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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가족밥상 - 챙겨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집밥의 힘
김외순.김영빈 요리 / 반찬가게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옥상화분에 심어 둔 부추가 제법 올라왔습니다. 3월 중순쯤에 봤을 때 조금씩 고개를 내민 녀석들이 보이더니 어느덧 5cm가 넘게 자랐습니다. 솔잎처럼 가느다란 달래는 부추보다 더 길게 자랐고, 겨울을 이긴 참나물은 연두빛 어린잎을 살짝 보여줍니다. 굵은 줄기와 뿌리만 남아 있던 방아도 뿌리 근처에서 옹기종기 새싹이 자라고 있습니다. 조금 더 따뜻해지면 어린잎들을 모아서 채소비빔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먹을거리의 제철을 잊고 삽니다. 마트에 가면 대부분의 채소와 과일, 생선을 언제나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옥상화분에 심어둔 채소가 없었으면 부추가 언제 제일 맛있는지, 참나물 새잎이 얼마나 부드럽고 향기로운지, 방아잎의 향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고 지냈을 것 같습니다.
차례를 펴보니 책 순서가 재밌습니다. 1월·2월 밥상, 3·4월, 5·6월, 7·8월, 9·10월, 11·12월로 파트를 나눠서 저녁밥상, 아침밥상, 점심밥상, 도시락, 간식, 제철재료로 차린 일주일 밥상플랜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녁밥상으로 시작하는 게 재미있기는 한데 ‘제철재료로 차린 일주일 밥상플랜’이 제일 앞에 있었으면 더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요즘 매일 “내일은 어떤 국을 끓이나......”와 “아이 간식은 뭘로 만들까......”로 고민을 하고 있는 1人이라서, 기대하지 않았던 ‘제철재료로 차린 일주일 밥상플랜’이 반갑고 고맙더군요.
채소와 해산물의 ‘제철식품 다이어리’도 뜻밖의 선물이었습니다. 다시마는 2월, 미역은 3월이 제철이고 장어는 8∼9월이 제철이랍니다. 문어는 1월, 주꾸미는 3∼4월, 낙지는 10월이 제철이고...... 앗, 멸치의 제철은 4∼5월이군요. 지난 겨울에 국물용 멸치를 1kg이나 샀는데...... 먹을거리의 제철이 언제인지 제대로 알아둬야겠습니다.
이제 곧 4월이라 4월 저녁밥상을 먼저 찾아서 봤습니다. 주꾸미불고기와 미나리메밀적(?)이 제일 먼저 보입니다. 주꾸미 요리는 성공한 적이 별로 없어서 늘 어렵게 여겼는데, 책에서 알려주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진짜로 해보면 책을 읽을 때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는 않더군요......T_T) 낮에 마트에 갔을 때 완전 싱싱한 주꾸미가 있었는데, 맛있게 만들 자신도 없는데다 가격도 비싸서 그냥 왔던 게 살짝 후회되더군요. 당장 따라해볼 구 있었는데...... 내일 생선가게에 가서 싱싱한 주꾸미가 있는지 한 번 봐야겠습니다. 메밀가루가 없으니 미나리메밀적은 통과......
아침밥상에서 참나물무침을 보니 재료가 ‘참나물과 소금, 깨소금, 참기름’이 전부입니다. “이렇게 해서 맛이 날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참나물의 제철이 4월인 걸 생각하니 소금과 깨와 참기름이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료가 제일 맛있는 계절에는 재료 고유의 맛만 충분히 살리면 다른 게 필요없지요. 5월이 되면 5월밥상에서 알려주는 요리를 따라하고 6월이 되면 6월밥상을 따라하고...... 계절이 바뀌거나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이 될 때에 이 책을 펼쳐보면서 계속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리의 수가 많고 다양한 점은 이 책의 장점이지만, 요리초보에 불량주부인 제가 보기에는 조금 어렵습니다. 요리과정을 보여주는 사진이 조금밖에 없어서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지 확인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 번 읽고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하고 확신할 수 없을 때, 참고할 수 있는 사진이 없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아쉬운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설명이 더 필요한 부분에는 밑줄을 긋고 오른쪽에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는데, 그 부분의 글씨가 눈에 잘 안 들어옵니다. 덧붙인 설명은 초보에게 필요한 내용이라 좋았습니다. 하지만 동글동글 작고 귀여운 글씨는 보기에는 이쁘지만 읽기에는 불편했습니다. (푸른색의 밑줄은 보기에도 좋고 눈도 편해서 좋았습니다.)