뜻이에요. , ‘어리석고 구닥다리 민족이란 뜻으로 중국 한족이 의도적으로 만든 표현입니다. 몽골족은 이 중국식 한자 표현 몽고를 굉장히 싫어해요. 이제부터라도 몽골이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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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퀴즈를 좋아하니까 퀴즈 하나 낼게. 명나라를 세운 사람은? 주원장이란 사람이란다. 이름에 특별한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주원장은 25살 때 바꾼 이름이라고 하는구나. 원나라를 증오하는 그의 마음이 가득 담긴 이름이라고 하는구나. 주원장의 본명은 뭐지? 책에 나왔었나? 기억이 안 나..ㅠㅠ 다시 책을 찾아보니 주원장의 본명은 주중팔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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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그러나 이렇게 굶어 죽는 건 다 몽골족 때문이다란 생각에 당시 한창 송나라 부활 운동을 벌이던 홍건적에 합류를 해요. 그의 나이 25살 때였습니다. 그리고 이름을 바꿔요. ‘주원장(朱元璋)’으로요. ()는 주살(誅殺)하다, 죽여 없애다()’와 발음이 같죠. 그리고 원()은 당연히 원나라를 뜻했어요. 마지막으로 장()인재라는 뜻이거든요. , ‘원나라를 죽여 없애는 인재란 뜻입니다. 얼마나 원나라에 대한 증오가 끓었는지 짐작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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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으로 몇몇 너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몇몇 정보를 이야기해보았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은 술술 재미있게 잘 읽히니까 너희들도 좀더 크면 이 책으로 중국사를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청나라 후기와 근현대사는 다른 책으로 읽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말이야.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우리가 종종 일본을 보고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부르지요.

책의 끝 문장: 감사합니다.


당시 중국도 마찬가지였어요. 춘추전국시대란 헬게이트가 열리자 이 혼란을 해결할 해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사상과 사상자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죠. 그중 원톱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공자(孔子)였어요. 공자는 인(仁)과 예(禮), 즉 ‘어짐과 예절’을 강조했고 묵자(墨子, 밥 묵자, 아닙니다.)란 어르신은 ‘평화’를 강조헸어요. 그리고 노자(老子)란 양반은 "자연으로 돌아가자!"를 외쳤답니다. 하여간 춘추전국시대의 각 나라들은 이런 사상 중 하나를 자기 나라 통치 이념으로 택해서 나라를 다스렸는데요. 지금 중국의 변두리인 산시성에 위치했던 진(秦)나라는 "우리는 ‘인, 예, 자연, 평화’ 따위는 필요 없다! 우리는 법(法)이 최고다!"라면서 법으로 강력하게 나나를 다스렸어요. 결과적으로 그것이 중국을 통일시킨 원동력이 되었고요. - P62

북조 역사에선 딱 한 인물만 기억하면 돼요. 바로 북쪽을 통일한 선비족의 나라 북위 ’효문제(孝文帝)’란 황제랍니다. 471년에 북경에 북위의 황제가 되는데요. 오랑캐 유목 민족 황제였지만 한족의 ‘오리지널 중국 문화’를 너무나 사랑했던 황제였답니다. 그래서 선비족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한족의 중국 문화를 받아들입니다. 심지어 북위의 수도도 북쪽 선비족의 근거지에서 지금까지 중국 역사의 중심지인 낙양으로 옮겨버려요. 부산 사람이 서울을 너무 좋아해서 부산 사투리도 못 쓰게 하고 동네 이름도 광안리에서 압구정으로 바꿔버리고 아예 부산을 버리고 서울로 이사를 온 격이조. - P144

유럽이 대항해의 시대를 시작해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 1492년이니까 거의 100년 전에 중국은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는 건데 왜 중국은 유럽과 달리 세계 제패를 못했을까요? 항해의 목적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스페인과 같은 유럽 국가들은 식민지 건설 또는 무역이 항해의 목적이었던 반면에 명나라의 항해는 "우리 중국 짱이지! 무릎 꿇어!"라는 힘의 과시가 목적이었어요. 그래서 "우리 힘이 이 정도야!"란 것을 보여준 후 더 이상 항해를 하지 않았어요. 전 세계에 그냥 ‘힘 과시용 순회공연’ 한 번 한 것이랍니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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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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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불편한 편의점>으로 유명한 김호연 작가의 SF 스릴러 소설 <파우스터>를 읽었단다. 책 제목을 보면 괴테의 <파우스트>가 곧바로 떠오른단다. 맞아. <파우스터>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해서 쓴 소설이야. 아빠는 <파우스트>라는 소설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읽어 보지 않았단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라는 책에서 괴테와 <파우스트>를 소개해 주어서 단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어떤 내용인지는 전혀 모른단다. 괴테 나이 81살에 <파우스트>를 썼다는 것만 생각이 나는구나.

<파우스터>의 책소개에 보면 괴테의 <파우스트>에 대한 내용이 잠깐 언급되더구나.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파는 대신 젊은 육체와 쾌락을 선사 받은 늙은 학자 파우스트의 번뇌와 구원을 담은 작품이라고 했어. 영혼을 파고 젊음을 받은 내용이구나. 이 소설에서는 약간 비슷한 것 같구나. 젊음을 다시 사려고 하는 파우스트 같은 이들이 나오니까김호연 님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파우스터>는 술술 읽혀단다. 그냥 스릴러 소설이라고만 이야기해도 되는데, 아빠가 생각하기에는 SF 스릴러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앞에 SF를 붙인 이유는 머릿속에 연결체라는 장치를 넣어서 다른 사람의 뇌를 조정하는 내용이 나와서 그랬어. 자본주의 시대의 탐욕과 세대 갈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소설 <파우스터>.

그럼 지금부터 이야기해줄게. 가능한 짧게.^^


1.

주인공 박준석.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투수로 FA를 앞두고 있었어. 그는 FA가 되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단다. 그래서 FA를 앞둔 한 해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임했고, 결과도 좋았단다. 박준석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일찍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할머니의 헌신적인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준석은 없었을 거라고 준석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었어. 앞으로 몸 건강을 유지하면서 메이저리그 진출만 하면 그의 꿈은 이뤄지는 것이야.

그런데 어느날 교통사고를 당하고 정신을 잃었다가 병원에서 눈을 떴는데, 최경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준석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당신의 머릿속에 연결체라는 것이 있다. 그 연결체를 통해 다른 사람이 당신을 조종하고 있다. 일부러 교통사고를 냈다. 미안하다. 교통사고를 일부러 낸 이유는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아야 준석의 머릿속 연결체가 멈춘다, 그 연결체가 멈춰야 그들이 우리의 대화를 엿듣지 못한다. 이 연결체를 머릿속에 심은 배후를 같이 잡자.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헛것을 들은 것인가.

최경은 자신의 아버지도 이 연결체 때문에 돌아가셨고, 준석의 옛 애인 지수도 이 연결체 때문에 죽었다고 했어. 아니, 이 여자가 준석의 애인 지수는 어떻게 아는 거지? 최경은 자신의 아버지는 지수의 연결체에 접속해서 지수의 머릿속을 해킹했다고 했어. 지금은 준석의 연결체가 멈췄기 때문에 그것을 가동하기 위해 그들은 어떤 핑계를 대고 준석에게 뇌수술을 받게 할 것이라고 했어. 그들은 누가인가? 먼 옛날 준석의 머릿속에 연결체를 넣어둔 사람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최경을 사라졌단다.

준석이 교통사고로 정신을 잃었었지만, 다행히 다른 곳은 크게 다지지 않았단다. 야구를 하는데도 큰 지장은 없었어. 그런데 진짜 최경의 말대로 의사는 뇌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뇌수술을 받았단다. 얼마 후 최경이 또 준석에게 나타나 이번에는 그들의 침입을 알 수 있는 장치를 주겠다고 했어. 며칠 동안 고민했던 준석은 최경과 함께 그들을 잡겠다고 마음 먹고 그 장치 설치를 허락했어. 정수리 부분의 가늘고 긴 침을 꽂았단다. 그리고 누군가 준석의 머리의 연결체에 접속을 하게 되면 정수리 부분이 뜨거워졌단다. 그렇게 준석은 누군가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을 알게 되었어.


2.

케빈은 미국 교포 3세로 메피스토 코리아 지부장이었단다. 메피스토라는 회사는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서 따온 이름인 것을 알 수 있었어. 메피스토라는 회사를 잠깐 소개를 해줄게. 이 회사는 비밀리에 회원을 모집하는 비밀 회사야. 회원은 주로 돈 많은 노인들이란다. 돈은 많고 몸은 허약하지만 다시 젊음을 즐기고 싶은 욕망 가득한 늙은이들. 그들에게 젊음을 다시 되찾아주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이 메피스토란다. 회원이 거금, 보통 수십억을 내면 젊은 사람 몇몇을 후보로 보여주게 되고, 그 중에 회원이 한 명을 선택을 하면 선택당한 사람은 건강검진이나 수술을 받게 된단다. 그 사이에 그 사람의 머릿속에 연결체를 심게 되는 거야. 당사자는 그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서 자신의 머릿속에 연결체가 심어지는 것도 몰라. 그 회원은 파우스트가 되는 것은 연결체를 심은 젊은이는 파우스터가 되는 거란다.

그리고 파우스트 회원은 파우스팅 머신이라는 기계를 눈에 쓰게 되면 파우스터의 연결체에 접속이 되어 파우스터의 뇌를 정복하게 되고 파우스터가 보고 말하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함께 하게 되는 거야. 마치 자신이 그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게 돼. 젊음을 다시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지. 각 파우스트들은 파우스터가 어떤 사람이 되게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게 되는데 그 목표를 두고 파우스트들은 경쟁을 하게 된단다. 배팅액까지 걸고 경쟁을 했단다.

박준석의 파우스트는 이태근이라는 하는 사람이었어. 10여년 전부터 준석을 조정했고, 이태근의 목표는 준석을 메이저리그에 진출시키는 것이었단다. 이게 그 목표가 거의 눈앞에 와 있는 것이지. 다른 경쟁자들의 파우스터들이 사고나 치고 폐인이 되기 일쑤인데 준석은 차근차근 이태근의 목표에 다가서고 있었단다. 그러니 이태근은 메피스토 코리아 내에서 최고의 파우스트로 인정을 받고 있었어. 다만 이제는 나이가 많아서 준석을 접속하는 것은 주로 준석이 선발 등판하는 날만 접속을 한단다.

최근 새로 들어온 회원으로 백남선이라는 할머니가 있는데 사채업으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번 사람이란다. 백남선은 차은민이라는 가난한 미술학도를 파우스터로 선택했단다. 백남선은 차은민의 주변인들에게 돈을 써서 차은민이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게 한단다. 차은민은 그런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미술에 전념하게 되게 된단다.


3.

최경과 준석은 몰래 만나면서 배후의 세력들을 찾아냈단다. 준석은 자신의 주변인물들 중에서 의심 가는 사람들을 조사하고, 그들은 배후에 황지용 교수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어. 최경은 부자 오빠의 인맥을 통해 황지용 교수와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되는데, 황지용 교수는 사전에 눈치를 채고 그 자리에 이태근도 몰래 초대했단다. 최경은 이태근의 수하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죽고 말았단다. 박준석과 함께 힘을 모아 끝내는 배후 세력을 처단할 것이라 생각했던 최경이 이렇게 소설의 중간 부분에 죽다니, 예상치 못한 전개구나. 최경도 사실 경호원 임실장을 데리고 갔었는데 임실장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단다. 임실장도 죽고 말았어.

이제 준석이 혼자 맞서야 하는 상황이었어. 파우스트였던 최경의 아버지가 남긴 공책에 메피스토의 실체가 다 기록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기억났어. 하지만 그것이 어디에 있는 줄 몰랐단다. 준석은 혼자 추적을 하다 보니 모든 것이 쉽지 않았지만, 백남선의 파우스터 차은민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최경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박준석은 차은민에게 접근했단다. 그리고 차은민에게 파우스터의 진실을 이야기해줬어. 차은민 또한 박준석이 처음 느낀 것처럼 멘붕이 왔지. 이후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한단다.

박준석 역시 이태근의 몰락을 위해 노력을 하는데오늘은 결말은 이야기하지 않을게. 이태근의 몰락은 약간은 예상했던 반전으로 몰락하게 되었다는 것만 이야기해야겠다. 이 소설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술술 읽히면서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했단다. 지은이 김호연 님이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하셔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어.

그런데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단다. 첫째는 그냥 연결체를 빼서 버리면 안되었나 하는 생각이야. 박준석 정도면 몰래 외국으로 도망을 가서 그걸 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야. 멤피스토에서 추적을 해올 수도 있겠지만, 충분이 그들을 빼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사전에 준비만 잘 한다면 연결체를 빼는 것은 짧은 시간에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

두번째 아쉬움 점은 이런 내용상의 아쉬움이 아니라, 지은이의 실수가 아쉬웠단다. 박준석이 선발 등판에서 퍼펙트를 한 경기가 있어. 야구에서 퍼펙트는 한 이닝에 세 사람만 모두 아웃으로 처리해서 9 이닝 동안 한 명도 1루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어마무시한 기록이란다. 그러므로 9이닝동안 27타석(각 선수별로 3타석씩)으로 끝나게 된단다. 9이닝의 마지막 타자는 9번 타자가 된단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퍼펙트 게임의 마지막 타자로 4번 타자가 등장한단다. 극적인 요소로 쓰려고 그런 것 같은데 퍼펙트 게임의 마지막 타자가 4번 타자인 것은 너무 큰 실수인 것 같더구나. 아무튼 이 두 가지 아쉬움을 빼면 괜찮은 스토리 라인에 자본주의 탐욕과 세대 갈등을 소설로 잘 엮은 것 같았단다. 김호연 님의 작가들의 소설들을 앞으로도 가끔씩 눈 여겨 봐야겠구나.

, 그럼 오늘은 이상.


PS:

책의 첫 문장: 마운드는 투수의 무덤이다.

책의 끝 문장: 준석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맥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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