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이 책은 가격으로나 관심으로나 11월의 주목 신간도서의 1위다. 주목 신간도서의 리스트를 만드는데 책값을 고려해야한다는 조건은 보지 못했으니 일단 책값은 무시하기로 한다. 에코라는 이름을 보면 늘 떠오르는 다른 이름이 있다. <장미의 이름>을 번역한 이윤기와 <장미의 이름 읽기>를 쓴 강유원이다. 얼마전 심장마비로 별세했다는 이윤기의 소식을 들었을 때도 나는 이들 세 사람을 함께 떠올렸었다.
다양한 예술장르를 넘나들며 리스트를 만들고 거기에서 당대의 세계관을 읽어낸다는 소개글이 관심을 부추겼다. 내가 만드는 리스트라고는 마트에 갈 때 사야할 물건 리스트가 고작이다. 냉장고에 붙어있던 이 리스트도 정작 마트에 갈 때는 빼먹고 그냥 간다. 그러니 있으나마나한 리스트다. 가장 세속적인 리스트가 무수히 만들어졌으나 정작 그 세속적인 일에도 쓰이지 못하고 폐기된 내 리스트의 에코가 이 <궁극의 리스트>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양을 잃었다니? 저자가 목동인가? 그림을 보니 위의 양은 책을 읽고 아래 양은 뒤집어져있다. 양이 책을 읽고 변신이라도 했단말인가? 별별 생각을 다하다 소개글을 보았더니 동서고금 독서박물지라고 한다. 그래도 책과 양의 관계는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책에 관한 이런 궁금증 정말 견디기 쉽지 않다. 소제목들을 살펴보니 궁금한 것이 한두개가 아니다. '동서양 책장 넘기는 방법의 차이', '책점 보기' , '이명과 필명', '근시' 등등. 책과 관련된 이야기들임에는 분명하다. 양은 끝내 안나온다. 본문에는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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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개인 무의식을 연구했고 융은 프로이트와 입장을 달리하여 집단 무의식을 연구했다. 의식이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일치하는 견해이다. 융의 <원형과 무의식>을 읽고 내가 내린 결론은 내가 가진 의식만으로는 무엇을 해도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다른 사람과 크게 달라지려면 무의식을 계발해야 한다는 것인데 결정적으로 나는 이 방법을 모르겠다. <천재적 광기와 미친 천재성>은 어쩌면 이것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목차에 나오는 강박증, 강박인격, 정신착란 등의 용어들이 프로이트의 그것과는 좀 다른 것이면 좋겠다. 온갖 단서를 들이대며 범인으로 몰고가는 형사콜롬보같은 프로이트는 그만 보고 싶기 때문이다.
바다가 보고싶어 강화도에 간 적이 있다. 시커먼 뻘밭을 길게 드러내고 바다가 널부러져 있었다. 내가 원한 바다가 아니라는 걸, 바다의 얼굴이 여러 개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최소한 이 책 표지의 바다는 서해바다는 아니다. 자루비노로 가는 17시간 동안의 뱃길에서 멀미로 널부러진 내몸을 낱낱이 핥고 가던 넘실거리는 혓바닥를 가진 그 바다도 아닌 것같다. 최소한 하얀 거품을 물고 달려오는 바다, 그렇게 달려와서는 흰 종이 한 장을 내밀고는 돌아가는 바다처럼 보인다.
이 책에는 내가 가끔 보고 싶어하는 바다 뿐만 아니라 내가 알지 못하는 바다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듯 하다.
'노벨상과는 완전히 다른 그러면서도 매우 비슷한' 노벨상이 하나 더 만들어졌다. '비천한' '보잘것 없는'이라는 뜻이 덧붙여졌다. 노벨상보다 분야도 다양하다. 그런데 상금은 어찌되나?
근데 신간도서 추천하라면서 알라딘 중교샾에 반값도 안되는 5400원으로 두 권이나 올라와 있는건 무슨 경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