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멸종》 이정모
PART 1. 대멸종은 진행중/기후 위기의 시간
2150 년형 인공지능이 말하는 인류의 ‘멸종‘에 관한 이야기이다. 2150년 현재 인류는 기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멸종에 이르렀다는 가정하에 남기는 기록이어서 과거형으로 쓰였다.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입장에서 기록을 남기는 것이므로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멸종은 나쁜게 아니라고 말하는 인공지능이지만 인공지능의 입장일지라도 안타까운 멸종은 있다고 한다. 바로 ‘인류의 멸종‘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인류의 멸종‘은 자명해 보인다. 그래서 나도 ... 안타깝다!
아직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인류는 멸종 직전에야 새가 사실은 조류형 수각류 공룡이라는사실을 깨달았다. 공룡학자들도 비조류형 공룡의 멸종에 대해 안타까워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공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산책 길에서 티라노사우르스나 벨로키랍토르 같은 사나운 수각류 공룡과 마주치고 싶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 P28
가끔 육식 공룡은 피하고 싶지만 초식 공룡과는 같이 살고 싶다고 여기는 인간이 있기는 했다. 생태계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우선 트리케라톱스가 6600만 년 전에 사라지지 않고 쭉 인류와 함께 살았다고 해보자. 풀을 먹고 살던 트리케라톱스 가운데 일부가 젖트리케라톱스가 되어 인류에게 젖을 제공했을까? 그럴 리가 없다. 공룡은 파충류이므로 젖이 나올 수가 없다. 트리케라톱스가 사라졌기 때문에 생태계에 빈자리가 생겨서 나중에 젖소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 P28
사람들에게 공룡이란 그저 티셔츠 속에 있는 공룡이면 족했고 언제든 나를 죽일 수 있는 사나운 새보다는 ‘프라이드치킨‘이 되어주는 닭과 함께하는 편이 안전했다. 거대한 공룡, 비조류형 공룡의 멸종은 인류에게 결코 슬픈 일이 아니었다. 인류뿐만 아니라 모든파충류와 포유류에게도 절대로 슬픈 일이 아니었다. - P28
중생대의 지배자 공룡이 멸종한 후 비로소 신생대가 시작되었다. 생쥐만 한 크기로 낮에는 숨죽이고 있다가 캄캄한 밤중에나 겨우 먹이활동을 하던 포유류가 그제야 기를 펴고 살게 되었다. 그리고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했다. 멸종은 나쁜게 아니다. 자신의 등장보다 먼저 일어난 멸종은 고마운 일이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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